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헹가래'의 어원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2127288
‘헹가래'의 어원을 알아보자. 외래어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헹가래'는 순우리말인데 ‘헹'과 ‘가래'로 분석될 수 있다. 여기서 ‘가래'은 杴 즉 흙을 팔 때 쓰는 도구로 보지만 ‘헹'은 확정된 게 없다. 우선 헹가래를 할 때 앞뒤로 내밀었다 들이켰다 하는 것이 가래질을 하는 것과 유사하므로 보아 ‘가래’라는 단어가 쓰였을 것이다. 또 ‘가래질’, ‘넉가래질', ‘외가래' 등에서도 보이다시피 ‘X가래'는 흙을 파헤치는 행위나 이와 관련될 때 자주 쓰이는 어형이다. 따라서 ‘헹가래'의 ‘가래'를 가래질하다 할 때 그 ‘가래'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가래(杴)'는 훈몽자회의 “杴 가래 흠”에서도 보이듯 16세기부터 ‘가래'라는 어형으로 형태 변화 없이 쓰였다. 이 ‘가래'는 ‘갈다'의 어간 ‘갈-’에 중세국어 명파접 ‘-애'가 결합한 것으로 ‘얼개(얽-+-애)’와 ‘마개(막-+-애)’와 같은 경우이다. 즉 ‘가는 것'이라는 뜻에서 ‘가래'라는 어휘가 나왔을 것이다. 근대국어에선 ‘ㅐ'와 ‘ㆎ’의 음운론적 경계가 사라짐에 따라 원래 ‘ㅐ'였던 것이 ‘ㆎ’로 과도교정되기도 ‘ㆎ’였던 것이 ‘ㅐ'로 쓰이기도 하였는데 이 때문에 ‘가래'는 ‘가ㄹㆎ’라는 형태로도 쓰인다.
그렇다면 ‘헹'은 어디서 온 말일까? 가장 흔하게 퍼진 설은 가래질의 일종인 ‘헛가래'에서 왔다는 것인데 근대 국어 표기와 비교했을 때 그 음운론적 대응을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우선 ‘헹가래'는 20세기 초에는 ‘헤염가래'와 ‘헴가ㄹㆎ', ‘헹가래'로 보이고 19세기에 쓰인 흥부전에는 ‘허영가ㄹㆎ’라는 어휘도 등장한다. 그리고 연대 미상이긴 하나 근대국어 시기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수호지어록해(水滸誌語錄解)’에도 ‘허영가ㄹㆎ’라는 표기가 자주 등장한다. 그보다 과거의 표기는 문증되지 않으므로 일단 고형을 ‘허영가ㄹㆎ’로 잡고 설명해 보자.
만약 ‘헹가래'의 옛말이 헛가래라면 ‘헛가래>허영가ㄹㆎ>허영가래>헝가래/헹가래' 정도로 설명해야 할 것이나 ‘헛'이 ‘허영'으로 재구조화될 이유는 없다. 이 설을 주장하는 사람은 ‘헛가래'에서 ‘헌가래’로 변하고 ㄴ이 ㅇ으로 변했다고 하나 애초에 ㅅ이 ㄱ 앞에서 ㄴ으로 변할 리도 없거니와 오히려 ㄱ이 ㄲ이 되거나 ㅺ이 되었을 거다. 여기서 ‘헛’을 ‘虛(허)+속격조사 ㅅ'으로 보지만 애초에 음운론적으로 그 변화를 설명할 수 없기도 하고 고형과도 대응되지 않으므로 이 설은 가능성이 없다시피 하다. 19~20세기 문헌을 본다면 ‘헛가래' 설은 쉽게 논파될 수 있다.
