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맥주 [1088100]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2-11-16 2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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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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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흐르네요,




있잖아요, 사춘기 때부터였나요, 


저는 밤이 '흐른다'는 걸 깨달았어요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느릿느릿


하늘의 별들이 한 바퀴 동심원을 그린다는 사실을,


그리고 은하수의 별들이 정말로 강물 위에 반짝이는 거품처럼


하늘 위를 졸졸졸 흘러간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밤이 흐르는 소리가


그날그날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어떤 날은 밤이 소리도 없이 흘러가 버리기도 하고


또 어떤 밤은, 말할 수 없는 긴장과 설렘에 싸여


흡사 가슴 두근거리는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는 것을요.




오늘 같은 날이


바로 그런 날이 아닐까요,


폭풍의 전날처럼 세상이 숨죽이고 있지만


누군가는 다음 날의 혁명을 꿈꾸고


또 누군가는 그저 소박한 행운을,


그리고 또 누군가는


이변 없이 자신이 뿌린 씨앗을 무사히 거둘 수 있기를 소망하며


다만 내일, 하늘의 뜻이 무엇일까를 저어하고 있으니까요


바람 속에서도, 찬 공기 속에서도


그 긴장감이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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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수능이 다가올수록


저의 수능은 점점 더 멀어져


이제는 하나의 흐린 추억이 되어가요




대학 친구들보다도 조리원 동기들이랑 더 동질감을 느끼는 제 자신을 보며


결국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똑같이 고되고 행복한 인생일 것을,


왜 그때는, 마치 수능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그렇게 아둥바둥 살았을까? -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내 12년간의 노력을 결산하는 시험에서


두려움에 물러서지 않고 최선을 다했었다는 것,


그리고 끝내 원하는 결과를 끌어냈다는 것


... 살면서 쉽게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겠지요.




결과에 상관없이 수고하셨다는 말은 하지 않을게요, 아직은요


결과는 상관있어요, 그러니


가슴 졸이며 기도할게요


내일이 당신의 날이기를,


시험장에서 돌아오는 당신의 발걸음이


그 어느때보다 찬란하기를




작년 이맘때 수능 응원하고 과분한 관심 받았던 것,


그리고 모의고사 도전할 때마다 여기 계신 분들께서


따뜻한 응원과 댓글 달아주신 것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여러분들이 보내 주신 그 따뜻한 기운,


내일 꼭 돌려 드리고 싶어요!


부디 행운을 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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