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의 드릴 [280363] · MS 2009 · 쪽지

2015-06-20 22: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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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전 현역의사가 의사준비하는 고연령대수험생에게 조언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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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름대로 안타까운 마음에 적는 글이니 고깝게는 생각하지 마십시오.

전 88학번, 35세 이고 현재 내과 전문의 입니다.
지금 종합병원에 근무하고 있으며, 연봉 6천 받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의대는 30넘으신 분들 절대 비추입니다.
한의대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치대는 의대보단 나으나 썩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 나름대로 공부 할만큼 해서 의사가 되는 15년의 전 과정을 한번도 낙오 안하고 왔는데,  월급 200만원 넘게 받은것이 올해부텁니다. 인턴때 월급 57만원, 레지던트때 100만원 이쪽저쪽, 군의관때 150정도, 제대하고 작년에 했던 펠로때 170 받았습니다. 작년 까지 저 고등학교때 친구들 되도록 안만났습니다.  대기업 대리 과장하는 넘들하고 너무 차이나서 .. 그래도 의산데..

물론, 저 자신은 제가 의사가 된것에 대해 불만 없습니다 (적성과 장래 수입모두).

하지만 지금 30세이신 분이 저와같은 길을 가려고 한다면 절대 반댑니다.

지금 30세라면 의학대학원 가신다고 해도 준비 2년 + 대학원 5년 + alpha, 의사 자격증 따는데도 최소 7년후, 37셉니다. (왜 4년이 아니라 5년이라구요 ? 지금 의대생 평균 재학 기간이 7.3년입니다. 저희학번중 6년만에 졸업한 친구는 딱 절반입니다. 최소한 1.3년은 유급한다는 말이죠. 20대 초반 머리잘돌아가는 친구들하고 경쟁해서 유급 안당하고 진급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착각입니다).

여기서 대학다닐 동안의 공부는 빼겠습니다. 사실 의대공부 자체도 힘들지만 더 힘든건 내부의 살인적인 경쟁입니다. 이건 타대학 다니신 분들은 절대 이해를 못하시는데, 고3보다 더합니다. 대개 한학기가 끝나면 대학 계시판에 1등부터 꼴찌까지 실명으로 공개됩니다. 명단에 없으면 한 학년 더 다녀야 됩니다.... 다들 중고등학교때 1,2등 했던 사람들이 이런식으로 성적 공개하고, 또 학교때 성적이 평생 가기때문에 내부적으로 피튀기는 경쟁이 있습니다. 한 학년에 누가 1등이고 누가 꼴찐지, 누가 어느정도 성적인지 다들 잘 알고, 경쟁합니다. 나이드신 학생들은 이 경쟁이 제일 힘들다고 하더군요.

하여튼, 37세로 졸업하시면 현실적으로 트레이닝을 받아야 하는데, 누가 받아줍니까 ?

지금 2003년 현재 전문의 없는 일반의 개업은 현실적으로 시골 면단위에서만이  가능합니다. 7년 뒤라면 면단위라도 산간오지가 아니면 일반의 개업이 불가능할겁니다.

어떻게 어떻게 시골 작은병원에서 인턴은 한다고 합시다. 그럼 전문의는 ?

억울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의학교육은 중세부터 내려오는 도재제도를 따릅니다. 나자신 내가 가르치는 레지던트로 30대 후반이 온다면 안받습니다. 가르치려면 야단도 치고 싫은 소리도하고, 하기싫어하는 거 억지로 시키기도 하고 해야 하는데, 저보다 한참 나이많은 사람보고 그렇게 하면 결국 뒤끝이 안좋습니다. 그런다고 대충 가르치면 환자들이 피해보기 때문에 대충도 못합니다.

어떻게 어렵게 가정의라도 따신다고 합시다. 그때 나이 42셉니다. 42세에 겨우 수입이 생깁니다.

그리고, 다들 의사는 정년이 없다고 잘못알고 계시는데, 엄연하게 존재합니다.

