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학가망없나 [1159823]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2-10-22 00: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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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식하다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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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진짜로 '고지식하다'의 '고지식'을 '높은 지식'으로 이해하는 빡대가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인터넷 돌아다니면 종종 보이는 거 같지. 한자어가 아니라 고유어이고 '곧다'에서 유래된 거다. 


'곧다(直)'의 어간 '곧-'에 '-이싁/이식'이 붙어 '고디식/고디식'이 됐는데 '이싁/이식'의 정체는 불분명하지만 '-식'을 '행동하다'의 뜻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싁/이식'을 한 번 더 형태소를 분석하여 부사 '고디' 뒤에 '식'이 붙었다고 보는 것이다. 


전기 중세 시절에는 '고디식다'와 '고디싁다'가 쓰였고 '고디식하다'와 같은 형태는 보이지 않는다. 16세기쯤에 ‘고디식-’에 ‘ㅎㆍ-’가 결합한 ‘고디식ㅎㆍ-’가 나타나면서 17세기까지 ‘고디식-’과 공존하였다. ‘고디식-’에 왜 ‘ㅎㆍ-’가 결합하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후기에 등장한 '고디식ㅎㆍ다'가 '고디식다'보다 우위를 점하여 ‘고디식-’은 소멸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고디식ㅎㆍ다’가 남아 제2음절 ‘디’가 구개음화로 ‘고지식ㅎㆍ-’가 되었다. 19세기에 아래아가 소실돼 ‘고지식하-’로 나타나면서 현재에 이른 것이다.


'고디'는 말 그대로 '곧게'라는 의미로 쓰였지만  ‘고디식-, 고디싁-’은 이후 ‘고디식ㅎㆍ-’, ‘고지식ㅎ-’로 형태가 변한 19세기까지도 '정직하다/진실하다'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성품을 평가하는 성상 형용사로 쓰인 것이다. 아마 '고디'가 '곧게'의 뜻뿐만 아니라 '사실 그대로'의 의미도 지니고 있어 의미가 확장되어 성품을 평가할 때 쓰이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현대 국어와 같이 “외곬로 융통성이 없다”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게 된 것은 19세기부터라고 하는데 긍정의 뜻을 나타내던 단어가 부정적인 뜻을 가지게 된 것이다. 




장문 글 쓰긴 귀찮으니까 앞으로 어원 글이나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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