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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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
안년시(옛 안년현)에서 만난 레티히에우 할머니는 우리를 보자마자 첫마디를 그렇게 토해냈다. 우리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무섭다며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그런 모습을 대하면서 한국에서 간 우리는 할머니와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고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자리해야 했다.
"옷을 벗기고, 난 너무 무서웠어." 할머니는 우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심장이 뛰어서 약을 먹었다고 한다.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았다. 계속 "지금 너무 떨려서 말 못하겠어. 나 잡아가면 어떻게 해. 어디로 끌고 갈까봐 너무 무서워. 심장이 막…. 내가 안정을 취해야지, 안정을 취해야지. 한국. 무서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었다. 할머니는 우리와 눈도 마주치지 못했고, 이야기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한국에서 준비해간 사탕을 꺼내 드리고, 홍삼액도 드시게 하며 두려움을 풀어보려 애를 써보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할머니는 갑자기 큰 소리로 당시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나 좀 살려주세요. 저렇게 아이들도 있는데…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었어. 총소리가 나고, 내가 애를 셋을 안고 있었어. 서너 명의 한국군이 들어와서 나를 잡고 머리에다 총을 댔어. 애들은 마당에 내동댕이쳐지고, 나를 뒷집으로 끌고 가서 강간했어.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너무 무서워서 눈을 감고 있었는데 한국군들이 내 옷을 벗겨서 내 얼굴을 가렸어. 아이고 무서워."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이야기 등 최근의 일로 화제를 돌렸지만 또다시 과거가 재현되는 듯 "아 난 너무 무서워. 무서워. 날 어디로 끌고 갈 건데. 날 어디로 끌고 갈 건데…"라고 하며 떨었다. 우리가 남자가 아니고 여자인데도 무섭냐고 하니까 무섭단다. 불안 증세를 보이면서도 "그날이 음력 3월2일(1966년께)이었어"라고 한다. 긴 시간이 흘렀지만, 고통스러운 기억과 함께 그날은 지워지지 않는 듯했다.
...
한국 군인들에게 강간과 고문, 성폭력을 당한 이들은 전쟁이 끝난 뒤 마을 사람들로부터 놀림과 따돌림을 마주해야 했다. 언니와 올케와 함께 성폭력 피해를 입었던 하티낌응옥 할머니는 전쟁이 끝나고 마을 사람들에게 희롱과 조롱을 당했다. 마을 사람들은 "몇 개 했어?" 하면서 놀리기도 하고, 사람들한테 할머니가 있는 곳에는 가지 말라 하면서 따돌렸다. 그래서 할머니는 한국이라는 말만 들어도 입이 쓰고 소름이 끼친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들 여성들은 계속되는 악몽, 두려움과 싸워야 했다. "무서워 무서워, 혼이 달아나게 무서워. 그때 그 일을 돌이켜 생각할 수가 없어요." 하티낌응옥 할머니는 그때로부터 50년이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공포로 몸을 떤다. 언니와 함께 피해를 입었던 응우옌티떰도 고통을 호소한다. "잠자는데 자꾸 총소리가 나는 것 같아서 깜짝깜짝 깼어요. 강간당하는 악몽을 꾸기도 했어요. 당신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지금 나는 다시 너무 무서워요."
응우옌티바이 할머니도 전쟁이 끝나고 계속 그 일이 연상되었고, 악몽을 꿨다. "생각만 하면 너무 무서워서. 지금 얘기할 때도 너무 무서워요. 아무한테도 얘기 안 했어요. 절에 다니면서 기도했어요. 이 재난에서 나를 탈출하게 해달라고 계속 기도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할머니는 한국군이 다시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사죄를 요구하고 싶지만 한국 군인들이 다시 올까봐 무섭다며 할머니가 여기 살고 있다고 말하지 말라고 한다.
한국이 연상되는 것만 봐도 공포가 재발되었다. 팜티언 할머니는 만약 우리가 한국 남자였으면 못 만났을 것이라고 한다.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는데, 할머니는 한국 드라마도 무서워서 못 본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은 할머니에게 '독악' '공포'의 연상이고 상징이 되어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몰라? 한국 정부가 인정 안 해? 내가 직접 증인인데? 정부한테 오라고 해. 한국 정부가 오면 다 내가 이야기해줄게. 한국 정부에게 말하는 것은 안 무서워. 그때가 무서운 거지. 베트남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당했는지 다 이야기해줄 테니까 정부보고 오라고 해." 하티낌응옥 할머니는 한국 정부와 한국 사람들에게 할 말이 많다고 한다.
팜티언 할머니도 아직 한국 정부가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분명한 어조로 말을 한다. "한국 정부가 인정 안 해? 병사들한테 알아보면 되잖아. 그 사람들도 인정 안 해? 나 같은 사람이 있는데, 없다고 하면 그게 말이 돼? 그걸 어떻게 없었다고 해?"
하티낌응옥 할머니는 한국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다. "나는 한국 정부에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어요. 사실을 말할 권리가 있어요. 그때 일만 우리에게 배상해서는 안 돼요. 그때 그 일로 우리가 현재까지 이렇게 살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당하고 있는 고통에 걸맞은 배상을 해야 해요."
출처 : 할머니의 어떤 기억 [한겨레][토요판] 커버스토리 / 베트남전 성폭력 피해자들의 증언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50425093008232
남의 잘못에 대해 사과를 받으려 하기 전에 자신의 잘못을 먼저 사과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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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우리의 잘못은 쉬쉬하면서 남한테 잘못한 거 사과하라고 우기는 건 분명 잘못됬다고 생각해요.좋아요 0 답글 달기 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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