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bloff [889122]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3-01-18 22:02:57
조회수 8,171

실모 출판 1년차가 느낀 솔직한 이야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1421668

작년에 신생 출판사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수학 모의고사와 EBS 연계 N제를 출판했고, 


올해까지는 아마 계속해서 출판을 할 예정인 신입 저자로서


작년에 1년 간 수험서 출판을 해보면서 느낀 점에 대해 좀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주변에서 수험서를 출판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시작하는게 좋냐는 질문이 들어올 때도 있고 해서


출판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이면 한 번 쯤 고민해보시면 좋을 내용들을 제가 하면 느낀 점을 통해 풀어내볼게요.


받은 질문들 몇 개를 가지고 QnA 비슷하게 적겠습니다.


(순도 100프로 제가 듣고 느낀거라 다른 저자분들 상황과 많이 다를 수도 있어요!)





Q1. 인터넷에 공부 자료 같은 거 올린 걸로 출판사에서 연락왔나요?



먼저, 저는 고3 때부터 20대 초반의 목표가 "제 이름을 단 수험서를 출간해보는 것" 이었습니다.


그 때 당시에는 뭔가 특출난 학력이라던가 능력이 있어야만 수험서 출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고


20살 때 처음 들어간 대학이 시립대 경영학과였기 때문에 


전공부터 문과인지라 학력으로 관심을 끌어서 출판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원래는 이과입니당)


그나마 하고 있는 건 꾸준히 수학 문제를 만들어오던거였고 


고민하다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수학 문제 무료 배포였습니다.


고3때부터 무료 배포 모의고사를 많이 뽑아 풀었고, 저도 좋은 마음으로 무료 배포를 해오고 있었어서 


무료 수학 모의고사 형식으로 해서 일단 주구장창 인터넷에 문제를 올리기 시작했어요.


그 당시에는 재능기부 느낌으로 수학 문제를 올리는게 당연해서 좋은 마음으로 동참한 것도 있고


올린 문제의 퀄리티라던가 문항의 양이 주목을 받으면 혹시나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오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아마 19년에 1회분, 20년에 5회 ~ 6회분 정도의 모의고사를 올린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 때가 본격적인 스타트로 지금까지 꾸준히 모의고사는 배포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인터넷에 모의고사를 올린다고 해서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갓 대학생 된 시절에는 내가 능력만 있으면 모두가 알아줄거야! 하는 마음이었는데


지금 보니까 그냥 출판 하고 싶으면 자기 문제 가지고 출판사에 발로 뛰면서 책 내달라 해야하는거 같아요.


참고로 저는 지인을 통해 건너건너 연락 받고 신생 출판사에서 출판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Q2. 책 팔아서 돈 많이 벌 수 있나요?



당연히 저자마다 케바케일거고, 책이 막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팔리면 돈 엄청 많이 벌 수 있습니다.


다만 작년에 제가 해보면서 느낀 건 


제가 신입 저자에 신생 출판사임을 감안한다고 해도 책 저자로만 먹고 사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당장 올해 제 책 매출이 작년 제 책 매출의 10배로 상승한다고 해도


제 주변에 과외 많이 잡아서 하는 지인들 벌이도 못 따라 잡을 거 같습니다. 


아마 연차가 쌓이고 제가 메이저 출판사에서 어느 정도 시팅 받는다고 해도 


제가 저축하면서 먹고 살 정도의 수입은 안 나올거 같아요. 


페이에 비해 너무 업무 강도가 높은 일이라는 생각도 들구요.


지금 저자를 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어진 것도 저자로 벌어 들이는 페이랑 문항 공모로 버는 페이가


너무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서 그렇지 않나 생각해요.


이건 저 포함 제 주변에 저자를 해 본 사람들 대부분의 공통적인 의견인 거 같고 


저자에 비해 문항 공모가 너무 떠버리니까 자연스럽게 무료 배포하시는 분이 줄어든게 현실인 거 같습니다.


프리랜서 미팅 나가면 다들 하시는 말씀이 저자는 수자타산이 안맞는 일이라고....






Q3. 그럼 수험서 저자 분들은 뭘로 돈을 버나요?



일단 저는 돈을 못 벌고 있습니다.


작년 말까지 저는 외주나 문항 공모도 안했기 때문에 무료 배포 or 출판 투툴로 살아서


거의 벌어 들이는 수입이 군대 간 친구들이랑 비슷한 수준이었고


이건 건너건너 들은건데 보통 출판사에 연결되는 곳이 짱짱하면 외주 같은 게 많이 들어오는걸로 압니다.


출제 인력으로 주로 연락이 많이오고 강의 제안도 들어올 수도 있고... 그런걸로 알아요.


약간 저자는 직접 많은 돈 벌 수 있는 느낌은 아니고, 돈을 벌게 해주는 커리어 같은거 같아요. 


