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제주 방언의 어휘를 알아보자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2390990
제주 방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 알아듣기 어려운 방언일 것이다. 제주 토박이 어르신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확실히 육지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요즘은 공교육의 보급, TV에서의 표준어 선호, 육지와의 잦은 왕래로 인해 제주 방언이 옅어졌지만 20세기 중반만 하더라도 제주 방언은 여전히 육지 사람에겐 낯선 말이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육지와 떨어져 중앙어와 지리적으로 멀리 있었고 큰 인구 변화 없이 한 자리에 머물렀기 때문에 언어가 크게 변할 일이 없었다. 이 때문에 제주 방언에는 중세 어형이 많이 남아있다. 제주 방언이 어려운 이유는 어미나 조사보다는 용언이나 체언에서의 차이 때문이 더 클 것이다. 이 글에선 제주 방언의 어휘를 위주로 알아볼 예정이다.
볼드는 젊은층도 자주 쓰는 말.
0. 보뎅이
시발 이 새끼 땜에 내가 며칠을 고생했다. 여자 성기의 제주 방언으로 '-앙이' 계열의 접미사는 제주 방언에서 흔히 보인다. '-앙이, 엥이, 엉이, 겡이' 등 여러 형태가 있는데 '*볻'이라는 말을 상정하면 '볻-'에 '-엥이'가 붙어 '보뎅이'가 됐을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방언을 토대로 우리는 'ㅂㅈ'의 '지'가 '디'가 통시적으로 구개음화를 거친 형태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 어휘의 어원을 논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데 우리 고귀하신 조상님들이 외설적이고 천박한 주제를 글로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1. 낭(ㄱ)
‘낭'은 ‘나무'의 제주 방언이다. 여기서 봐야 할 것은 ‘낭'이 쓰일 때 ㄱ이 덧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ㄱ이 덧난다는 얘기는 아직 방언형에선 곡용이 남아 있다는 뜻인데 제주대나 국국원의 전사 자료를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가 올 때 ‘낭긔(나무의)’나 ‘낭글'과 같은 표현이 쓰인다. ‘낭의'나 ‘낭네' 따위로 쓰이지 않는데 이는 중세국어의 ㄱ 곡용의 흔적이다. ‘나무'의 옛말은 ‘나모’인데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가 쓰일 때는 ‘나ᇚ’으로 이형태 교체를 하였다. ‘불휘 깊은 나ㅁㆍㄴ'이 아니라 ‘불휘 기픈 남ㄱㆍㄴ'으로 쓰인 이유가 그것이다. 현대 제주 방언의 ‘낭'은 ‘ᇚ’에서 ㅁ이 ㅇ으로 바뀌고 ㄱ이 덧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ㄱ곡용 어휘인 ‘구멍'의 방언은 ‘궁기'나 ‘굼기'로 나타난다. ‘바다'는 제주도에서 ‘바당'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바닿'의 ‘ㅎ'이 ‘ㅇ'으로 바뀐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 ‘낭'은 ‘감낭(감나무)'이나 ‘소낭(소나무)’에서도 보인다. 사실 저 ‘낭'의 ‘ㅇ'은 ‘ㅁ'이 아니라 ‘ㄱ'이 변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인데 이는 ‘ㄱ→ㅎ/ㅇ'의 통시적 변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2. 곶/고장
‘곶'은 ‘숲'의 방언이고 ‘고장'은 ‘꽃'의 방언이다. ‘꽃'은 어두 경음화를 겪기 전 ‘곶'이었기 때문에 ‘고장'은 ‘곶-+-앙(명파접)’임을 알 수 있다. 기원적으로 ‘곶(꽃)’과 ‘곶(숲)’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 ‘곶'은 ‘곶자왈’ 할 때 그 ‘곶'이다.
3. 잇다/엇다
‘있다/없다'에 대응하는 제주 방언이다. ‘있다'는 ‘잇다' 말고도 ‘이시다', ‘시다'로도 나타나는데 ‘거기 셔'나 ‘거기 이서' 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시다'는 ‘이시다'에서 ‘이'가 탈락한 거고 ‘엇다'는 ‘없다'의 ㅂ이 탈락한 것이다. “거기 어서?”는 거기 없냐는 뜻이고 "어디 셔/이서/이셔?"는 어디 있냐는 뜻이다. 젊은층도 통틀어서 가장 많이 쓰는 제주 방언이 아닌가 싶다.
4. 무사
‘무사'는 ‘왜'에 해당하는 제주 방언이다. ‘무엇'의 옛말인 ‘므스'와 관련있는 어휘로 1음절의 ‘므'는 원순모음화를 2음절의 ‘ㅡ'는 모음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꼬리를 올리며 “무사?”라고 하는데 육지 사람에게는 ‘왜(why)’라는 의미보다 ‘장수'라는 의미가 먼저 떠오른다고 한다. 젊은층도 자주 쓰는 제주 방언이다.
5. 똘치다
‘똘치다’는 ‘훔치다’의 제주 방언으로 생각보다 자주 쓰이는 어휘이다. 어째서 이러한 형태가 나온 건지는 모르겠다. 경남에서는 ‘뚱치다’라는 말이 있다는데 둘이 관련이 있을지도.
