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수능 윤리와 사상 핵심 선지 해설 및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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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선지, 또는 잘못된 방식으로 판단하기 쉬운 선지를 모아 보았습니다.
4번 ㄴ. 을(노자): 제물(齊物)을 통하여 정신의 절대적 자유에 도달한다.
노자와 장자의 차이를 지적하는 선지가 드디어 등장하고 말았습니다. 이 선지를 풀 때 "'제물'은 장자의 개념이니까 틀렸어."라고 생각하고 X를 쳤다면, 결과는 옳지만 과정이 다소 흠이 많습니다. 노자가 '제물'이라는 한자어를 곧이곧대로 쓴 적은 없지만, 도 앞에서 만물이 평등함을 주장하는 대목은 여럿 있기 때문에, 그런 글자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틀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더 중요한 부분은 '정신의 절대적 자유'에 있습니다. 노자는 통치와 분란의 문제에 주목했고, 개인 정신의 자유에 대해서는 크게 논하지 않았습니다. 노자에게서 읽어 낼 수 있는 자유라고 해 봤자 '형태가 고정되지 않아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도(道)'의 자유로움 정도인데, 만약 도를 따르는 정신이 누릴 그런 자유가 절대적 자유라고 해석한다손 쳐도(애초에 그렇게 해석할 근거도 딱히 없습니다.), 그런 자유가 '만물 평등'과 연결되는 대목은 노자의 주장 어디를 보아도 없습니다. 장자가 소요유(逍遙遊)라는 절대 자유를 명시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따라서 4번 ㄴ은 노자의 주장으로 옳지 않습니다.
5번 ③ 을(흄): 유용성은 도덕감의 근원으로 타인과 관련해서만 고려된다.
이 선지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타인에만 관련해서'가 아니라 '타인과 관련해서만'이라고 쓰여 있다는 점입니다. 둘을 혼동해도 이 선지에서 걸림돌이 되지는 않지만, 엄밀한 문제 풀이를 위해 짚고 넘어갑시다. '타인에만 관련해서 고려된다.'라고 하면, 자신은 전혀 관련되지 않고 관련자는 타인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타인과 관련해서만 고려된다.'라고 하면, 자신이 관련되든 말든 상관없이 아무튼 타인이 고려 범주 안에 들어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선지를 판단할 때 핵심은 "유용성이 자신에만 관련해서 고려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입니다. 그리고 흄의 입장에서, 거기에 '예'라고 답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공감 이론에 근거해서 볼 때 바람직한 고려 방식은 타인을 고려하는 것이겠지만, 사실적으로 사람들이 유용성을 고려할 때 자기만 고려할 수 있느냐고 하면, 흄의 답은 "그럴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일 것입니다. 따라서 5번 ③은 흄의 입장으로 옳지 않습니다.
8번 ② 갑(비롤리(공화주의)): 비지배의 자유는 비자의적 지배가 부재할 경우에도 성립한다.
일단 공화주의는 '비지배'를 '자의적 지배의 부재'라는 개념으로 씁니다. 그렇다면 '비자의적 지배의 부재'가 '자의적 지배의 부재'를 담보하느냐는 것이 이 선지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비자의적 지배의 부재'가 '자의적 지배의 부재'를 담보하기는커녕 오히려 없애 버리는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법치라는 것은 법에 근거해 이루어지는 지배로서 비자의적 지배인데, 법치가 없으면 오히려 인민의 자의적 지배가 판을 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선지 판단에서 중요한 과정은 '비지배'를 '자의적 지배의 부재'로 읽어 내는 것, 그리고 '비자의적 지배'의 예시로 법치를 떠올리는 것, 그것을 토대로 양자 사이 제시된 조건 관계가 성립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볼 때, 8번 ②는 비롤리의 입장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10번 ③ 을(로크): 국가의 기본이 되는 최초의 실정법은 입법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상황 자체를 그리면서 논리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입법에 의해 실정법이 만들어지려면, 입법권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입법권을 확보하려면, 헌법 따위의 실정법 장치를 통해 확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모든 실정법 입법에 앞서는 최초의 실정법이 '입법권 확보'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10번 ③은 로크의 입장으로 옳습니다.
11번 ④ 을(아우구스티누스): 인류의 역사는 신이 주는 선과 인간이 만든 악의 투쟁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역사관이 수능 선지에 생각보다 빨리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교육 과정에 정식으로 쓰여 있지도 않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역사관을 따로 배울 필요는 없습니다. 이 선지는 을 지문에도 쓰여 있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에 관계됩니다. 그에 따르면, 인류의 역사는 '신의 나라'와 '지상의 나라'의 투쟁입니다(물론 이 출발점 자체도 교육 과정에 정식으로 소개되지는 않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다른 데서 정답이 분명하게 찾아지므로 교육 과정 안에서 문항을 푸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리고 '신의 나라'는 신을 따르는 자들, 즉 신이 주는 선을 행하는 자들로 이루어집니다. 반대로 '지상의 나라'는 신을 경멸하며 인간의 육욕을 따라 살아가는 자들로 이루어집니다. 그리하여 '신의 나라'와 '지상의 나라'의 투쟁은 신이 주는 선과 인간이 만든 악의 투쟁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11번 ④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입장으로 적절합니다.
