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럭무럭나무 [1227941] · MS 2023 (수정됨) · 쪽지

2023-04-16 15: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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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짝사랑 이야기_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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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현재 인서울 대학교 중 하나 다니고 있는 평범한 대학생 중 한 명입니다. 


작년 재수를 결심하고 지금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중간 중간 힘들 때가 있더라구요 ㅠㅠ


그래서 조금 건전한 취미가 뭐가 있을까 하다가 소설이나 자서전 비스무리한 걸 쓰기 시작했어요 ㅎㅎ


어릴 때 꿈이 작가이기도 해서 머리 아플 때마다 조금씩 메모장에 끄적이곤 해왔습니다...


모든 이야기는 100% 실화이고, 한 줌의 거짓도 보태지 않았음을 굳게 맹세합니다.


공부하다가 머리 아프실 때 조금씩 읽어보세요~ 


제가 처음 적어볼 이야기는 대학교 때 했던 가슴 아픈 짝사랑 이야기에요 


아마 이번 시리즈는 8편? 정도로 나눠서 올릴 것 같네요


뭐 누구나 해본 경험이라 특별하게 느껴지시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ㅎㅎ


반응 좋으면 다른 소재로도 올려볼까 하구 혹시나 아쉬운 점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감정표현이나 주변 묘사 등)




1. 만남 그리고 시작 TOIL, GIST - PUZZLE (Feat. Cheeze) 같이 들으시면서 읽기 추천드립니다!


널 처음 본 건 새로 사귄 동기와 편맥하러 학교 근처 공원에 가는 길이었다. 


대부분 짝사랑처럼 첫눈에 반했다던가 운명임을 느꼈다 등 이런 뻔한 감정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넌 대학에 왔다는 설렘으로 가득 찬 지극히 평범한 풋풋한 새내기처럼 보였다. 


동기가 너랑 내가 같은 과에 같은 고향 출신이라며 서로를 소개해주었는데,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왠지 모를 유대감이 느껴졌다.


너한테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되게 포근하고 자유롭게 느껴져 부담 없이 말을 걸 수 있었다.


“얘랑 친한 것 같은데 시간 괜찮으면 지금 편맥하러 갈래요?”


“어차피 기숙사 들어가서 할 것도 없었는데 잘됐네요. 같이 가요 ㅎㅎ”


구석진 벤치에 자리 잡고 캔맥주를 몇 모금 들이킨 뒤 어색한 정적을 깨기 위해 조심스럽게 고향을

소재로 처음 말을 건넸다.


그런데 진짜 잘 맞았다.  


중고등학교 시절 가지고 있는 추억을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인가 서로 흥분해서


존댓말은 잊어버리고 말을 놓고 있었다. 


같은 고향 사람들만 아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10년지기 친구와 같이 있는 느낌이었다.


왜 어른들이 타지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동기는 우리가 스스럼없이 가까워지는 모습을 옆에서 신기하게 보고만 있었다. (좀 미안했어)


고등학교는 달랐지만 의외로 공통 지인도 많아 이야기 소재가 끊이지 않았고, 


대화가 물흐르듯이 이어졌다.


집도 생각보다 가까워 여름방학 때 자주 만나서 놀기로 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더 적고 싶었지만, 지역이 특정될까봐 못 언급하는 점 죄송합니다 ㅠ)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지도 못했는데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분 좋았다. 


넌 사소한 농담에도 까르르 웃어주고, 우울한 이야기에는 같이 슬퍼해 주는, 


감정 표현이 풍부한 그런 사람이었다. 


아마 그날, 넌 사랑이라는 씨앗을 내 심장에 뿌리고 간 것 같다. 


하지만 그때는 내가 썸을 타던 사람이 있었기에 이 씨앗이 새싹을 틔우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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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공 수업뿐만 아니라 겹치는 비전공 수업도 많아, 


다른 과 동기들보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MBTI도 거의 비슷해 우린 최고의 소울메이트였다. 


매사에 계획을 세우는 철저한 J, 그리고 그런 J를 군말없이 따라와주는 자유분방한 P. 


성별만 같았다면, 죽을 때까지 함께할 수 있을 평생의 친구가 너였을 것 같다. 


