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오이카와 또는: 나는 어떻게 걱정을 떨치고 재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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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메인글 보고 저도 넋두리나 해보렵니다. 메인글이 상위 1%의 삶이라면 이 글은 하위 1%의 삶입니다. 제목에서 밝혔듯 이 글의 결말은 결국 모든 것을 잃어버린 도태남이 재수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내용입니다. 읽다가 한심해 보이더라도 너그러이 용서해 주세요. 말투는 제가 좋아하는 어체로 쓰겠습니다.
1. 스스로의 학업적 성취에 대한 평가는 “어디서 공부 이야기 할 때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있을 정도”라고 판단합니다. 중학교 시절엔 그냥저냥 평범한 학생이었으니까요. 남들 다한다는 과고, 영재고 준비 해 본 적 없고, 정보올림피아드만 좀 해봤었네요. 2018년 정올 지역예선에서 온갖 문제 오류가 나왔고, 그 다음해부터 정보올림피아드가 없어졌는데, 딱 마지막 정올때 제 지역 20위 안에 들어서 특별교육 이수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정도일 뿐 최상위권이랑은 거리가 멀었었죠.
2. 초4때 이사를 갔던 전 친구도 많이 없었습니다. 무리에 끼지 못했고, 원래도 소심했던 성격까지 겹쳐 혼자서 책만 봤던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께서 보수적이어서 핸드폰을 사 주지 않으셨거든요.
3. 중학교 때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몇 명의 친한 친구하고만 놀고, 씹덕 되고 나서는 덕질만 하면서 보낸 것 같습니다. 최상위권은 아니었지만 그때도 공부 하나만 할 줄 알았던건 비슷하네요. 워낙 공부 안 하는 지역이어서 뭘 하든 성적은 잘 나왔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4. 사람들과 떨어지고 싶었던 저는 지역 자사고에 진학했습니다. 제 지역에 있는 두 자사고(다른 한 곳은 여고였습니다)중 공부를 못 하는 학교였고, 내신이라도 잘 따보자는 생각으로 간 것이었습니다. 생기부 잘 채워주는 학교라 컴공쪽으로 생각하고 간 것도 있고요. 안타깝게도 제 중학교 동창 중 사이 나쁘던 모 모 친구들이 같은 자사고에 와서 계획은 처참히 실패했지만 말입니다.
5. 제 첫 내신은 2.1이었습니다. 1학기 방학식날 선생님이랑 좀 더 내신 올려서 한양대 목표로 해보자고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저 성적 받고 울었었어요, 왜 내 성적이 2로 시작되는지,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나이에 슬펐나 봅니다.
6. 2학기부터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2학기 중간고사에서 360명 중 3등응 하고, 그 이후로는 전교권에서 놀았습니다. 당연히 내신기간 사이에는 수능 국영수 공부랑 비교과 챙겼고, 원래도 내향적인 성격에 겹쳐서 친구랑 어디 가 보거나 놀았던 기억 자체가없던 것 같습니다.
7. 2학년 때가 코로나 1년차였습니다. 학원은 3주정더 휴강한 끝에 겨우 다시 갔고, 학교는 거의 5월까지 휴교, 그리고 온라인 수업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 때, 빡센 모 학원에다니면서, 하루종일 공부했던 기억아 납니다. 다른 친구들은 게임도 시작하고 그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낸 듯 합니다. 그 친구증 하나의 말을 빌리자면, ‘온라인 수업 중 남들은전부 게임이나 딴짓을 하고 있는데 너는 한다는 딴짓이 수학 과학 숙제였더라’라는 말이 생각이 나네요.
8. 2학년 1학기 중간고사는 여러모로 레전드였습니다. 당시 제 학교는 이과반 6개를 3,3으로 나누어 물1생1, 화1지1을 한 학기동안 끝내는 집중이수제 학교였습니다. 그 중 저는 컴공반(진로별 반 편성이었습니다. 생기부를 위해서) 9반, 8반과 10반은 의대 지망생 반이었고, 상위권들이 포진해 있었습니다. 화1은 의대를 가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중요시 여기는 과목이었으니, 자연스럽게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9. 불행인지 다행인지 화1 기간제 선생이 큰 사고를 내고 맙니다. 중간고사 100점 중 26점 분량이 문제 오류로 전원 정답 처리가 되었고, 저는 4등급이 나옵니다. 코로나를 이유로 제시험은 없었습니다. 울고, 웃고, 울고, 웃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며칠을 보냈습니다.
