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과 위악 [728914] · MS 2017 · 쪽지

2022-06-16 10:18:29
조회수 12,552

신의 고향은 인간의 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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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코 앞에 두고, 아무리 대학자의 것일지라도 이런 동영상을 듣는 게 한가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동영상을 저장해두셨다가, 수능 마치고 시간이 날 때 들으셔도 좋습니다. 고1 혹은 고 2라면, 공부 마치고 이불 덮고 보셔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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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고향은 인간의 뇌이다>


‘1984’만 들으면 지금도 가슴이 뜁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갔던 해. 학력고사 성적이 좋지 않아 눈치는 물론, 배짱까지 섞어서 들어갔던 대학이었기에 ‘내게 과분하다’는 느낌이 항상 들었습니다. 등교 첫날, 오전 8시 학교 도서관에 도착했던 것도 그런 까닭이었지요. 


‘입학할 때는 꼴찌로 들어왔지만, 졸업할 때는 그러지 말자.’


‘국내 최고 지식인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즐거웠습니다.(이 생각은 제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일부는 깨졌습니다. 엉터리 선생도 물론 있지요.) 수강 신청을 하는 것은 최대 고민이자 즐거움이었습니다. 이 강의, 저 강의 다 듣고 싶은데, 왜 그리 강의 시간이 겹치는지.


당시 인문대에서 명강의로 날리던 분이 몇 분 계셨습니다. 철학과 차인석 선생님, 종교학과 정진홍 선생님도 그에 속하셨지요. 


1학년 2학기, 두 분의 강의를 운 좋게 모두 수강할 수 있었습니다. 두 분 중 정진홍 선생님의 강의 제목은 ‘종교학 개론’이었지요.


중학교 때까지 목사를 꿈꾸던 제게 종교, 더 정확히 말하면 기독교는 항상 고민거리였습니다. 


인간, 더 정확히는 호모(Homo) 속(屬)의 역사는 적어도 기백만 년이고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는 10만 년인데(당시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는 10만 년 정도라고 가르쳤습니다.), 성경은 왜 인간의 역사를 기천 년이라고 이야기하는가?

첫 인간인 아담과 이브의 맏아들인 카인이 친동생 아벨을 죽인 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인간 가족’에게서 쫒겨났는데, 어떻게 카인은 후손을 낳을 수 있었는가? 그 인간은 도대체 뭐여?

노아 때의 대홍수로 노아 가족을 빼고 인류는 전멸했다는데, 어떻게 대홍수 이후 몇십 년도 안 돼서 지구 곳곳에 대규모 문명의 흔적이 보이는가?


논리로는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이야기들.


그런 고민 속에서 듣게 된 게 정진홍 선생님의 ‘종교학 개론’이었습니다. 돌머리이기에, 그때 강의 내용을 제대로 기억할 정도는 못 됩니다. 다만 선생님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특정 종교의 관점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성스러움에 대한 인간의 갈망이나 성스러움의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에 주목해보라. 야곱이 가족에게서 도망치다가 돌베개를 베고 잤을 때 꿈에서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와 천사들을 보았다. 야곱에게 그것은 신의 계시였다. 꿈에서 깬 야곱은 돌베개가 있던 곳에 제단을 쌓았다. 대부분에게 그 돌베개는 아무런 의미 없는 돌덩어리(俗 속)겠지만, 그에게 돌베개는 성(聖)스러운 대상물이었을 것이다. 성(聖)과 속(俗)의 차이, 성과 속을 구분하(려)는 인간의 노력이랄까 심정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그것이 종교학이다.’


그의 강의와 그로 인해 이어지던 고민, 그리고 군대 상병 시절 읽었던 독일 철학자 포이에르 바하의 ‘기독교의 본질’을 읽으면서 저는 기독교에서 벗어났습니다. 포이에르 바하의 그 구절은 아직도 가슴 깊이 남아 있습니다.


‘종교는 인간에게 내재한 성스러움, 혹은 신성(神性)을 밖으로 드러낸 것이다.’