6. 곱다/곱지다
‘곱다'는 ‘숨다'의 제주 방언이고 ‘곱지다'는 ‘숨기다'의 제주 방언이다. 사동접사 ‘-기-’가 제주 방언에선 ‘-지-’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ㄱ 구개음화의 영향이다. ‘곱다'라는 용언에서 나왔으므로 ‘곱다'가 어디서 왔는지 봐야 할 건데 ‘곱다'랑 ‘숨다'를 보기에는 ‘ㄱ’과 ‘ㅅ'의 차이가 너무 크다. 그렇다고 ‘감추다'와 비교하기에는 ‘감다'라는 용언이 없는 게 문제다. 그리고 ‘감추다'는 원래 ㅁ이 없었다가 ㅁ이 생긴 놈이라 ‘곱다'와 비교하기도 애매하다. ‘감추다'의 방언으로 ‘감치다(강원, 전남, 함남)’, ‘곰추다(전남, 함경)’, ‘꿈치다/꿉치다(전남)’ 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둘이 관련이 있을 수도 있긴 하지만 잘은 모르겠다.
7. 쫍작하다/좁작하다
‘좁다’의 제주 방언으로 중학생 때까지 육지에서 이런 말 안 쓰는 줄 몰랐다. ‘쫍작’에서 ‘쫍-’은 ‘좁’이 어두경음화를 거친 형태이고 ‘작’은 아마 음절을 안정시키기 위한 접미사이지 않을까 싶다. ‘곧다(straight)’의 방언형이 ‘곧작하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휘는 ‘불규칙 어근 + 하다’의 구조를 보이는데 공시적으로 분석하면 ‘반듯하다’처럼 ‘쫍작 + -하- + -다’로 볼 수 있다.
8. 버치다
‘(힘이) 부치다’의 제주 방언으로 ‘ㅜ’가 ‘ㅓ’로 나타난다. 육지에서는 ‘아이고 부친다’라고 하면 ‘힘이/힘에’가 생략되어 의미가 통하지 않겠지만 제주에서는 굳이 ‘힘’을 쓰지 않아도 의미가 통한다. ‘아이고 버친다’는 ‘아이고 힘들다’와 같은 의미이다.
9. 송키
‘채소’의 제주 방언으로 어원은 ‘푸성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푸성귀’의 ‘성귀’가 ‘송키’로 변했다고 보면 된다. 우선 ‘푸성귀’는 ‘프ㅿㅓㅇ귀’로 쓰인 말인데 반치음이 ㅇ으로 변한 중앙어와 달리 남부 방언에선 ㅅ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ㅓ’는 ‘ㅗ’가 됐을 것이며 중앙어에서 방언으로 갈 때 평음이 격음으로 변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ㅋ은 ㄱ이 변한 것으로 보면 된다. ‘ㅟ’는 근대 국어 무렵에 ‘ㅣ’로 단모음화를 겪었으리라 생각된다.
10. 두리다
‘어리다’의 제주 방언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아이들보다 더 느리거나 어리버리한 사람들을 묘사할 때 쓰기도 한다. ‘두린 아니난 이해 좀 해 줘(어린 아이니까 이해 좀 해 줘)’ 근데 왜 ‘어리다'가 아니라 ‘두리다'로 쓰이는지는 모르겠다.
11. 지꺼지다
‘기쁘다’, ‘신나다'를 뜻하는 제주 방언으로 사실 ‘지쁘다’의 활용형이 굳어진 것이다. ‘잘도 지뻐’라는 문장을 들어 본 적은 없지만 ‘잘도 지꺼져’나 ‘그자락 지꺼젼?’과 같은 문장은 자주 들었다. 우선 ‘지쁘다’의 형성은 간단하다. 남부 방언의 특징인 ㄱ 구개음화이다. 경상도에서 ‘기름’을 ‘지름’이라고, ‘견주다’를 ‘전주다’라고 하듯 제주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존재한다. ‘기’의 /ㄱ/이 /ㅈ/으로 바뀌면 ‘지쁘다’가 된다. 그렇지만 ‘지뻐지다’가 아니라 ‘지꺼지다’로 쓰이는데 그 이유도 비교적 간단하다. 우선 ‘기쁘다’의 옛말은 ‘깃브다’로 원래는 ‘기ㅺ브다’였다. 제주 방언에선 /ㅂ/의 약화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심하므로 ‘기ㅺ브다>기ㅺ으다’의 변화를 상정할 수 있다. ㅺ은 2음절로 넘어가 ‘기ㅺㅡ다’가 되고 ㅺ가 ㄲ으로 변하고 앞서 말한 ㄱ 구개음화로 인해 ‘지끄다’라는 형태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상태 변화를 나타내는 ‘지다’가 붙어 ‘지꺼지다’가 어휘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12. 왓
‘왓’은 ‘밭’의 방언이다. 8에서 말했듯 제주 방언에서 /ㅂ/의 약화는 그 정도가 매우 심하다. 특히 합성어에서 자주 보이는 현상으로 자주 쓰는 말은 아니지만 ‘쌀보리'는 ‘살오리'로 ‘쌀밥'은 ‘미왑’으로 쓰기도 한다. 우선 동남, 서남, 충청, 영동, 제주 등 여러 지역에서 ‘밭’은 ‘밧’으로 쓰인다. 연음이 되면 ‘밭이[바치]’가 아니라 ‘밧이[바시]가 된다. 즉 제주에는 이미 ‘밧’이라는 방언형이 있다. 그러나 /ㅂ/이 약화되면 순경음 비읍과 비슷한 발음이 되는데 이 발음은 한국어 음운 체계상 매우 불안정해 금방 그 음가가 바뀌게 된다. 반모음 /w/로 바뀌게 되는 것인데 나는 ‘왓’의 형성이 ‘밧>ㅸㅏㅅ>왓’의 변화를 거쳤다고 생각한다. ‘보리왓’이나 ‘대왓’ 같은 어휘와 덕수리군물왓, 굴왓, 병디왓과 같은 지명에서도 확인된다.