10. 그렇게 저는 계획을 하나 세웁니다. 당시 화1 후반부에는 중화반응, 농도, 금속의 반응성(교육과정에선 빠졌지만 출제하셨습니다) 등 킬러 문항이 포진해 있었는데, 시험을 어렵게 내 달라고 선생님에게 매일 가스라이팅을 하며 화학을 하루에 5시간씩 했던 기억이 납니다. 선생님께서는 제 기대에 부응해 주시듯 총 11장짜리 길고 아름다운 화학 시험지를 가져오셨고, 87점을 받은 저는 전교 1등을 하며, 최종 1등급으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11. 2학기는 물리1의 학기였습니다만, 지 학교 물리 선생이 시험을 매우 특이하게 내는 분이라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내신의 지엽적인 말장난 문제로 물리를 내시는 분이셨고, 수행평가 운영 역시 매우 자의적이었습니다. 시험 문제가 좀 심각한데, 교과서 역학 파트문장들을 쭉 긁어와서 단어 하나씩 바꾸고 합답형을 내는 정신나간 분이셨습니다. 수행평가와 중간고사는 망쳤고, 그 때 스트레스가 폭발해서 정신과에 처음 가보고, 항우울제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12. 그 와중에도 비교과는 계속되었습니다. 일주일 내내 밤을 세서 대회준비를 하고(결국 그 대회는 대상으로 중기부 장관상을 받았네요), 잠도 못 자는 와중에 모든 학원과 모든 숙제를 다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쯤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컴공, 개발은 저의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13. 물리1은 3등급으로 마무리했습니다. 2.1과 더불어 유이한 학창시절 성적의 오점이었습니다.
14. 그래도 작은 꿈이 생기긴 했습니다. 약대 학부선발(peet폐지) 1년차니, 약대에 지원해 보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교과 지역인재 전형을 노려보기로 결정합니다.
15. 의치한약수 교과는 최저가 매우 중요하기에, 고3때 수능, 내신, 비교과를 동시에 챙기는 희대의 미친짓을 하기 시작합니다.(정신적으로 엄청 피폐해져요, 이걸 하는게 맞나 싶고… 현타도 심하고…) 그리고 학교는 저에게 빅엿을 날립니다.
16. 고3때는 수능특강으로 수업을 하고, 수능을 도와주게 모의고사도 종종 보는 것이 국룰 아니겠습니까. 제 학교는 ’교육과정 준수‘, ’생기부의 유리함‘을 위해 교과서’만‘으로 진도를 나가고, 수능과는 전혀 관련없는 내용을 시험에 내고, 학교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3모를 제외한 모든 교육청 모의고사를 보지 않는 짓을 합니다. 솔직히 이때 엄청 화도 났고, 학교 친구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싫어졌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던 때로 회상됩니다.
17. 동시에 저와 친했던 친구와 꽤 크게 싸웠고 그때 친구가 저에게 한 ’진로 걱정이나 진지한 고민 없이 무지성으로 메디컬을 바라는 것은 부도덕하다‘는 말을 듣고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릴 정도로 극대노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이 이야기에는 편집된 부분도 많고,지금 와서는 저도 잘못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저도 분명 그를 상쳐입혔다 생각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씁쓸한 일입니다. 세카이노어와리의 노래 가사를 인용하자면 ’서로를 이해하지만 우린 다른 사람이니 어쩔 수 없네.‘
18. 그래도 3년 내내 모의고사 공부한 짬이 있어서 국어, 수학, 영어는 1등급 내외가 떴었고, 과탐은 불안불안했습니다만, 의대라는 희망을 가져보게 됩니다. 3년전 한양대를 상향으로 생각하던 학생이 의대를 생각하게 된다니,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19. 안타깝게도 9평에서 삐끗한 저는 엄청난 불안에 빠집니다.(이 때부터 우울증 약 용량을 늘린 것으로 기억하네요) 의대는 못 쓰겠고… 치대도 불안불안하고… 결국 선택한 것이 한의대입니다.
