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pent [993687] · MS 2020 · 쪽지

2022-12-11 15: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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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수학 킬러문제를 대하는 모든 여러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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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문제를 대하는 모든 여러분들께


항상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성적은 잘 오르는 것 같지 않고 정체되어있는 것만 같은 느낌 많이 받으신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특히나 예전에 봤던 기출 킬러문제를 몇 주 뒤 다시 마주했을 때 한켠으로는 친숙함과 반가움이 들지만 그 후 엄습해오는 공포가 있습니다. 정말 내가 힘들게 풀었던 문제인데,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었는데 이거 다시보니까 하나도 모르겠네. 내가 막혔었던 부분에서 그대로 또 막히고 어떻게 해결해나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때 엄청난 스트레스가 나 자신을 잠식합니다. 많이 겪어봤던 경험담입니다. 


학교에서 킬러문제를 처음 보게 되면 당연히 풀리지 않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문제들은 모양이 똑같이 생기고 숫자만 다르지 내가 아는 개념 그대로 적용하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는데 킬러문제는 한문제 짜리 주제에 내가 아는 개념을 정말 여러 가지 섞어놓고 어디서 어떤 개념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안 가르쳐 주는 수수께끼를 벌입니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맞습니다. 답지를 보고 해설을 배워야 겠지요. 어떻게 푸는지 알아야 풀던지 말던지 하지요. 그런데 어? 이거 내가 아는개념인데 도대체 왜 못떠올렸지? 라는 생각 들어본 적 정말로 단 한번도 없습니까? 


저는 솔직히 정말 많습니다. 해설을 보고 나면 다 이해가 되지요. 아 이거 이렇게 푸는게 맞지 그래 이렇게 배웠어. 그런데 왜 못떠올렸을까? 아직 공부가 덜 되었나 보다. 문제집 한권 더 풀고 한번 더 풀고 다회 풀면서 체화시키자..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답답합니다. 


문제는 정보를 저장하는데에 있지 않습니다. 정보가 부족해서 문제가 풀리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정보를 꺼내는 연습이 부족한 것을 정보가 부족한 것으로 오인하는 순간 정체되고 뒤쳐집니다. 


정보를 꺼내는 연습을 하는 방법은 정말 쉽습니다. 해설을 보지 않는 것입니다. 해설을 보지 않고 끝까지 문제를 풀어봅니다. 킬러문제라면 또는 준킬러 문제라도 한 문제에 1시간 쓰는게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1시간 동안 그러면 어떻게 풀어야 되나요? 


여러 가지 고민을 해봅니다. 이렇게도 접근해보고 이렇게도 접근해보고 내가 아는 방법 전부 써보고 나면 이젠 할게 없습니다. 그러면 그냥 문제를 쳐다 봅니다. 팔짱끼고 연필 내려놓고 그냥 문제를 째려봅니다. 그러다가 또 한번 고민해봅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풀 수 있을까? 


그냥 한시간 두시간 죽치고 앉아있습니다. 밥먹으면서도 생각해봅니다. 그래도 안풀리면 그냥 다른 문제 풀면 됩니다. 다른 문제도 한시간 두시간 고민해 봅니다. 그러다가 끝까지 안풀리면 그냥 넘기고 다음주에 다시 풀어봅니다. 


그냥 귀신같이 풀립니다. 왜 이걸 생각못했지?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귀신같이 풀립니다. 또 엄청난 쾌감과 상승감이 자신을 감아돕니다. 그 일주일 새 다른 문제들을 풀면서 나는 성장한 것입니다. 그러면 그 문제 풀이 방법을 까먹을까요? 


저는 재수하면서도 하루 종일 수학만 해도 하루에 3문제 푼 날도 있습니다. 공부를 적게 한 것이 아니라 계속 문제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공부하는 시간은 문제를 빠르게 엄청 많이 풀 때 가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풀지? 라고 고민하는 시간에 비례합니다. 실력도 그 때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는 문제의 난이도 선정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내가 문제를 고민하다가 정녕 풀리지 않아 해설을 봤을 때 해설이 상당부분 이해가 안된다면 나에게 너무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있는 것입니다. 또는 문제를 푸는데 술술 풀려서 한 문제를 푸는데 2분도 걸리지 않는다면 나는 공부를 하고 있는게 아니라 내가 이정도는 그래도 한다는 것을 계속 확인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혀 성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난이도는 한 문제에 15분에서 1시간이 걸리고 그 문제의 해설을 봤을 때 이걸 왜 생각 못했지?라는 정도의 난이도가 가장 나를 성장시켜준다고 생각합니다. 


문제 고민하는 시간이 나를 뒤처지게 만든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재수 삼수생들은 이미 마음이 급해서 계획했던 문제집 3권을 풀려고 해설을 마구마구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느리게 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깨달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파이팅입니다. 


#수능 #수능수학 #수능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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