13. 데끼다
‘던지다’의 제주 방언으로 ‘데껴 부러’는 ‘던져 버려라’라는 뜻이다. ‘던지다’는 ‘더디다>더지다>던지다’의 변화를 겪은 단어인데 전라 지역에서는 ‘덩기다/띵기다/떵기다/뗑기다’로 쓰인다고 한다. 이 ‘ㄱ’은 통시적 구개음화를 겪은 ‘더지다’에서 ㄱ 역구개음화를 다시 한번 겪어 나온 형태로 보인다. ‘ㄱ→ㅈ’뿐만 아니라 ‘ㅈ→ㄱ’의 변화도 방언에서는 흔히 보이는데 일어나는 조건은 ㄱ 구개음화가 똑같다. 따라서 ‘더지다’에서 ‘더기다’로 변하고 ‘ㅓ’는 다양한 변화를 겪어 ‘ㅔ’로 변한 뒤 ㄱ이 ㄲ으로 변해 ‘데끼다’라는 형태가 나왔을 것 같다.
14. 돔베
‘도마’의 제주 방언이다. 돔베고기는 도마에 고기를 올려놓고 썰어서 만드는 음식이라 이렇게 불리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돔베’의 어원을 분석할 때 ‘돔’과 ‘베’를 따로 보려고 했으나 도무지 ‘베’를 설명할 수 없어 실패했다. 일단 내 망상은 기본적으로 ‘도마’가 ‘도막’에서 왔다는 설을 근거로 한다.
“‘도마’의 어원은 ‘도막[片]’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마’는 어떤 물건을 칼로 도막내는 데 쓰이거나, ‘도마’ 자체가 나무를 도막내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은 것이라고 한다.”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실제로 ‘도마’와 ‘도막’의 방언이 유사하다는 점에서도 둘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도막’을 분석할 때 지소사 ‘-악’을 떼어내면 ‘돔-+-악’으로 볼 수 있고 ‘돔-’이 ‘나누다/자르다’를 나타내는 어근이라면 결국 ‘돔’에 ‘-베’가 붙었다고 생각했는데 애초에 ‘돔-’을 어근으로 갖는 용언이 확인되지 않을뿐더러 ‘베’가 접미사로 쓰인 적이 없으므로 말이 안 된다. ‘도마/도막’의 여러 방언형에서 ‘ㅂ’이 보인다는 점에서 뭔가 있긴 할 텐데 잘은 모르겠다.
15. 불다
‘버리다'의 제주 방언이다. 전남 지역에서도 쓰인다고 한다. ‘버리다'의 옛말이 ‘ㅂㆍ리다'인데 ‘바리다'가 아니라 ‘버리다'인 이유는 모음조화 때문인 듯하다. 제주에서는 아래아가 좀 더 원순성이 있으므로 근대 국어에서 아마 아래아가 ㅗ가 되는데 모음조화로 인해 ㅜ가 되어 ‘불다'가 된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불다'는 본용언 ‘버리다'가 아니라 보조용언으로서의 쓰임만 있다 봐도 무방하다. 제주도민에게 “이거 데낄 거?”와 “이거 불 거?” 중 자연스러운 문장을 고르라면 거의 100%는 전자를 고를 것이다. 즉 ‘불다'는 본동사적 용법이 없고 보조 용언 ‘버리다'의 의미만 갖고 있으며 ‘버리다(throw)’는 ‘데끼다'가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 일종의 문법화 과정을 거친 것으로 “먹어 부러(먹어 버려)”나 “가이신디 고라 불카(걔한테 말해 버릴까)?”와 같은 용법만 있다.
16. 아꼽다
‘귀엽다'의 제주 방언이다. ‘아꼽다'는 ‘아끼다’, ‘아깝다'와 관련이 있는 어휘로 ‘아깝다'의 ‘ㅏ'가 ‘ㅗ'로 변한 것이다. 육지에서는 ‘소중히 여기는 것을 잃어 섭섭하거나 서운한 느낌이 있다.’라는 의미로 쓰이지만 제주에서는 그 반대이다. 아마 소중히 여기는 것을 잃어 섭섭하거나 서운한 느낌이 든다는 것은 그만큼 그 대상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즉 ‘가이 잘도 아꼬와'는 ‘걔가 누군가에게는 아까운 상대'라는 뜻이 아니라 ‘걔가 사랑스럽고 귀엽다'라는 뜻이다. ‘잘도 아꼬운 강생이', ‘자이 잘도 아꼬와'는 각각 ‘매우 귀여운 강아지'와 ‘쟤 정말 귀여워'라는 뜻이다. 칭찬할 때 쓰인다.
