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Ami [253906] · MS 2008 · 쪽지

2011-01-17 16:30:36
조회수 1,663

교차한의대쓰시고 고민중이신 문과생분들께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27287

제가 아직 한의대 1년밖에 겪어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작년 이맘떄쯤 '선택'에 있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도움이 됬으면 하고자 글을 써봣네요 ㅎ(고학번 분들이 보시면 우습겠으나 양해바랍니다)

재수를 하면서

저 또한 교차한의대는 생각안하고 문과생이다 보니 옛날부터 문과적인 진로, 문과적인 생각, 문과적인 꿈 등을 가지며 살아왔어요.

현역을 넘어서 재수할때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수능을 치고 원서를 '쓸 떄'조차도 제 우선순위는 문과생이었다보니 나군,가군,다군 순이었습니다.

그리고 원서를 쓰고나서

많은 고민을 했었죠.

일단 예전부터 교차한의대나 한의대 생각이 있으셨던 문과생이 아니라면

대개의 문과생분들은 한의대가 문과생들이 가는 대학들보다 안정성이 좋든, 미래가 보장되든지 간에

'일단은' 문과생이다보니 문과대학 가는 것이 '정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고등학교에서 문과/이과로 나뉘면서 일단 문과를 선택하였으니(처음부터 교차한의대노리고 문과지원생각하신분 말구염)

문과계열 직업으로 고등학교때 관심도 많이 가지고, 거기에 꿈을 갖게 되고, 그 직종에 가기 위한 학과를 선택하게 되고 합니다.

말이 난잡하긴 한대,

요지는 문과생이면 문과계열대학가는것이 '일반적'이라는 거네요. 실제로 다군 교차입시에서 예비번호가 많이 도는 이유도 있지요.

그런데 한가지 고려해야할 게 '기회비용'입니다.

차라리 문과생이(계속 문과,이과 구분해서 용어사용하는데 양해바랍니다) 교차한의대같은 길이 없었다면 이런 기회비용은 생기지 않았을텐데

'한의사로서의 삶'이라는 커다란 기회비용이 생깁니다.

뭐 저도 수능때 경제 끄적거린 정도밖에 안되지만, 경제선택을 할 떄 이 기회비용이 선택의 결과보다 크면 안되지요.

즉, 교차한의대랑 서울대 연고대 등을 동시에 붙은 사람에겐 스카이를 선택했었다면, 교차한의대 지원시 한의사로서의 삶이라는 기회비용이 생기죠.

여기서 저는 큰 고민을 했습니다.

과연 내가 이 기회비용을 커버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지금 생각하는 장래희망이라던지 목표가 과연 진짜 내게 맞는 것이고, 단순한 물질적인 기회비용을 넘어서 정신적인 기회비용(수입,환경등을 떠나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싶은 일은 한다던지.. 자아성취 등등)까지 커버가 가능할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내린 결론은 '한의사로서의 삶이라는 기회비용을 커버할 수 없다'였습니다. 이것은 내 자신을 비하하거나 자괴감에 나타난 결론이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제가 내린 '경제적 선택'이었을 뿐입니다. 단순히 물질적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까지 모두 고려했을 때, '저에게는' 한의대 선택이 고려대선택보다 더 효율적인 경제적 선택이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한의대에 진학했고, 지금은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재수공부를 하면서 나온 수능결과에 2% 아쉬운 감은 있었으나, 한의대 원서를 쓴 것과, 또 한의대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아주 탁월했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제 인생 최고의 선택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글이 많이 난잡하긴 하지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겟네요 ㅎ
꼭, '한의사가 대기업회사원보다 낫다, 회계사보다 낫더라' 이런게 아니라 '각각의' 상대적으로 봤을 떄, 물질적, 정신적 기회비용 측면을 고려해서(물론 선택은 잘못될 수 있습니다. 선택일 뿐이죠)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한의대를 포기하고 문과대학으로 가시는 분들은 한의사로서의 삶이라는 큰 기회비용을 항상 생각하시고, 꼭 그 계열로 최고가 되고자 노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Sniper.[張] · 353837 · 11/01/17 16:46

    덧붙여서.. 한의대는 문과와 이과의 중간지점에 있는것 같아요..
    일단 서류상 이과로 되어있으니 문과생들을 교차지원자로 구별은 하지만..
    한의대가 괜히 문과를 많이 받는게 아니잖아요.

    개인적으로 한의대는 문이과 구분이 딱히 없고..
    문과생들에게 하나의 '일반적인' 진로 중 하나로 인식되야 한다고 생각해요.
    화학 생물 문과생들 걱정하지만.. 실상 제일 어려운건 한문, 원전 등 어문계열이니..

    어찌보면 문이과 모두 유리하고 어찌보면 문이과 모두 불리한..
    중간지점이죠 뭐 ㅋ_ㅋ

  • 매우고민중 · 360776 · 11/01/17 23:52 · MS 2010

    전 이과지만 고민하고 있는 문과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글이네요 ㅎ

  • 빛의계열 · 320104 · 11/01/20 00:45 · MS 2009

    선배님 저하고 똑같은 생각을 갖고계시네요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