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공 일기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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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엔 꽤 긍정적이던 사람이었는데,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그 순수한 웃음은 멎었던 듯 싶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때 당시에 나는 개인의 아이덴티티와 사회에로의 편입 사이에서 굉장한 갈등 관계를 갖게 되었거든. 스스로의 힘과 감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줄만 믿고 있던 내가, 이른바 "현실"의 담론을 만나게 된 것.
학교에서는, 이 "현실"을 비참할 정도로 강조했다. 그 기로에 서 있는 것이 '대학'이었고. 하나같이 '대학'에만 가면 장미빛 미래가 펼쳐질 거고, 거기에서 대기업만 들어가면/전문직만 갖게되면 '살아남는다고' 가르쳤다. 이 무서운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선, '꿈'을 찾으라고. '대학'과 관련한 학과를 찾으라고.
솔직히, 당시에 자유로움만 추구하던 나는 '꿈'이라고 할만한 개념이 잘 없었다. (그래서, 수시가 아닌 정시를 택하기도 했고.) 다만, 분명한 건 있었다. 이 세상을 살아갈 적에, 나는 '나'다움만은 놓지 말아야겠다고. 그것만 있으면, 연예인이든, 공학자든, 경제학자든, 정치인이든, 어떤 직업을 가져도 상관이 없었다. 중요한 건, 직책이나 명예가 아니라, 나로부터 오는 신비한 색상일 테니까. 그런데, 그 색상은 현실적으로 우선순위 상 뒤로 미루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다. 심지어 부모조차도.
그때 알았다. 인생은, 비참하리만치 혼자 살아내야만 한다는 걸.
어쩌면, 나같은 사람은 4수를 할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나'다움은 있는데, '대학'과 관련한 꿈을, 학과를 찾을 자신은 없었거든. 잃어가는 긍정과 희망 속에서, 나는 침잠하기에 그쳤고, 결국 그것은 4년이란 고독을 낳게된 것. 물론, 아주 운 좋게, 결국에는 그 방황과 고독을 댓가로 끝내 어떤 방향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것이 '컴퓨터공학'이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도 이 답을 찾았던 것은 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당시 4수생인 나는, 어떤 확신과 긍정성을 가지고 삶을 살아간 것이 아니었다. '명문 대학'은 나한테 맞는 옷이 아니었으니까. 다만, 어떻게 해서든 '나'를 붙잡을 뿐이었다. 한없이 시들어도, 꽃은 꽃이어만 하니까. 그런 일념이었다.
이제 와서 내게 묻는다. 컴퓨터 공학이란 답을 찾고, 삶을 '나'로서 사는 지금은, 순수한 웃음이 다시 돌아왔는지에 대해.
솔직히 말하자면, 꽤 무섭다. 고등학교 때부터 만난 이 갈등은, 나를 꽤 오랫동안 집어삼켰고, 그것으로 끝나면 참 다행이겠지만, 그것은 결국 '트라우마'를 낳고 말았다. 이제는, 이 세계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보호기제를 필요로 한다. 그러다 보니, '의미'라는 것에 굉장한 집착을 하고 있지 않은가. 삶을 살아가면서, 특정 일을 하게 될 때 우선적으로 스스로에게 묻는 건, '이 일로 어떤 의미를 생성할 수 있는가?'다. 또 다시, 무의미의 늪에 빠져 나를 잃어가는 것은 싫으니까. 그 욕구란 일종의 강박임과 동시에, 트라우마다.
지금의 나는, 순수를 한없이 갈망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온갖 '진지함'과 '불안'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지 않나.
주변 사람들은, 요즘의 내게 '해맑다'고 얘기해주지만, 그 해맑음 속에 어떤 고민들을 갖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나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이 얘기를 글이 아닌 대화 속에서 풀어낸 적은 없으니까. 기회가 된다면, 이런 얘기들을 술자리에서 풀어놓을 수 있었으면. 관심도 갖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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