17. 요망지다
‘야무지다'의 방언이다. ‘아이가 잘도 요망져마씀'이라고 하면 ‘애가 매우 똑똑하네요’ 정도의 의미로 칭찬할 때 쓰인다. 아이가 야무진 데가 있을 때 어른이 주로 쓰는 말이다. ‘야무지다'는 ‘야물다'와 ‘지다'의 비통사적 합성어이다. ‘야물다'는 ‘여물다'와 같은 뜻인데 제주에서는 ‘염다' 또는 욤다’로 쓰인다고 한다. ‘ㅛ'는 ‘ㅕ'가 변한 것인데 ‘욤-’이라는 어근에 접미사 ‘-앙'이 붙어 ‘요망'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보조용언 ‘지다'가 붙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8. 고넹이
고양이의 제주 방언으로 계림유사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계림유사에는 ‘鬼尼(kojni)'라는 표현이 있는데 여기에 접미사 ‘-엉이'가 붙어 ‘고넹이'가 된다. 참고로 '강생이'는 '강아지'다.
19. 하영
‘많이'에 해당하는 제주 방언으로 ‘하다'의 활용형이다. ‘밥 잘도 하다'는 ‘밥이 매우 많다'라는 뜻인데 ‘하다'가 형용사이다. 제주 방언에는 중세 국어의 ‘하다'가 그대로 남았는데 용비어천가의 “곶 됴코 여름 하나니"의 그 ‘하나니’의 ‘하다'와 같다.
20. 실프다
‘싫다'의 제주 방언이지만 ‘귀찮다', ‘짜증 나다' 등 여러 의미로 쓰일 수 있다. ‘싫다'의 옛말은 ‘슳다'인데 ‘슳다'는 ‘슬프다'의 뜻으로도 쓰였다. ‘슳-’에 ‘-브-’가 붙어서 ‘슬프다'가 된 거고 ‘슳다'의 ‘ㅡ'가 ‘ㅣ'가 되어 ‘싫다’가 된 것이다. 제주에선 ‘슬프다'가 되고 1음절의 ‘ㅡ'가 전설모음화가 되어 ‘실프다'가 됐을 거다.
21. 베리다
‘바라보다'의 제주 방언으로 사전에는 ‘바라다'의 방언으로 올라와 있다. 정확히는 ‘어떤 것을 향하여 보다.’라는 뜻의 ‘바라다-3’일 거다. ‘바라다'가 형태 변화를 크게 하면 ‘베리다'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무사 경 베리멘?”은 “왜 그렇게 꼬나보냐?”라는 뜻으로 좋은 의미로 쓰이지는 않는다.
22. 속다
‘수고하다'를 뜻하는 제주 방언인데 대체 왜 이런 어형이 나온지는 모르겠다. ‘석다(썩다)’의 옛말에서 왔다고도 하는데 잘은 모르겠다. “폭삭 속앗수다"나 “하영 속앗져게"와 같은 표현은 수고했다는 말이다.
23. 골겡이
‘호미'의 제주 방언이다. 육지에서 말하는 ‘낫'은 제주에서 호미라고 하며 벌초 때 친척 어르신들이 “호미 셔?(호미 있어?)”라고 많이들 하신다. ‘호미'에 해당하는 제주 방언 ‘골겡이'는 ‘갉다'에서 온 말로 추정된다. ‘골겡이'는 ‘ㄱㆍㄹ겡이'로도 적는데 ‘갉다'가 ‘ㄱㆍㄺ다'였으므로 여기에 제주 방언에서 자주 쓰이는 접미사 ‘-엉’이 붙고 뒤에 음절을 늘리기 위해 ‘-이'가 붙었다면 ‘ㄱㆍㄹ겅이/골겅이’가 되고, ㅣ 역행 동화로 ‘ㅔ'로 변했다고 하면 ‘ㄱㆍㄹ겡이/골겡이'가 되었을 것이다.
24. 재기
‘재기'는 ‘빨리'의 제주 방언으로 ‘재기재기 해라'라는 말은 ‘빨리빨리 해라'라는 뜻이다. ‘재기'는 ‘재다'에서 파생된 말로 ‘재빠르다'의 그 ‘재'다. ‘재다'는 ‘동작이 재빠르다’라는 뜻이다.
25. 잣
‘성'을 뜻하는 제주 방언으로 ‘잣성'이라는 동음이의어 반복 구성의 단어가 있다. ‘잣성'은 목장 경계용 돌담을 의미하는데 ‘잣'이 무언가를 둘러싼 ‘성'이라는 의미의 말이기 때문이다. ‘잣'은 고대 국어 ‘sasi/casi’ 정도로 재구되는 ‘サシ(일본서기)’와 ‘城叱(혜성가)’에서 그 고형을 찾을 수 있다. 어말의 s가 종성 ㅅ으로 들어가고 어두의 s가 약화되어 ㅈ이 된다면 ‘잣'이 된다. 즉 고대 국어의 흔적을 보유하고 있는 어휘라 할 수 있다.
26. 아시
동생의 제주 방언으로 ‘아우'의 옛말 ‘아ㅿ'에서 온 말이다. ㅿ는 방언에서 ㅈ이나 ㅅ으로 변하는데 여기선 ㅅ으로 변했다. "아시야"는 "동생아"라는 뜻이다. 나중에 제주도의 가족 관련 방언 얘기할 때 다른 친족어도 함께 쓸 예정이다.
