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장 [281731] · MS 2009 · 쪽지

2011-01-12 09:52:28
조회수 1,900

평가원장의 논술후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83047

작년 논술후기는 링크를 참고하세요. 1년만에 찾아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ㅋㅋㅋ


읽으시는 분들 댓글로 의견 공유해요ㅠㅠ







7시 20분에 일어났다. 지난 이틀간 잠을 좀 설쳤는데 오늘도 딱히 푹 잔건 아닌거같다.. 조금 더 자고 싶었는데 작년의 경험상 길이 막힐거 같아서ㅠㅠ 일어나서 씻고 이것저것 하다보니까 순식간에 8시.. 숙소에서 나와 차를 타고 가는길에 어제 맞춰둔 죽을 사서 갔다. 생각보다 막히진 않았다.

지난 4일동안 공부한 서울대라 그런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학교에 온듯한 편안한 기분이었다ㅋㅋ 근데 사회대로 올라가려니까 막아 망할.. 뭐 어차피 행정관 앞길로 규장각쪽으로 가긴했지만ㅋㅋ 규장각 뒷편에 차를 세워두고 죽을 먹었다.

9시. 정각까지 입실이었지만 어차피 작년의 경험상 늦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걸 알고 있었기에 죽도 어느정도 먹고나서 천천히 걸어갔다. 앞에서 커피나 차를 나눠주는 재학생들.. 아마 10학번이라 나랑 동갑이겠지? 그 중 하나가 나 보면서 하는 말 "어? 얘 공부 잘하게 생겼다"으잌ㅋㅋㅋ

9시 4분 쯤 입실했는데 제길 배가 아팤ㅋㅋㅋ 화장실 갔다오니 9시 15분.. 벌써 가방을 앞에 내고 있더라. 2째열 3째 자리였다. 막상 고사장에 앉으니 떨리긴 떨리는군..

9시 57분.. 대체 왜 시험지를 먼저 안나눠주는거지? 속으로 구시렁구시렁대며 감독관들을 지켜봤다. 교수님으로 보이시는 분이 좀 세련되신듯..ㅋㅋ 근데 시험지를 들춰보던 교수님이 "헉 이걸 어떻게 풀라는 거지?"라는 말을 하시며 보조감독관들을 불러 같이 보시더만.. 다들 "이게 뭐야"라고 말하네.. 대체 어떻게 나왔길래..

10시. 시험지 배부가 시작되고 시험이 시작됐다. 그동안 들인 버릇(?)대로 논제가 있는 마지막장부터 봤다. 근데.. 어라? 왜 논제 뒤에 괄호가 없지?!!! 그 때 들려온 어떤 수험자의 질문. "글자수 제한 없나요?" 그리고 감독관의 대답 "논제에 없으면 없는 겁니다." 그 후 80명의 합창... "헉.. 아휴;;"

이젠 별별걸로 뒤통수를 다치는구나ㅋㅋㅋ 이런 옛날에 성대수시문제 풀라고 했을 때 풀어볼걸.. 성대문제는 자수제한이 없다. 근데 그거보고 '에이ㅋㅋ 서울대엔 자수없는거 안나옴'이러고 넘겼는데 으앜ㅠㅠ

근데 자수는 자수고 시험지는 왜 이렇게 두껍지? 표지를 펴서 매수를 확인했다. 8매... 역대 서울대정시중에 가장 많은 분량이었다.. 그리고 그 매수도 진짜 제시문으로만 꽉꽉 채워져 있었다...

논제1. 케플러의 연구과정을 과학적탐구과정으로 재구성하시오.
대충 어떻게 적으라는 건지는 알겠는데 7페이지에 이르는 케플러지문을 대체 어떻게 정리하짘ㅋㅋㅋ 제시문 한번 읽어보는데만 40분이 걸렸다. 문제 풀면서 한번 더 읽을 수는 있겠지만 제시문을 정리한다고 몇번씩 읽을 수는 없었다ㅠㅠ 그래서 대충 정리하고 대략적으로 머리에 떠오르는대로 적었다...