최근 유튜브를 브라우징하다가 정진홍 선생님이 14년 전 이화여대에서 강의하신 내용을 들었습니다. 강의 제목은 ‘신의 고향은 어디인가’입니다.


https://youtu.be/X5KaoCt_Azg


1시간 20분짜리 강연입니다. 저에게는 울림이 아주 큽니다. 강연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종교에 대한 현대 과학의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결국 신은 뇌의 활동 결과이다.(신의 고향은, 인간의 뇌라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이 자연과학적(인지과학)으로 증명되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뇌의 어떤 부분이 손상됐을 때 인간에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인지과학이 하나하나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아주 종교적이던 사람이 알츠하이머에 걸리자 그의 종교성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이를 뇌 활동을 제외한 다른 어떤 이유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종교 혹은 종교 현상이라는 것도 어떤 특별한 계시 같은 것이 있는 게 아니라, 뇌 활동의 결과물로 받아들여야 한다. 종교는 ’뭔가 다른 것‘이 아니다. 인간 육체로부터 파생된 일반적 현상이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을 적확하게 지칭할 ’용어‘와 ’낱말‘이 이제는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물질‘을 해석하는 데 익숙했다. 이제 ’의미‘를 ’적확하게 물질화‘(=용어나 단어로 만드는 일)시키는 데도 힘을 써야 할 듯하다.’


20세기 초 노벨화학상을 받았던 어네스트 러더포드의 말처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설명도 쉽게 합니다. 설명이 어렵다는 것은, 설명하는 사람이 제대로 모르기 때문입니다. 정진홍 선생의 강연은 아주 쉽게 ‘신은 인간의 뇌가 고향’이라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공부도 짧고 머리도 나쁜 사람이지만, 이 동영상을 보실 것을 강추합니다. 


다만 선생님의 말이 조금 늦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성격이 저처럼 급하신 분은 ‘강연 속도’를 1.5배 혹은 1.75배로 하고 들으십시오. 


추신.


강연 중 뼈아팠던 이야기 하나. 정진홍 선생님은 ‘요즘 인문학의 위기라고들 이야기하는데 뭐가 위기냐. 그 위기는 오히려 인문학자들이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려 하지 않고 자기 세계에만 빠진 도그마화 된 인문학자들이 위기인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헤겔과 칸트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인간의 사유는 뇌의 신경화학물질의 작용 결과라는 것이 증명됐는데도 여전히 ‘절대정신’ 운운하면 대체 어쩌자는 것인가요! 


한데요, 22학년도 수능 국어 지문에서도 ‘헤겔의 절대정신과 미학론’을 묻는 지문이 나왔더군요. 도대체 21세기 중반을 이끌 세대에게 철 지난 관념론을 가르쳐서 뭘 어쩌자는 것인가요? 철학사나 미학사를 전공할 것도 아닌 학생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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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이고단함 · 1140128 · 22/06/16 10:24 · MS 2022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고려우유 · 976710 · 22/06/16 10:32 · MS 2020 (수정됨)

    인간에 내재한 성(聖)의 속성을 과학으로 풀어낼 수 없던 시기에, 철학으로 그 속성을 설명하려고 한 건 아닐까요? 헤겔이 말했던 절대정신도 여기서 기인한 것일수도... 최근 드는 생각은, 과학을 모르더라도 현상에 대한 나름의 설명이 필요한데, 이런 설명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는 뇌피셜(?)이 나오는 것도 같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과학 안에서 설명되는 창발 등의 개념을 모르니, 생명체의 기원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고, 여기서 종교가 나온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글 잘 읽었습니다.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6/16 10:53 · MS 2017

    잘 아시듯, 정 선생님이 이 강의에서 이야기하시려는 것은 '종교사'가 아니라, '종교(의 본질이)란 무엇인가'일 것입니다. 선생님 지적은 '종교사적'으로, 왜 종교를 인간이 탄생시켰을까에 대한 것이고요. 물론 종교의 탄생에 대해 선생님처럼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하여튼 '일청'(=한 번 듣기)을 강추합니다.