27. 적갈/젓갈
‘산적'의 제주 방언이다. 차례나 제사 때 “적갈/젓갈 좀 들엉 와라"라고 하면 산적을 말하는 거다. 난 ‘젓갈'이 소금에 짜게 절인 음식 말고도 산적을 의미하는 표준어인 줄 알았다.
28. 놈삐
식물 ‘무'의 제주 방언이다. 한자어에서 왔다는 말도 있지만 전형적인 한자 부회고 그나마 ‘나무'를 뜻하는 ‘놈'에 접사 ‘-삐'가 붙었다고 본 설이 더 그럴듯해 보인다. 물론 ‘놈'이 정말 ‘나무'의 뜻으로 쓰였는지는 의문이다.
29. 테역
‘잔디’를 의미하는 제주 방언이다. 사전에 ‘테역' 말고도 ‘떼역’과 ‘퉤역'이 방언으로 올라온 것으로 보아 이 형태는 ‘잔디'의 옛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훈민정음 문헌에서 처음 보이는 ‘잔디'의 옛말은 ‘ㅳㅟ'이다. 15세기에는 ‘ㅳㅟ'와 ‘젼ㅳㅚ'가 공존하였는데 ‘ㅳㅟ'와 ‘ㅳㅚ'는 동원어일 것이다. ‘ㅳㅟ'는 17세기 ‘쟘ㅳㅟ'라는 형태로 나오는데 이는 아마 ‘쟌ㅳㅟ'에서 ㅂ의 영향으로 ㄴ이 ㅁ으로 바뀐 것일 거다. ‘쟌'은 ‘작다, 가늘다'를 뜻하는 ‘쟐-’의 관형형이고 ‘ㅳㅟ'는 ‘볏과의 여러해살이풀’을 뜻하는 ‘띠'의 옛말이다. ‘젼ㅳㅚ'의 ‘ㅳㅚ’는 현재 사전에서 ‘흙이 붙어 있는 상태로 뿌리째 떠낸 잔디’로 풀이되는 ‘떼'의 옛말이다. ‘잔디'라는 단어가 ‘ㅳㅟ/젼ㅳㅚ → 쟘ㅳㅟ → 쟌ㅳㅟ → 잔듸 → 잔디'의 변화를 거쳐 형성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16세기 이후로 보이지 않는 ‘ㅳㅚ'만을 따로 놓고 보면이 ‘ㅳㅚ'와 ‘떼', ‘퉤', ‘테'의 유사성을 볼 수 있다. ‘ㅳ’은 17~18세기에 이르러 자음군이 아니라 단순히 된소리를 나타내는 표지로 쓰였으므로 ‘ㄸ'과 발음상의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뙤'는 단모음화를 거쳐 ‘떼’가 되었으리라 말할 수 있다. 중앙어와 달리 근대국어 시절 방언에서는 ‘ㅚ,ㅟ'의 대대적인 단모음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ㅳ’과 ‘ㅌ'은 언뜻 보면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제주 방언에선 일부 격음이 어두자음군에서 유래됐다. 즉 ‘ㅳㅚ>퇴>테/퉤'로 볼 수 있다. 제주 방언에서 단모음 ‘ㅚ'의 발음은 없으므로 ‘퉤'로 쓰는 것이다. 따라서 ‘떼, 퉤, 테' 모두 작은 풀을 의미하는 ‘ㅳㅚ'에서 온 것이며 ‘역'은 ‘잔뒤역'에서 보이는 그 ‘역'일 거 같긴 한데 정확한 정체는 모르겠다.
30. 홈치
이건 젊은층은 아니지만 중년층에게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함께', ‘한꺼번에'의 제주 방언으로 ‘홈치 먹어 불게'는 ‘한꺼번에 먹어 버리자' 또는 ‘함께 먹어 버리자'와 같은 의미이다. ‘함께'의 옛말이 ‘ㅎㆍㄴㅴㅢ'였는데 ㄴ이 ㅂ의 원순성에 동화되어 ㅁ이 되고 ㅁ과 ㅂ이 연속되자 ㅂ은 탈락한다. ‘ㅎㆍㄴㅴㅢ’는 ‘ㅎㆍㅁㅺㅢ’가 되고 18세기 무렵 아래아의 음가 소실로 인해 ‘함ㅺㅢ'가 등장한다. 중앙어에서는 ‘함ㅺㆎ’도 등장했는데 ‘ㆎ’가 ‘ㅐ'와 발음이 같아지고 ㅐ와 ㅔ의 발음 혼동으로 인해 ‘함ㅺㅔ’가 된다. 근대 국어 말 합용병서는 폐지되고 된소리 표기는 각자병서로 하는 것으로 표기법이 굳어지자 ‘함께'가 나온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볼 것은 ‘ㅎㆍㅁㅺㅢ’이다. 제주에서 아래아는 좀 더 원순성이 있는 모음이므로 ‘ㅎㆍㅁㅺㅢ’는 ‘홈ㅺㅢ’의 형태로 쓰였을 것이다. 그리고 ‘ㅢ'는 단모음화를 거쳐 ‘ㅣ'가 되어 ‘홈ㅺㅣ’가 됐을 거다. 여기서 앞서 말한 합용병서가 격음으로 변화한 현상을 적용하면 ‘ㅺ’이 ‘ㅊ'이 되어 ‘홈치'가 됐다고 할 수 있다. ‘ㅺㅗㄹ'로 쓰이던 ‘꼴'은 제주에선 ‘촐'로 쓰이고 ‘ㅺㅗ리'로 쓰이던 ‘꼬리'는 제주에선 ‘촐리'로 쓰인다. 즉 ‘ㅊ'은 ‘ㅺ’에서 온 것으로 보면 된다.
