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밤 [462783] · MS 2013 · 쪽지

2015-06-22 00:02:32
조회수 876

질문하나 있습니다, 서울대생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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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념을 먼저 길게 늘어놓고 질문하겠습니다.

서성한 셋 중 한 곳 인문대 다니는 한량입니다만,

앞으로의 삶의 계획은 공부를 계속하는겁니다.

대학원가고...유학가고...그리고 앞으로 선택할 전공이나 연구 분야는 인문학외에는 전혀 관심없습니다. 대학에 와서 배워보니 미학이 참 저랑 잘 맞더군요...문학은 또한 예전부터 서양쪽이 참 잘맞는 것 같아요.

근데 문제는 이겁니다!

두렵습니다!!!

학계에서, 특히 인문학 쪽에서, 제가 나중에 커서 낭인으로 살까봐 두렵습니다...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전공 공부하고 연구한건데, 사람들이, 학계에서, 제가 성대 출신이라고 서울대나 연고대 출신의 학자들보다 나(의 성과)를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것,
사실 그 정도는 참아줄 수 있다 이겁니다.

문제는 아예 공부할 여력이나 여건, 환경조차 없게 된, 그런 사람이 될까봐 두렵습니다...

지금처럼 인문학 멸시받는 시대, 학과 통폐합하는 시대, 상경계가 입결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인 시대에 줄어드는 교수, 강사 자리 하나 못 잡고

생활고, 외면을 모두 겪을까봐 두렵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고등학교 은사님처럼, 다 퍼질러 자기만 하는 인문계 고등학생들과 수업하고 퇴근 후 자기 공부를 하는, 그런 사람이 되도 사실 제가 한탄할 것은 없습니다만

교사 자리마저 주는 상황에 그것조차 되지 못할까봐 두렵습니다.

학계에서 낭인으로 사는 것이, 강사직으로는 벌이가 안 되 투잡을 뛰면서 사는 것이, 심지어 최후의 수단인 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조차 불가능할까 두렵습니다.

왜 그리 자신이 없냐 멋있게 유학 다녀와서 박사학위 받으면 되는거 아니냐? 라고 반문하시겠지만

물론 그러면 아주 좋겠지만, 이젠 박사를 받더라도 다 해결되는 시대가 아니고, 또한 입시 공부도 그 등의 극을 다하지 못했던 사람인바...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그럼 니.놈.세.끼 학자하지마 븅.시나 의지도 빈약한 놈 같으니라고 이러실 수도 있겠지만

또 회사취직이나 공무원 같은 것은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런게 싫어서 인문학을 택한 것도 아닙니다. 계기도 있구요. 마치 문과생들이 나 수학 싫어서 문과왔어 이런 것은 저의 경우에는 아니라는 겁니다.회계원리를 배우는 것보다 그리스 고전이 더 낫고 행정학보다 대중문화론이 더 끌리며 경제수학보다 독일어가 더 멋집니다.

이런저런 푸념이 많았는데


질문하고자 했던 바는

학계에서의 서울대 그리고 연고대의 권위가 그렇게 강한지, 저로써는 느껴보지 못한 바, 질문드리고자 합니다.

이 질문이 위에 적힌 제 고민들을 모두 포괄하는 질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의 고민들 중 몇몇은 오르비에 물어서 대답이 나올 것 같은 고민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바,

오르비분들이 답할 수 있는 것만 질문드린 것입니다.

어차피 반수는 저는 못합니다. 수능 공부 다시 할 여력이 전혀 없고 그럴 인간조차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솔직하게...답변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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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과15 · 578491 · 15/06/22 00:11

    연고대는 잘 모르겠지만 서울대는 확실히 대학원 과정, 이후의 학자로서의 삶 등에 제법 메리트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메리트'가 있다 뿐이지 '서울대 못나오면 교수는 그림의 떡!'이 되는 건 아니예요.

    1학기 때 철학수업을 수강했는데 그 수업담당 교수님은 ㅎㄱㅇㄷ 나오셨습니다. 당신께서 엄청나게 연구하고 노력하셨기에 부교수라는 자리에까지 오르셨겠죠. 이 분 가르치시는 과목이 불교철학인데 국내 불교계에서는 꽤 실적이 있는 분이라고 알고 있어요.

    한 가지 예를 더 들자면 지구환경과학부였나? 그 학부의 교수님 중 한 분은 ㅂㅈㄷ 출신이십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학벌도 분명 무시못할 조건이긴 합니다만, 가장 중요하게 판가름하는 것은 결국엔 실력이예요.

    '나 서성한 출신인데 인정 못 받으면 어떡하지?'
    벌써부터 이렇게 위축되지 마시고 하시는 공부 정말 열심히 하시면서 학식과 실력을 키우셨으면 합니다.

  • 전기과15 · 578491 · 15/06/22 00:11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얀키 · 49766 · 15/06/22 21:21 · MS 2004

    여기보다는 학교 인문대 교수님 찾아가보세요.

    여기 최상위권 사이트라 죄다 의치대갔지(10년 전 기준) 문대 잘 안 갔어요

  • 얀키 · 49766 · 15/06/22 21:23 · MS 2004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보면 학벌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학계는 진짜 공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냥 살다보니까 흘러드는 거에요.

    문강형준씨도 학부는 중대에요... 힘내세요

  • 고요한밤 · 462783 · 15/06/23 17:06 · MS 2013

    다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