우선, 대학 병원 교수나 레지던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는 3차병원이 아닌 보통의 종합병원 과장은 40 넘으면 힘듭니다. 어떻게 버틴다 해도 45세면 나가야 합니다. 이유는 우선 체력이 안됩니다. 40 넘으면 응급실 콜, 중환자실 중환자 보기가 힘에 겹습니다. 응급콜과 중환자실 콜 받으려면 자다가도 전화 한통에 벌떡벌떡 일어나 나가야 하는데 이것이 해가갈수록 힘듭니다. 마음은 일어나는데 몸이 안일어나지고... 또 중환때문에 밤이라도 샐라치면 다음날이 너무 힘든것을 느끼죠.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 체력이 달려보이고 연봉많은 40 넘은 과장보다는 갓 전문의 딴 팔팔한 30대 중반을 더 선호하는건 인지상정이고, 결국 눈치에 쫒겨 개원하게 됩니다. (지금 일시적으로 종합병원 의사 모자란다고 하는데, 올해 전문의 배출되면 전부 해결됩니다.) 저도 지금 연봉으로 5년 이상 이 병원에서 근무하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개원의의 정년은 대개 55세로 봅니다 . 선배들 경험으로는 대개 50대가 넘어가면 환자수가 줄어든다고 합니다. 요즘 환자들은 너무 젊은 의사도 신뢰를 하지 않지만 머리 희끗해진 의사도 꺼립니다. 최근 가정의학횐가 하는데서 조사를 했는데, 55세가 손익분기점이라고 합니다.  이 나이를 넘으면 그동안 벌어놨던 것을 까먹으면서 병원은 소일삼아 유지만 하는 꼴이 됩니다.

하여튼, 42세로 전문의를 딴다면 종합병원 취직은 어렵습니다. 천상 개원해야 하는데, 종합병원 경험이 없이 개원한다는것도 큰 핸디캡이고.. 또 어떻게 잘된다고 해도 버는건 약 15년 미만,  아무리 잘벌어도 (30대에 의대가서 돈잘버는 미용과 할 수 있다고 설마 생각하시지는 않으시겠죠 ? 현실적으로 이런분들은 가정의학과 아니면 전문의 못땁니다) 비보험과가 아닌 이상 엄연한 한계가 있으므로, 젊은날 죽도록 공부하고 일해서 결국 집장만 하고 애들 공부시키기에도 빠듯할겁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다음 치대를 보면, 의대보나는 훨 낫습니다. 우선 트레이닝이 필수가 아니고, 유급도 거의 없으므로 준비기간 2년 + 대학원 4년 36세면 일단 수입이 들어옵니다.

하지만, 겉으로 알려진 트레이닝이 없지만 대부분 치대졸업생들은 선배밑에서 2-3년 일을 배웁니다. 그때 페이는 300정도 받습니다. 이때는 주로 돈이되는 치료 (임플란트니 교정이니)를 집중적으로 배우므로 이렇게 배우지 않고 그냥 개업하면 힘들기 때문에 다들 배웁니다. 이러면 개원은 40세 정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치과진료가 보험이 않되는것이 많기 때문에 수입은 치과가 훨 낫습니다.

치과의사의 정년은 의사보다 짧습니다. 치과가 알게 모르게 육체노동입니다. 특히 손목과 손가락에 집중적인 힘을 필요로 하므로, 더 힘듭니다. 대개 45세 지나면 손힘이 딸린다고들 하더군요. 이 나이 지나면 하던 병원은 후배에게 맡기고 서서히 일에서 손 땝니다. 50 넘어서까지 현역 치과의사 (치과병원 경영이 아닌 직접 이빨만지는 치과의사)로 일하는 분은 제가 알기론 거의 없습니다. 고로, 치과의사로 버는것은 최대 10년입니다. 하지만, 미용과가 아닌 의사보다 훨씬 수입이 좋으므로 의사보단 낫습니다.

다음은 한의대...

한의대는 수련 필요 없지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잘되는게 한의니 30 넘으신 분들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것으로 봅니다.

마지막으로, 제 글 고깝게 여기지 마시길 다시한번 부탁드립니다. 저도 제 친구중에 서울공대 포공 (저때가 1회였지요) 간넘들 많고 지금까지 공부하는 넘도 있어서 이공계 실정 잘 압니다. 그래서 더 안타깝기도 하구요..

좀이라도 도움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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