31. 호끔
‘조금'의 제주 방언으로 ‘호끔만 기다립서게'와 같은 문장에서 쓰인다. ‘끔'은 ‘금'이 경음화를 거친 것이라 보면 되고 일부 제주 방언의 ‘ㅎ'은 아마 ‘ㅈ'과 대응하지 않나 싶다. 우선 ‘호끔' 말고 ‘ㅎㆍ끌락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작다'를 뜻하는 말로 ‘쪼끌락하다’와 그 형태가 비슷하다. 다른 표현은 아직 찾지 못했고 증명할 자료로 부족해 잘은 모르겠지만 제주 방언과 중앙어 간의 ㅎ과 ㅈ 간의 어떠한 관계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추측이다.
32. 봉그다
‘줍다'의 제주 방언으로 대체 왜 ‘봉그다'란 어형이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대체 ‘봉그다'가 나온 거지? ‘봉-그'로 분석할 수도 없고 애당초 ‘봉'이 왜 나온 거지
33. 설르다
‘그만두다', ‘관두다'의 제주 방언으로 ‘설거지하다'라는 뜻도 있다. 사실 ‘설거지’의 그 ‘설겆’과 연관이 있는 단어이다. ‘설겆다'라는 용언은 문증되지 않지만 ‘설엊다'는 문증된다. 즉 ㄱ 약화로 인해 ‘설겆다'는 ‘설엊다'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설겆다’는 ‘설다'와 ‘겆다'의 합성어일 것이다. ‘설다'는 ‘치우다, 수습하다'를 뜻하는 옛말이지만 ‘겆다'는 단독으로 쓰인 예가 없다. 아무튼 ‘설르다'는 ‘설다'에서 나온 말로 무언가를 치운다는 것은 관둔다는 의미이므로 이렇게 뜻이 확장되었을 거다.
34. 가사
‘우산'의 제주 방언으로 ‘미깡'과 마찬가지로 외래어가 방언으로 굳어진 예이다. ‘かさ(kasa)’에서 온 말로 일본과 교류가 잦아 일본어에서 차용된 방언이 좀 있다.
35. ㅎㆍㄴ저
“ㅎㆍㄴ저 옵서예" 따위에서 쓰이는 ‘어서'의 제주 방언. 육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아는 제주 방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ㅎㆍㄴ저'의 어원을 조사해 보려고 했지만 딱히 유의미한 성과는 보지 못했다. 과거에 ㅅ과 ㅈ이 같은 구개음 계열이기도 했고 방언형에서 ‘ㅈ~ㅅ'을 넘나드는 표현이 많다 보니 ‘어서'의 ‘서'는 제주 방언에서 ‘저'로 나타난 게 아닌가 싶다. 문제는 어두의 ‘ㅎ'과 어중에 개입된 ‘ㄴ'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ㅎ과 ㅇ이 중앙어와 방언형에서 대립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닌 건 아니지만 이게 맞는다 하더라도 어중에 ㄴ이 첨가될 이유가 있나 싶다. 다른 제주 방언을 더 보면 알 수도 있겠지만 그거 언제 다 보냐. 귀찮아서 안 한다. 할머니께서 나에게 “ㅎㆍㄴ저 들어오라"라고 많이 하셔서 나에겐 익숙한 표현이다.
36. 구덕
‘바구니'의 제주 방언이지만 주로 아이를 눕혀 재우는 바구니를 의미한다. ‘구덕'을 몽골어 차용어로 본 주장이 있지만 ‘구덩이'를 뜻하는 ‘굳'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미 중세 문헌에 ‘굳'에 접미사 ‘-억'이 붙어 어형의 안정성을 확보하였고 원래 구덩이를 뜻하나 깊게 파인 바구니까지도 의미가 확장되었다 할 수 있다.
37. 물애기
‘물애기'는 ‘갓난아기', ‘젖먹이'를 뜻하는 제주 방언으로 태모의 양수에서 자라기 때문에 ‘물'이 붙었다는 얘기가 있지만 여러 설 중 하나다. ‘물애기'는 [무래기]로 발음될 것 같지만 [물래기]로 발음한다.
38. 똥쌔기
위의 ‘물애기'와 함께 어린 아이를 묘사할 때 자주 쓰이는 말로 ‘똥싸개'에서 형태가 변한 말이지만 말을 잘 안 듣는 아이에게 쓰는 말이다. 주로 아이가 혼날 때 이런 말을 듣는다. ‘싸개'가 ‘쌔기'로 쓰이므로 ‘ㅇㅇ글싸개'는 ‘ㅇㅇ글쌔기'로 쓸 수도 있다. ㅋㅋ
39. 수웨기
‘돌고래'의 제주 방언으로 가장 미스테리한 단어다. 걍 ‘돌고래' 방언 자체가 특이한데 ‘꼽뎅이(강원)’, ‘곱시기(경상)’, ‘감수기/수에기/수웨기(제주)’ 등의 방언이 있다. 꼽뎅이, 곱시기, 감수기는 서로 연관이 있어 보이는데 ‘수웨기'는 도저히 모르겠다. 수웨기 이름 따서 만든 가게가 꽤 있는 듯하다.