그렇게 수시 6장중 5장 교과, 1장 한양대 컴소과 종합, 이후 유니스트 켄텍을 쓰는 희대의 뻘짓을 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하향지원이 되어 버렸네요.
20. 수능날, 사실 별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그냥 생각보다 안 추웠다는 기억이 나네요. 국어 파본검사 할때 보이던 ‘브레턴우즈‘라는 단어가 그렇게 밉더군요, 그렇게 현역 21111의 수능은 끝이 났고, 살면서 처음 받아본 탐구 11과 살면서 처음 받아본 국어 2등급이라는 아이러니한 결과와 함께 저는 한의대에 진학합니다.
21. 여기까지만 보면 이게 왜 실패한 자의 이야기인지 의아해하실 분들이 계실겁니다. 이야기의 나머지 뒷면은 이제 시작입니다. 고등학생 3년 내내 (코로나를 고려하더리도) 친구들, 청춘, 취미라는 단어를 겪어 본 기억이 없습니다. 고2 체육대회날은 학교 안 오고 공부했고, 고3때 졸업앨범 찍을때도 후딱 찍고 집 가서 공부했고, 수시철 정말 분위기개판인 반에서 혼자 더그파, 서바 강대모고 풀고…
밖에서 친구랑 저녁먹은 기억은 학원가기 전 먹은것밖에 없었고, 옷을 사 본 기억도, 행복하게 웃어본 기억도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22. 정신이 망가진 채로 살다보니 입은 거칠어지고, 말투는 커뮤식 말투에 동화되고, 할 줄 아는건 매운맛 개드립 섹드립과 헛소리밖에 없는 저는 대학에서 친구 없이 혼자로 지내게 됩니다.
23. 물론 몇몇 동기들은 절 좋아할 것이고, 몇몇 동기들은 절 싫어할 것이고, 나머지는 저에게 관심이 없을 것입니다. 그 싫어하는 동기들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들이 과 내에서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지도 전혀 알지 못한다는 점이 저에게는 큰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24.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커뮤 그만좀 들여다보라고. 저는 답했습니다. 제가 커뮤를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는 사람과는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고요.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25. 그래도 제 나름대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보려고 하고, 친해져보려 했습니다만, 결과는실패 같습니다. 솔직히 아직도 원인은 잘 모르겠고, 그냥 저라는 인간이 뭔가 저주받은 인간이라, 사람들이랑 못 친해지나 보다 생각하고 있어요. 대학에 가놓고도 대인관계 때문에 우울증 약 용량은 늘었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26. 동시에 다시 의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모님께선 반대하셨고, 저는 여름 해외여행 후 귀국길에 시바스 리갈 한 병을 사다 따라드리며 말씀드렸고, 재수 허락을 받게 됩니다.
27. 이게 제가 살아온 인생입니다. 멘헤라의 현실도피성 넋두리라고 느끼셨다면, 잘 읽으셨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 글은 하위 1%의 삶을 보여주려는 글입니다. 흔히 말하는 ‘공부 잘하는 찐따’의 전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28. 올해로 고1이 된 동생 때문에 부모님께서 걱정이 있으신 것 같은데, 전 이야기드렀습니다. 동생이 대학은 나보다 못 갈지라도 나보다 행복한 삶을 살 것 같다고 말입니다. 솔직히 이제는 뭐가 행복이고 뭐가 우울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29. 결국 전 행복을 찾아 재수를 시작한 셈입니다. 여러 생각을 하며 재수를 시작했고, 이렇게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인생이 굴러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 글을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모든 분들이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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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 내신 이정도라도 받아놨으니 내년이라도 내신으로 어디는 가겠지 ㅋ 마인드였던거라 좀 들했을듯 이라 쓰는데 솔직히 님내신이랑 큰 차이없음

