경동성 요곡운동에는 횡압력이 없다. 간결하지만 충격적인 한 문장이다. 대부분의 한국지리 교과서에는 동해가 갈라지면서 발생한 횡압력이 우리나라의 동쪽에 작용하여 동쪽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융기한 경동 지형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1차 산맥이 형성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심지어 수능 연계 교재인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나타난다. 그러나, 습곡과 요곡의 개념을 정확히 안다면, 경동성 '요곡' 운동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횡압력이 작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자명해질 것이다.

1. 습곡 vs. 요곡

습곡이란, 수평으로 퇴적된 지층이 지각 내의 횡압력에 의해 물결처럼 굴곡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습곡 [褶曲, fold] (한국의 지질노두, 초판 2004., 개정판 2013., 진명식, 최현일, 신홍자, 신성천, 권석기)

요곡이란, 지층이 완만하게 파상(波狀)으로 변하여 S자 모양으로 만곡(灣曲)한 구조를 말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요곡 [warping, 撓曲]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습곡은 주로 지층이 나타나는 퇴적암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습곡 작용은 크게 두 가지로 인해 나타난다. 첫 번째는 횡압력, 두 번째는 화강암의 관입이다. 횡압력으로 습곡 지형이 만들어지면 습곡산지가 만들어지게 된다. 화강암이 관입하게 되면 관입산지가 만들어지게 된다. 습곡산지와 관입산지 모두 개석이 되면 케스타와 같은 지형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요곡은 주로 융기와 침강에 의해 발생한다. 어느 지역의 지표면을 주변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융기, 하강하는 현상을 침강이라고 한다. 대체로 고도가 높은 산지는 장기간 침식을 받아 하중이 제거되면서 지각평형적 보상에 의해 융기가 발생하고, 반대로 퇴적물이 두껍게 쌓인가면 하중이 늘어나 침강이 발생한다. 빙기에 대륙빙하가 발달한 지역에서는 하중에 의한 침강이, 간빙기에 대륙빙하가 녹는다면 하중이 제거되어 융기가 발생한다.

출처: [박대훈 전공지리] 자연지리 제11절 습곡지형

정리하면, 횡압력을 받아 만들어지는 지형은 습곡 지형이고, 요곡은 융기 및 침강으로 인해 발생하는 조륙운동이다. 따라서 단층과 습곡을 수반하지 않으며, 지형이 완만하게 휘어진다. 즉, 습곡지형보다 더 완만한 모습을 보인다.

2. 경동성 '요곡'운동

경동성 요곡운동은 요곡운동이다. 습곡 운동이 아니다. 이는 곧 경동성 요곡운동이 횡압력을 받아 만들어진 지형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다. 아래와 같은 그림은 경동성 요곡운동이 횡압력을 받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모식도이다. 충격적인 것은, 이 그림의 내용이 학계의 정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세상에 나왔다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지식이 교과서에 버젓이 실려 있다.

신재열, 황상일(2014), ‘신생대 제3기 경동성 요곡운동’의 개념, 시기, 기작에 관한 비판적 고찰: 판구조운동 기원의 새로운 가설, 대한지리학회지 제49권 제2호, p.201

3. 횡압력이 아닌 어떤 이유로 경동 지형이?

경동성 요곡운동은 요곡운동이기 때문에 융기와 침강에 의해 경동 지형이 나타난 것이다. 횡압력에 의해 만들어진 지형이 아니라 융기하여 만들어진 것이 우리나라 동쪽의 경동지형이다. 이때의 융기-침강은 한반도에 국한하여 나타난 것이 아니다. 중국 동북부 지역과 러시아 남부 지역에까지 걸쳐 광역적으로 융기-침강이 나타난다. 따라서 이러한 융기-침강운동의 발생 동력은 가설적으로 서태평양 섭입대의 활동과 관련한 맨틀 대류의 결과물로 설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처럼 넒은 범위에 걸쳐 조륙운동이 나타나고, 지층, 암층의 상하관계가 교란되지 않는 상태는 경동성 요곡운동이 습곡 지형이 아닌 조륙운동(요곡)임을 암시한다.

아래의 그림에서는 교과서에 실린 위의 그림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동해의 확장으로 인한 횡압력으로 경동 지형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태평양판의 섭입으로 인해 지반의 융기가 일어난 것이다.

신재열, 황상일(2014), ‘신생대 제3기 경동성 요곡운동’의 개념, 시기, 기작에 관한 비판적 고찰: 판구조운동 기원의 새로운 가설, 대한지리학회지 제49권 제2호, p.213

4. 수능연계교재와 교과서에 나와있는 오개념

거의 모든 한국지리 교과서에 경동성 요곡운동이 횡압력으로 인해 만들어졌다고 나와 있다(미래N 한국지리 교과서에는 다행히도 횡압력에 대한 내용이 없다). 심지어 수능특강과 수능완성(2024학년도 기준) 또한 횡압력이 적힌 모식도와 글로 경동성 요곡운동을 설명하고 있다. 아래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한국지리 검정 교과서와 수능 연계 교재이다. (글을 쓴 이후, 횡압력으로 경동성 요곡운동을 설명한 사례를 더 찾게 되면 추가할 예정이다.)

1. 비상 한국지리 교사용 교과서(2015교육과정) p.40

2. 천재교육 한국지리 교과서(2015교육과정) p.38

3. 2024학년도 수능특강 한국지리 p.23

4. 2024학년도 수능완성 한국지리 p.15

5. 결론

교과서와 수능연계교재는 공신력이 있는 자료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오개념이 꾸준히 실려있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나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 2022교육과정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한국지리는 '한국지리 탐구'라는 새 이름으로 내용이 개편될 것이며, 교과서 또한 새롭게 만들어질 것이다. 새롭게 만들어질 교과서에는 이 내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담아 출판하길 바란다.

또한, 우리가 교과서와 같은 충분히 믿을만한 책일지라도,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가르치는 직업이라면 항상 연구하는 자세를 지녀야 할 뿐만 아니라, 어떤 자료든 맹신하지 말고 유연한 태도와 비판적 사고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지식은 절대적인 진리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