  • 고려우유 · 976710 · 22/06/16 11:22 · MS 2020

    네에 한번 보겠습니다. 최근에 생물 관련 대중교양서를 읽고 나니, 종교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곤 해서요. ㅎ 자연스럽게 생각이 그쪽으로 가네요. 누군가 창조한 게 아니라 따듯한 작은 연못에서 우연히 창발적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게 신기해서요.
    단순히 '엘리아데는 성과 속' 하고 암기하고 넘어갈 게 아니라, 이런 내용들을 가르치면 좋을텐데요.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6/16 11:28 · MS 2017

    엘리아데의 '성과 속'을 읽으셨군요. 정진홍 선생님이 시카고 대학에서 공부하실 때 지도교수가 엘리아데였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진화에는 합목적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선생님은 이미 체득하셨네요, 대단하십니다. 제 세대는 '역사에 합목적성이 있다'고 배웠고, 그것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 한 친구들이 여럿인데요...

  • No.99 Aaron Judge · 919199 · 22/06/16 16:41 · MS 2019

    저도 진화에는 방향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자연선택되어 생존에 유리한 형질들을 가진 개체들이 많이 살아남고 자손을 번식하다보니..그렇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해요
    역사에도 목적..이 있을까요? 역사란 발전하는 걸까요?
    교양 수업에서 이러한 주제로 수업을 들었었는데, 저는 ‘과학과 기술과 학문은 발전한다. 하지만 인간 자체의 발전은 너무 느리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니까, 춘추전국시대의 학문과 현대의 학문을 비교하면 정말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춘추전국시대의 사람과 지금 사람을 비교해 보면 얼마나 차이가 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대의 인간이 키는 훨씬 클거고, 영양상태도 많이 좋겠지만 지능이나 기본 도덕같은 밑바탕은 둘 다 교육 받지 않았다면 많이 다를까? 싶더라구요

  • 정시기다리는 · 702831 · 22/06/16 10:54 · MS 2016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그렇게 학생들과 무관한 소재를 국어시험에 내는게 진정한 독해능력을 측정하는데 도움이되지않을까 싶네요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6/16 10:57 · MS 2017 (수정됨)

    무관하다기보다는 '유효하지 않은 지식'을 모든 이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 냈다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무속의 기능'에 대한 무비판적인 글을 21세기 중반을 이끌 미래의 주역들에게 읽힐 필요가 있을까요?

    586인 제가 586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것입니다. 유통 기한이 지난 지식을 후대에게 전수시키며 자신의 '권력'(그것이 정치 권력이든 지식 권력이든)을 유지시키려 한다는 것이지요.

    인간 사고는 뇌내 신경화학물질의 작용 결과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제...

    한데 17세기 18세기 관념론에 빠진 지식을 지금도 전수시키려는 이유가 대체 뭘까요? 유효기간이 아니라, 과학적 검증의 관점으로 봐도 옳은 이야기로 볼 수 없는 절대정신, 역사의 합목적성을 2022년에 이야기해서 뭐를 하려는 걸까요?

    1980년대 중반, 18세 청년으로 헤겔을 읽던 풍경을 지금도 반복하려는 이유가 뭘까요?

  • 정시기다리는 · 702831 · 22/06/16 10:59 · MS 2016

    지식의 측정을 목표로 한 시험이아니니까 (즉, 헤겔을 공부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2021학년도 법학적성시험에는 이슬람교 종파에대한 지문이 나왔습니다. 이를 보구 이슬람교를 공부해야된다, 고생각하지는않겠죠. 헤겔 지문 자체는 측정의 매개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6/16 11:02 · MS 2017 (수정됨)

    이 이야기, 선생님과 이전에도 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묻습니다.

    이슬람교 종파에 대한 이야기가 '무비판적'으로 나왔나요? 그래서 이슬람교 종파나 그 분파들이 옳다는 식으로 법학 시험에서 지문이 나왔던가요?

