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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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특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길래 생각이 나서 써 봐요
저는 매우 특별한 케이스입니다.
보통 소득수준과 교육수준은 비례한다고 말합니다. 저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 말에 더욱 공감하고요.
저는 유복한 집에서 자라지 못했습니다. 아빠는 고등학교를 자퇴하셨고, 엄마는 외삼촌의 학비를 위해 대학진학을 포기하셔야만 하셨죠.
하지만 저는 매우 축복받았습니다.
당시 한창 유행하던 영어학습법 중 하나가 바로 영어소리를 듣고 영화를 보면서 영어를 체득하는 방식이었는데, 소득수준과 영어실력이 사실상 비례하는 현실 속에 한 줄기 희망을 가지고 저희 엄마꼐서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그 방법으로 저를 교육하셨습니다. 그 결과 국제중 입시를 위해 처음 쳤던 텝스에서 700점이란 놀라운 점수를 받았고, 중학교 때에는 집에서 학습하는 방법에 대한 책을 하나 써 보자는 제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모든 과목을 사교육 없이 공부하기. 어떻게 보면 가장 이상적인 교육전략일지 모르지만, 저희 집은 그것이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필수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주 주말마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고, 정말 사교육의 힘 없이 모든 과목을 다 학습해 왔습니다. 이를 위해 저희 엄마께서는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저에게 할애하셔야만 했고, 덕분에 오늘날의 저와 제 학습역량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특목고에 진학하게 되었을 때 전 세상에 반기를 든 것 마냥 기뻤습니다. 주변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과고와 영재고 입시를 준비한다고 엄청난 사교육과 과외를 받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경제력이 된다는 사실을 과시하던 친구들을 제친 채 당당하게 1등으로 중학교를 마쳤고, 전국구는 아니지만 문과에서는 나쁘지 않은 특목고를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어릴 적부터 꿈꿔오던 개천발 용의 출현이 한발짝 저에게 가까이 다가온 듯한 기분이었죠.
그로부터 3년이 지났고, 이제 19년간의 인생을 매듭짓고 성인으로서의 새 출발을 결정짓는 순간의 과정 앞에 저는 서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나서 처음으로 알게된 제 내신은 3점대 초반.
사실 제 모의고사 등수에 비하면 내신이 훨씬 낮았는데, 고등학교 입학 이후 1년 반 가까이 태어나서 가장 많이 놀았던 터라 그런지 제 생각보다 낮은 내신에 잠이 확 달아나더군요.
2등급대 후반까지가 서울대 수시가 가능하고, 3등급 초반까지가 연대 특기자가 가능하다는 걸 알았을 때 전 다른 무엇보다도 고민이 앞섰습니다.
'과연 내가 서울대가 아닌 다른 대학을 붙더라도 다닐 수 있을까.'
그렇지만 고등학교 2년 동안 쌓아온 수많은 비교과와 학생부가 아까워 현실적인 문제에는 잠시 눈을 감고, 그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수시와 정시를 함께 고민하며 고3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미련을 버리고 배수진을 치려고 합니다.
어차피 수시보다 정시로 지원가능한 대학의 폭이 더 넓은 상황인데다, 무엇보다도 수시로 붙을 수 있는 대학 중에서 제 만족도와 경제적 비용을 동시에 충족시킬 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눈물이 나곤 했었습니다. 아무래도 특목고이다 보니 집이 부유한 친구들도 많았고, 따라서 대학을 가는 데 있어 비용이라는 고민을 가지고 있는 건 정말 저밖에 없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남들은 일단 성적만 되면 무조건 보내주겠다고 하는 마당에, 왜 나만 경제적인 고민까지 함께 해야만 해야 하는지 슬프기도 했고, 서럽고 화도 많이 났었죠.
그렇지만 이제는 깨끗이 마음을 정리하고,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전진하려고 합니다.
"서울대에 진학하는 것."
제 위에는 평생 대학 문턱을 진학하지 못한 것이 컴플렉스인 아빠의 꿈과, 20년이란 시간을 부와 교육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아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헌신하신 엄마의 꿈이 함께 서려 있습니다.
