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영포자(4~9) 학생들 가르쳐보고 느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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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문법&구문독해 전문 강사로써, 그리고 영포자(4~9등급) 지도 전문 강사로써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2024학년도 수능이라는 새로운 수능을 준비하며, 다시 또 많은 학생들이 모였을 터입니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다음 수능의 커리큘럼을 정하기 위해 분주히 고민하는 시즌입니다.
작게 본다면 일년간의 공부거리를 정하는 시즌, 크게 본다면 앞으로의 인생에서 첫 단추를 끼우게 되는 대학을 결정짓는 시험을 대비하는 시즌이지요.
'영포자 지도 전문'의 슬로건을 달고 강사 일을 하다 보면 영포자 학생들을 정말 많이 가르쳐보기도 하고, 또 제게 직접 배우지는 않더라도 영포자 학생들로부터 질문이나 상담 등을 정말 많이 받아보기도 합니다.
살면서 영어를 처음 공부해본다는 친구(=9등급)들은 지금 당장 가르치는 학생 중에서만 넷은 있는 것 같고, 영어학원을 꾸준히 다니긴 했다는데 3-4등급을 벗어나지 못하는 학생도 많이 봤고, 그냥 어중간하게 학원을 반강제로 쭉 다녀와서 4-5등급 받는 학생도 많이 봤습니다.
또 영포자 학생이 죽어라 열심히 단어 외워서 4-5등급까지 혼자 힘으로 올린 케이스도 며칠 전에 상담해줬네요.
이외에도 오르비에서 추천받았다고 유명 인강 5회독 돌리고 4등급 받은 친구도 지난주에 봤던 기억이 나고요.
다시 말해서 제가 매일매일 일상처럼 보고, 가르치는 학생들이 대부분 4~9등급의 학생이라는 겁니다.
저조차도 고1때 9등급 찍어봤으니.. '영포자 심리학'같은 전공이 있었다면 분명 제가 그 전공의 교수 임용에 지원했을 겁니다. 그만큼 영포자의 사고방식 이해 및 문제진단을 정확하게 해낼 수 있는 강사라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이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이냐고요?
가장 큰 이유는 안타깝기 때문입니다. 영어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보는 게 안쓰럽다 못해 답답하기까지 합니다.
도대체 이 영어가 뭐라고 삼수 사수하는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타들어갈 지경입니다.
대학은 인생의 전부가 아닙니다. 하지만 수능을 준비하는 여러분들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 큰 산, 중요한 시험처럼 느껴질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나 중요한 시험인데도 불구하고, 그 시험의 중요성 만큼이나 많은 분들이 영어 커리큘럼은 진지하게, 심각하게 고민하고 계시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쉽게 올리는 질문글, 그리고 쉽게 달리는 조언글.
제 경험상 그대로 공부해갈 학생들의 대부분 결과가 썩 좋지 못할 것임을 압니다.
"단어만 알아도 2등급 3등급은 나온다.", "그냥 모고 n개년 풀면 누구나 영어 잘할 수 있다"
그런 조언들에 어떤 학생들은 인생이 꼬입니다. 제 뇌피셜이 아닙니다.
제가 실제로 쪽지로 보고 접하는 케이스를 두고 얘기하는 겁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건, 그리고 누군가가 공부해갈 커리큘럼에 대해 직간접적인 조언을 해준다는 건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무거운 책임이 있는 일이고, 누군가의 인생의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입니다.
그결과 방향 설정을 잘못한 학생들이 너무 많이 보입니다. 오르비에서도, 다른 곳에서도, 어디선가 조언을 듣고 열심히 했다고 하는데 조언의 내용이 적절치 못한 경우를 너무 많이 봅니다. 오르비의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 영포자들의 뒷세계라고 합시다.
애초에 영포자 학생들은 뭐가 맞는 말인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영어가 어렵고, 그래서 영포자인 거겠죠..
누구든 조언을 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진심으로 감사하며 그대로 죽어라 열심히 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희망 한가득 안은 채로.
