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독존 [1055336]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2-12-16 09:26:32
조회수 6,952

제가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0458419

국어 시 해설을 쓰면서 이 정도 깊이로 들어가도

혹시 이해가 잘 되실까요? 


시험이 화요일 날 전부 끝나서 그 이후로 현대시 해설서 원고를

마무리하려 하는데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 글을 써봅니다…


이육사의 <절정>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일제 강점기 하에서 고통의 상황을 초극하려는 강렬한 의지가

이 작품의 주제입니다. 


이육사는 한시의 형식을 즐겨 썼는데, 이또한 한시에서 차용된 

‘기승전결’의 형식이 그대로 있습니다. 

실제로 시를 읽어보면 기승전-현실의 암울하고 어려운 상황을 

절정으로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시의 백미는 기승전결 중 ‘결’에 해당하는 마지막 연입니다. 

힘든상황 에서 눈감고 생각해보았더니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라는 것을 깨달으며 광복 의지를 나타냅니다. 


시 자체 는 현실을 초극하려는 의지가 나오지만, 이육사의 상황이 일제강점기라는 것을 대입해보았을 때 광복을 하겠다는 의지겠죠.

그렇다면 왜 겨울이 강철로 된 무지개라는 것이 초극 의지를 나타낼 것일까요.


우선 [무지개]라는 시어는 현대시에서 이상향을 

대체적으로 나타냅니다. 강철로 된 무지개는 떠올려봅시다. 


아주 차갑고 은백색의 속이 빈 반원이 그려집니다. 

이를 만져보면 차가울 것이고 색 또한 은백색이고 모양도 속이

빈 반원입니다.

 이걸 처음 본 사람이 강철 고리가 아니라 강철로 된 무지개라는 것을 알 수 있을까요?


겨울, 즉 비극적인 현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곳에서 살면 비극적인 상황(강철)이 지속될 것 같고, 

이상적인 상황(무지개)을 떠올리기 힘듭니다. 


이육사 또한 일제강점기에 사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1-3연의 힘든 상황으로 인해 이상적인 상황을 못 떠올려야 정상적입니다. 


하지만, 이 시에서 겨울은 강철이 아닌 ‘강철로 된 무지개’라고 

말함으로써 지금의 비극적 현실이 겉으로만 비극적이고 속은 이상을 내포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이 무지개의 면모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



현재 활동 되게 애매하게 히고 뻘글(?) 비중도 높아 죄송하지만,

내년 초부터 달리려면 저도 조금 쉬어야 하니 (ㅎㅎ,,) 너그러이

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rare-Apple rare-Ox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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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력이안되면노력을 · 1152550 · 22/12/16 09:28 · MS 2022

  • UR독존 · 1055336 · 22/12/16 09:31 · MS 2021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약사 지망하는 판다 · 994087 · 22/12/16 09:29 · MS 2020

    해설 굳굳

  • UR독존 · 1055336 · 22/12/16 09:32 · MS 2021

    네! 읽어주셔서, 칭찬해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 하디3분컷 · 1038961 · 22/12/16 09:31 · MS 2021

    솔직히 말하자면, 수능 국어를 위한 해설이라고 할 때 과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올려주신 칼럼들이 정말 도움이 됐던 건 필요한 액기스가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인데 수능을 볼 때 딱히 필요 없는 부분까지 길고 깊게 나와있는 것 같아서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할 거 같아요. 물론 수험생이 아니라면 좋을 거 같아요!

  • UR독존 · 1055336 · 22/12/16 09:33 · MS 2021 (수정됨)

    제가 지금 고민하는 포인트가 칼럼은 칼럼이니까 액기스만 해도 되지만 해설서는 설명이 자세해야 할 거 같아서 그 정도가 궁금해지고 있네요,, 사실 저런 해석을 연습하면 다른 시에서도 저런 깊이 있는 생각이 가능해 연습 시킬 용도로 저리 써볼까 고민 열심히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의견 감사드려요 제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잘 짚어주셨네요

  • UR독존 · 1055336 · 22/12/16 09:34 · MS 2021

    아 문장 지 어쩌고 저건 실제 책에서는 빠져있습니다…! 제가 보려고 써놓은 부분이라서 미처 못 뺐네요 ㅜㅠ

  • 브라질리언왁서 · 1141986 · 22/12/16 09:31 · MS 2022

    좋앙용

  • UR독존 · 1055336 · 22/12/16 09:37 · MS 2021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 Cogito Ergo Sum · 1105120 · 22/12/16 09:39 · MS 2021 (수정됨)

    윗댓글분과 저는 의견이 살짝 다른 게
    (예시로 나와 있는 부분만 보면) 수능 국어에 필요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상위권 수험생'의 관점에서 독해하는 것을 보여주는 해설서라면, 필요한 내용을 적합하게 다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읽을 때 여기까지 생각하면 완벽하다 - 의 라인을 잘 정해둔 것 같은데, 이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물론 완전히 실전적인 판단을 하는 사고가 추가되면 더 좋겠지만,
    아마 추가하실 것 같아서 생략했습니다.