40. 구젱기
얘도 좀 특이하게 생겼다. ‘소라'의 제주 방언인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일단 ‘잎생기', ‘빙에기' 따위에서 보이는 지소 접시마 ‘-ㅇ기'ㅡ ‘-엥기'를 도출해 내면 ‘구제’가 남는다. ‘구제'가 소라를 뜻하는 어휘로 볼 수 있지도 않을까? 제주 방언에 ‘조가비, 조개'를 뜻하는 ‘조개이/조갱이'가 있는데 이 ‘조개'의 ‘ㅗ'가 ‘ㅜ'로 변했다면 ‘주개'랑 ‘구제'가 어떤 관계가 있지 않을까? 라고 하기에는 그 차이가 너무 커서 잘 모르겠다.
41. 모살
‘모래'의 제주 방언으로 모슬포와 같은 지명에서도 보인다. ‘모슬포'는 ‘모살개'로 불리던 지역으로 모래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이 ‘모살'은 ‘모래'와 연관이 있을 거 같긴 한데 그 어휘사를 분석하기가 까다롭다. 우선 ‘모래'는 원래 ‘몰개'였다가 ㄱ 약화로 ‘몰애’가 되고 연철로 인해 ‘모래'가 된 것이다. 그러나 방언형에 ‘모새/모쌀(경남)’, ‘목살/모사(전남)’이 있는 것으로 보아 ‘ㅅ'이 존재하던 말이 15세기 이전에는 존재하였지 않나 싶다.
그리고 자주 쓰이는 생활 방언에 관해선 이 사이트에 정리가 되어 있으니 참고해 봐도 좋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현재를 사는 게 힘드네
-
뭔가뭔가임 어케 이렇게 생겼지? 하면서 련현타가 막 막 으아ㅏ아악
-
우우 6
우우
-
크아악
-
수학 기출 공부 0
지금시기에 기출보고 2등급 이상 나오면 N제 풀다가 다시 기출 보나요? 아니면...
-
눈을뜨니침대위였다 ㅠㅠ 오르비언은아무래도npc같다
-
요새들어서 막 공감이됨 최근 내 방식도 아닌데 설명한답시고 범주화 이런거 넣다가...
-
3시에 체크인해서 호텔 내부 구경하다가 6시에 디너 먹고 8시에 라운지가서 샴페인...
-
많이 하시나요 저는 사랑해는 굉장히 아끼는 편 혼난 적도 많음
-
여긴 제 일기장입니다
-
개추 바란다는 뜻...
-
코나 이쪽 점막으로 알코올이 배출되는 느낌.. 코가 맵다
-
이건좀아닌데 2
몸무게 56달성 좀잇으면 60찍겟는걸 어쩐지 바지가 끼더라 3월안에 원상복구한다…....
-
T^T >._.o o.//<
-
안뇽 그냥 눈팅하다가 써봣어 올비는 근데 원래 자동로그아웃됨¿ 킬때마다 나가지던데...
-
첫인상 써드려요 15
첫인상 써드림
-
공하싫 1
에휴이
-
이제다시는 슬퍼 하지마
-
날 엄청나게 끌어당김
-
안녕하세요 대전에 사는 어느 곧 3학년이 되는 학생입니다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에...
-
결혼하고싶다 4
인생이 끝날 때까지 나와 항상 함께 할 사람이 있다는 건 상상만해도 벅차는 일이네요
-
수능 날도 다 풀고 1컷 받아버려서 컨텐츠 팀 과외 이런거 하나도 지원을 안...
-
내 노래는 들어도 들어도 잘 모르겠군 가끔 잘 부르는 것 같은데 고음 안되고 음...
-
보고후기알려줌 ㅋㅋ 밤샌상태로가서 도중에 자느라 후기못남길수도 ㅋㅋ
-
새벽공기가 나를 부른다••
-
자다깨니까 7
갑자기 여러가지로 서럽군
-
흠
-
맨날 패드로 누워서 오르비 하거나 문제 풀거나 2C1 하고 있는데 뭔가 실력이 재종...
-
위고비가 bmi 30 넘어가는 사람들한테 권장이래서 확인해봤는데 택도 없네 걍
-
연대 언홍영 0
연대 언홍영 점공 보내주실분 있나요??
-
종강언제해 4
ㅠ
-
취미생활 ㅇㅈ 4
는 기타
-
세계지리 세지 0
세계지리 문제 지금 마더텅이랑 수특 풀고있는데 다 풀고 뭐 풀어야하나요?
-
벌써 수능이 8달밖에 안 남았다니
-
ㅂㅂ 0
-
사람을 보는 눈이 탁월하고 유행을 받아들이는 속도와 태도가 엄청 뛰어나심 기획력도...
-
글 1
글입니다
-
아... 다시 갔다와야지
-
일단 돈이 많이 필요함 시급 올리고 수업 시간 한 시간 줄여서 3명 과외 + 용돈+...