14번 ㄴ. 칸트: 보편화 가능한 준칙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부정되는 경우는 없다.
"혹시 보편화 가능한 준칙 중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부정되는 예외가 있지는 않으려나?"라고 생각했다면, 예외를 찾으려고 끝까지 시도해 보십시오.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예외를 의심했는데 찾을 수 없다면, 문장을 논리적으로 증명해 보여야 합니다. 지금 선지는 "보편화 가능한 준칙 → 인간의 존엄성 긍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의 대우를 찾아보면, "인간의 존엄성 부정 → 보편화 불가능한 준칙"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준칙, 즉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지 않는 준칙을 두고서, 칸트가 보편화되어도 좋다고 말할 리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인격주의 정식을 지키지 않은 준칙은 보편주의 정식도 지킬 수 없습니다. 선지의 대우가 참이므로, 선지 역시 참입니다. 따라서 ㄴ은 칸트의 입장입니다.
18번 ㄷ. 을(왕수인):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는 감정인 본심(本心)을 따라야 한다.
교육 과정에 정식으로 소개되지는 않는 '본심'이라는 표현을 굳이 외워야만 해결되는 선지는 아닙니다. 왕수인이 이해하는 본마음[本心]이란 양지(良知)이며, 양지는 시비지심입니다. 그리고 왕수인은 시비지심이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함[好善惡惡]'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 양지를 따라 선을 실현하고 악을 피하는 것이 곧 존천리(存天理)일 것입니다. 따라서 18번 ㄷ은 왕수인의 입장으로 옳습니다.
20번 ② 갑(홉스): 국가는 주권자와 시민들 간의 계약 체결로 인해 설립된다.
홉스에 따르면, 사회 계약의 당사자는 주권자가 아니라 시민뿐입니다. 사회 계약을 통해 권력을 양도받을 주권자는 계약 당사자가 아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계약 당사자인 시민 가운데 누가 주권자로 올려진다면, 당사자 모두가 평등하게 자기방어의 권리를 포기하면서 계약에 동의할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②는 홉스의 입장으로 옳지 않습니다.
총평: 평가원 윤사 시험 역사상 4번째 고난도. 지난 수능이나 이번 9월 모의평가보다 어려운 선지 양은 많았을지 몰라도, 소거법 등에 의해 정신 차리면 충분히 풀 수 있게 설계된 문항이 대다수. 지난 수능이나 이번 9월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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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이 4칸이 됐네 0 0
폭날것같으니 연대로 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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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삼수가 망했지만 인강 강사로 성공한 심찬우가 대단하게 느껴지네 1 2
또 숭배합니다 G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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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0.8점 뒤집히는거 봐서 무서워서 못 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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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A가 안되면 Plan B를 하면 되는데 3 0
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세상 안 무너짐 N수하지말라 아니고 이 대학 아니면 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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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빠짐 3 0
아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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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노베 이영수vs션티 1 0
모고 6~7정도 나오는데 션티, 이영수 둘다 OT들어보니까 둘다 너무 좋은데 누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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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찮아 1 0
아귀찮아 ㅅㅂ 공부할래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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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잘싸가 있다고 믿는다면 0 1
오르비에서 입시에 시간박고 있으면 안됨 ㅋㅋ 재수하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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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자고 일어났는데 2 0
순간 되게 어지러우면서 순간 아무것도 안 들리다가 그 뒤에는 잠시 솨아아~ + 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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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잘싸 1 3
젖으로 잘싼단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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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에 마우 세~카이노 카나타 0 0
야미오 테라스 카이세이예~~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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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돌이 근무교대하러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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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오늘만 살건 아니잖아 시발 난 공장다니다가 26살 처먹고 사표내고 수능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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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교우 후한곳 0 0
국어국문 독어독문 어서 빨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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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경 너무 가고 싶은데 그냥 안전하게 7칸짜리 쓸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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졋잘싸라면 할 말 없는데 0 0
과정 속에서 ㅈ빠지게 열심히 한 그 경험이 살면서 큰 도움이 되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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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안정 될까요? 0 0
ㅈㄱㄴ에요 20명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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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서울대 정문 팔고 1 0
덕코 와아앙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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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빛을 발하자 4 1
23학년도 이후로 오랜만에 300일 정도 공부를 하는구나! 국수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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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잘싸보다 더 중요한게 있음 6 6
바로 내가 집에 오자마자 존나 큰 똥을 쌌다는거임 걍 큰잘싸임 야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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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세종대야 2 0
인문논술 수능 정시 1자리 지원 드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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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물이 확정적인 수능 성적표에 매몰되면 메인글같은 생각을 할수밖에 없음 2 10
