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학가망없나 [1159823]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2-11-18 17:37:11
조회수 3,303

종성부용초성에 대하여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9535178

乃終소리(나중소리/끝소리)는 다시 첫 소리를 쓰느니라


이걸 의역하면 평가원이 보기에서 제시한 대로 "종성 글자는 따로 만들지 않고 다시 초성 글자를 사용한다."라는 뜻이 됩니다. 그리고 이 말을 한자로 포장하면 '종성부용초성(이하 종부초)'이 되지요. 


국어의 음절은 원칙적으로 초성과 중성과 종성의 소리(CVC)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종부초는 종성에 쓰이는 자음의 글자는 별도로 만들지 않고 초성 글자를 다시 사용한다는 규정입니다. 따라서 종성에서 사용되는 모든 글자는 모두 종부초의 원칙에 맞습니다. 'ㄹㄱ'이나 'ㄹㅂ'과 같은 겹받침은 초성에 쓰이지는 않았지만 초성에 쓰이는 글자를 갖다 쓴 것이니 종부초를 지킨 것입니다. 그리고 15세기 국어에서 'ㄹ'로 시작하는 겹받칩을 가진 종성은 두 개의 자음으로 발음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ㄴㅅ이나 다른 겹받침과는 달리 ㄹ겹받침은 모두 실현되는 것으로 보는데, 이는 중세에는 소리대로 적은 음소적 표기가 일반적이었으므로 굳이 8종성법을 지키지 않고 홑받침 대신에 겹받침을 모두 실현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듧'을 '여들'이나 '여듭'으로 표기하지 않은 점이 한 예입니다. 즉 ㄹ 소리가 나니 받침에 ㄹ을 쓰고 ㄱ 소리도 이어서 나니 ㄱ도 갖다 쓴 것이니 종부초를 따른 것입니다.(겹받침의 발음을 달리 보더라도 종부초를 따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설에서 한 뻘짓도 제가 종부초를 잘못 이해해서 그랬던 것입니다. 자음군이 초성에 쓰이지 못해서가 아니라 질문의 조건을 모두 부합하지 않기에 1이 정답인 것입니다.



 ----------------------------------------------------


해례본 분석


1. 37번 보기에서 乃終을 '냉쥬ㆁ'으로 제시하였는데 이는 동국정운을 따른 표기입니다. '나중'의 옛말인 '내죠ㆁ'은 乃終을 음차한 표기였습니다. 해례본 원본에서는 乃終의 동국정운식 표기를 따로 추가하지 않았지만 출제진분들이 한자의 음을 따로 추가하셔서 '乃냉終쥬ㆁ'으로 쓰신 듯합니다. 다만 문헌상으로 '냉쥬ㆁ'이라는 형태가 보이지 않고 '내죠ㆁ'으로 소급됩니다. 


2. '乃終ㄱ 소리'의 'ㄱ'은 사잇소리를 나타내는 표지로 현대 국어의 ㅅ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사잇소리가 실현되려면 선행음이 울림소리여야 했습니다. 중세 초기에 쓰이던 사잇소리는 'ㄱ, ㄷ, ㅂ, ㅅ, ㅸ, ㅭ, ㅿ' 등이 있는데 대부분은 ㅅ으로 쓰였으나 다른 자음은 각각이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사잇소리로서의  'ㄱ'은 한자어 아래에서 옛이응(ㆁ)과 안울림소리 사이에서 쓰였으며 '乃終ㄱ 소리' 말고도  '兄ㄱㅂ듣'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사잇소리가 세종~세조(훈민정음, 용비어천가, 등)까지 주로 사용되었으나 성종 이후에 ㅅ으로 통일되며 기존의 사잇소리도 모두 ㅅ을 쓰는 것으로 통일되었습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