    그렇다면 그 지문 역시 시대에 뒤쳐진 지문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세네카 등 이전 철학자나 법학자들이 세상의 지식을 이끌던 것에서, 지금 세상은 물리학자 등 자연과학자들이 지식을 이끌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인문학을 공부했지만, 정진홍 선생님의 표현처럼, '도그마타이즈트' 된 인문학자를 바라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 정시기다리는 · 702831 · 22/06/16 11:06 · MS 2016

    그런가요? 선생님과 대화는 언제나 즐거웠던걸로 기억하는데 이 것에 대한 대화는 기억나지 않네요ㅠ/비판적이라기보다는 제 3자입장에서 서술했습니다. 저는 헤겔지문역시 얘네는 그랬대~로 읽었구요. 도그마타이즈된 인문학 (과학적으로 입증할수없는 부분에 대해)에 대한 비판은 동의하는 바입니다만, 생소한 소재의 글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것도 유의미하지 않겠습니까?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6/16 11:08 · MS 2017

    제가 22학년도 수능 국어 지문에 대해 썼을 때 선생님처럼 이야기하시는 분이 있어서... 오해라면 머리 숙여 죄송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다양성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다양성이 모든 이를 대상으로 한 지적 측정 시험인 수능 국어 지문에 나오려면, 최소한의 과학성은 갖추어야 한다고 봅니다.

    무속성, 혹은 샤마니즘을 무비판적으로 소개하는 지문이 수능 국어 시험에 나와서는 안 됩니다.

    특정 종교의 교리를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지문이 수능 국어 지문에 나와서도 안 되고요.

    진화론에 반대하는 특정 종교의 교리가 수능 국어에 '무비판적으로' 등장해서는 안 됩니다.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6/16 11:04 · MS 2017 (수정됨)

    다시 묻습니다.

    모든 이가 치르는 시험에서 '시대에 뒤쳐진, 혹은 유효 기간이 지난' 지문이 나와서는 안 됩니다.

    법학 시험에서야 사상의 다양성,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취지로 이슬람교 종파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행동에 대한 물음이 법적 관점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정국가가 있는데, 그 신정국가에서 국가가 '지정'한 종교가 아닌 것을 믿는 이를 변호사로서 어찌 변호할 것인가를 물을 수는 있습니다. 그것은 종교의 다양성, 사상의 다양성에 대한 물음의 취지로 나온 것이지요.

    그러나 법학 시험에서 '특정 종교의 교리'를 이야기하면서 그 교리에 대해 논하라는 시험이 나올 수는 없습니다. 그건, 특정 종교를 가르치는 학과에서나 나와야지요.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6/16 11:06 · MS 2017

    그래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갑니다.

    도대체 절대정신이 존재하나요? 존재하는 게 증명이나 되나요? 그런데 그런 사상을 왜 모든 이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마치 옳은 이야기'인 것처럼 논해야 합니까?

    그런 식이면, 샤마니즘에서 말하는 '동물신'에 대해서도 '무비판적인 지문'이 수능 국어 지문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겠죠?

  • 정시기다리는 · 702831 · 22/06/16 11:09 · MS 2016

    흠 이 관점에서 보시는건 어떨지요. 프로이트의 이론은 비과학적이며 반증가능하지도 않아 심리학계에서 사장된지 오래입니다. 그렇지만 심리학도들, 그리고 일부 인문학도들은 간단히 다룹니다. 처음엔 무비판적으로 배우기도하죠. 이는 프로이트의 이론이 영향을 끼친바가 많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에게 간단히 이런지문을 통해 내용을 접하게 하는것은 괜찮지 않을까요?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6/16 11:12 · MS 2017

    글쎄요, 만약 프로이트의 지문이 나온다면, 프로이트 지문 자체'만'을 소개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 이론에 대한 비판적 이론도 소개해야하겠지요.

    저는 22 수능 국어 헤겔 지문을 보면서 '586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도 참으로 가지가지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전두환이 '구국의 일념으로 12.12와 광주진압을 했다'고 소개한 글도 여럿 있습니다. 그 글을 무비판적으로 지문에 낸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요?

    그것도 다양성, 혹은 다양한 관점에 대해 공부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최소한 수능 국어 지문에 등장하는 자연과학 지문은 '시대에 뒤진 이론' 그 자체를 소개하지는 않습니다.

  • 정시기다리는 · 702831 · 22/06/16 11:13 · MS 2016

    2017 09에 사장된 칼로릭이론을 무비판적으로 다룬적이 있긴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배경지식없이 문제를 접근하도록 유도해서 좋은 지문이라 생각했습니다.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6/16 11:15 · MS 2017

    그 지문을 저에게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제가 보고 이야기하지요.

