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뻘글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0370294
재수가 끝이 났다. 내 재수를 함께한 오르비에 작별을 고하는 바이다. 그에 앞서,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향하는 길에서의 소회를 밝히고자 한다.
남들은 미성년에서 벗어나자 마자 가는 대학. 이를 등지고 선택한 또다른 한 해의 학생 생활. 그로 인해 나는 성년이 되었어야 함에도 아직 미성년이다. 육체적, 행정적 나이는 미성년에서 벗어났노라- 고하고 있음에도, 아직 고등학생 같은 사고와 행동에 갇혀 있음은 내 정신이 미성년의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 하다.
대학에 간 친구들의 소식을 간간이 전해 듣곤 한다. 너무나 빛나 보였다. 현역때 차마 선택하지 못했던 학교를 갔던 선배는 어느새 편입에 성공해 곧 고려대생이 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인설잡대라고 비하하던 학교에 간 어느 친구는 그곳에서 여자친구도 만들고 성적장학금과 대외활동, 연합동아리 등을 통해 소위 인싸의 삶을 살고 있었다.
내게 묻는 듯 했다. 넌 저들이 저렇게 빛나는 것을 이루어 낼 동안 무엇을 했는가? 나는 차마 부끄러워져 답할 수 없었다. 네가 그렇게 비하하고 무시하던 것들에서 얻어낸 것을 보아라. 네 일 년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나? 아니었다. 내게 남은 것은 불어난 7키로의 체중과 약간의 우울증, 불안장애, 좁디좁아진 인간관계의 스펙트럼, 그리고 고작 16 오른 평백이 다였다. 내 일 년은 딱 그정도의 가치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현역때 35355로 개좆쳐망한 성적에서 24422의 성적으로 변한 것에서 위안을 삼는 것이 어떠냐고.
솔직히 말하면 불만족스럽다. 삼반수라는 세 글자가 머릿속에서 어른거리는 듯 하다. 하지만 내게는 이 지독하고 자기파괴적인 행위를 일 년간 더 수행해낼 자신이 없다. 주위 친구들이 너무나도 부럽다. 부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그들의 대화 속에서 초라해지는 나를 발견하는 매 순간마다 자기혐오가 치솟아 견딜 수가 없다.
나는 대학에 가야겠다. 24422따위가 가봤자 뻔하다. 라는 비난을 해도 좋다. 하지만 나는 꼭 대학에 가야겠다. 일 년간 너무나도 지쳤다. 이 병신같은 짓거리를 또 하기로 선택한 당신에게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과연 당신이 지금을 돌아 보았을 때, 삼수 하지 말 걸. 따위의 말을 지껄이기 전에 그만 두라고. 뭐 난 개병신아싸새끼라 대학 가봤자 좆목질도 못할거고 남는게 학벌밖에 없으니 장수를 해서라도 좋은 학교에 가겠다고? 그렇게 해서 남는 게 무엇이 있는가?
내 가치관을 당신에게 강요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이 글은 철저한 자기반성과 자기혐오의 글임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내년의 나는 이 따위 저열한 감정의 배설을 읽어내리며 피식 웃고 넘길 수 있는, 청춘의 회랑을 지난 성년의 나이길 간절히 바란다.
부디, 내 재수를 함께 해준 이 모든 감사한 이들에게 청춘의 기쁨이 깃들길 감히 바라며, 익명 남김.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8의 의지 ㄷㄷ
-
복습하는데 시간 엄청 오래걸릴거같네요..인강 들은 시간도 포함해서요
-
원래 작은 책상 하나 있고 그 옆에 1단 짜리 책장있는데 그거 다 없애고 존나 긴...
-
오르비언들한테 보내는 청첩장은 막 신랑신부 본명이랑 오르비 닉네임이랑 같이 쓰여져...
-
92점 (확률과통계) 15번 틀: 딱 한 번 시도해보고 못 풀겠다 싶어서 바로 드랍...
-
기억이안나네
-
양적관계 풀때는 0
노래 안듣는게 낫겠지
-
수학 도와주실분 1
수1은 어느정도 푸는데 수2를 못하겠어요..ㅠㅠ 4등급인데 공통 수1은 21,22...
-
왜저게..?
-
의미 하나도 없는거 잘 아는데 점수가 잘나와서 솔직히 자랑하고 싶음...
-
역사덕후들이 하는 게임 있는데 주변에서 아는사람(하는사람x) 딱 1명봄...
