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극에 함께 슬퍼할지라도 본질은 냉정히 봐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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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극에 함께 슬퍼할지라도 본질은 바로 봐야 합니다. 그래야 발전합니다.
이태원 참극에 대해 연극인 손숙 선생이 오늘 자 조선일보에 ‘특별 기고’를 했습니다. ‘지금은 (원인 같은 것은 따지기보다) 함께 슬퍼할 때’라는 글입니다.
https://www.chosun.com/opinion/contribution/2022/10/31/NCQEY3PLUJFB7D2ZNNKXVFCDYM/
대한민국은 ‘정치 과잉’을 겪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이 글을 보면서 저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이재명 후보가 대권을 잡았는데 이런 참극이 벌어졌다면 조선이 이런 논조의 특별 기고를 요청했을까?’
역으로 한겨레나 경향에서 이런 논조의 글을 지금 실을까요?
2022년 대한민국 풍경은 이토록 정치적입니다. 같은 사건도 정치적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다 달라집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일수록 ‘상황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고 봅니다. 내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말입니다.
무조건 ‘정부 탓’을 하거나, ‘일단은 함께 슬퍼하자’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런 참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건강한 해법찾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태원 참극은 왜 벌어졌을까요?
원인은 아주 간단합니다. 수용 가능한 인원을 넘은 사람들이 ‘좁고 반쯤은 갇힌 곳’에 몰린 겁니다. 오르막길(내 위치에 따라 내리막길일 수도 있습니다)로 진입하거나 나가는 곳을 빼고는 모두 벽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각자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려고 한 겁니다.
물리학의 법칙은 이 세상 모든 현상을 해석하는 데 절대적입니다. 설령 ‘좁고 반쯤은 갇힌 곳’에 수용 가능 이상의 인원이 몰렸어도, 그곳 사람들이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면 압사(壓死) 혹은 압상(壓傷)은 없었을 겁니다.
출퇴근 지하철 전동차량 안을 생각해 보십시오. 이태원 참극 장소 이상으로 사람이 붐비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하지만 지하철 전동차량에서 압사나 압상이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방향성이 다른 두 힘이 지속적으로 크게 충돌해서 그 결과 운동의 방향성이 한쪽으로 결정되면, 마치 급류에 휩쓸리듯 힘이 밀린 쪽으로 움직임의 방향이 결정됩니다. 이태원 참극 역시 이 과정에서 힘이 밀린 쪽으로 말 그대로 사람의 물결, 즉 인파(人波)가 밀려간 겁니다. 이 과정에서 압사와 압상이 발생한 것이고요.
일부 언론에서 ‘사고 원인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고 하고, 외국 언론 역시 우리 언론을 인용하면서 사고 원인 규명 운운하지만, 참극의 본질적 발생 이유는 이것입니다. 검경의 사건 조사에서 ‘어떤 특정인들이 밀었는가’를 밝힐 필요야 있겠지만 그것은 수사 기관 감식반에서나 조사 처리할 일입니다.(기실 이것이 제대로 밝혀질지도 저는 의문입니다. 밤 10시 20분대에 작동한 CCTV의 해상도로 인물을 적시해낼 수 있을지, 설령 인물을 적시한들 그들이 누구인지 그 많은 사람들이 움직였던 시간에 그들의 동선을 역추적할 수 있을지요. 더 나아가 이 모든 것을 밝혀낸들,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요.)
우리 냉정하게 봅시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합시다. 학창 시절 공부를 잘 했던 이들의 특징은 ‘자기가 틀린 문제를 철저하게 복기해서 이해하고 암기한다’였습니다. 사회든 국가든, 그 어느 집단이든 이는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이태원 참극 재발 방지를 위한 본질적 대응 방식은 이렇습니다.
1. 수용 인원을 '절대적으로 초과한 곳'에는 가지 않는다.
이태원 참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좁고 반쯤은 갇힌 골목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렸다면, 그 골목길로 사람들이 새로 진입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골목길에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였는데도 더 많은 이들이 꾸역꾸역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원하는 방향으로 각자 움직이려고 했습니다. 심지어는 골목길이 정체되자, “밀어, 우리가 더 세”라는 말도 들렸다고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압사나 압상이 발생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지요.