    아까 이야기하신 법학 지문 역시 선생님 말씀과는 달리, 종교적 다양성에 대한 법적 해석 차원에서 나왔을 겁니다.

    그러니 칼로릭 이론 역시 제가 지문과 답지를 보고 평가해보면 어떨까요?

    제가 9평 지문까지 확보하고 있지는 않아서요.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6/16 11:18 · MS 2017 (수정됨)

    배경 지식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배경 지식이 없어도 글 자체에서 논리적 추론을 하면 되니까요.

    그래서 여쭙는 겁니다.

    칼로릭이론이 맞다,는 식으로 소개가 됐나요? 지문과 답지에서?

    그래서 지문과 답지를 한 번 보았으면 한다는 겁니다.

    한데, 22년 수능 국어 4~9번은 헤겔철학과 미학이론이 마치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듯한 배경 속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은, 이런 지문을 왜 21세기 중반을 이끌 미래세대에게 강요하지,라고 생각했고요. 그것이 '586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보였고요, 저에게는...

    제가 이전에 쓴 글이 있습니다. 그 글을. 한 번 시간 되면 보소서.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6/16 11:13 · MS 2017

    천동설이 수능 국어 지문에 등장할 수는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당시 사람들이 나름의 인식론으로 우주를 관찰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천동설 자체가 마치 옳은 양 이야기하면서, 지문은 물론 선다형 답지에서조차 그에 대한 비판적인 언급이 없다면, 그런 문제는 수능 국어에 나올 수 없을 겁니다.

  • 정시기다리는 · 702831 · 22/06/16 11:21 · MS 2016

    흠 선생님 말씀을 어느정도 이해하겠습니다. 잠시만요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6/16 11:29 · MS 2017

    아닙니다. 선생님이 이미 제 말을 알고 계시는 것이지요.

    다만 선생님은 586이 아니시니, 저처럼 586의 '일부 행태'에 민감하지 않으신 것이고요.

    저도 586이지만,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586이 혐오스럽습니다.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6/16 11:32 · MS 2017

    역사에 절대적인 합목적성이 있다고 생각했던 세대, 그것이 사회주의화였고요.

    저 역시 사회주의로 역사가 흐른다는 사실을 '여전히' 받아들이지만, '역사의 합목적성' 혹은 '절대정신의 구현' 같은 것은 믿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한데 22수능 국어 4~9번을 보는 순간... 무슨 80년대 언더서클 세미나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여전히 '과거 자신이 배운 것에만 갇힌' 내 모습을 보는 듯 하야...

    좋은 날 되십시오.

    추신.
    기실 선생님처럼 유연하게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586을 혐오하는 저 역시 역설적으로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지요.

  • 정시기다리는 · 702831 · 22/06/16 11:47 · MS 2016

    지금 선생님 말씀을 곱씹어보니,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됩니다. 다시살펴보니 칼로릭 지문은 사소하게나마 비판이 포함되어있었네요.

  • ENTP · 1096043 · 22/06/16 11:34 · MS 2021

    참 웃겨요 이런사람들
    수학질문이 있으면 수학선생님에게 물어보는거고
    과학질문이 있으면 과학자에게 물어보는건데
    기독교에 대한 성경에 대한 질문을 답을 얻고 싶다면 목사님에게 물어봐야지 그걸 무신론자/다양성주의자에게 물어놓고 답을 얻는게 참 신기하네요

  • ENTP · 1096043 · 22/06/16 11:35 · MS 2021

    처음부터 "자기가 원하는" 대답
    "자기가 듣고 싶어하는" 대답을 골라 듣는거 같네요

  • ENTP · 1096043 · 22/06/16 11:37 · MS 2021 (수정됨)

    이건 마치 서울대 수준 알아보려고 삼육대 재학생에게 묻는식이네요

  • 정시기다리는 · 702831 · 22/06/16 11:57 · MS 2016

    기독교를 부정하는것으로 글이 보이신다면, 다시 한번읽어보시는것을 추천드립니다.

  • ENTP · 1096043 · 22/06/16 16:03 · MS 2021

    이 본문은 종교에 관한거지요 종교에 기독교가 속해있죠

  • 정시기다리는 · 702831 · 22/06/16 16:06 · MS 2016

    그니까요. 종교를 부정하는것으로 보이세요? 아니면 형이하에서 종교를 설명하는 방법에 대한 글로보이시나요?
    전자로읽히시면 진지하게 좀..