중등단어도 제대로 모르는 학생이 조언대로 워드마스터 2000만 죽어라 외우고 있다고 얘기 들으면 속으로 한숨이 푹 나옵니다. 영어를 제대로 공부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조언대로 구문독해 인강부터 열심히 듣고 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도 한숨이 푹 나올 수밖에 없어요.. 답답해서. 그리고 그 조언 준 사람이 도대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왜 이런 조언을 해준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요.
그 학생들이 실력이 올랐냐고요? 조언 받고 죽어라 열심히 했는데도 안되니까 저를 찾아와서 물어본 겁니다.
때로는 제 조언이 고리타분하고, 심지어는 구시대적인 공부법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효율 위주로 겉보기에 세련되어 보이는 조언들에 비해 제 조언은 대부분 문법부터 해라, 구문독해 해라, 그 다음 기출 풀어라.. 같은 얘기만 하고 있으니 여러분들의 입장에선 빨리 문제를 풀고 싶은데 자꾸 문제를 풀지 말라고 하는 제가 누군가에게는 그리 보일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영어과목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읽고 이해하는 겁니다.
누군가는 말하겠지요. "수능은 다 읽고 푸는 시험 아니라던데요." "제 친구는 다 안읽고도 대충 풀고 1나오던데요."
맞는 말, 가능한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와전돼서 '딱히 독해 잘 못해도 문제풀이만 잘 해도 1등급 나오더라"가 되어버리니까 문제인 겁니다.
스킬을 쓰든 뭘 하든 최소한 지문 맥락을 이해할 실력은 갖춰야 하는데,
4~9찍히는 분들 99%는 그냥 독해실력 자체가 이미 문제가 큽니다.
"선생님, 저는 다른 문항들은 대부분 어찌저찌 푸는데 30번대에서 다 틀려서 3등급 초반 나와요."
이건 그냥 영어 실력 부족입니다. 다른 문제는 감독해로 비벼서 어떻게 답 찾고 문제 맞혀도, 지문의 영어 구조가 너무 어려워지면 감으로 비벼보지도 못하고 팅겨서 의문사하는 겁니다.
이처럼 스킬의 숙련도 부족 이전에 영어 실력 자체가 부족한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스스로 돌이켜 보세요. 30번대 지문들 풀 때, 슥슥 정확히 읽고 이해해나갈 수 있으세요?
심지어 3등급을 받는 학생들조차도, 대부분의 3등급↓ 학생들은 첫문장 해석도 느릿느릿+심지어 오역으로 읽어가요. 해석속도 자체도 너무 느리고, 정확하지도 않은 경우를 너무 많이 봅니다. 그러고서는 '문제 풀 때 시간이 없다'고 고민합니다. 독해 실력을 올려서 독해 속도를 올려봐야지 하는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 문제풀이 스킬로 시간을 줄이려는 생각만 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강사님들 문제풀이 영상 한번 봐보세요. 어떤 강사님의 해설영상이든 '독해를 버벅거리는 강사님'은 없어요. 독해가 '느린' 강사님도 없어요. 대부분 다 슥슥 읽어나가시죠. 그리고 여러분들은 그걸 보고 고개를 끄덕일 테고요.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애초에 영어로 고민하시는 분들은 그 영상 속 강사님들처럼 슥슥 독해해나갈 수 있으세요?
그게 여러분과 강사님들의 차이입니다. 똑같은 해설을 들어도 강사님들은 항상 1, 여러분들은 1이 안나오는 이유가 그거에요.
정답의 필연성, 패러프래이징, 근거, 구도.. 그런데 그 전에 이미 독해실력, 즉, 순수한 영어실력부터 여러분들과 영상 속에서 친절하게 문제를 풀어주고 계시는 강사님들의 실력은 하늘과 땅차이라는 겁니다. 최소한 강사님이 문제를 풀 때 보여주시는 독해실력은 어떻게든 따라가려고 노력하셔야죠. 해설만 듣고 있으면 누가 이해를 못합니까? 그리고 그렇게 해서 등급이 오르겠나요?
제가 4~9등급 학생들에게 주는 조언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낮은 3등급에게도 해당됨)
문제를 풀 생각을 하지 마시고, 그냥 영어를 공부하세요.
(문제풀이가 안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여러분들은 문제를 풀어도 제대로 흡수를 할 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냥, 어떻게 해야 '영어로 쓰인 글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시고, 그 능력을 기르세요.
