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독존 [1055336]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2-12-01 11: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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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졸업생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9938431

수능을 보고 난 후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참으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기에는 저와 1년 동안 본 사람도 있겠지만, 

제가 그랬듯이 수능 보고 등급컷도 궁금하고 원서 영역에 대해서 정보도 얻고 싶어 온 사람도 많을 겁니다. 


그런 분들에게 간단히 제 소개를 하자면 작년 수능 보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 재학하게 된 학생이며, 

삼극사기라는 책을 썼고, 이 외에 오르비 이곳에서 백 편이 훌쩍 넘는 공부 칼럼을 올려온 사람입니다. 

나름 여기서는 이름이 있어서 그에 걸맞는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꿈이 무어라고 묻는다면 어떤 답변을 하나요? 

보통 의사가 되고 싶어요... 건물주가 되고 싶어요...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여러분들은 자기 소개를 하라고 묻는다면 어떤 답변을 하나요? 

보통 어디에 재학 중인, 몇 살, MBTI...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이런 사고는 사실 수능이 방금 끝난 여러분에게 결과에 상관없이 좋지 않습니다. 

인간은 여러 인간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정의하기도 하지만,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을 통한 자아 확립이 아닌, 자신이 직접 자아를 확립하는 것입니다.




수능이라는 제도가 참 무섭습니다.

제가 누차 여러번 했던 말이긴 하나 수능 전날과 다음날 나에 대한 세상의 시선은 정반대입니다.


무한한 가능성이 결과야 어찌됐든 확정이 되버리니까요.

저도 의과대학에 와서 남들은 부러워할 지언정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더라고요.


아 이제 나는 갈 길이 정해져버렸구나. 영락없이(?) 의학에 몸을 담가야 하구나...


하물며 재수를 결심했던 2021년 1월에는 내가 생각한 20살이 이런 스무 살일 줄은 몰랐다고

자책하며 강남대성 교실 안에서 조용히 사색에 잠겼었네요.


제가 재수를 끝내고 수능을 보기 전날 자기 직전에 했던 생각이 


'참 열심히 살았다. 이런 거라면 인생에서 일 년은 해볼 만 했다.' 였습니다.


정말 재수하면서 힘들다 힘들다 했지만, 저는 아직도 여전히 참으로 재수 시절을 떠올립니다.

그만큼 인생에서 사색에 잠겨볼 시간이 있었는지,

내가 나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는지.


지금 이 시간이 바로 여러분들이 n수를 하든 안 하든 

여러분이 누구인지 찾아갈 만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초반에 여러분들께 제시했던 물음으로 돌아가볼까요? 

왜 꿈과 자기 소개를 저렇게 하면 안 될까요.


EBS에서 역사 강의를 해오신 최태성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을 인용하자면,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랍니다.


내가 무엇이 되겠다는 것 보다는 무얼 하는 사람이 되겠다.


하다 못해 꿈을 넘어서서 무얼 하더라도 저런 동사의 사고가 훨씬 좋습니다.


내가 학점 4.5를 받겠다 -> (X)

내가 스스로도 만족할 만하게 과제를 미리미리 해야겠다. -> (O)


명사로 된 결과는 여러분의 동사로 된 행동 이후에 저절로 따라오는 것.


1년간 제 공부 칼럼을 봐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러분들이 제대로 된 공부를 하려면 문제를 푸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문제로 포장된 그 안의 내용물인 깨달음을 문장으로 써내는 것이 중요했죠.




마찬가지에요.


저는 여러분들이 수능이 끝나고, 가장 큰 목표였던 수능의 상실로 인해

방황을 많지 않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에 그치지 않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찾아보세요.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으면 여러 활동을 해보며 좋아하는 걸 알아보세요.


저도 대학 와서 처음 친 탁구가 이리 재밌을지 몰랐고, 

좋아할 것 같은 컴퓨터가 생각보다 안 좋을지 몰랐네요.


하루 종일 사색에도 잠겨보고

하루 종일 친구들과 놀아보고

하루 종일 오르비에 글도쓰고

하루 종일 잠만실컷 자도보고


그래도 좋으니 이 기간에 한 번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가 생각 꼭 해보세요.


저는 어려서나 지금이나 아직까지는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아 

의과대학에 진학을 했고, 오르비에서 글도 쓰고 질답도 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사실 꽤 자주) 나에게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데 힘만 쓰다가

지쳐버리기도 하고, 더 이상 감사가 심금을 울리지 못하고 허울로만 들릴 때도 있지만,


다른 일에 비해서 왜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났고 살아가야 하는지의 의문에 대한 

답으로는 가장 저게 설득력이 있어 감히 제 소명으로 삼고 살고 있는 중입니다.


저도 최근에 되게 번아웃 많이 오고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도 있고 건강도 안 좋았어서

다시 고민해보고 생각해보았는데 그래도 저게 아직은 제 답이네요.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답을 찾아 그게 답이라고 확정 짓지 말고,

계속 증명해가는 삶을 사시면 좋겠어요.


의과대학 오면 인턴 때 모든 과를 다 돌며 공부하고, 레지던트 때 과를 정해서 수련합니다.

흉부외과 전문의 신경외과 전문의 이런 것처럼요.


이때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절대 예과 때부터 어느 과를 가야겠다고 생각하지 말라더라고요.

그런 주관 없이 많은 경험을 해 본 후에 그 후에 정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원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멋대로 정해놓은 목표에 나를 껴넣는 거라고.


그래서 여러분들이 여러분의 답을 내되 확정 짓지는 말고 증명해나갔으면 좋겠어요.

증명하다 잘못됐으면 어쩔 수 없죠 다시 돌아가야죠.


아직 여러분들은 돌아가기에 충분히 어린 나이고 (저를 포함한 오르비의 거의 모든 사람이),

우리의 삶은 아직 기니까요.


구체적으로 쓰려고 노력했지만 추상적이네요,, 

그래도 열심히 읽으면 충분히 추론(?) 가능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갓생사냐, 몸이 두 개냐, 대단하냐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지만

저는 스스로 잘 공감이 되지 않았어요...


저도 침대에서 하루 종일 웹툰만 본 적도 많고, 

컴퓨터로 타이핑 열나게 해서 뭔가 열심히 하는 것 같지만 알고보면 카톡이었던 적도 많네요.


그래서 저도 잘 실천 못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면 갓생이라고 들을 만한 습관을 적어보자면,


1) 못해도 열 두시에는 자기

2) 못해도 일곱시에는 일어나기

3) 일어나자마자 폰 절대 보지 말고 세수부터 하기

4) 다이어리 쓰기 (이거 제가 진짜 못함)

5) 약속 분 단위로 잡기

6) 매일 루틴으로 일정 체크하기

7) 꾸준히 할 취미 찾아서 하기

8) 오르비 안 하ㄱ.. (ㅠㅠ)


정도이겠지만, 방법은 어떻든 목적이 확실하면 어떻게든 근처로 가더라고요...

여러분들에게 어떻게 들릴 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살면서 이렇게 시간이 느릴 때는 없을 거에요.


그러니까 이때만큼이라도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내면에서 자기가 누구인지 꼭 정의내려보시고 증명하는 삶을 사시길 바라요.


고생 많았습니다 다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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