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thatgutter [846531]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2-09-01 16:19:54
조회수 2,056

오르비 문학 - 수능의 파수병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8233584

만약에 나라는 사람을 유심히 들여다본다고 하자
그러면 나는 내가 수능과는 반역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오르비에 접속하는 마음으로 나의 학교와 나의 뱃지와 그 주위에 놓인 잡스러운 시간표를 본다
그리고 나는 이미 다니고 있는 학교만을 보기로 결심하고 있는데
만약에 또 어느 나의 옯창이 와서 나의 반수를 깨워주고
나의 그릇됨을 꾸짖어 주어도 좋다

다니는 학교가 싫어서
이다지 낡아빠진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리라
마가 낀 생2위에
잠자는 서울대여
반수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상에서는
중대에 수시납치된 수능만점자와같이 반수생각 없이 살기도 어려운 일

내 과잠과 학잠 한 벌과 말쑥한 강의실과 대학와 사귄 여친을 거느리고
외양만이라도 성적과 타협하여 살아간다는 것이 이다지도 쑥스러울 수 있을까

반수를 배반하고 사는 마음이여
자기의 성적표를 더듬어 보고 살펴볼 수 없는 대학생처럼
비참한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강대6야 모집광고를 보며 강의실에 오고 강의실에 앉아서 반수를 그리던 어리석음도
이제는 모두 사라졌다 보다
날아간 합격증과 같이

날아간 합격증과 같이 자국도 꿈도 없이
어디로인지 알 수 없으니
어디로이든 가야 할 반수의 정신

나는 지금 강의실에 있다
수능을 반역한 죄로
이 메마른 학교에서 오랫동안 꿈도 없이 바라보아야할 수능
그리고 그 수능의 파수병인 나.

- 김수영, 「수능의 파수병」



- 2017년 9월-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