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격 조사와 접속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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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고 답변 달려 했는데 어제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이제 달아 보려 합니다. '부사격조사'와 '접속조사'의 구별은 까다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일단 '와/과'가 격이 같은 대상을 단순하게 이어주는 경우는 접속 조사이고, 체언에 결합하여 그 말이 용언이나 수식어 등을 꾸미는 역할을 하게 되면 부사격 조사가 됩니다. 접속 조사로서의 '와/과'는 ‘둘 이상의 단어나 구 따위를 같은 자격으로 이어 주는 구실을 하는 조사'로 풀이됩니다. 부사격 조사로서의 '와/과'는 '함께, 더불어'의 의미를 지닙니다.
* 접속 조사: 동등한 자격의 두 단어가 연결됨(공동 성분).
- 주어 연결: 철수와 영희는 학생이다.(철수는 학생이다 + 영희는 학생이다)
- 목적어 연결 : 철수는 빵과 우유를 먹었다.(철수는 빵을 먹었다 + 철수는 우유를 먹었다)
두 문장을 접속조사를 가지고 한 문장으로 이은 겁니다. 접속조사일 때는 저렇게 두 문장으로 분리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와/과'가 접속조사이려면 공동 성분이 되어야 합니다. '빵'과 '우유'라는 각각의 목적어가 서술어 '먹었다'에 호응하니까, 두 목적어를 '빵과 우유로'와 같이 이을 수 있는 겁니다.
'와/과' 말고 '랑'의 예시도 들어 보겠습니다.
- "시발, 이번 시험에서 과학이랑 수학은 좆같이 망쳤어."
첫 번째 문장에서 '랑'은 '과학'과 '수학'을 동등한 자격으로 이어주는 접속조사로 '랑'을 기준으로 두 단어를 바꿔도 의미에 차이가 없으며 문장도 분리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철수하고 영희는 학생이다', '나는 떡이랑 과일을 먹었다', '영희는 어제 도서관과 공원에 갔어' 모두 철수-영희, 떡-과일, 도서관-공원'은 동일한 자격을 가진 말의 짝입니다. 이때의 '와/과, 이랑, 하고'는 접속 조사입니다.
* 부사격 조사 : 문장에서 부사어 기능을 하는 즉 서술어를 꾸며 주는 단어에 붙음.
- 나는 친구와 놀기를 좋아한다( 친구랑 같이 놀기를 좋아한다는 뜻이지, '나는 친구를 좋아한다 + 나는 놀기를 좋아한다'가 아님)
- 철수는 영수와 (함께) 공부했다.(부사어로 쓰여 '공부했다'를 수식)
- 나와 그 친구는 서로 의지하는 사이였다. ( '의지하는'을 수식)
두 번째 문장에서 '그 친구와'가 '의지하는'을 꾸미는 역할을 하게 되어 '부사격 조사'가 됩니다. '나는 그 친구와 의지하는 사이이다.'라고 하면 '나'와 '친구'는 동격이 아닙니다. 그래서 '와'는 접속 조사가 아니라 부사격 조사로 봐야 합니다.
'랑'의 예시도 들어 보겠습니다. 아래에선 선행하는 대명사 '너'와 결합하여 전체 문장에서 부사어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 "나도 너랑 학교 갈래."
그리고 '와/과' 성분이 서술어가 요구하는 자릿수이면 부사격조사로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동사는 '대칭성 동사'로 분류되기도 합니다.(학교문법에선 다루지 않으니 알 필요 좆도 없음) '와/과' 성분을 요구하는 두자리 서술어는 '닮다, 가다, 오다, 비슷하다, 만나다, 다르다' 등이 있습니다.
- '철수는 영희와 다르다'
- '철수는 영희와 미국에서 만났다'
'다르다'와 '만나다'는 '와/과' 성분을 필수부사어로 요구하니까 이 경우 '~와/과'는 부사격조사입니다. '영수와'가 서술어인 '다르다'를 꾸미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부사격 조사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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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이것들의 위치입니다.
위치에 어디 있든 부사격으로 보는 견해가 있고, 위치에 따라 접속조사도 되고 부사격조사도 되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ㄱ. 철수는 영희와 닮았다.
ㄴ. 철수와 영희는 닮았다.
(ㄱ)에서 '영희와'는 어떻게 보든 부사격입니다.
(ㄴ)에서는 일반적으로 둘을 묶어서 주어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지만(<-- 접속이란 얘기), 부사격으로 보는 견해 역시 타당한 바가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이 견해에 따르면 '와'가 포함된 성분을 빼 보면, '영희는 닮았다'가 되고 결국 불완전한 문장이 되기에 필수적 부사어라는 것입니다.
다만 고영근 교수와 남기심 교수는 'A와 B'는 (서술어 자리)'에서 'A와 B'를 접속조사를 매개로 한 주어로 보므로 고영근 교수의 영향을 크게 받은 학교문법 역시 웬만해서는 접속으로 볼 것입니다. '와'는 'A'와 'B'를 병렬적으로 이어 주는데, 그 이어진 모든 체언이 한 덩어리로 문장 성분이 된다는 점에서 기능이 격조사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접속조사로 보는 것입니다. 부사격보다는 접속으로 보아 한 덩어리로 하나의 문장 성분으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지요.
또, 그 질문 글의 답변에서 보이듯이 위치로 판단하는 방식이 현재 접속과 부사격을 구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일 것입니다.
'A와 B는 (서술어 자리)'에서 '와'는 접속이고 'A는 B와 (서술어 자리)'에서 '와'는 부사격으로 보는 것이 아마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방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접속 조사 '와/과'는 체언과 체언 사이에 오고, 부사격 조사 '와/과'는 체언과 체언 사이에 오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ㅇㄷ 님이 제시하신 문장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너랑 나는 지금 안 되지.
영희와 철수는 다른 사람이다.
오둥이와 춘식이는 서로 미워한다."
하나하나 의미와 문장성분을 따져 가며 분석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냥 위치만 보고 바로 접속이구나 하고 생각하시는 게 가장 빠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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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이, ‘철수와 영희는 닮았다’에서 '와'를 부사격 조사로 보는 입장도, '철수와 영희'를 하나의 명사구로 묶어서 주어로 보는 입장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수능에 문제가 나온다면 ‘철수와 영희는 다르다’와 같은 문장은 출제되지 않을 것이고, '철수가 영희와 다르다'처럼 누가 봐도 명백하게 부사격 조사인 '와'가 나올 것입니다.
다만 학교문법이라면 이게 애매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고영근 교수, 이관규 교수, 남기심 교수, 임지룡 교수 등의 교수분들의 의견이 우세한데 아무래도 고영근 교수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외솔 선생과 같이 문법 제정 초창기에 활동하신 분들도 계시지만 현대 국어 문법은 그때와 아무래도 많이 다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웬만해선 고영근 교수를 따르니 접속으로 볼 거 같긴 한데 출판사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니 내신이라면 뭐 잘 모르겠네요. 만약 시험 문제로 나온다면 이의 제기를 해 볼 수도 있을 수도
세줄요약
접속 조사 ‘와(과)’는 체언과 체언 사이에 오고, 부사격 조사 ‘와(과)’는 체언과 체언 사이에 오지 않는다.
철수와 영희가 싸운다. -> 접속 조사(A와 B)
철수가 영희와 싸운다. - > 부사격 조사(A는 B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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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와 영희라는 두 단어가 동등한 자격을 갖기 때문에 하나의 덩어리-하나의 문장 성분으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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