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로 연대들어가서 CFA 공부하다가 현타와서 쓰는 푸념글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3030628
군수할때 여기 몇번 들어오다가 연대 붙고 다시는 안 올 줄 알았는데 어쩌다 여길 또 오게 되었네요. 저는 이전에 명지대를 다니다가 군대에서 다시 수능을 준비하여 21년 수능에서 연세대에 합격하였습니다. 남들이 쉬고 놀때 묵묵히 공부하며 들어온 그토록 바라던 대학이었지만, 대학 이후의 세상은 참 바라는대로 흘러가지 않더라고요. 새로운 대학에 왔고, 원래 목표는 사라졌고,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점점 현실과 타협해가는 스스로를 보았습니다. 학점은 생각처럼 나오지 않아서 그토록 바라던 복수전공은 포기해버렸고, 인간관계는 차라리 전적대가 나았다 싶을 정도로 모든게 차갑고 계산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그래도 나름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공부하는건 자신있었기에 어떻게든 취업시장에서 살아남고, 제가 바라는 삶을 살고자 CFA라는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지만 공부가 예전처럼 쉽지가 않네요. 군수를 하던 시절에는 대학만 가면 잘 되겠지라는 막연한 희망만을 품고 하루하루를 버텨왔지만, 지금은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모든게 불확실하고 막연하게만 느껴졌고, 오늘 유달리 그런 기분이 강하게 드는 것 같습니다.
대학에와서 어쩌다보니 만들어버린 얇고 넓은 관계는 공부를 시작한지 몇달도 채 안되어 대부분 끊겨버렸고 평소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 탓인지 고작 하루에 4시간을 공부함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쉽게 지쳐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주변에서는 쉬면서 하라고들 하지만 쉴 상황도, 쉴 시간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달래며 나아가려고 하고 있지만 정말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감정을 여러번 겪어온 터라 스스로 잘 버틸 수 있을거라 오만하게 생각하였지만 결국 이런 외로움과 답답함이라는 감정은 몇번을 경험하든 적응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왜 내가 이 공부를 하고 있고, 과연 이 공부가 이런 외로움을 감내해야할 정도로 가치가 있을까? 이렇게 괴로워하면서까지 공부를 해야할까?라는 생각이 간간히 들지만 잠깐일뿐, 다시 마저 인강 듣고 복습하고 문제 풀어야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차지하고, 그렇게 억누른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고 가끔 이렇게 외로워지는 순간에 펑 터져버리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 나만 남겨진 것 같은 기분, 앞으로 나아갈 수도 도망칠 수도 없을 것 같다는 기분, 그런 기분들이 몇시간이고 머릿속을 지배하다가 나도 모르게 사라집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괴로움도 결국엔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괴로움은 갑작스레 사라지기 마련이고, 이런 순간이 닥칠때마다 스스로를 잘 어르고 달래어 망가지지 않도록 붙잡아주고, 다시 기분이 괜찮아지면 해야할 공부를 하는게 수험생활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이니, 고진감래이니 이런 상투적인 말들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힘든거에요 공부는. 고통스럽고, 짜증나고 매 순간마다 스스로를 시험에 빠뜨리고, 나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존재로 만들지만, 억지로 다시 일어서서 지친 몸과 마음을 가끔 달래주며 책상으로 돌아오는 그런게 공부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점은, 그렇게 견뎌낸 시간들은 아마도... 확실히 그 값어치를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종종 군수를 준비해서 이곳에 온 저의 노력이 아무런 값어치가 없었다고 생각을 하지만, 다르게 본다면 이곳에 왔기 때문에 더 높은 목표를 가지게 되었고, 남들이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하던 시험이나 진로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덕분에 지금 이 순간에도 지쳐서 쓰러질 것 같지만 포기하기보다는 다시 일어서야지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제가 이런 것들을 느끼고 인정하려 들지 않아서 문제지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불확실한 미래를 최대한 좋게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로이킴의 노래가사마냥 결국 이 모든 시간들이 끝나고 나면 더 나은 내가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면서요. 그게 진짜일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생각하는게 이런 어두운 시간을 견뎌내는 건강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으레 말하는 "그런거 해봤자 소용없어"같은 패배주의보다야 이렇게 생각하는게 더 낫지 않겠어요? 그냥 이렇게 믿고 하루하루를 나아가고 또 가끔은 또 오늘밤처럼 무너져내려도 다시 일어나고 또 무너지고 일어나고를 반복하며 버텨나가는게 수험생활인 것 같습니다. 저는 아마 오늘은 이렇게 서러움에 사무쳤어도 내일은 똑같이 7시에 일어나서 1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다시 책상에 앉아 인강을 계속 켜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오늘 무너졌더라도 내일은 일어날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걸 처음 쓰는 당시 감정이 너무 북받쳐올랐기에 문단 구분도 없고 두서도 없는, 연대생이 썼다고 하면 믿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글이지만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쓴거니까 그렇게 생각해주세요. 마지막 부분은 절망적으로 끝내면 아쉬울 것 같기도 하고, 또 괴로운 감정들을 글로서 어떻게든 토로하다보니 나름 기분이 풀린 것 같아서 희망적으로 적게 되었네요. 지금 식단이랑 운동을 함께 하고 있기에 맛난걸 많이 먹을 순 없지만, 대신 기분 조금 풀린 기념으로 자취방 앞의 편의점에 가서 닭꼬치라도 하나 사서 제로콜라랑 같이 먹어야겠습니다. 두서 없는 글 읽는다고 고생많으셨고 다들 좋은 밤 보내시길 바래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걍 서로 과하게 조심조심하는 친구들만 모여서 의자에 테니스공 끼워둔 부엉이도 있었고...