처음 보고 일주일 뒤, 단둘이 점심을 먹다가 좋아하는 노래 장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신기하게도 우린 둘 다 힙합을 좋아했고, 좋아하는 가수도 같았다. 


밥 먹고 시간도 남아 그 길로 노래방에 갔고,


넌 내 노래를 들어주며 이렇게 잘 부르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극찬을 했다. 


평소에 혼자 노래방에서 자주 연습하곤 했는데


내 노래 실력을 보여준 건 네가 처음이라 더 기분 좋았다.


어쩌면, 그 이후로 넌 나에 대한 경계심을 완전히 풀어버린 것 같다.


물론 그 당시에는 나도 이성적인 마음이 거의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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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둘이서든, 동기들과 함께든 거의 매일 만났고 이야기를 하다가 밤을 지새운 적도 많았다. 


네 술버릇은 항상 똑같았고 재밌었기에 아직도 기억한다. 


누가 취했냐고 물어보면, 


“아니 잠깐만, OO씨. 나 안 취했어~ 우리 한 잔 더 해~ 짜아안~”


내가 이걸 따라 하니 거울 치료된다면서 다시는 안 하겠다고 해놓고서는,


어김없이 술을 마시는 날이면 또 반복하는 네가 정말 웃겼다. 


넌 기억 못 하겠지만 네가 술을 많이 마신 날, 벤치에 앉아 고개를 꾸벅거리며 


그날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5번 정도 얘기한 적이 있었다.


알았다고 하는데도 아니 잠깐만이라 한 뒤에 다시 그 이야기를 반복하는 너, 조금 귀여웠다. 


내가 귀찮다는 티를 내자 어깨를 살짝 밀치며 토라진 척하는 너, 조금 매력적이었다. 


기숙사에 데려다 주니, 꾸벅 인사를 하며 감사합니다~ 라고 한 뒤 비틀거리는 너, 조금 예뻤다.


생각지도 못한 매력이 훅 심장을 때린 기분이었다.


헤어지고 심장이 자꾸만 두근거려 산책하면서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널 좋아하는 게 아닐 거라고, 아니어야만 한다고 내 마음을 애써 부정했다.


술기운에 잠깐 헷갈리는 것이라고, 내일이 오면 전부 잊어버릴 감정이라 되새겨보려 했다.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왔으면서 이제 와서 널 좋아한다는 사실을 네가 알게 되면 실망할 것 같았다.


서로를 가장 친한 친구로 생각하며 쌓아온 신뢰를 잠깐의 감정에 휘둘려 산산조각 내고 싶지 않았다.


냉정하게 생각하기 위해 차가운 밤공기를 가슴 깊숙이 들이마신 후, 잠깐 걸음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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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보냈던 시간들을 머릿속에서 더듬어보았다.


처음 술을 마시고,


처음 밤을 새서 놀고


처음 홍대를 가고


처음 한강을 가고,


처음 내 노래를 들려주었다.


이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추억들이 떠올랐고


내가 서울에 올라와서 한 모든 첫 경험에는 다 네가 있었다. 


썸이 깨졌을 때 내 잘못이 아니라 상대방이 이상한 것이라며 자책하지 말라고, 


내 옆에서 누구보다 화내주었던 건 너였다.


네 덕분에 바닥까지 추락했던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가족 문제로 힘든 시기를 보낼 때  해결책을 말해주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위로해주었던 것도 너 뿐이었다. 


네 덕분에 지금 가족 관계도 많이 나아진 것 같다.


짧은 한숨을 내쉬며 난 결정했다. 


조금 이기적일지도 모르지만, 널 좋아하기로 했다. 


난 널 좋아할 자격이 있는 놈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하나, 둘, 셋, 넷...


그날따라 유독 서울의 밤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많이 떠있었다.


기숙사로 돌아온 후, 너와 단둘이 풀밭에 누워 저 별들을 같이 세는 그날을 떠올리며 잠에 들었다.


그날 이후, 같이 붙어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이미 너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데도 더 알고 싶어졌고,


가슴속에서는 새싹이 더 빠른 속도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에 부합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너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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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는 도입부다 보니 조금 지루한 면이 있을 것 같네요 ㅠ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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