‘헹가래'의 ‘헹'을 설명하는 설로는 ‘헤염(헤엄의 옛말)’에서 왔다는 설(조항범)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허영가ㄹㆎ’는 ‘허영’과 ‘가ㄹㆎ’가 결합된 형태이다. ‘가ㄹㆎ’는 앞서 말했든 ‘가래'의 이표기인데 ‘허영'은 ‘헤엄'과 연관일 지을 수 있다는 설이 있다. 사실 ‘헹가래'가 지금의 뜻처럼 기분이 좋을 때 사람을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뜻 밖의 기쁘고 좋은 일을 당한 사람을 치하하는 뜻으로, 또는 여러 총중에서 과실이 있는 사람을 벌주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그의 네 활개를 번쩍 들어 잇대어 내밀었다 들이켰다 하는 짓.(조선말 큰사전)”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위로 올렸다 내리는 게 아니라 사지를 잡고 앞으로 내밀었다 뒤로 들이켰다 하는 짓이다. 현재 표국대나 고려대사전도 이 풀이와 비슷하다. 아무튼 내밀었다 들이켰다 하는 것은 가래질의 행위와 유사하고 네 활개를 잡혔을 때 사람이 벗어나려고 할 때 손과 발로 물속을 헤쳐 나가는 헤엄을 할 때의 행위와도 유사하다.
그러나 이 정의의 헹가래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헹가래와는 다르다. 실제로 20세기 초 문헌에는 위로 올렸다 내리는 것이 헹가래라는 기록이 있으므로 ‘헹가래'의 방식이 두 가지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행위상의 유사성을 보고 ‘허영'과 ‘헤엄'의 음운 대응을 살펴 보자.
‘헤엄'의 옛말은 ‘헤욤'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헤다'의 어간 ‘헤-’에 명사형 전성어미 ‘-옴'이 붙은 것으로 ‘ㅔ'의 반모음 j로 인해 ‘옴'이 ‘욤'으로 변해 ‘헤욤'이 된 것이다. 명사형이 명사로 굳어진 것인데 그러다 단모음화로 17세기에는 ‘헤옴'이 쓰였고 18세기에는 ‘-음'이 붙은 ‘헤음'이 나타나기도 했다. 19세기에는 ‘ㅛ'가 ‘ㅕ'로 바뀐 ‘헤염'과 ‘헤엄'이 등장하였는데 여기서 볼 것은 ‘헤염'이다.
이 ‘헤염'은 반모음 탈락으로 ‘헤엄'이 됐다. 이는 근대국어에서 흔히 일어난 현상이다. 그리고 이 ‘헤엄'은 모음충돌 회피 현상으로 축약되어 ‘헴'이 됐을 것이다. 실제로 조선어학회의 조선말사전(1938)에선 ‘헴'을 ‘헤염'의 준말로, 한글학회의 조선말 큰사전(1957)에서는 ‘헴'을 ‘헤엄'의 준말로 올려 놓았다. 따라서 ‘헤엄가래'가 ‘헴가래'가 됐다고 하면 ㄱ의 영향으로 연구개 위치가 동화되어 ‘헴'이 ‘헹'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즉 ‘*헤염가래'라는 중세 후기~근대 초기 형태를 상정하면 제1음절에서 반모음 /j/가 탈락한 ‘허염가래'는 ‘허영가래’가 되고, 제2음절에서 반모음 /j/가 탈락한 ‘헤엄가래'는 모음축약으로 ‘헴가래>헹가래'가 됐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 근대 후기와 현대 국어 초기에 보인 이형태와도 비슷한 형태이므로 ‘헤엄'에서 왔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따라서 ‘헹가래'는 앞뒤로 내밀었다 들이켰다 하는 행위가 ‘가래질'의 행위와 비슷하고 네 활개를 잡힌 채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 ‘헤엄'의 행위와 비슷하기 때문에 ‘헤엄'과 ‘가래'가 합쳐졌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더 옛날의 표기가 나오면 이 설이 확실히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겠지만.
참고 문헌: 조항범, ‘헹가래’의 語源과 意味에 대하여
ㄴ 큰사전(1957)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상당히 적절한 듯
-
투프라임=0을 만족하는 실근 구하면 되는거 아닌가요…왜틀린거죠
-
잠온다 4
눈이 감겨
-
농담농담
-
미쓰꼬시 옥상...회탁의 거리...각성하는 정오 사이렌 소리...!
-
어머님 예약하려는데 3,4월 풀 예약잡혀있는데
-
아니,, 안쉬고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지,,, 2
아니,,, 기계가 아닌이상 아니,,, 기계도 본체 너무 열받으면 꺼줘야하네,,,...
-
아름다워...이게 소설이지 ㄹㅇ
-
여소 후 연락 6
제가 어제 여소를 받아서 디엠좀 하다가 이번주 토욜에 만나기로핬는데 그 전까지 연락...