-
근데 우리 과외쌤은 뉴런이 교과서라고 뉴런이나 먼저 끝내라함 ㅜ 수2지금 삼차의...
-
번장에 팔라하는데 옛날책 그대로 팔아도 되나 싶어서
-
인간혐오는 어캄 0
여혐 남혐이 아니라 걍 인간이라는 존재가 싫음
-
반박불가 수학과 1
개쩐다
-
걍 기출만 해도 됨?
-
하루종일 볼펜딸깍 필기하고 책상에볼펜집어던지고 책크게넘기고 ㅅㅂ 생담한테말해도...
-
Fps하는놈들의 사플권을 보장하라 우우
-
짝녀보고왔다 3
여전히예쁘다 휠체어타고 왔냐며 괜찮나고 걱정도 해줬다 진짜너무예쁘다…
-
플랜 B 따위는 만들지 않는다…
-
하는 사람이 있더라구요…? 자습실에서 봤는데 생글/생감이랑 올오카 매월승리가 두...
-
으아아아아ㅏ악 견뎌야하는건맞는데 하아 딱 30분만 더 잘까
-
신문물 ㄷㄷ
-
수강신청 결과 4
의예과 분반 필수교양 두개 빼고 다 했는데…ㅁㅌㅊ? 낼 모레 타 학과 분반으로 다시...
-
연건캠이잖음 ㅋㅋㅋㅋㅋㅋㅋㅋ
-
씨1발
-
잠깐스땁.
-
개인적으로 노베인데 누구들을지 질문은 그 무쓸모긴함 0
일단 시발 노베리면 누굴듣든 열심히들으면실력이오르고 그리고 그사람방식 그대로...
-
합격증 나올 때까지의 불안감 -> 오르비로 견딤 과외 6개에 컨텐츠팀에 조교까지...
-
저장을 안해놨는데 후회되네
-
영웅호걸들의 시간이다
-
공실 세입자를 메소로 구하네 ㅋㅋ
-
근데 이것도 15년도 자료니까 지금은 더 낮아지려나...
-
수강신청이다 3
쥣망하면 자퇴한다 ㅇㅇ
-
지거국 추합 이렇게 안도는건 ㄹㅇ 처음봄
-
수분감 뉴런 한완기 엔제가 낫지 않나요? 고2 모고 3~4면
-
휴학생이고 제가 알바해서 올해 수능칠 계획인데 4월까지 공장알바뛰면서 돈모으다가...
-
아이고 0
Igo
-
그냥 어렵다고 해주셈 ㅇㅇ
-
할일이많은하루군 4
숙취견디기
-
더잘래
-
씻고 밥먹고 출발 에휴.. 파이팅파이팅
-
오늘이 수강신청이구만 오르비언들이 개강맞이 생활패턴 바꾸기를 한게 아니었
-
맨처음에 숫자 잘못 써서 조졌다 했는데 제 앞에 20명인가?밖에 없었어서 2트로 성공
-
국어 인강 질문 2
현역 국어 모고 5 나옵니다 일단 저 스스로를 돌아보면 글 읽는 속도 개느리고...
-
총선서 극우 정당 ‘독일대안당’ 2당으로 급부상…집권당 사민당은 3위 2
기민당·기사당 연합 29%로 1위 대안당, 창당 10여 년 만에 사민당 넘어...
-
pc방 처음 와봤는데 13
가서 헤매면 부끄러울까봐 문앞에서 pc방 이용방법 검색하고 들어감 ㅋㅎㅋㅎㅋㅎ...
-
인강은 언제나 평가원의 시퍼런 저격의 대상이 되니까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려면...
-
처음 시작할땐 이게 뭐노...?했는데 개념 한 번 돌리고 작년 학평 38이면 올해 수능땐...?
-
어떻게 수능공부 얘기보다 수강신청 얘기가 더 많냐 ㅋㅋㅋㅋ 일단 본인도 10시에 수강신청이긴해
-
아빅이면 0
수강신청 하기는 편하긴 함
-
볼륨 적은 편이 낫긴 한데... 그냥 무지성 강e분 갈길까 이원준으로 갈까..
-
담아두기 없음 일괄신청 없고 과목 하나하나 신청 서버 자주 터짐 빡세네요
-
21학점 성공 5
수강신청
-
학장승인대기에서 거의 열흘 멈춰있는 것 같은데
-
경쟁률 2:1이었단 말야 결국 절반은 성공하고 절반은 실패할 운명이었는데 내가...
-
수강신청... 씁슬하다...
-
우흥
-
근전도, 신경전도 (예상) 운동신경원병만 아니길 빌고있음
-
졸려어 0
얼버기

항상응원합니다전적대랑 학교분위기는 확실히 다른가요?
Cfa공부는는 어떤가요...저도 준비해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