결과물이 숫자로만 나타나지 않는 다양한 활동들을 해봐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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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omr 0 0
11일까지 볼수있늦거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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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거짓을 믿는 게 더 이득일 경우도 있단걸 생각하셈뇨 3 2
공부는 재능이 맞지만 경험상 노력이라고 생각했던 때에 성과가 더 좋았던 것 같음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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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에 대한 생각인데 3 3
어차피 계속 살아가야하는거고그러기 위해 실패에도 수확이 있다고 여기면 됨뭐 거창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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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예비고3인데 예전에 학원에서 외웠던 초록 해커스 보카?? 그거로 수능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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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상경을 못 가면 0 1
문사철이어도 적성에 맞는 게 낫나요? 그래도 정경대로 가라는 조언도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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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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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만점자 빼고.. 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라인에서 이런 표본이 왜 존재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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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이너무 높아 2 1
특히 삼성 슼 현대… 칸수만 보면 얘네는 올해 지방한약수 다 딸거같음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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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그 디자인이랑 색감은 참 예쁜거 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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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 입학처 상담에선 3 0
사과=글제라고ㅋㅋㅋ 안정 강조만 겁나 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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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친구<< 비지니스관계임?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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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점수가 낮은 허수표본으로 간주하겠다 땅 땅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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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죠 이거.. 확정모집인원이 4명인데 왜 최초합 예상자가 10명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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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 조사 0 0
누가 더 공부잘해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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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사장이고 월5억씩벌고 자산150억원인데 갈만한가요 전20살이고 그분은 외모평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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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먹기 3 0
미소녀 똥 우걱우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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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으로 난 철저한 패배자 토탈루저가 맞고 글쓴이는 승리자 의대생이라서 그냥 기운빠지네 씨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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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4번째 전화 걸려와서 보니까 경상남도 어쩌구저쩌구 시발 나 경상도 가본지 10년 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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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 문사철 0 0
지금 후함? 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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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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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았다고 들어본 사람들 13 4
일본인 중국인 윈터 오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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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 하고싶다 내신으로 해봤고 어느정도 적성에 맞는거같은데 뉴런, 수분감에 N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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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성공과 실패가 어딨음 16 1
그럼 수능 못 본 사람들은 다 실패자들인가?
현재 나온 등급컷은 무의미한건가요??ㅠㅠㅠ1등급컷 44점이던데 쉬웠다고 하시니 걱정되네요
역대 4위라는 게 중요합니다. 상당히 고난도였던 거예요. 다만 지난 수능으로 한번 초고난도 기조가 생긴 뒤에 비교적 쉬워졌다는 것뿐입니다. 근래 윤사가 계속 고인물 파티여서 그대로 이어진다면 1등급컷은 47~48 정도일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고인물 파티가 좀 약화된 거라면 43~45 정도가 적당한 1등급컷이 맞기는 합니다.
이게 일부러 주는 문제가 좀 보이더라구요.. 그런데 그래야 납득이 갈만큼 어려웠어요
1컷 47 보세요?
고인물 파티가 이어졌다면 47~48 정도일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고인물 파티가 좀 약화됐다면 43~45 정도가 적당한 1등급컷이 맞기는 합니다.
선생님 명쾌한 글 잘봤습니다. 특히나 태극 개념은 비단 철학을 공부하며 관심 있었던 주제이긴 했지만 이번 이상 모의고사에서도 몇번 다루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작수 아리스토텔레스처럼 한 방 크게 때리는 문제는 없어서 고인물들 벽이 쉽사리 깨지진 않을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는 점점 아우구스티누스, 공화,자유주의에서 난도를 높여간다는 느낌이 드네요. 9평에서 봤던 비슷한 선지들이 유사한 구도로 들어오는 게 보였지만, 확실히 수능은 색다른 타격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상모 시즌1부터 3까지 잘 풀었습니다 내년 이상모도 기대됩니다.
46점 1컷 가능할까요? ㅠ 최저가 걸려서…
지금까지 경과를 보면 46점 위로 올라가지는 않을 듯싶습니다.
45점은 1등급 힘들까요…? 메가스터디 정답률 추이를 작년 수능,올6,올9평이랑 비교해보면 확실히 정답률이 전체적으로 낮아지긴 했고, 모든 사이트가 1컷을 44로 잡긴했는데, 정답률 추이가 더 낮은 생윤도 1컷이 44로 잡히고, 윤사 1컷을 최소 46으로 예측하시는 분이 있어서…
윤사 1컷이 44일지 46일지는 지난 수능까지의 지나친 고인물 파티가 얼마나 완화되었는지, 즉 양민들이 얼마나 많이 유입되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45 1등급 가능성은 70% 정도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