저는 이제 사실 돈 버는건 반쯤 포기했고


올해 출판 준비는 재작년 무료 배포하던 때로 다시 돌아갔다고 생각하고 하고 있습니다.


돈 안받고도 내리 3년을 무료 배포 했는데 돈이 좀 적으면 어떠냐... 이런 느낌으로요.






Q4. 책 만드는 거 많이 힘든가요?



저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뭔가를 만들 때 완벽주의적 기질이 자꾸 나오는데, 시간이랑 기한이 빡빡하게 정해져있어서


틈만 나면 밤을 샜고, 잠을 잘 못자는게 제일 힘들었던거 같아요.


문항 검토도 누가 전문적으로 해주면 정말 좋을 거 같은데


제가 버는 페이가 너무 적으니까 누구를 고용할 수도 없고, 주변 지인들과 출판사 내의 인력으로 해결해야해서


문항 검토 시킬 분을 구하려고 과외를 다시 알아봐야 하나 고민하기도 하고... 뭐 여튼 그랬습니다.


돈이 많고 시간도 많으면 충분히 재밌는 일인거 같아요. 


내년에 그만두게 되면,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지원 빵빵하게 넣고 취미로 다시해보고 싶습니다.





Q5. 그럼 출판 왜 해요?



그건 저도 잘... 


요즘 멀 해야 먹고 살 수 있을지 고민 중입니다.


무료 배포도 관성으로 하는 사람인데 출판도 일단 올해까지는 하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좀 정신 차려서 프리랜서 계약도 다시 하고 해서 돈 벌려고 노력 중입니다.


아니면 아예 문항 출제 말고 다른 쪽으로 파야하나 고민 중...


바리스타 자격증 따보고 싶은데 담 방학때는 꼭 해봐야...

rare-평가원

0 XDK (+200)

  1. 100

  2. 100

  • 나희도 · 1172412 · 23/01/18 22:04 · MS 2022

  • Hyunu · 1193032 · 23/01/18 22:07 · MS 2022

    "완벽주의적 기질이 자꾸 나오는데, 시간이랑 기한이 빡빡하게 정해져있어서

    틈만 나면 밤을 샜고, 잠을 잘 못자는게"

    부분 등 구구절절 공감하고 갑니다.

    그럼에도 제 출판물(작품)이 나왔을 때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생각해볼 부분이 많은 글이네요...
    좋은 글 작성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시기다리는 · 702831 · 23/01/18 22:08 · MS 2016

    "저자로만 먹고 사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백번 공감합니다.

  • 밸런스맨 · 1140695 · 23/01/18 22:15 · MS 2022

    작년 파블로프 모의고사 맛있었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 야 옹 · 1158481 · 23/01/18 22:33 · MS 2022

    1등급확통묘도 추천하는 파모
  • 치 타 · 1053840 · 23/01/18 23:19 · MS 2021

    2년동안 수험생활 하면서 너무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 진짜 대단하세요..

  • Cantata · 348885 · 23/01/19 01:15 · MS 2010

  • Hawkins · 1096698 · 23/01/19 01:47 · MS 2021

    진짜 훌륭한 사람인데 가는 길마다 돈이 따라오길 바랍니다

  • Cogito Ergo Sum · 1105120 · 23/01/19 02:47 · MS 2021 (수정됨)

    결국에는 열정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걸로 떼돈 벌려면 어떤 과목이든 메이저 4대 모의고사 급에 들어가야 하는데
    많은 분들이 저자가 되면 돈을 긁어모을 거라고 생각하시지만 정말 쉽지가 않죠..
  • Pabloff · 889122 · 23/01/20 08:02 · MS 2019 (수정됨)

    열정을 계속 태울만한 장작이 있으면 좋을거 같긴한데, 요즘들어 어디서 장작을 찾아야 할지가 고민이네요 ㅠ

    스스로를 계속 칭찬해주는 게 답인거 같기도...?

  • 안삼 · 814512 · 23/01/19 09:11 · MS 2018

    돈 벌려고 하는 건 아니죠 출판은

  • 대단한새끼 · 888026 · 23/01/19 09:23 · MS 2019

    이런 속사정이 있었군요... 그래도 낙담하지마시고 언젠가는 적절한 보상이 뒤따르실겁니다~!

  • 딸떨234 · 1056065 · 23/01/19 10:45 · MS 2021

    응원합니다~

  • Shean.T(션티) · 253967 · 23/01/19 11:47 · MS 2008 (수정됨)

    공감 또 공감.. :) 만약 이쪽 길로 계속 가신다면, 글에 쓰신 것처럼 제정신이 아니고서는 꾸준히 하기 힘든 길이기 때문에, 그 경험이 결국 남들과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되긴 합니다 ㅎㅎ

  • Pabloff · 889122 · 23/01/20 08:00 · MS 2019

    하나하나 소중한 경험이라 생각하고 20대 초반 잘 마무리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