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글싸개 [1159823]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3-01-26 15: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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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의 그 '오로-'의 어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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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오로지'와 '오롯이'에서 보이는 '오로-'는 같은 것으로 판단이 된다. 일단 '오직 한 방향으로. 또는 다른 것이 없이 오직.'를 뜻하는 '오로지'의 옛말은 근대국어에 보이는 '오로디'로 나타난다. '디'가 '지'로 된 건 통시적인 구개음화이다. '오롯이'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단어로 '온전하게'를 뜻한다. 


그런데 근대 국어의 '오로디'는 '온전하게'란 뜻도, '오직'이란 뜻도 나타냈는데 '오로디'의 형성을 '오로-+-디'로 보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디'는 연결어미 '-지'일 것이고 '오로-'는 용언의 어간일 것이다. 그러나 '오로-'라는 용언은 존재하지 않고 이들은 옛말 '올다(온전하다)'를 그 근거로 삼지만 '올다'가 아니라 '오ㅇㆍㄹ다'다.  


여기서 봐야 할 것은 16세기에 '오온'이란 표기가 등장했고 15세기에는 '오ㅇㆍ로'라는 표기가 있었단 것이다. 여기서 '오ㅇㆍ로'는 '오ㅇㆍㄹ-+-오'일 것이고 '-오'는 '조초' 등의 어휘에서 보이는 부파접 '-오'일 것이다. 그러면 제2음절의 아래아가 1음절의 '오'에 동화되어 'ㅗ'로 변하였고 '오오로'가 되고 동음이 반복되므로 '오'가 탈락한 '오로'라는 형태를 하나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번역소학에는 실제로 '오로'라는 말이 등장한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 문제가 생기는데 '오로'를 어휘화된 하나의 부사로 본다면 '오로디'의 '-디'를 설명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오롣-'을 상정하고 여기에 부파접 '-이'가 붙은 거라고 보기도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소설을 써 보려고 하는데 '오롯하다'의 옛말은 '오롯ㅎㆍ다'였고 '오롯'은 부사성 어근이다. 그리고 ㅅ과 ㄷ의 음운론적 경계가 소실된 근대에는 '오롣'으로 쓰이기도 했는데 사람들이 여기서 '오롣'을 쓰고 부정회귀를 의식해 '오롣-'을 맞는 표기로 봤다면 품사를 바꾸지 않는 접사 '-이'가 붙어 '오롣이'가 되고 여기서 '오로디'가 파생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건 내 망상이다. '-디'를 명확히 설명할 방법은 현재로선 불명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현대 국어에서 '오로지'는 단일어이고 '오롯이'는 파생어이다. 괜히 어원 글 보고 헷갈리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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