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한 짝사랑 이야기_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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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기다리고 계셨던 분 있나요...? 3편 올려봅니다~
모바일보다는 컴퓨터로 보시는 걸 추천 드려요 ㅎㅎ
1편 링크
2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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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극 그리고 착각
BIG NAUGHTY - 친구로 지내다보면 (Feat. 김민석) 완벽한 감정이입을 위해서 꼭 같이 들어주세요...!
정신없이 대학 생활을 보내던 중
늘 그렇듯 단둘이 새벽에 만나서 캔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교수님 과제가 많아서 힘들다고 서로 투정부리고
팀플 수업에 무임승차하는 동기가 있다며 불평하고
시시콜콜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던 중 잠깐 정적이 흘렀다.
서로 먼 산을 바라보며 손톱만 만지작거리던 순간,
네 폰 화면에 인스타그램 알림이 여러 번 떴다.
넌 내가 여태껏 본 적 없던 환한 표정을 짓고
미리보기로 알림을 읽은 뒤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함께 있으며 그 사소한 습관은
항상 네 기분이 좋을 때 나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넌 말할지 말지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넌 썸이 뭐라고 생각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말했다.
아직도 잊을 만하면 가끔 꿈에 나와 날 괴롭히는 질문이다.
웃긴 건 꿈에 나올 때마다 내 대답은 바뀐다.
어떨 때는 극단적으로 우리 사이가 썸이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고
어떨 때는 썸남이 생겼냐며 널 다그치기도 했고
어떨 때는 아무 대답 없이 그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꿈꾸는 것은 자유니까.
꿈에서라도 너와 이어지기 위해서 여러 번 반응을 다르게 해 본 것 같다.
이렇게 하면 네 옆자리를 내가 차지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러나 날 깨우는 알람 소리에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면
여전히 현실은 변하지 않았고, 싱숭생숭한 기분으로 그날 아침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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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 질문을 했을 때,
누가 조작이라도 한 듯 시간이 멈춰버린 기분이었다.
고요한 새벽 공기를 가로질러 멀리서 날아오는
왁자지껄한 웃음들이 다른 세상의 것처럼 느껴졌다.
5초 정도 지났을까.
난 얼른 대답하려 했지만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당황하는 것도 이상하고,
아무렇게나 대답하는 것도 앞으로의 관계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기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했다.
‘갑자기 이걸 왜 묻지?’
‘난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내 마음을 눈치챈건가?’
‘이게 바로 에타 핫게에 올라오던 시그널인가?’
아까 본 네 표정이 잊혀지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수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당황한 채로 횡설수설했다.
“사람마다 다 달라서 주관적일 것 같은데..."
"단둘이 계속? 만나고 연락하면서 묘한 기류가 흐른다면 썸 아닐까?"
"근데 갑자기 왜 ㅋㅋㅋㅋ”
우리 관계를 대입하면서도 안 한 듯, 최선을 다해 대답했다.
드디어 네가 나를 이성으로 보는 순간이 왔구나.
설레면서도 걱정되는, 1시간 같이 느껴지는 30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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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기대는 예상 밖의 대답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넌 요즘 네 감정이 너무 헷갈린다고 했다.
지금까지 대학에 와서 같은 과 남자들이랑 연락해도
아무 생각이 안 들고, 귀찮을 때도 많았는데
새롭게 알게 된 지인이 부담스럽지 않다고 했다.
이때 쎄한 기분이 들었지만 끝까지 네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얼마 전, 학원에서 같이 일하는 다른 학교 선배와 단둘이 밥을 먹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날 이후로 꾸준히 선배한테서 사적인 연락이 오는데 싫지 않다는 것이다.
먼저 연락을 하고 싶은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 연락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경쟁자의 등장은 내 머릿속에 없던 엄청난 변수였기에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속으로 씨발만 수백 번 외쳤던 것 같다.
너무 늦었었다.
언제나 내 옆에 네가 있으리라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최근 들어 그 사람과 같이 시간을 보내느라
동기들과 약속을 잡아도 네 모습을 잘 볼 수 없었던 것이고,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술자리를 떠났던 것도
술에 취한 그 사람을 자취방에 데려다 주기 위한 것이었다.
더 이상 네 얘기를 듣다가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
장난식으로 네 얘기를 멈추게 했다.
"이미 썸이네~ 더 안 말해도 알겠다 ㅋㅋㅋㅋ"
"아 그런가...? 나도 오랜만이라 설레면서도 헷갈리네..."
부끄러워서 그런지 네 얼굴은 붉게 물들어있었다.
너도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여자였구나...
난 아직 출발선에 머물러 있는데, 이미 게임은 끝나가고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빨리 출발했다면...'
'아니 언제 출발했어야 했을까.'
'처음부터 내 감정에 솔직했어야 했나.'