  • ENTP · 1096043 · 22/06/16 16:07 · MS 2021 (수정됨)

    어휴... 제 질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종교를 부정한다는게 아니라 왜곡하는거죠 종교에 대한 의문을 무신론자에게 물어보는게 이상하다는거죠
    진지하게 읽어주세요

  • ENTP · 1096043 · 22/06/16 16:09 · MS 2021

    이 글은 결국 종교에 관한 고찰이예요 하지만 그 과정이 잘못됬다고요

  • 고려우유 · 976710 · 22/06/16 11:40 · MS 2020

    이 글이 기독교나 성경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이나요? 오히려 이런 이해방식이 현시대에 종교가 살아남아 과학과 양립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식인 거 같은데.

  • ENTP · 1096043 · 22/06/16 16:04 · MS 2021 (수정됨)

    그냥 종교에 관해
    아니 정확히는 기독교에 관해 의문을 품어놓고 무신론자에게 물어서 답이 됬다고 이야기하는게 웃겨서요

  • ENTP · 1096043 · 22/06/16 16:05 · MS 2021

    수학문제를 사회선생님에게 물어서 답이 됬다고 하는거랑 뭐가 다르죠

  • 정시기다리는 · 702831 · 22/06/16 16:23 · MS 2016

    우리나라에 교리가확립되어있는종교가 두가지잖아요;;
    그리구 다시이야기하자면, 신앙의 여부는 종교학이랑 상관이없습니다. 경제활동여부가 경제학자를 만드는게아니듯이요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6/16 17:10 · MS 2017

    정시기다리는 선생님. 저 대신 '토론하지 마소서.' 그냥 이리 생각하는 분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소서.

    기독교를, 아니 종교를 '과학이 아닌 신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분과는 생산적인 토론이 안 될 겁니다.

  • ENTP · 1096043 · 22/06/16 16:26 · MS 2021

    아예 관련없진 않죠
    실질 경제활동이 잘 되는데 경제학자들이 지금 경제 안 좋다고 그러는거는 틀린것처럼요

  • 정시기다리는 · 702831 · 22/06/16 17:41 · MS 2016

    .... 지금 경제 좋다구요?
    그만합시다

  • ENTP · 1096043 · 22/06/16 21:27 · MS 2021

    예시요

  • 정시기다리는 · 702831 · 22/06/16 16:09 · MS 2016

    이분 글과 상통하는 이야기를 한 엘리아데는 동방정교회신자였습니다.

  • ENTP · 1096043 · 22/06/16 16:10 · MS 2021

    그렇다면 교회에 가서 정확히 질문해봐요
    무신론자에게 물어서 "자기가 원하는"답만 얻으려고 하지마시구요

  • 정시기다리는 · 702831 · 22/06/16 16:11 · MS 2016 (수정됨)

    ?? 아니 종교의 발현에 대한것을 왜 기독교인한테묻죠?
    종교학자한테물어야지

    총체적학문이랑 세부적인 종교지도자랑 혼동하시면안됩니다.

    경제는 경제학자에게물어야지, 사업가한테묻는게아니에요

  • ENTP · 1096043 · 22/06/16 16:13 · MS 2021

    <이거 읽어봐요>

    인간, 더 정확히는 호모(Homo) 속(屬)의 역사는 적어도 기백만 년이고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는 10만 년인데(당시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는 10만 년 정도라고 가르쳤습니다.), 성경은 왜 인간의 역사를 기천 년이라고 이야기하는가?

    첫 인간인 아담과 이브의 맏아들인 카인이 친동생 아벨을 죽인 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인간 가족’에게서 쫒겨났는데, 어떻게 카인은 후손을 낳을 수 있었는가? 그 인간은 도대체 뭐여?

    노아 때의 대홍수로 노아 가족을 빼고 인류는 전멸했다는데, 어떻게 대홍수 이후 몇십 년도 안 돼서 지구 곳곳에 대규모 문명의 흔적이 보이는가?



