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한의대가즈아 [1197773] · MS 2022 · 쪽지

2023-03-18 00: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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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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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굽은 채로 걸어간다.

내일도 굽은 채로 걸어갈 것이다.

어제도 굽은 채로 걸어왔다.

누구보다도 꼿꼿하게 서기 위해

나는 굽은 채로 걸어간다.

미래에 쫙 펴고 살기 위해

뿌리처럼 뻗치고 싶은 등은

더더욱 안으로 굽어버린다.

피는 순간 더 곧게 필 수 없기에

괜찮아, 조금만 이따가 펴자고 다독이며

공벌레처럼 굽히고 또 굽힌다.

등은 내게 묻는다.

언제쯤 필 수 있냐고

등을 차마 마주보지 못한 채

곱추는 공연히 눈물지우며 허리를 두드린다.

오늘은 필 날이 아니야, 조금만 더 굽자.

등은 그렇게 필 날만을 기다리며 

굽고 또 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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