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방언의 아래아는 몇십 년 내로 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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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방언 하면 떠오르는 말 "ㅎㆍㄴ저 옵서예(어서 오세요)"
'ㅎㆍㄴ저'를 발음하면 [혼저]와 [헌저] 그 사이 어딘가의 발음이 나오는데 [ɒ]으로 그 음가가 분석된다. 또는 [ɔ]로 분석되기도 한다. [ʌ]나 [ɤ]로 추정되는 중세국어의 아래아의 음가와는 다르다. 즉 '나랏말ㅆㆍ미'의 'ㅆㆍ'는 제주 방언의 'ㅆㆍ'와는 다른 것이다. 중세국어의 아래아가 제주도에서는 원순모음화된 형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층과 중년층에게는 제주 방언 특유의 아래아만의 발음은 점점 사라져 간다. 우리가 흔히 아는 'ㅗ'의 그 발음 [o]로 점점 흡수되는 게 요즘 추세이다. 'ㅊㆍㅁ크래커'나 'ㅁㆍㅁ국'을 읽어 보라 하면 십중팔구 [촘크래커]와 [몸국]이라 읽을 것이다.
'ㅎㆍ다(do)'는 예외적으로 표준어 '하다'와 그 유사성을 지키기 위해 '하다'로 변한다. 사실 이는 제주 방언의 형용사 '하다(많다)'와 동음이의어가 되는 것인데 이러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허다'로 변하기도 하나 표준어에 점점 동화되므로 '하다'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참고로 이 '하다'는 '곶 됴코 여름 하나니'의 그 '하다'다. 제주 방언에는 그대로 남아 있다.
제주 방언에만 있는 음소인 아래아의 음가는 [ㅗ]로 바뀌고 있으며 노년층이 아니라면 더 이상 그 특유의 발음을 하려 하지도 않는다. 자연스럽게 나오지도 않고 [ㅗ]로 발음하는 게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얼마 안 가 아래아는 아예 'ㅗ'로 대체되지 않을까 싶다. 표준어를 기반한 학교 교육과 표준어를 쓰는 대중매체의 보급으로 인해 육지와 교류가 적던 제주도라도 표준어를 듣기 더 쉬워졌고 요즘 세대가 하는 말을 보면 아예 표준어와 다를 게 없다. 제주 방언은 특유의 운소(성조&장단음)가 없다.
개인적으로 나무위키에서 있는 문장이 현재 제주 방언의 실태를 가장 잘 설명하는 듯하다.
몇몇 단어와 어미 빼고는 전멸이다. 육지 말로 해석되지 않으면 육지 사람이 이해하기 힘든 제주 방언(would like station 할머니나 푸른거탑의 그 제주 방언)은 이제 노년층이 아니라면 구사하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더 이상 제주 방언은 특정 어휘만 빼면 알아듣기 힘든 방언이 아니며 대부분의 어휘나 어미도 표준어로 대체되었다.
제주 방언에 아래아 발음이 있다고 할 시간도 얼마 안 남은 듯하다. 과한 걱정일 수도 있겠으나 요즘 추세를 보면 얼마 안 가 사라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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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모든 문화컨텐츠를 표준어로만 진행하고 학교 수업도 표준어 위주로 하는데 자연스럽게 사장될 수밖에 없을 듯

맞말. 육지의 다른 방언들도 마찬가지긴 하나 그래도 거긴 성조의 해골인 특유의 억양이라도 남아 있어서어찌 보면 사투리의 숙명인가봐요... 부산도 또래끼리 억양만 사투리고 표준어만 쓰다 보니까 어른들 사투리 못 알아듣는 경우 엄청 많더라구요
표준어에 동화될 수밖에 없는 방언의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