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rtz [826997]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2-12-31 21: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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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하게요?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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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내년 겨울은 따뜻하게


몸도 마음도 누구보다도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을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용기를 주고 싶어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한명에게라도 이 글이 울림을 줄 수 있으면 좋겠네요.


내심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의 연이은 합격소식과, 매일밤 공부하기 싫은 스스로를 합리화했던 기억들, 말로는 괜찮다, 믿는다고 하지만 왠지 느껴지는 부모님의 원망섞인 눈빛까지... 이 모든 것을 온전히 견디기에는 너무 춥고 외로운 밤입니다.


맞아요. 여러분 생각대로 여러분은 실패했습니다. 

그래요, 여러분 인생은 보기좋게 망했어요. 현역으로 대학을 못가다니, 정말 한심한 인생이에요.


근데, 그럼 죽을겁니까?

아니, 애초에 대학이 뭔지나 알고 있습니까?


우리 가끔 그런 얘기들 듣죠. 남들처럼 대학가는게 아니라 좋아하는걸 하라고. 

너는 뭘 좋아합니까? 알고있습니까?


축구보는거? 몰래 술마시는거? 연애하는거? 친구들이랑 노가리 까는거? 이런건 즐거운겁니다. 음식으로 치면 미원같은거에요. 있어야 맛있지만 없어도 음식은 완성할 수 있죠. 


다시, 여러분은 뭘 좋아합니까?

지금 성적 맞춰서 갈수있는 내인생의 스무살, 캠퍼스라이프를 버리고, 1년을 온전히 꼬라박아서 만들고 싶은 결과라면, 그게 뭔지, 그리고 왜 하는지 정도는 정확히 알고 있는게 스스로, 내 인생에 대한 예의 아닙니까? 


곧 1월입니다. 선행반에 들어가던가 그때까지는 쉬면서 정규반 시험 보시겠죠? 여러분이 정규반 시작하는 날 까지 해야할 숙제는 이겁니다.


누구든(자기자신,부모님,친구,학원쌤 등) 여러분한테 “너 거기(특정 대학이든 특정 과겠죠) 왜 가고싶은데?” 라고 물어봤을 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합리적이지 않아도 돼요. 

대신 내가 너무 원해야해요. 

“의대가서 안정적으로 살려고요” 일수도 있고 

“공대가서 세상을 바꾸려고요.” 일수도 있어요. 

“강아지가 너무 좋아요. 미치도록 좋아요. 그래서 수의대 갈거에요.” 인 사람도 있겠죠. 

누가 딴지걸어도 상관없어요. 아니 무조건 딴지 걸거에요. 사람들은 자기가 봐온 세상으로 남을 부숴버리는걸 좋아하거든요. 지말만맞다는 사람들로 세상은 채워져있어요. (그걸 남한테 강요하면 삼류고, 지만 알면 이류고, 설득하면 일류인 겁니다.)

근데 훈수들 ㅈ도 상관 없어요. 나만 그렇게 믿으면 돼요. “의대가면 삶이 안정적이다”, “세상을 바꾸려면 공대에 가야만 한다” “강아지에게 행복을 줄수 있는건 수의대뿐이다” 이 연결고리만 스스로에게 떳떳하면 돼요.


왜냐면 재수는 존나 힘들거든요

진짜

존나 힘들어 그냥(몽말인지 알지)

매순간 포기하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말한 “왜 가고 싶은데?”에 대한 대답이 스스로에게조차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매일매일, 아니 매순간 흔들릴거에요. “편해질까?” “피방갈까?” “하루만 애들 만날까?” 이런 수도 없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단 하나, 내가 원하는게 뭔지 뿌리를 깊게 내려야합니다. 우리에게 매일 할당되는 에너지는 정해져있어요. 공부하기도 벅찬 이 에너지에서 매일매일 공부하자고 스스로 설득하는데 에너지 쓰는게 아깝다구요.


저는 의대에 가고싶었어요. 왜냐면 의대에 가면 평생 안정적일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평생 공부할 것을 올해 다 몰아서 재수해서, 의대에 가서 평생 공부안하고 머리아픈일 덜 당하고 살겠다” 라는 명제를 스스로의 진리로 세워놓고 살았어요. 이 얘기 들으면 나 잘되라는 수많은 어른들이 딴지겁니다. “의대가면 안정적일거같냐?” “의대가면 공부 더해야돼~” 근데 그 중에 의대 가본사람 없어요. 그냥...우리가 월드컵 보면서 메시 훈수두는 거랑 비슷합니다. 으이그 위로 줘야지  뭐 이런거에요. 

의대 와보니까 안정적인 것도 크게 아니고 공부도 너무 많이해요.  그 사람들 말이 결국 맞았네요? 그럼 재수할 때 그 얘기듣고 의대 안가야지 하는게 더 나은 선택입니까?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저는 1월 31일에 2월에 해야할 것을 알려드리러 오겠습니다. 질문 있으시면 한달간 고민해서 오시면 그날 다 답변 드리겠습니다. 아무쪼록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초반에 세게 얘기해서 미안합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습니다.

내년 겨울은 따뜻하게 보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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