논제2. 케플러의 연구과정에서 나온 과학적사고의 요소를 지적하시오.
이건 논제1보다 쉬웠는거 같긴하다. 근데 뭔가 완벽하게 적진 못해서 찝찝하다.. 분량이 자유라서 부담없이 적고 있는데 이게 웬걸!! 한 페이지가 더 남은줄 알았는데답안지의 마지막페이지였다ㅋㅋㅋ 으아 200자정도밖에 칸이 안남았네... 양조절 들어가서 3칸남기고 끝냈다ㅋㅋㅋ 그니까 적은 답안의 총 길이는 2600자정도ㅠㅠ 다 적고나니까 11시 50분.. 다시 읽어보니까 다행히 비문은 없었다... 그래도 뭐;; 잘했겠지란 생각으로ㅋㅋ

밥은 소담마루에서 아빠랑 작년 논술학원친구들과 함께 먹었다. 근데 기다리는데만 30분 걸렸... 밥먹으면서 "오후엔 자수 나오겠지?" "그럴걸" 이런 대화도 하고ㅋㅋㅋ 밥을 다 먹고나니 1시 15분쯤이었지만 2011년 1월 11일에 통장파고 싶어서 농협갔는데 제길;; 50분쯤은 되야 끝난다네ㅠㅠ 결국 포기...

다시 입실해서 자리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었다. 1시 57분.. 역시 이번에도 정각되야 시험지를 나눠줄건가ㅠㅠ 근데 이 때 감독관의 말 "3번 문항에는 자수제한이 있으니까 자수 지키세요." 헐? 3번 문항에는?!! 이 때 역시 들리는 다른 수험생의 질문 "그럼 2번 문항에는 자수 없어요?" 그리고 그 대답 "네 2번 문항에는 없어요" 으앜ㅋㅋㅋ

2시. 시험지를 받고 2번 문항을 봤다. 진짜 없었다;; 그리고.... 표분석이다 제기랄ㅠㅠ 대략적인 표의 특성을 정리하고 나니까 10분이 지났다. 그런데 문제는 논제가 뭘 어떻게 적으라는 건지를 모르겠다. 자수도 없어서 막막하기만 하고... 자수 있는 3번부터 풀자...

3번 문항은 구운몽이랑 유우춘전이 제시문이었다. 그리고 논제를 봤더니...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 단, 제시문의 인물들의 음악에 대한 입장과 태도를 반영하시오." 이게 다였다. 으앜ㅋㅋㅋ 서울대 왜이랰ㅋㅋㅋ 자수는 1600자.. 그래도 통논술은 내가 자신있는 편이니까... 이렇게 생각하고 개요를 짜고 답안을 작성했다.

도입:
요즘 음악이 안들리는 곳은 없다. 이러한 세태를 감안할 때 좋은 음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그래야 수 많은 음악들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본론1: 좋은 음악을 정의하기 위해선 "좋다"의 의미부터 정의해야 한다. 좋다라는 것은 무엇인가가 자신의 마음에 들 때 사용하는 말이다. 그런데, 좋은 노래의 정의가 사회적으로 통용되어 효용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통용될 수 있는 개념으로 정의가 되어야 한다.
본론2: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좋다의 의미는 "즐겁다"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즐겁게 해준다"는 것은 현실이 불만족스럽다를 전제 한다. 따라서 좋은 음악은 현실의 고뇌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음악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유우춘의 태도는 타당하다. 누구나 즐거움을 추구하므로 좋은 음악은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게 될 것이다.
본론3: 현실로부터 탈피는 일시적인데 무슨 효용이 있겠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의 고뇌로부터의 탈피와 현실로부터의 탈피는 다르다. 오히려 현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현실의 고뇌를 잊을 수도 있다. 패러디음악과 노동요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실을 풍자함으로써 통쾌함을 얻고, 이것이 사람을 즐겁게 해준다. 그런데 이러한 음악에는 반드시 당시 사회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즉, 좋은 음악에는 사회가 반영된 음악도 포함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정경패의 입장은 타당하다. 게다가 정경패는 음악의 판단기준을 그 음악에 얽힌 일화에 따른 자신의 기분으로 한다. 이것은 좋은 음악은 즐겁게 해주는 음악이란 정의에 부합한다.
결론: 서상수는 음악의 격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나 좋은 음악의 판단기준은 격의 높고 낮음이 아니다. 좋은 음악은 사람들이 즐겁고 즐겁지 않음에 따라 결정된다.