왜 이런 얘기를 하필 나한테 하냐며 속으로 욕하던 찰나,
넌 주위에 믿을 수 있는 친한 남자는 나밖에 없다고,
순수한 표정으로 가끔 연애 상담 해줄 수 있냐고 했다.
진짜 서글프고 비참했다.
최대한 표정이 흐트러지지 않게 관리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이 대답했다.
“연애에 정답이 어디 있어~ 나한테 묻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해 ㅋㅋㅋㅋㅋ 잘 되길 응원할게.”
정말 추하디 추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날 위해서 그리고 널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었다.
네 연애 상황을 더 알고 싶지 않았고,
거짓된 모습으로 친구인 척 네 연애 고민을 들어주는 것도 위선적인 것 같았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넌 이미 썸이 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넌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다고 넌지시 속마음을 드러낸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친구로서 선을 지켜야 할 것 같다고.
그러니 너도 친구로서 선을 지켜달라고.
더 이상 예전처럼 지내기 힘들 것 같다고.
그렇게 그날은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에게 연애 상담을 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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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쯤 돼서 포기해야 했는데,
미련한 나란 녀석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며 자기합리화를 시작했다.
친구라는 가면을 벗어 던지고 당장에라도 호감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너와 관계가 잘못되었다가는 인간관계가 불편해질 수도 있었기에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행동했다.
연락 빈도부터 조금씩 늘리려 했지만, 연락이라는 건 상호 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미 관심이 가는 남자가 생겨버린 넌 차츰 답장 속도도 느려지고
카톡창에는 무의미한 대화들만 오고 갔다.
예전에는 네 연락이 오랫동안 안 와도 사정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았는데,
그날 이후로 네 연락만 기다리며 초조하게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우리가 나눈 카톡을 위에서부터 쭈욱 읽어보니
난 네 일상생활을 취조하는 형사와 다름없었다.
나만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네 대답이 조금씩 짧아지는 게 확연히 눈에 보였다.
널 쏙 빼닮은 귀여운 토끼도 더 이상 카톡에 등장하지 않았다.
집착은 건강한 관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기말고사 공부를 같이하자는 핑계로 단둘이 자주 만나려 했다.
다행히 별 의심 없이 넌 나와주었고,
함께 시험을 준비하며 우리 관계가 어쩌면 더 진전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졌다.
반나절을 공부로 불태우고 새벽 즈음
함께 기숙사로 향하는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며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 난 너무 행복했다.
요즘도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그 노래의 전주가 흘러나올 때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만 같아 아련해진다.
혹시 이 노래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을 끄적여볼까 한다.
내 곁에 있어요
그대 내 맘을 잘 알잖아요
모두 안고 떠나요
내 맘도
눈 감으면 다 사라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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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도 몇 번 더 만나서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널 대하며 친구로서의 선을 넘을 기회를 호시탐탐 엿봤다.
그 남자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널 좋아하는 티가 날까 봐 꾹 참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최선을 다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좋아하는 티를 내야 하면서도, 낼 수 없는 모순적인 상황이었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던 중,
내가 널 좋아한다는 걸 아는 유일한 동기가 할 말이 있다며 날을 잡아 밥을 먹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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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 중 이제 위기에 온 것 같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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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할때는 남자는 꼭 제목에 (남) 이라고 표시 부탁해요. 광클 하고 들어갔는데...
선댓 후감상
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기다리시는 것 같길래 저녁 시간에 짬내서 올려봤어용
팔로우와 좋아요 부탁드려요!
떳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저도 메인글 한 번 가보고 싶네용
설마 그 동기가 설마
예?? 절대 아실 수 없을텐데...
동기가 썸남이였구나
무슨 동기여...??? 제가 드립을 이해못하는 건가요 아니면 실제로 여쭙고 계시는건가용
어째서 데이터쪼가리를 보고 있는데 눙물이 멈추지 않는거야!
진짜 세상이 밉다 증말
진짜 비극은 시작도 안 했는 걸요... 눈물을 흘리셨다니 맘 아프네요
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ㅎㅎ... 조만간 4편 업로드 하겠습니다!
하 2편까지는 내 얘기 같다.. 3편은 아직 경험하지 않아서..
이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겪은 유경험자로서... 2편에서 빨리 끝내세요 ㅠㅠ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그게 서로에게 가장 좋은 것 같아여 ㅋㅋㅋ
ㅠ 얼마전에 같이 벚꽃 보러가면서 분위기는 좋았는데.. 제가 재수학원을 들어가서.. 또 멀어지네여 ㅠㅠㅠㅠㅠㅠㅠ
어.. 그럼 단념합시다 깔끔하게 ㅋㅋㅋ그게 정답이에요
잠시 잊었다가 더 멋진 모습으로 마주합시다 그게 그분도 더 좋을 거에요 만약 그 사이 그분께서 남자친구가 생기면 인연이 아니었던 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