글이 두서없긴 하지만,
저는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가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더욱 열심히 정진하여 꼭 원하는 목표 이루도록 하겠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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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입학처네 ㅅㅂㅋㅋ
님도 배수진공부법 ㄱㄱ 응언합니다
열심히해야죠ㅎ 감사합니다
네. 저도 고등학교 내내 아무런 사교육 없이 여기까지 왔네요. 첨엔 가난해서 였지만 하다보니 "남의 도움따윈 받지 않는다" 라는 마인드가 되어서는 학교 수업 시간에도 그냥 혼자 공부했었습니다 ㅋㅋ
저도 혼자해와서 그런지 학원다니는 건 저랑 별로 안맞더라구요ㅋㅋ 어차피 나중에 또 저 혼자서 따로 하길래 그냥.. 음 코드킴님도 되게 열심히 하셨네요ㅎㅎ
수시카드를 그냥 버리는 것은 많이 위험하다고 봅니다. 재수할 때에도 현역 때만큼 잘 나오거나 아니면 그것보다 더 잘 나올 보장이 있을까요?? 아니죠. 내신이 문제라면 논술이나, 내신반영비율이 낮은 학종을 생각해보심이 어떤가요.
그게 문제가 좀 복잡한게ㅠ 학종은 연특 가능할 거 같고 논술도 영 못쓰지는 않아요 근데.. 제가 가려고 하는 곳은 정시 아니면 갈 수가 없어서ㅠ 성대는 장학금받으면서 다닐 수도 있겠지만 연고대는 성대만큼 쉽지는 않아서 고민이에요..
그렇게까지 형편이 어려운 건 아닌데 최대한 부담이 적은 쪽으로 하고 싶어서요ㅠ
그렇다면 재수를 하셔서라도 꼭 그 대학의 그 학과를 가고 싶으시다면 그냥 정시 올인하세요. 하지만 부담이 적게 하겠다면 수시 카드 버리기는 좀 아쉽네요.
조만간 선생님께도 말씀드려볼 생각인데 만류하실거 같긴 해요ㅎ 그래도 조언 감사드려요! 낼모래 6평 결과도 한번 봐야겠어요
코드킴닌그러면 내신은어떻게관리하셨나요? 수업을안들으신거면..
지역 자사고였습니다. 수능 공부만 열심히 해도 3 후반대는 나오더군요. 논술 + 정시로 이미 고 2때 방향을 굳힌지라 내신은 크게 신경 안썼습니다.
1주요과목외의과목은내신 어떻게 하셨나요?
2동생이 고1인데 수시에서 내신으로 대학보내긴 힘들것같아서 내신전형외의 전형에서 발목안잡힐정동이 내신만 받았으면 좋겠는데 뭐라고조언해야발까요?참고로 공사나 의치한쪽 희망입니다.
1. 주요 과목 외의 내신 던졌습니다.
2. 2~4 유지하세요. 수시는 준비하되, 대학은 정시로 간다. 고 1이면 그냥 어떻게 하는가만 지켜봐주세요.
답변감사합니다~동생에게 잘전해줄께요 ㅎㅎ
재수위험 각오하고 수시 한장도 안쓰는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말고사도 한달 남짓 남았는데 내신은 국영수랑 제가 하는 사탐 위주로는 하려고 해요. 개인적으로 비교과랑 학생부가 되게 괜찮은 편이라 좀 아깝긴 하네요ㅠㅠ
아 뭐야 완전 멋지자나!!! 헹!서울대로 가버려!! 파워있게★
감사해요ㅎㅎ
와 저보다 어린데ㅠㅠㅠㅠ진짜 멋있는듯..글도 잘쓰시고 꼭 목표 이루세요!!
아니에요ㅠㅠ 배배님도 반수 꼭 성공하세요!ㅎㅎ
저랑 비슷하시네요ㅎㅎ 저도 그 흔한 학원 한번 안다녔져.. 항상 엄마는 절 데리고 도서관을 다니셨어요. 초등학교때는 체험학습이랍시고 박물관, 미술관 다니면서 학교도 많이 빠졌네요ㅋㅋ 저는 노는 걸 워낙 좋아해서 중학교땐 공부에 대해 생각하지도 않았고 부모님도 강요하지 않으셨고.. 일반고에 진학했는데 내신이랑은 영 안맞더라구여ㅋㅋㅋ 도서관버프인지 모고는 잘나오네요 지금은 논술 준비중입니다.ㅎㅎ
고등학교 후배님일수도 있을것같은데..연대특기자 카드는 되도록 안버리셨으면 좋겠어요..ㅠ
나중에 따로 쪽지드려도 될까요?
넵
대체 특목고에서 멘탈관리 어떻게 하셨나요...?ㅠㅠ 경제적 문제로 멘탈이 와장창 깨지네요.
숨기거나 그러지는 않았는데.. 부모님께서 부족한 건 없이 해주셔서 친구들은 되게 잘 사는 줄 알더군요ㅎ 졸업하고 나면 드러나겠죠ㅠ
근데 전 경제적인 부분은 부족하더라도 한번도 위축되거나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성적덕분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부모님 영향이 컸던 거 같아요.