그러면 2등급~높은3까지는 그냥 쉽게 찍힙니다. 왜 그렇게 우당탕탕식으로 힘겹게 비벼가면서 점수를 올리세요.
직진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그 다음에 기출분석하면서 공부해가세요. 그러면 1등급 나옵니다.
"지문보면서 분석해가면서 모르는 문장 안읽히는 문장 없게 공부해라?" 이게 틀린 공부법은 아니죠.
그런데 이렇게 공부해서 어느 세월에 지문분석 합니까? 두세 지문 분석하는데 한시간 그냥가버려요.
분석을 한다고 바로 그 문법&구조를 이해해서 본인 것으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수도 없이 반복해서 체화해야 하는 인고(라고 쓰고 고통이라고 읽음)의 시간이 기다립니다.
최소한의 문법&구문독해 실력은 쌓고 기출을 풀어야 의미가 있는 거고,
또 애초에 문법&구문독해부터 어느정도 쌓아놓고 기출을 풀러 가는 게 압도적으로 더 효율적입니다.
그전에 기출 건드리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제가 강사의 길을 처음 들어설 때부터 영포자 학생들의 길잡이가 되고자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남들이 했던 대로, 남들의 조언대로 그대로 해도 이상하게 영어가 어려운 학생들
학원이나 과외를 다녀봐도 영어가 어려운 학생들
그냥 영어를 해본 적도 없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는 학생들
영어로 적힌 글이 제대로 이해가 안되는 모든 학생들
혹 오르비나 다른 곳에서 그런 학생들을 보시거든 차라리 제게 데려와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가끔 저 찾아오는 영포자 분들 중에 다른 분이 소개해줘서 찾아왔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소개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문법&구문독해와 영포자 지도의 분야만큼은 제 전문분야입니다.
여러분이 2등급이든, 5등급이든, 9등급이든, 제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요.
여러분들을 단기간에도 영포자의 늪에서 끌어올려 상위권에 안착시킬 수 있는 커리큘럼과 능력이 제게는 있습니다.
그러니 영포자 학생들을 포함해서 영어가 어려운 학생들은 제게 찾아와서 질문을 주시면 언제든 도와드리고 있으니..
영어가 어려운 분들은 제게 쪽지 등으로 언제든 질문주시기 바랍니다.
적다 보니 '답답함 토로 → 질문 환영'글이 되어버렸네요.
오늘(을 포함해서 항상!!) 비슷한 내용의 쪽지받고 마음이 답답해져서 글 한 번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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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특히 그 학생이 어리거나 사고방식이 말랑말랑하고 자신만의 가치관이 잘 정립되지 않았을수록
교사는 (강사보다) 학생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강사는 (교사보다) 학생의 대입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쪽이든 타인의 인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어느 쪽이든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그리고 학생들에게 조언을 주는 일도, 별 고민 없이 쉽게 해버리는 학생도 강사도 가끔씩 보이지만, 이 일은 그들의 생각보다도 훨씬 무겁고 책임있는, 어쩌면 두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렇죠.......
영포자들의 길잡이 계속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주 가끔씩은 '너도 돈 받고 수업할 거면서 무슨 학생을 위하는 척을 하냐?'고 말하는 사람도 마주치기는 합니다만, 저조차도 수학성적 하나가 부족해서 원래 하고 싶었던 일과는 전혀 다른, 지금의 영어강사를 시작하게 된 거거든요 ^^.
특정한 과목때문에 하고 싶었던 꿈도 직업도 바꿔야 했던 입장이기에 다른 학생들은 저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진심입니다.
최소한 영어때문에 대학을 낮추거나, 꿈을 포기하거나 방해받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선생님 집필하신 교재들이 문법 구문독해 단어 이렇게 맞나요? 교재들 정보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쪽지 드렸습니다.
안녕하세여 이번수능 2아니면3나오는 학생입니다 근데 찍맞이 너무 많아서 실질적 실력은 4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수만휘에서 선생님이 추천해주시는 커리 문법(그래마 홀릭)->구문(주혜연 해석공식) 인걸로 아는데 아직 유효한가요?? 또 선생님이 집필하신 모든 책 알고 싶습니다
쪽지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