이렇게 적고나니까 1시간 10분쯤 지나서 남은 시간은 80분이 조금 넘었다. 그래도 시간이 꽤나 남았으니 이제 문항2를 풀면 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봐도 대체 뭘 어떻게 적으라는건지ㅠㅠ 아무리 개요를 짜보고 표를 분석하고 해봐도 모르겠어서 결국 대책없이 막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백지낼 수는 없잖아ㅠㅠ 근데 적다보니.. 거의 답안지의 반을 썼는데 논제1은 반정도밖에 쓰지 않은듯 보였다. 아아... 논제2를 적을 공간이 없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답안지를 바꿨다. 남은시간은 50분 정도였다. 헐.. 나 논제1을 끝내지도 못했는데ㅠㅠ 미친듯이 썼다;; 글자체는 이미 개판이었고 급하게 쓰니 글자도 많이 틀려서 수정도 많았다. 내가 글을 적는건지 글이 나를 적는건지는 몰라도 논제1을1200자정도 적었다.

이제 30분쯤 남았다.. 논제2는 뭐얔ㅋㅋㅋ 으아;; 논제2도 개요따위 없었다. 그냥 닥치는대로 썼다. 그래도 막 써내려가니까 써지긴 써지더라.. 1000자정도 쓴 듯? 다 쓰고나니까 45분.. 그리고 든 생각.. "망했구나..." 너무 수정이 많아서 남은 시간동안 새 답안지에 옮겨적으려고 했더니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고 안된단다ㅠㅠ

어쨌든... 시험은 끝;; 휴ㅠㅠ 그래도 붙겠지?






제가 다이어리에 써놨는 글이라 경어체가 아닌점은 죄송합니다..ㅋㅋ










제가 제대로 썼는 답은 3번밖에 없어서.. 내용은 그거밖에 못쓰겠네요ㅠㅠ 2번은 논제랑 관련없이 헛소리만 적고왔음.. 흑흑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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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라따뚜이 · 296184 · 11/01/12 10:03 · MS 2009

    어. 님 214호에서 보셨군요 ㅋㅋ 2번째 열인가 3번째 열에 그 남자분 맞으시죠

  • 평가원장 · 281731 · 11/01/12 10:05 · MS 2009

    네.. 으악;; 절 보셨겠군요 ㄷㄷ

  • 유라따뚜이 · 296184 · 11/01/12 10:09 · MS 2009

    네 ㅋㅋㅋㅋ 전 문항1번 답안지 3번바꾼 사람인데 ㅋㅋㅋ 1번열에 7째줄인가? 파란색 폴로패딩입은 ㅋㅋ

  • kEEp · 345847 · 11/01/12 10:08 · MS 2010

    난 진짜 평가원장인지 알았네;; 읽다가 스킵

  • 쉐니키 · 290502 · 11/01/12 10:17 · MS 2009

    ㅋㅋ 수고하셨어요.

    저는 문항 셋다 평타 이하일 것 같네요. 1번 8장 드립은 정말 질리게 만들더군요. 개요고 뭐고 ㅋㅋ 그냥 제시문 받아쓰기 하는 기분이었고.. 2번은... 보도자료에서 '출산율이 올라가면서 동시에 여성의 사회 참여율까지 증가하고 있는 국가들을 참고해야...'식의 글 보고 아차 싶었으니까, 표 분석도... 워낙 한국 사회에 대한 내용만 물어보니까 분석해 놓은거 어디다 끼워 맞춰야할지도 모르겠고. 3번은 설대에서는 좀 더 깊은 논의를 원했던 것 같은데 거의 제시문 나열 수준으로 끝내버린 데다가 유우춘의 입장은 제시문 해석도 완전히 반대로 해놔서 저는 이제 교수대에 올랐습니다.

  • chosy08 · 315164 · 11/01/12 10:17 · MS 2018

    평가원장 형님의 합격을 기원합니다.

  • 겨녀뎌려 · 346715 · 11/01/12 10:34 · MS 2010

    문항3을 1시간 10분만에 저 정도로 쓰셨군요 전 1시간 30분 동안 중학생 글짓기 하고 나왔습니다 ㅠㅠ

  • CrimsonKKK · 351587 · 11/01/12 11:29 · MS 2010

    아 놔 발논술 광탈삘입니다.. ㅜㅜ 아.. 1번은 초딩수준.. ㅜㅜ 평가원장님은 절 대신해서 꼭 사회대가세욤 ㅋ

  • 버석버석 · 339266 · 11/01/12 13:15 · MS 2010

    혹시 16-214 고사실에서 보셨나요? 2고사실

  • 평가원장 · 281731 · 11/01/12 19:36 · MS 2009

    맞아요ㅋㅋ

  • lxie · 363746 · 11/01/13 00:12

    214호시넼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