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브론 [1174229] · MS 2022 · 쪽지

2022-11-16 19: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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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지 않은 반수생의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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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요 오르비언 여러분들 저는 03년생 20살 반수생입니다. 글을 잘 쓰지 않던 제가 첫 반수를 준비한 100일 남짓한 시기부터 오늘까지의 감정을 진솔하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두서 없이 쓰는글이라 이상해도 양해 부탁드려요. 저는 현역때 전형적인 수시 6탈하고 정시를 쓴 학생이었어요. 그래서 정시 성적이 좋을 수 없었고 소위 지잡대라고 불리는 곳에 입학했습니다. 학교에서 친구가 없었습니다. 에타에서 친구 만들기도 안했고 동기들과 술 한번 먹어본 적 없었거든요. 그런데 열심히 학교에서 활동하다보니 학점 4.25를 받고 교수님도 1학년인 저에게 해외 대학원 준비를 염두하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학교에 계속 있을 수가 없었어요. 제 주위에 남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어느날 조별과제팀원을 짜는 거에서 저랑 같이 팀플 한다는 사람이 없었어요. 거기서 상처를 받았고, 제 자신이 초라해보였어요. 그리고 고려대 휴학하고 시대인재에서 4수를 준비하며 의대 준비한다는 사촌누나, 그 누나와 비교되는 수시에서 지거국 예비1번에서 떨어진 제 자신을 미워하고 경멸했어요. 그리고 그냥 군대 갔다와서 취업이나 하라는 주변 어른들까지 저는 제 자신을 계속 욕했어요. 그래서 그 분노감으로  반수를 시작했죠. 정확히 7월 25일에 시작했어요.
 제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작년에는 수능을 준비 안했으니까 열심히 하면된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기에 남들을 따라잡으려고 잠도 줄이면서 준비했죠. 그런데 9평을 보고 남들보다 잘 나오지도 않고, 애초에 낮았던 등급을 뒤집기는 벅차더군요. 게다가 10월에 신검을 받았는데 혈액과 간쪽에 이상이 있더군요. 몸 관리하지 못한 제 잘못이죠. 암튼 그런 몸으로 여기까지 끌고 왔습니다. 두통은 달고 살아서 타이레놀은 달고 살았고, 올해 코로나는 두번이나 걸려서 몸도 이상하고 반수 포기할까 고민했습니다. 그럼에도 오늘까지 반수를 준비한 저는 오늘 느꼈습니다. 수시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은 저는 제 자신이 꼭 필요한 것은 포기할 용기라는 것을 말이죠. 2학기 대면 강의가되면서 mt도 가고 행복하게 사는 친구들을 보면서 후회를 했고 제 건강을 걱정하면서 저를 바라보기만 하는 부모님을 보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와중에 오늘 공부한 것을 정리하는데 한것은 있는데 남는 것은 없다는 걸 알면서 좌절했어요. 비록 저에게는 수시논술이 남았지만 작년에 불합격 통보가 생각나서 20대1 경쟁률을 뚫을 자신마저 없어졌습니다. 흔히들 요즘 사람들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저는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꺾인 마음으로 반수를 시작한 거 같아요. 반수한 것이 고작 100일이지만 너무 고통스러워서 다시는 못 할거 같아요. 오르비분들은 저와 달리 꿈이 확실해보여서 다행이에요. 앞으로도 그런 마음 변치않길 바랍니다. 저는 비교적 어리지만 이미 꿈을 여러번 꺾이며 살아온 인생이라 희망이라는 것을 가질 자격도 없는 인생이거든요. 여러분들은 꼭 꿈을 이루고 희망을 갖길 바랍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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