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럭무럭나무 [1227941] · MS 2023 · 쪽지

2023-04-16 17:06:45
조회수 1,956

풋풋한 짝사랑 이야기_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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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오늘 2편까지 올리도록 할게요... 


1편 링크입니다! 좋아요와 팔로우 살짝씩 부탁드릴게요.... ㅎ


https://orbi.kr/00062703130#c_62703245





2. 벚꽃 그리고 너 

FDR - RUNAWAY  B.I. - COSMOS, 미스피츠 - 초록숲, BOBBY - 벚꽃 들으시면서 읽는 걸 추천드려요!



널 좋아하기로 결정하고 나서도 여전히 헷갈렸다. 


인간적 호감인지, 이성적 호감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너에 대한 내 태도를 바꾸지도 않았다.


내 마음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친구처럼 편하게 대했고, 너 또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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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네가 내 가슴에 뿌린 씨앗이 꽃을 피운 건, 벚꽃이 흩날리던 4월의 어느 날이었다. 


나와 동기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쌓이는 과제와 중간고사 준비 때문에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카페에 모여 앉아 잠깐 쉬던 중 누군가 말했다.


"우리 벚꽃 보러 가자."


그 자리에 있던 모두 눈이 휘둥그레져 서로를 바라보고는, 이내 소란스러워졌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압박감 따위는 전부 쓰레기통에 던졌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일탈이 필요했다.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런 영양제가 필요했다.


어디 갈지 검색하고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나에게 임무가 주어졌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벚꽃 명소를 찾아오는 것.


명소 근처 맛집들 중 가장 소문난 곳으로 이끌어줄 것.


(이럴 때만 다들 J를 찾는 동기들...)


그렇지만 난 원래 계획 짜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흔쾌히 알았다고 말했다. 


그날 밤, 벚꽃 보러 가는 걸 핑계로 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전화 버튼을 누르기가 쉽지 않았다. 


한 번 네가 이성적으로 보이고 나니, 널 평소처럼 대하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누른 후, 침을 꿀꺽 삼키며 네가 전화 받기를 기다렸다.


신호음이 몇 번 간 뒤 언제 들어도 밝은 네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왜 전화했어?"


"아 별일은 아니고... 너 벚꽃 보러 평소에 가보고 싶던 곳 있어?"


"음...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 아 나 인스타에서 봤던 데 거기 가보고 싶어"

(어디 놀러 갔는지 이름을 밝히지는 않을게요...)


네가 가보고 싶다고 한 곳을 들은 후 전부 계획을 너에게 맞췄다.


평소 네가 닭갈비라 하면 환장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주변에서 가장 맛있다고 하는 닭갈비집을 미리 찾아보고 예약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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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시절, 난 성적에 신경 쓰느라 친구들과 마음 놓고 놀아본 적이 거의 없었다. 


정신 차리고 공부를 시작한 뒤 모의고사든 내신이든 만족스러운 성적을 받은 적이 없었기에 


시험이 끝난 날이면 스스로 채찍질하기 위해 방안에 들어가 평소보다 더 열심히 했었다. 


남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스럽게도 공부는 노력에 비례한다는 말 그대로 


내 기준에서 만족스러운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대신, 다른 친구들처럼 아름다운 추억을 쌓을 수는 없었다. 


그런 나였기에, 첫 벚꽃 놀이를, 그것도 너와 함께 간다는 건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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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새 약속 당일이 되었다.


약속 장소에 삼삼오오 모여든 동기들과 인사를 나누며 눈으로는 바쁘게 너만 찾았다. 


얼마나 예쁘게 꾸미고 올지 너무 기대되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늦어서 미안하다며 멀리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너의 모습이 보였다. 


흰색 블라우스에 평범한 청바지를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상큼해 보였다. 

(이런 걸 콩깍지가 씌였다고 하는 건가...)


내 눈에는 그 자리에 있던 동기 중 네가 제일 빛나 보였다. 


네 소중한 기억에 내가 자리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설레어서 가는 내내 지하철에서 들떠 있었다.  


다른 동기들도 즐거웠는지 정신없이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도착했다. 


한창 만개한 벚꽃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중간중간 우리를 지나쳐가는 다정한 연인들을 보며 


내 옆에 있는 네 손을 살며시 잡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정신줄을 겨우 부여잡은 채 북적거리는 인파 속을 뚫고 짐을 놔둔 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동기들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소중한 사진을 남기는 중에도 계속 너를 힐끔거렸다. 