-
3등급 노베임 ㅎ 지금 들어가면 따라가기 많이 힘듬??
-
아무 말이나 써놓고 양으로 승부봐도 되긴 하지만 그럼 만족이 안 됨 문장의 짜임이...
-
무산되면 과탐1은 ㄹㅇ 쑥대밭일텐데
-
대깨의는 그럼 강제로 +1인거임?? ㅋㅋㅋㅋ 진짜 말이되나? 미치겠네
-
수학 노베 0
수학 노베이스라서 재수 생각하고 늦었지만 지굼부터 수학 해보려고하는데 현우진 선생님...
-
생태계 > 유전...
-
겉으로 보기에는 마냥 성실하게 공부히고 얌전히 말 잘 듣는, 전형적인 선생님한테...
-
수2는 재미있기라도 하고 기하는 단연 최고의 과목인데 수1은 왜 이 모양일까요...
-
국어 23 6모 6등급 23 수능 5등급(국어 공부 거의 안 했다고 봐도 무방함)...
-
동사세사 5050 나오는데 저랑 역사얘기 하실분 구해요
-
앙대앙대 0
중앙대 국문 가려면 정시 백분위 어느정도로 봐야돼용? 6월부터 공부시작햇는데 감이안잡히네
-
친구가 그리말하는데 개소리인거같기도하고
-
[10모 5>수능 1] 수능 한국사 전범위 요점정리(2025 수능대비) 1
구매링크...
-
항상 수1 수2를 하다보면 미적분을 오래 안하게 되어서 까먹고 또 그래서 미적분...
-
어케 풂? 진짜 다 구해놓고 마지막에 막히는게 너무 많음
-
수학은 수1 수2 미적 이렇기 과목이 나눠져있잖아 나는 현우진 듣는데 과목마다...
-
왜케 유기하지 자꾸... 근데 수학이 개재밌어서 국어 하기가 싫기도하고... 전과목...
-
내일 무득점할듯
-
택시 탈려고 하는데 잔액이 없거든 근데 후불이라서 당일이 아닌 며칠 후에...
-
.
-
전공의 대표 “병원장들은 거대 권력에 굴복...고소·고발 준비 중” 1
17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국 수련병원장들을 향해...
-
수1은 어느정도 푸는데 수2를 못하겠어요..ㅠㅠ 4등급인데 공통 수1은 21,22...
-
댕신기;;
-
"종일 암 수술해도 쌍꺼풀 수술보다 값싼 게 필수의료 현실" 2
'공공병원서 필수의료 20년' 외과의사…"빅5 병원만 살아남고 필수·지역의료 붕괴할...
-
내가 잘못했어 뽑던 거라도 뽑아줘
-
잠이 많이 안와서 오늘좀 일찍 시작했어욥 05시부터 19시40분까지 쎈 자꾸 틀려도...
-
독서는 김동욱 일취월장 하고있고 문학은 김상훈 문학론 하고있는데 문학론 끝난이후에...
-
수시입시 컨설팅 0
수시 이과 컨설팅 받고 싶은데 입시 컨설팅 추천해주세요
-
고2때 윤사를 안했었는데 3학년 선택과목으로 생윤해도 2학년 때 윤사 했었던...
-
외부생으로 치는게 여간 귀찮은게 아니여 + 자랑질은 수능성적으로 하겠습니다
-
사실 제가 그동안 직장에서 일을하면서 직장 바로 위 사수님이랑 갈등이 있었어요...
-
근데 ㄹㅇ 오르비언끼리 결혼해서 애낳으면 웃기겠다 18
저분은 아빠가 오르비할때 갤주셨던 슈냥님이고 저쪽분들은 칼럼 쓰던 분들이셔! 아...
-
아세트아미노펜 합성 실험 질문! 유기화학 아시는분… 0
아세트아미노펜 합성 실험을 했는데 촉매를 산촉매랑 염기촉매를 썼거든요? 저는...
-
작수 미적 사문 지구 봤고요 반수중입니다 올해도 미적 사문은 그대로 갈건데 지구가...
-
꿀맛궁디 0
앙
-
동네 영세 재수학원은 다니지도 말고 외부생으로 뭐 응시하지도 말아라 제발 경험담이다
-
시대인재 인문반 기준으로 하반기 한달에 컨텐츠비로만 어느 정도 나오나요?
-
으쌰 으쌰! 진핑아 멀리 안간다 ㅋㅋㅋ 착짱 죽짱!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