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어원 몇 가지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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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레'의 어원은 '우뢰(雨雷)'다?
그러나 중세국어 문헌에 '울에'라는 표기가 발견되며 '우레'는 '우뢰'와는 다른 어원을 가짐이 증명되었다. 만약 '雨雷'에서 왔다면 중세 때는 '雷'의 음에 따라 '우뢰'로 쓰였을 것이다.
현대 국어 '우레'의 옛말인 '울에'는 15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난다. '울에'는 '울다'의 어간 '울-'에 명파접 '-에'가 붙은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울-+-에'가 '우레'로 연철되지 않고 '울에'로 분철된 것을 통해 제2음절의 'ㅇ'은 음가가 없는 'ㅇ[zero]' 아니라 유성 후두 마찰음 'ㅇ'[ɦ]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에'가 아니라 '-게'가 붙은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ㄱ 약화를 통해 ㄹ 뒤에서 ㄱ이 약화되어 ㅇ[ɦ]으로 나타나고 분철된 것처럼 보인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중세 때는 '-게/개'의 접미사가 활발히 쓰였고 '몰개>몰애>모래', '날개>날애>나래' 등과 같은 예시가 많다.
16세기에 유성 후두 마찰음 'ㅇ'[ɦ]이 소멸하면서 ㄹ이 연철 표기된 '우레'가 나타났고 이게 현재까지 이어진다.
참고로 '번개'의 옛말은 '번게'인데 '-게'를 접미사로 보고 '번-'이 '밝다/빛나다'를 뜻하는 형태소로 보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번개'는 시각적 특징을 따서 번쩍거리는 것, 밝게 빛나는 것 등을 의미한다 할 수 있겠다만 아직 정해진 건 없다.
현대어로 '우레'는 단일어이다.
2. '행주치마'는 행주대첩에서 유래한 말이다?
임진왜란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권율 장수가 참전한 행주대첩에서 아녀자들이 치마로 돌을 날랐다는 등의 기록을 보고 지명인 '행주+치마'라는 이상한 민간어원이 퍼졌다. 그러나 임진왜란이 일어나기도 전인 1527년에 '행주치마'의 고형이 등장한다.
현대 국어 '행주치마'는 16세기에 등장한 'ㅎㆎㆁㅈㆍ쵸마'로 소급된다. 'ㅎㆎㆁㅈㆍ'와 '쵸마'가 결합한 단어로 볼 수 있고 'ㅎㆎㆁㅈㆍ'는 훈몽자회에서 '抹布(말포)'라고 풀이됐으므로 무언가를 닦을 때 쓰는 그 '행주'이고, '쵸마'는 '치마'의 또다른 형태이다. 15세기부터 원래 '치마'로 쓰였는데 16세기부터 '쵸마'와 '츄마'라는 형태가 등장한다. 따라서 무언가를 닦을 때 쓰는 치마라는 뜻이 되고 부엌일을 할 때 치마를 더럽히지 않으려고 두르는 치마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행주'의 옛말인 'ㅎㆎㆁㅈㆍ'는 'ㅎㆎㆁㅈㆍ>ㅎㆎㅇㅈㆍ>ㅎㆎㅇ쥬>행주'의 변화를 거쳤는데 행주치마도 이에 따라 19세기에는 '행주치마'로 쓰였다. 16세기에는 'ㅎㆎㆁㅈ·'에 '쵸마'가 붙은 'ㅎㆎㆁㅈㆍ쵸마'로 쓰였으나 17세기에 '치마'가 붙은 'ㅎㆎㆁㅈㆍ치마'가 등장한다. 후자가 현대어로 남았다. '쵸마>치마'로 보기에는 ㅛ와 ㅣ가 음운론적으로 너무 차이가 크다.
'ㅎㆎㆁㅈㆍ'의 어원을 무언가를 닦는 데 쓴 'ㅎㆎㆁㅈㆍ'이 아니라 절에 들어가 불도를 닦는 사람을 뜻하는 '행자'(行者)'에서 온 말로 보기도 한다. 이 견해에 따르면 'ㅎㆎㆁㅈㆍ쵸마'는 허드렛일을 행자가 두르는 치마라는 뜻이 된다. 그러나 '者'는 'ㅈㆍ>자/쟈>자'의 변화를 거친 어휘고 'ㅎㆎㆁㅈㆍ쵸마'의 'ㅈㆍ'는 'ㅈㆍ>쥬>주'의 변화를 거쳤으므로 이 설은 그닥 신빙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첫 번째 설이다.
근거 없이 대충 이건 이거랑 발음이 비슷하다거나 표기가 비슷하다거나 옛날엔 그랬대 등의 민간인 사이에 널리 퍼진 이야기들이 민간어원이다. 실제 과거 기록을 보고 비교해야만이 타당한 어원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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