나중에 보니 사진 속 내 눈동자가 자꾸만 다른 곳을 향하고 있어서 


친구들이 카메라 대신 어디 봤냐고 핀잔을 주었다.


기진맥진한 채로 다들 앉아있을 때 네가 친구랑 벚꽃 나무 아래서


허공에다 헛손질을 하며 한참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걸 봤다. 


어린아이도 아니고 왜 저러는지 의아해 하며 바라보고 있었는데


네가 손에 뭔가를 소중히 쥔 채로 헐떡이며 다가왔다. 


"이거 뭔지 알아?"


작고 앙증맞은 두 손 안에 든 것은 벚꽃잎 두 장이었다. 


"왜 잡은거야?"


"이거 자연스럽게 잡으면 남자친구 생긴다잖아~ 너도 얼른 잡으러 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랑스러워 하는 네가 정말 귀여웠다.


만약 벚꽃잎을 잡아서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그게 나였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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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즈음, 네가 보이지 않아 초조한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더니 넌 조금 멀리 있는 벤치에 혼자 앉아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 주변에 친구들이 있어 단둘이 있는 순간을 만들기 쉽지 않았는데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살며시 옆에 앉았다. 


“친구랑 사진 더 안 찍고 뭐해?”


“물멍 하고 있어...”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 그냥 가만히 앉아서 아무 생각 없이 물을 바라보는 것이라 했다. 


물멍할 때만큼은 모든 걱정이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그런 네가 엉뚱하고 귀여웠다. 


묘한 기류 속에서 아무 말 없이 5분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어디서 불어온 지 모르는 산들바람이 우리 곁을 가볍게 스치고 지나갔다. 


발밑에는 꽃잎들이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었다.


“좋다.”


“뭐라고?”


“좋다고.”


너무 뜬금없었다. 


분위기가? 벚꽃이? 친구들이랑 놀러와서? 아니면 내가? 


정확히 무슨 의미냐고 다시 물어보려는 순간, 동기에게서 이제  밥 먹으러 가자고 전화가 왔다. 


해맑은 표정으로 배고프니 얼른 가자며 뛰어가는 너. 


난 아쉬움만 가득한 채, 네 뒷모습만 씁쓸하게 바라보며 천천히 뒤따라갔다. 


아직도 난 그 말뜻이 뭐였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네가 좋다고 느낀 그 순간에 내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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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난 설렘 속에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네가 있는 사진만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봤다. 


볼 때마다 느낌이 달랐지만, 내 마음속의 꽃을 피우기에는 충분했다.


완벽한 하루였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단둘이 사진을 못 찍은 것이었다.


다른 친구들 눈치도 보이고 괜히 내 마음을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 


요즘도 재수 중 힘들 때면 단체 사진을 들여다보며 아름답고 찬란했던 그 시절을 추억한다. 


네가 자주 쓰던 말을 잠깐 빌려 표현하자면,


"귀여운 우리"들을 떠올리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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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돌아온 후, 외모에 크게 신경 쓰지 않던 내가 네 덕분에 180도 바뀌었다. 


남자 패션 관련 유튜버들을 구독하고 계절마다 어울리는 옷들을 구매했다.


이전에는 대충 아무거나 걸치고 네가 있는 자리에 나갔다면, 


이제는 거울에 내 모습을 이리저리 비춰보며 잘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항상 짧게 깎고 다니며 신경 쓰지 않았던 머리도 파마하기 위해 기르기 시작했다. 


깡마른 몸을 다부지게 만들고, 근육도 키우기 위해 헬스장도 등록했다. 


너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흔히 말하는 남사친이 이성으로 보이는 순간.


그 순간이 너에게도 언젠가는 올 것이라 굳게 믿었다. 


네가 달라진 나를 보며 너도 모르게 천천히 스며들었으면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빠져드는 건 오히려 나였다. 


아니, 너라는 바다 위에서 나는 점점 빠르게 침몰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해안가에 앉아 발만 적실 생각이었는데,


큰 파도에 휩쓸린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망망대해를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도무지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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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부터는 비극적입니다 ㅠ

컴퓨터로 작성했으니 모바일로 보기에 불편하실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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