사람들이 더는 그 골목길에 모이지 않고, 골목길 양쪽 최외곽에 있던 분들이 안전을 생각해서 골목길을 차례대로 빠져나왔다면 참극은 절대 없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이태원 참극 때 현장에 있던 어느 외국인이 영국 언론 가디언에 기고한 글 하나를 참고하십시오. 여기입니다.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2/oct/30/it-was-chaos-how-my-halloween-night-out-in-itaewon-went-from-fun-to-horror
기고자는 이렇게 증언합니다.
‘할로윈 파티를 위해 (사고가 났던 날 밤) 이태원에 갔다. 여러 차례 이곳에 와 봤지만 인도에서조차 사람이 걷기 힘들 정도로 넘쳐난 적은 없었다. 하여 우리는 오후 10시 30분쯤 여기서 놀기를 포기하고 한적한 데로 갔다. 그때 사고가 났다.’
2. 수용 가능 인원 이상으로 사람이 모인 곳에 갇혔다면 움직이려고 하지 마라.
지하철 전동차량 안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전 8시 출근길 김포 경전철이나 공항철도 계양역의 전동차량 안 풍경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십시오. 이태원 참극이 발생했던 곳보다 사람이 더 많습니다. 버스중앙차로가 설치되지 않았던 2004년 여름 이전, 서울 강북지역에서 지하철 4호선 전동차를 출근길에 타면 “(사람이 하도 많아서) 몸이 뜬다”고 이야기할 정도였습니다.(‘몸이 뜬다’는 표현은 당시 서울시 교통실장이었던 음성직 선생의 표현입니다.) 그럼에도 압사나 압상 사고는 없었습니다.
극도로 붐비는 전동차량 안에서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기에 사고가 안 나는 겁니다. 입자든 사람이든, 극도로 붐비는 곳에서 어느 누군가가 운동성을 가지려 하면 주변과 충돌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에너지가 힘을 발생시킵니다. 사람의 경우, 압사나 압상이 되는 것이지요.
이태원 참극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골목에서,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은 채 최외곽에 있던 분들부터 골목 진입을 포기하고 밖으로 빠졌다면 참극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귀하가 좌파일 수도, 중도파일 수도, 우파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성한 사실’ 앞에서만큼은 정파적 입장에서 벗어나 벌거벗은 채 겸손한 자세로 서 있읍시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탓’을 하거나, ‘지금은 일단은 슬픔에 공감할 때’라고 하는 것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본질을 보기 위해 냉정하게 눈을 뜹시다. 그래야 이런 참극이 재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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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대참사라고 생각합니다. 다시는 이런참사가 일어나지 아니하여야합니다.
안타깝기도 하고, 너무 아쉽기도 하고... 복잡힙니다, 심정이...
이런 글이 진짜 필요한 글이지..
감사합니다. 너무도 안타깝고 아쉬워서요.
저도 공감해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났고,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죠.
예, 저도 님 말씀에 1000000000% 공감합니다.
모든 안전수칙은 피에 의해 쓰여진다
무섭지만, 맞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민주주의도 그랬고요..
하...
대중들이 그만큼 무지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말이라고도 생각함 죄다 외양간이 무너져야 그제서야 고치려고들 하니 ㅋㅋ
감사합니다.
진심 냉철히 원인 분석하는 거랑 피해자 탓하면서 조롱하는거랑 구분못하는 ㅂㄹㅈ들이 너무 많음
백이면 백 그 말 현생에서 씨부리냐고 하면 다물음
억지로 움직여서 인파 거스르다 넘어지지 말고 따르는게 좋다고 하네요
여기서는 억지로 움직인게아니라 뒤에서 갑자기 밀어서 군중 충돌이 발생했고 압력에의해 서서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서 맞는 내용은 아닌거같아요
두쪽 방향 모두 '운동성'을 가졌습니다. 그러니 힘이 약한 쪽으로 '사람의 물결'이 발생했고 그 와중에 깔린 것이지요. 만약 힘이 균형 상태였다면 '도미노'가 아니라 선 채로 압사 혹은 압상을 당했을 겁니다.
앞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절대로 '길 초입에서 진입'하려고 하지 말고, 최외곽의 사람들도 뒤로 물러나야 합니다. 그래야 중간에 갇힌 사람도 풀리는 것이지요.
그게 안 됐으니 이런 참극이...
