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한 오리비v.02 [1156230] · MS 2022 · 쪽지

2022-07-24 14: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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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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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을 깨친 이래 43년의 생애를 나는 혁명가로 살아왔다. 특히 그중 42년 동안은 마르크스주의의 기치 아래 투쟁해 왔다. 내가 다시 새로이 시작할 수만 있다면 이런저런 실수들을 피하려고 노력할 것은 물론이지만, 내 인생의 큰 줄기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나는 프롤레타리아 혁명가요, 마르크스주의자이며, 변증법적 유물론자다. 결국 나는 화해할 수 없는 무신론자로 죽을 것이다.

인류의 공산주의적 미래에 대한 내 신념은 조금도 식지 않았으며, 오히려 오늘날 그것은 내 젊은 시절보다 더욱 확고해졌다.

방금 전 나타샤가 마당을 질러와 창문을 활짝 열어주었기에, 공기가 훨씬 자유롭게 내 방 안을 들어오게 됐다. 벽 아래로 빛나는 연초록 잔디밭과 벽 위로는 투명하게 푸른 하늘, 그리고 모든 것을 비추는 햇살이 보인다.
인생은 아름다워라!

훗날의 세대들이 모든 악과 억압과 폭력에서 벗어나 삶을 마음껏 향유하게 하자!

1940년 2월 27일
멕시코 코요아칸에서, 레프 트로츠키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 제목의 모티브가 된 트로츠키의 유언장임.

인간인 이상,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던 우리의 인생에는 목적이 있다 믿고 살아감.

트로츠키 정도의 거물이라면 그런 목적의식은 말할 필요도 없고.

근데 놀랍게도, 트로츠키는 그 짐을 벗어던졌음. 그것도 인간이 가장 무거워지고 위선적이게 되는 죽음 앞에서

물론 신념바저 져버린것은 아니지만, 무언가의 목적때문이 아니라 그저 인생이 아름다운것을 깨닳은거임..

모든것을 다 잃고 멕시코라는 이국의 땅에 와서야지 자신의 인생이 운명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그저 즐기면서, 적당한 사상과 아름다움을 예찬하며 살아가는것이라는것을 알아차린거..

죽고 나서는 거물의 무거운 짐을 짊어 갈수 없다는걸 알고 그 짐들을 마지막에 내려놓은 이 유언장은 얼마나 아름다운것인가..

인생 만세! 인간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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