-
벌레가 너무 많음 그리고 난 벌레가 싫음
-
글좀읽게
-
으하하
-
집가고있어요 0
-
잠좀자자
-
운동갈까 9
비록 감기에 걸렸지만 비록 소주 한병을 먹고 왔지만 비록 지금이 새벽 3시지만...
-
집공 0
ㅇㄸ요 한 번 했었다가 거하게 망해서 다시 도전하기 너무 무서ㅇㅜㅁ
갳우
1년 전 글이지만 대충 내가 알고 있는 것 좀 써서 한번 글 써봄. 제주방언 화자는 아닌지라 모어로부터 오는 직관은 없음에 양해 바람.
일반적으로 ㄱ 곡용 체언은 통시적으로 분석되는데 '낭'의 경우 EMK(전기 중세 한국어, 여기서는 중세 국어와 중세 제주 방언의 공통 조상으로 설정함) *namok으로 나타난다고 봄.(o는 아래아) 따라서 중세 국어의 '남기(나무가)'는 *namok-i에서 아래아가 약화된 것이고 이런 식으로 모음이 후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k가 탈락하고 원순모음화가 일어나 '나모'가 되었다고 봄. 제주 방언에서는 -ㅁㄱ- 연쇄에서 자음동화가 일어나 -ㅇㄱ-가 되었을 뿐임. 본문의 "‘ㄱ→ㅎ/ㅇ'의 통시적 변화"라는 것은 특수한 경우(ㄹ이나 반모음 y 뒤에서)에 한해 발생한 경우이며 ㄱ 곡용 체언은 해당하지 않고 이 통시적 변화는 종성 ㅇ(/ŋ/) 위치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음절 초(/ɣ/)에서 발생한 것임.
'곱지다'는 표준어 '꼬불치다'와 관계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둘다 어원이 밝혀져 있지 않아서 잘 모르겠음.
'지꺼지다'는 굳이 어렵게 분석한 것이 아닌가 싶음. 중세 국어의 많은 형용사는 '-ㅂ~브~압/업-'을 통해 동사로부터 파생된 것임. '앓- + -브- → 알ᄑᆞ다(아프다)', '그리-(그리워하다) + -ㅂ- → 그립다', '쉬- + -ㅂ- → 쉽다' 등.. 중세 국어에서는 기뻐하다라는 뜻의 동사 '기ᇧ다'가 있었고, 기쁘다는 여기에서 파생된 것임. (기ᇧ-브-다) '지꺼지다'는 단순히 여기에 -어지-가 붙은 뒤 구개음화가 일어난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음. (깃거지다 → 기꺼지다 → 지꺼지다)
'ᄒᆞᆷ치'는 본문에서는 단순히 ㅺ → ㅊ의 변화를 가정해 설명했는데, 이보다는 조금 더 역사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음. 일단 중세 국어 'ᄒᆞᆫᄢᅴ'를 분석하면 ᄒᆞᆫ(한) + ᄢᅳ(때) + -의(에)로 나뉘어짐.(함께하는 것은 여럿이서 "한 때에" 하는 것이니깐) 여기서 ᄢᅳ를 EMK에서 *pucuku(c는 ㅈ, u는 ㅡ)였다고 임시로 재구해보자. 전기 중세 중앙 방언에서는 앞쪽의 *u들이 탈락되며 *pcku가 되었다가 자음군 속에서 파찰음인 *c는 발음되기 힘드므로 마찰음 *s로 약화되어 중세 국어에서 'ᄢᅳ(psku)'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음. 반면 전기 중세 제주 방언에선 *pcku에서 *k가 약화되는 동시에 *c를 거센소리화해 *pchu가 된 상태에서 'ᄒᆞᆫ', '-의'와 합성되어, *hon-pchu-uy → *hom(p)chuy → ᄒᆞᆷ치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을 듯함. 꼴과 꼬리도 *cokol, *cokori 등으로 분석하여 같은 과정을 겪은 듯함. 따라서 어떤 'ㄲ'를 통시적으로 분석할 때, 이런 표준어 ㄲ - 제주어 ㅊ의 대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 EMK 시기에 *(pV)cVk-가 아니라 *(pV)sVk- (V는 모음, pV가 없어도 이러한 대응을 만들 수 있다.)의 형태였다고 추정해볼 수 있음.
'ᄒᆞ꼼'은 중세 국어 '횩다(작다)'와 관련이 있을 듯하지만.. 역사적으로 아래아가 잘 변별돼 온 제주 방언에서 ㅗ → ㆍ의 변화를 상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음. 물론 현대에는 ㅗ와 ㆍ의 변별이 사라졌지만 어원을 보는 만큼 통시적으로 봐야하니..
'구젱기'는 잘 모르겠지만 중세 국어 고ᄅᆞ(소라)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음. 두가지 방식이 떠오르는데, 단순히 '*고ᄅᆞ-조겡이'에서 ㄹ 탈락과 기타 과정을 거친 것이 있고, 개인적인 재구로 '고ᄅᆞ'가 EMK에서 *kworok(wo는 ㅗ)였다고 보기 때문에 '구젱기'는 *kworok-engi(e는 ㅓ)에서 유래해서 구개음화를 겪은 것이 아닐까 싶지만 '*구겡이'로 나타나지 않는 걸 설명하는 건 좀 힘들 듯싶음. *kworok-i-engi처럼 *-i-가 첨가된 것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