사실 중간에 편집한 이야기도 있긴해요저거보다 더 좋았다 ㅆㄱㅁㅊㄷ
화학 시험지 11장은 ㅋㅋㅋㅋㅋ
선생이 들어와서 시험지 뒤로 넘기라는데 시험지가 안끝남 ㅋㅋㅋㅋ

그때 국어 영어 시험지 합친거보다 화학이 더 많았어요시험 끝나고 애들 반응이 화끈했겠네요 ㅋㅋㅋㅋㅋ

누가 육성으로 이**(선생 이름) 씨발련아 외치던데아.. 그 선생님 누군지 알겠네요 ㅋㅋ
지금껏 정말 열심히 사셨네요.. 앞으로 행복한 나날들만 있길 바랍니다
오히려 현역시절 퍼포먼스가 안 나와서 고민중이긴 해요 ㅎㅎ

이렇게 노력하시는 분이시라면 행복해지실 수 있으실 거예요 분명!저도 항우울제를 근 3년동안 복용했었는데, 이번 달부터 정신과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었어요! 기약이 없어 힘드시겠지만 버티면 분명 좋은날이 올거예요
정성들여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표현이 정말 뭉클하네요....
약연님도 행복하시길!!

꼭 행복을 찾으실 수 있을거에요!항상 응원합니다 ♡
저는 출신고교가 자사고인데 충고보다.. ㅎㅎ한 학교이고 그래도 잔디도 있는 개성있었어서ㅋㅋ
특정 "수학 동아리" 들어가면 선생님 캐리받고 좀 수학 못해도 한기대라고 천안에 있는데 논술준비도 받고 세특도 캐리받더라구요
막 3점대인데 기적적으로 한양대 붙는거나 최저 못맞춰서 고려대 못가고 그런수준인데ㅋㅋ(전 그 사이에서도 공부를 못했네요)
그래도 자사고가면 세특이나 활동에 치일텐데 버텨서 21111받은것만해도 대단한거죠
머신고이신지??
헉.. 어떻게아셨지..
오이카와상님은 대성고 이신가보네요

동창님 ㅎㅇ
에.. 저는 허수 화석선배일뿐..ㅠ.ㅠ창의반 한번도 가본적도 없는 그냥 세특챙기는 학생이었답니다..
요즘도 내신 6.2 전북대 간거나 8점대인데 어디 국립대 간 애들 백암관에서 특강하는지 궁금하네요 ㅋㅋ
자기에 대한 평가가 나쁘면 나쁠수록 성과가 잘 나오는데 불행해지고
자기에 대한 평가가 좋으면 좋을수록 성과가 덜 나오는데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의 글을 읽고 어느 부분에서는 ㄹㅈㄷㄱㅁ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이걸 이렇게까지 혹독하게 평가하시나 하고 안타까웠습니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때 기회비용에서 명시적 비용을 공부(특히 메디컬 입시)에 꼬라박는 게 그 비용을 대인관계에 쓰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고 선생님도 무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셨으니 공부를 누구보다 열심히 하셨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대인관계를 못 한다고 스스로 너무 비하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인관계는 여러 공부나 훈련으로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쓰신 글에 그동안 노력하신 게 ㄹㅇ 선명하게 보입니다. 역시 이런 분이 goat 의대를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의대를 가셨으면 좋겠고 결과가 어찌되든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엄청 많으니 후회없는 삶...은 이미 보내고 계시겠네옹. 그럼 허수 여고생은 화이팅만 외치고 돌아가겠습니다. ㅋㅋ

여고?생잘 읽었어요
글 읽으면서 느낀 건
글로 적어도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하고
치열하게 살아오신지가 느껴지네요
그동안 고생도 많으셨고 수고했고
앞으로 원하는 환경에서 원하는 공부하며
행복하게 살아봐요
한준이 여기서도 저격당하네 ㅋㅋㅋ
17노래 이름이 기억 안나네요...뭐였더라
Dragon night
댓글보니 동향인것 같네요!!
(저도 머전에서 고닥교 나옴)
올해 수능 꼭 성공하세요!!
앞으론 좋은 일만 있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