설대 한 번 써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제가 현역때 모의고사가 받쳐줬어서 그걸로 연특, 논술 거르고 설경제 지원 했었는데 내신이 좀 낮은 편이었음에도 서류는 붙었었습니다. (저보다 내신 더 낮았던 친구는 비인기과이긴 했습니다만 최종합까지 하더군요.) 학종 중에서 내신 젤 안보는게 설대이니 도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힘내세요!
화이팅하시고 연말에 우리 함께 좋은결실을 맺어봅시다~!!
꼭 성공하셔서 개천에서 용나는 케이스가 더많아지는 사회 만들어주세요!
성공하신 후 초심잃지마시길...
존멋이네.. 얘야 그래도 수시 카드는 버리지 말거라
개천도 없는 사람은 어떡하나요 그럼?
그런데 설대가도 용은 좀 아니네. 가서 더욱더 해서 판검 해야지요
설대간단것자체가 용이죠 쉽게쉽게가는곳이 절대아닌데 물론 졸업하고가 더 중요하긴해도
쉽게가는곳은 물론 아니지만 그저 대학 중 좋은곳일 뿐 그이상의 의미가 있을까요?
이런식의 사고방식은 결국 금수저 미만 잡 이라는 결론으로 갈수밖에 없는데요ㅋ 작성자분이 서울대 가시는건 작성자분에게만 의미 있으면 되는거죠
내년에뵈요 크하하
화이팅이예여!
ㅎㅇㅌ
특목고 2점대가 설대가는군요.. 자사고다닌건 일생의 한이 될듯 하네요 ㅠㅠㅠ
어느정도 따기는 쉬운데 올리긴 만만찮은데 1점 중반대가 설대 수시 농대 떨어졌어요 우린..
역시 멋있다
개천에서 용나도 용들이 자기도 개천으로 추락할까봐 안어울려주는게 우리나라현실이라던데
건승하세요^^
공부보단 인성을..
수시쓰세요!!!!!!!!!!! 수시에 꼭 서울대 써보세요ㅜㅜㅜㅜㅜ
환경과 배경이 공부에 미치는영향보다 재능이 중요
제 공부패턴은 제가 알아서 조절하니까 신경 안쓰셔도 돼요
원래 세상은 님 닉대로이지 않겠어요ㅎ
눈알한테 공부패턴조언은좀..,ㅋㅋㅋ
이분 댓글들보면 각나오죠
왜 멋대로 스토킹하고다니세여; 무서운분이시네
이제라도 아셔서 다행이에요!ㅎㅎ
사이다가 땡기네요!
사러가고 싶은데 엘리베이터가 수리중이라 내려가질 못하겠어요ㅠ
오셨네요!!ㅎㅎ
하오늘수학실수만안햇으면 나도에피각인데 어허헝
수학 변별력이 없어서..그냥 수능으로 깔끔하게 같이 달아요!
댓글을 꾸준히 다시네욤..
키배하기 귀찮으니까 가세요
화작문 매우쉬움 비문학... 하 생략ㅋㅋㅋ 문학 어려웠다고 느꼈는데 헷갈렷던 하나빼곤 그냥그랫어요 ㅎㅎ함정도 딱히
수학은 작년수능보다 조금 어려운? 객관식이 대체로 쉬워서..
과탐은 전 썩 어렵진 않았는데 다들 불이라네요 1달동안 과탐판 보람이잇어요 ㅎㅎ
ㅋㅋㅋ망하고 장렬히 크흐흑 ㅠ
이과는 이번에 어땠어요?
키배는 무슨키배요; 자의식과잉이 너무심하시네요
댓글다는게 너무어렵네요 ㅋㅋㅋ
저도 생투4월초중순부터 시작했는데고난이도 다맞추고 생투의 특유 말낚시에 3개ㅠㅠ 연습하면 나아진다고 믿으니까 별로 신경은 안쓰는데 ㅎㅎ 물리 다맞은건 기분이 너무좋네요 ㅠㅠㅠㅠ작년에4등급 처음떠서 수능에 맘고생많이했는데
컴퓨터가 미쳤나봐요ㅠ 전 한지 자료해석같은거 다맞아서 기분좋긴한데..내일부터 한국사 다시 열공해야겠어요ㅎㅎ 물리..대단하시네요 수고하셨어요!!
물물리엿슴다 ㅎㅎ고생하셧어요 현역인데 대단하네요진짜^^
문과는 더 열심히 해야죠ㅠ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