-
서킷 5
대성 온라인에 파는 거는 오프랑 차이가 크나요? 오프 구해서 풀고 싶긴한데
-
서울대 검정고시 4
서울대 경영 목표인데 검정고시 만점이어도 좀 불리하려나요 안그래도 피튀겨서
-
하사십을 풀까? 3
작년에 좀 별로여서 망설여지는데
-
갑자기 확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으려나
-
닉네임 ㅊㅊ좀 5
사람이름으로
-
새책 그대로 잇는데 이거 그냥 버려야할까요ㅠㅠ
-
개념량 :경제제외하고 젤 적고 선택자수: 1,2등 등급컷 :어려우면 내려감 (역사...
-
과방에 틀여박혀서 폰으로 생2인강 들음 아.
-
내 현실 인생이 더 무서운듯 ㄹㅇ
-
강아지강아지 4
강아지 사랑해 나의 조그만 누렁이
-
어머어머 히또히또 빨리 먹어야지
-
옯만추 후기 12
학교 근처 제육맛집에서 밥먹엇어요 끗 +모든 옵붕이는 기만자가 맞앗어요..
-
배경설명을 해주자면 배우자에게만 특별히 상속세 공제액을 늘려주겠다는 거임. 근데...
-
지금 수분감 다풀고 뉴런 들어가려 하는데 수분감에서 틀린문제는 뉴런 듣고난 다음에...
-
오후3시인데 제대로 애국하는구먼
-
메가 대성 둘 다 있어요
-
다들 탈릅하고 학교나 n수하러 가신듯..
-
새삼 13
프사가 맘에들어요
-
아빠임 ..
-
극악무도한 녀석들이 있어요.....
-
알바 끝냈다 소감 10
주 5일하던거 끝냈는데 원래 3월까지인거 사람 없다고 8일 더했네 주말에 필요하다고...
-
오늘 대기 걸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
-
피뎊 판매 불법 6
당근에서 실모 샀는데 A4에 프린트 된 실모가 왔어요.. pdf 프린트해서...
-
[단독] 이진숙 “野 탄핵남발, 무고죄 가능하단 얘기도... 여러 의견 듣는 중” 1
“무분별한 탄핵 책임져야” 주장 탄핵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전례 없어 직무정지 노린...
-
[속보] 우원식 "마은혁 미임명, 헌법 부정…최상목, 나라 근간 훼손" 1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를 향해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
1. 브레턴 2. 할매턴 이두갠 확정인데 껄끄러운거 뭐가 더 있을지 추천좀
-
2025학년도 춘천교대 수시 입결(수시 교직적인성인재 최저 6.35 등급) 2
2025학년도 춘천교대 수시, 정시 입시 결과.. : 네이버블로그
-
x좌표가 그냥 x가 아닌 일종의 t에 대한 함수 x(t)인 경우 이 x(t)에 대해...
-
24강 완강 예정으로 시작했지만 32강으로 마무리 마지막 부분에 미안하다고...
-
인듯ㅇㅇ
-
국어 피지컬좀 올리고 싶어서 실모 좀 풀려고 하는데, 평가원 기출은 이미 다 돌려서...
-
4규 지수로그끝내는데 2~3일 썼는데 이정도 페이스로 계속하면 될까요?
-
인생몰까 0
하....
-
지금 한완수붙들고 개념채우고 있습니다 원래 한완수 끝내고 뉴분감 들어가는 게...
-
실패시: 만약 1학기 하고 2학기 휴학이면 내년 2학기부터 복학해야함! 학고반수면...
-
러셀 오메가 0
이거 이번에 새로 나온건가?
-
오르비 망했나버 ㅠㅠㅠㅠ
-
?
헹가레=헝가리=마자르
길어서 좋아요만 누름...
아니 오토 왜 정치임ㅋㅋㄹㅋㅋㅅㅋㅋㅋㅋㅋㅎㅋ
ㄹㅇㅋㅋ 이해 안 감

이쪽은 평소에 별로 관심도 없었고 처음부터 호기심에 신청했던거라 그냥 예의상 읽어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재밌네요 헤엄가래라.. 제가 이런 호사를 감히 공짜로 누려도 되는것인지?.. 감사합니다 ChatOR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