한데 이번 상황처럼 두 운동성이 부딪히면 어찌 될까요?
필력이 진짜 어나더레벨... 많이 배우고 갑니다
에이. 치대'장학생'님이 글 쓰시면 저 싸다구 때릴 정도이실 터인데요 뭐...
사람이 몰리기 전에 그곳으로 가는 판단을 하는 것은 사람의 역할이죠, 사람이 몰린 상황에서 자신들의 운동 방향을 결정한 것도 사람이구요 그 점에선 비판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주장하신 바는 "피해자들도 책임이 없진않다"라고 들리는데 맞나요? 그렇게 본다면 어쩔수 없죠. 근데 이 글의 초점은 "정부? 경찰? 사람들? 누구의 책임인것이냐"를 따지며 머리채 잡고 싸울때가 아니다 인것같습니다.
제가 파악한 이 글의 초점은 "참사의 본질은 사람들의 운동이다."인데요. 중간에 끼여서, 인파에 휩쓸려서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신 분들도 계시겠죠.. 정말 가슴아픈 일입니다만 그런 상황에서도 시민들이 자신의 운동방향과 그 좁은 공간의 밀도를 유지했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것 같아요. 말씀하신 "책임자 찾기를 위해 머리채 잡고 싸울때가 아니다."도 맞는 말씀입니다. 사회전체가 슬픔과 우울, 분노와 혐오에 매몰돼 혼란에 빠진 것 같아요. 인류가 늘 그래왔듯 보고 배울점, 개선할 점을 찾고 시정할건 시정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기위해 먼저 인파가 몰릴경우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당연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던 원칙을 시민들이 가슴이 새겨야 할 것 같구요.
“한국인은 10%의 이성과 90%의 감성으로 살아간다”
적절하고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글이지만 너무 사후적이네요... 마치 강민철의 강의를 보는 느낌
ㅋㅋㅋㅋ 아 ㅋㅋㅋㅋ
ㅋㅋㅋㅋㄱㅋㅋ
운동성뿐만 아니라 경사의 유무도 차이가 컷죠...사람들이 움직이기 위해 양옆으로 미는 에너지 그 이상으로 위치에너지가 있었음...
잘 읽었습니다
'신성한 사실'이라는 표현을 쓰신 연유가 있나요? 제가 못 읽은 부분이 있나 싶어서 여러번 봤네요
저는 이 사건에 대한 소위 '정치적 입장'을 '때 묻은 사실' 이라고 상정했구나 라고 이해함. 정치적 입장 이전에 물리적 인과 관계(이하 신성한 사실)를 파악해야 한다는게 필자 입장이라고 이해했기 때문.
인터넷 반응들 보면서 인간의 슬픔 공감 매커니즘속의 모순성과 이익 추구성을 깨우친것 같음
자신을 이태원 희생자 무리와 구별짓는 디시의 아싸무리들은 인싸 아싸 대립 구도를 만들며 조롱하고
정치권은 참사를 빌미로 상대 진영 공격하고
세월호때 숟가락 얹던 무리들은 또 추모분위기 조성으로 영향력 행사하려고 함
사람이 죽었는데 슬퍼해야 한다.
하지만 매일 산재로 죽는 노동자나
사고로 죽는 군인같이 눈에 안보이는 사람들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당장 중국에는 소수민족에 대한 고문, 성착취(몰카아님)등이 실존하지만 사람들은 자기가 겪을 수 있는 개연성이 존재하고 감정이입이 될 정도의 거부감이 들지 않는 사람들의 아픔은 잘 느끼는 것 같음
글 난잡하네..
아무튼 사람이 죽었는데 무조건 슬퍼해야한다는 건 너무 위선적인게 아닌가 싶으면서도 나도 이태원 사람들처럼 됐을 개연성이라는게 존재하니 그 슬픔에 크게 공감되는것 같다
명문이다..... 내가 하고싶었던 말들을 명쾌하게 정리해놓으니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네 무조건 정부탓 경찰탓이라는 헛소릴 담은 글들이 퍼지는게 아니라 이런 글들이 인터넷을 타고 퍼져야할텐데
클x앙 이런 곳들은 대놓고 정부탓이라고 선동하고 있던데 애휴 ㅋㅋ
정치색 씌인 인간들은 사실 그딴거 상관 안하기 자기 보고 싶은대로만 보는게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