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철학 지문이 죽어도 안 읽히는 이유 (성적 떡상의 추월차선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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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수험생들이 과학, 기술, 철학 제재의 지문을 읽기 어려워합니다. 단순히 난이도가 높아서 안 읽히는 글을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난이도를 불문하고 특정 제재의 글 자체를 읽기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오늘은 특정 제재의 글이 안 읽히는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또, 그런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꿀팁도 알려드릴테니 꼭 끝까지 읽어주세요:)
원인과 결과를 파악해야 한다느니, 과정을 명확히 잡아야 한다느니 하는 뻔한 소리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정작 중요한 건 그게 아니거든요. 명확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드리려 합니다. 얼룩소가 5년 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들을 전달해드리는 거니까, 많은 분들께 도움될 거라 생각합니다.
'왜 글이 안 읽힐까?' 하는 물음은 '왜 나는 저 사람의 주장(or 설명)을 이해하지 못할까'라는 질문으로 치환할 수 있습니다. 즉, 글이 안 읽힌다는 것은 글쓴이의 주장(or 설명)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과 같습니다.
글쓰기와 독서 행위는 의사소통 행위입니다. 글쓴이는 말하는 사람이고, 읽는이는 듣는 사람입니다. 글쓴이가 말하는 바가 읽는이의 귀에 닿지 않았다면 의사소통은 실패합니다. 그리고 의사소통의 실패는 대개 관심의 부재에서 비롯합니다.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형주는 회사 면접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그런데 모종의 이유로 지하철이 연착됩니다. 형주는 초조해집니다. 늦게나마 도착한 지하철에 탑승했지만, 이대로라면 면접 시간에 늦게 됩니다. 그때, 중학교 동창 용백이를 만나게 됩니다.
용백: 형주야, 반갑다! 어제 내가 마라탕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어. 그런데 마라탕 맵기를 4단계로 했더니, 배가 너무 아팠어. 다음부턴 맵기를 3단계로 조절해서 먹을 거야. 아 그리고 꿔바로우도 먹었는데 가격이 만오천 원이었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니?
형주: 그래
형주와 용백이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형주는 용백이가 전날 먹은 메뉴를 기억할까요? 용백이가 마라탕 맵기를 몇 단계로 했는지, 꿔바로우 가격이 얼만지 기억할까요? 전혀 아니죠. 형주는 용백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용백이가 말한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가 아닙니다. 온 신경이 면접에 지각했다는 사실에 쏠려, 용백이가 말하는 내용에 신경 쓸 겨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형주가 만난 게 용백이가 아니라, 아이브 장원영이라면? 혹은 형주가 면접 볼 회사의 면접관이라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겁니다. 다시 한 번 예시를 들어보죠.
장원영(or 회사 면접관): 형주 씨 안녕하세요. 고전 역학에 따르면, 물체의 크기에 관계없이 초기 운동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일정한 시간 후의 물체의 상태는 정확히 측정될 수 있습니다. 또한 배타적인 두 개의 상태가 공존할 수 없죠. 하지만 20세기에 등장한 양자 역학에 의해 미시 세계에서는 상호 배타적인 상태들이 공존할 수 있음이 알려졌어요. 놀랍지 않나요?
형주: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십니다.
형주는 대화 상대가 말한 내용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양자역학'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는 것은 캐치할 수 있을 겁니다. 적어도, 용백이가 말한 것보다야 훨씬 기억에 잘 남겠죠. 대화에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의 예시를 통해서 보여드리고자 하는 것은, 의사소통 행위에서 관심 유무의 중요성입니다. 물론, 내용이 어려우면 글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관심도가 떨어지고 잘 안 읽히는 거구요.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내용이더라도 관심을 갖고 읽어준다면 놀라운 변화가 생깁니다. 조금씩 들리는 내용이 생기고, 이해되는 내용이 생깁니다.
여기서, '아니 글 내용이 그지 같은데, 어떻게 관심을 가지냐?'하는 질문을 하실 수 있겠습니다. 사실 여러분 말이 맞습니다. 양자역학에 대해서 진심으로 궁금해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막말로 수능 지문 잘 이해한다고 해서 아이돌이 여러분하고 데이트해주는 것도 아니고 면접관이 여러분들 붙여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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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얼룩소야 뭔 개같은 소리를 하는거냐' 하는 사자후가 턱밑까지 올라오셨을 텐데, 조금만 참고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양자역학'의 내용에 순수한 궁금증을 품는 행위는, 진심으로 과학을 사랑하는 극소수의 돌연변이나 가능합니다. 여러분같은 일반인들은 절대로 '양자역학'에 대해 순수한 궁금증을 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짜 궁금증을 만들어낼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뇌는 생각보다 멍청해서 가짜 궁금증과 진짜 궁금증을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가짜 궁금증을 품어주시면 우리 뇌는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안달이 납니다. 이 상태가 되면, 의사소통의 준비가 완료된 겁니다. 의사소통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겁니다. 그냥 읽었으면 이해되지 않았을 글이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이 단락을 읽고서는 '영상을 안정화하는 기술이 있다고? 도대체 어떻게 영상을 안정화하는 거지????!?!?!'하는 가짜 궁금증을 만들어 낼 수가 있겠죠.
위 부분을 읽고는 '맙소사, DNA를 증폭시킨다고? 도대체 어떻게 DNA를 증폭시킬 수 있는거지?????!?'하는 가짜 궁금증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꼭 이렇게 오바해서 질문을 만드실 필요는 없습니다. 요령껏 하세요.)
요런 궁금증을 만들고 독해에 임하는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와의 차이는 꽤 많이 벌어집니다. 관심 없는 제재의 글을 읽을 때는 반드시 가짜 궁금증을 마련해 놓고 독서에 임하셔야 합니다. 이 방법을 처음 적용하시는 분들은 좀 어색해서 잘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니, 가짜 궁금증을 지문 옆에 써두고 출발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저도 제 전문 분야가 아닌 책을 읽을 때는, 가짜 궁금증을 만들어 놓고 독서를 시작합니다. 정말 도움이 많이 됩니다.
정리하자면, 특정 제재의 글이 안 읽히는 이유는, 대개 그 제재에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가짜 궁금증을 만들어냄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간혹, 배경 상식이 심각하게 부족하여, 글을 못 읽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는 것이 없으니 더 관심이 없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집니다. 이 경우에는 본인이 빠가사리임을 빠르게 인정하시고, 그 제재의 쉬운 글을 읽으시길 권합니다. '청소년(or 어린이)을 위한 과학' 뭐 요런 제목의 책 읽으시면서 친숙도를 빠르게 높이시길 바라겠습니다(만화책도 좋습니다만, 웬만하면 텍스트로 되어있는 걸 권하고 싶네요).
오늘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모쪼록 도움이 되셨다면 좋겠네요. 공부법 관련 글이나, 수능 지문 해설 등을 간간히 올릴 예정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좋아요와 팔로우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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