  • UR독존 · 1055336 · 22/12/16 22:30 · MS 2021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코기토 님…! ㅎㅎㅎ

  • 고세약 츄 커풀화1 · 1016140 · 22/12/16 09:39 · MS 2020 (수정됨)

    보기 문제가 아닌이상 실전적인 해설과는 거리가 있어보여요 굉장히 깊이감 있는 느낌인

    보기 문제에서 해설인거면 괜찮은거 같아요

  • UR독존 · 1055336 · 22/12/16 22:31 · MS 2021

    저게 실전적으로 변하는 게 앞으로 쓸 팁인데 아직 전혀 티가 안 나나 보네요ㅠㅠ

  • 고세약 츄 커풀화1 · 1016140 · 22/12/17 10:21 · MS 2020

    오 그럼 뭔가뭔가 좋을거 같아요
    어떻게 나오더라도 살 거에요

  • zhsu · 1136146 · 22/12/16 09:59 · MS 2022

    독존님 제가 23 삼극사기를 구매했는데 24년도 개정판이랑 많이 다를까요?

  • UR독존 · 1055336 · 22/12/16 22:32 · MS 2021

    일단 정오는 3쇄 때 다 잡아서 학습에는 지장이 없으실 거 같은데 제가 24 수능 대비하시는 분들 23으로 사신 분들한테 드릴 학습지 출판사와 협의 후 배포할게요

  • zhsu · 1136146 · 22/12/16 22:35 · MS 2022

    감사합니다 ㅠ ㅠ 제가 국어 영어가 노베여서 그나마 잘하는 수학을 먼저 잡아두려고 미리 하려다보니까 23년도껄로 사버렸네요

  • 후후불면은 · 1151015 · 22/12/16 10:32 · MS 2022

    독존님 칼럼 보고 체화하려고 머리 아플 정도로 노력했는데 올해 문학 25분컷 했습니다 정말 정말 도움 많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 UR독존 · 1055336 · 22/12/16 22:32 · MS 2021

    고생 많으셨습니다….! 댓글로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ㅎㅎ

  • 아드레날린 · 984786 · 22/12/16 11:15 · MS 2020

    독존님, 오픈 채팅으로 대화 나눌 수 있을까요?
    부탁드립니다

  • UR독존 · 1055336 · 22/12/16 22:32 · MS 2021

    내용 알림으로 확인했고 제가 화요일에 시험 끝나니 수요일에 한 번만 더 보내주세요….!!!

  • 아드레날린 · 984786 · 22/12/17 19:56 · MS 2020

    정말로 감사합니다
    다음주에 생각 정리해서 다시 연락 드릴게요

  • 아드레날린 · 984786 · 22/12/21 10:11 · MS 2020

    오픈채팅으로 많이 길게 보냈는데(…)
    시간되실때 읽어주세요
    (매번 고마워요 독존형)

  • HhIJLNc3MDBTbZ · 681226 · 22/12/16 11:27 · MS 2016

    고광수식 스토리텔링 해설 느낌나서
    ㄱㅊ은거같기도요

  • DeepFeed · 1035615 · 22/12/16 11:29 · MS 2021

    실전 문풀보다는 문학 연습하는 입장에서 더 좋은 것 같아요.
    기존에 제가 읽었던 시중 해설서 이상의 깊이있는 내용을 공부할 수 있다는게 좋은 것 같네요

  • restlessguk · 613724 · 22/12/16 12:11 · MS 2015 (수정됨)

    간결하게 흐름따라서 해설이 진행되니 좋네요
    그런데 올리시던 실전형 칼럼하고는 성격이 다르다보니까 이전 칼럼들의 수요자들 니즈하고 맞물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현대시는 해석이 여러가지인 경우도 있다보니 <보기>에서 다른관점을 취하면 또 다른해석이 나올것 같아서 몬가...몬가.. 누가 태클걸고 그럴것 같은 그림이...

  • 황희찬의액션빔 · 980854 · 22/12/16 13:40 · MS 2020

    수능국어에서는 좀 투머치하다고 생각해요

  • 기하황 · 1061855 · 22/12/16 15:00 · MS 2021

  • 공부도하자 · 963537 · 22/12/16 17:08 · MS 2020

    실전에서 할 수 있는 생각과 끝나고 생각할 수 있는 거로 나누어 놓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저런 사고를 ‘경험’해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돼서..

  • kkk_q · 1075071 · 22/12/16 22:22 · MS 2021

    문제를 위한 해설과 분리시켜서 더 깊은 내용을 원하는 사람만 읽어보도록 하면 좋을 것 같네용

  • 특기가한국어 · 1139035 · 22/12/17 00:03 · MS 2022

    교육과정 상으로도 작가나 시대상같은 외적 준거를 통해서 작품을 이해하도록 하고 있으니, 이렇게 공부하는 게 실력향상에는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들을 암기하는 게 아니고 주체적으로 해석을 끌어낼 수 있다면 문학을 틀리는 게 이상하겠죠.
    중요한 것은 이런 준거들을 가지고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윤동주면 부끄러움이다 뭐하면 뭐다 이런 내신식 암기를 지양하고, 작품을 해석을 암기하는 게 아니고 내가 주도적으로 해석하고 해설을 보면서 비교하고 사고과정을 점검하는...
    이런쪽으로 책을 내시면 도움이 많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 TGLM · 921646 · 22/12/17 18:34 · MS 2019

    독존님! 오픈채팅 주소나 메일주소 쪽지로 보내주실수있으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