    논리로는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이야기들.

  • ENTP · 1096043 · 22/06/16 16:13 · MS 2021

    본문중

  • 정시기다리는 · 702831 · 22/06/16 16:16 · MS 2016

    ㅇㅇ 근데 결국 종교에대한 거시적의문을 품으신거니까요.
    만약 기독교교리에대한 의문이었으면 신학자를 찾으셨겠죠? 이 글에서 기독교는 종교의 예시로 등장한다구 보시면됩니다

  • ENTP · 1096043 · 22/06/16 16:19 · MS 2021 (수정됨)

    하지만 저 예시 질문이 싹다 기독교 질문이네요
    그리고 종교학자라고 하지만 저분은 무신론자네요
    그래서 질문자는 자기가 원하는 답만 쫓는거처럼 보입니다

  • 삶이고단함 · 1140128 · 22/06/16 11:47 · MS 2022

    국어 지문 << 특정 사상/관념을 가르치려는 게아니라. 이거 읽을수 있냐? 지문의 내용을 짜임세있게 구조화할수 있냐?고 묻는거죠? 적어도 그 명목상의 의의는 그렇습니다?

  • 정시기다리는 · 702831 · 22/06/16 11:56 · MS 2016

    ㅇㅇ이분은 굳이 그 지문 소재가 그래야하냐는 입장이신듯해요

  • 삶이고단함 · 1140128 · 22/06/16 12:18 · MS 2022

    그냥 굳이 헤겔?? 586 빨갱이 네이놈! 같은 느낌으로 정반합이나 헤겔이나 너무 맑스적으로 느껴지셔서 싫어하시는것 같은데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6/16 14:43 · MS 2017 (수정됨)

    마르크스를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엥겔스가 지적했듯, '마르크스는 천재였고, 그에 비하면 (아무리 똑똑하다는 사람도) 기껏해야 수재'였습니다.
    다만, 마르크스를 교조적으로 해석하고 그 교조성 속에서 빠진 채 '실증적인 것' '증명된 것'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 뿐입니다.

    저는 '인간의 역사가 사회주의로 향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19세기 조선시대에 '세금 누진제'가 있었나요? 군역의 의무는 양반은 지지도 않았습니다. 한데 지금은 연 소득 10억원이 넘으면 45% 세금을 물립니다. 19세기는 물론, 20세기 초반, 우리는 물론 전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세율이지요.

    20세기 초반, 당대의 선진국들이 모인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지요. 케인지안으로 대표되는 '수정 자본주의'는 분명 1917년 소비에트의 성립에 영향을 받은 것이니까요.

    그럼에도, 1989년 동구가 무너질 때조차 '저런 언론 보도는 서구 자본주의 언론, 혹은 서구 자본주의 언론에 점염(혹은 전염)된 놈들의 간계'라며 현실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던 이들의 무지막지함이 싫은 것이지요. 그런 분위기 중 하나가 시인 황지우 씨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였지요. 새들이 세상을 뜬다고요? 하하, 북한과 남한 중, 혹은 동독과 서독 중 속칭 좌파들은 어느 나라를 택할까요? 우리나라 좌파들처럼 북한의 인권에 침묵하는 집단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요?

    그런 분위기가 싫은 겁니다. 헤겔과 칸트가 싫은 게 아니라.

    17세기 18세기 독일 관념론은 그 나름의 의미를 분명히 가집니다. 한데 21세기에도 그것을 훈고학적으로 이해하려고 든다? 마르크스가 '공산당선언'에서 러다이티스트를 비판할 때 그렇게 비판했지요? '시대착오자들'이라고 말입니다.

  • No.99 Aaron Judge · 919199 · 22/06/16 16:32 · MS 2019

    선생님 조금 민감한 질문일수도 있겠지만 여쭤보자면,

    현재의 기자와 과거의 기자의 위상이 많이 차이가 났었나요?
    제가 생각하기에, 현재의 미디어는 예전처럼 몇개 주요 일간지, 잡지, 방송국에서 나오는 라디오/tv프로그램이 장악하던 과거와는 엄청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인터넷 신문(인사이트라던가…) 에 찌라시 급 헛소리를 적는 기레기라는 멸칭도 심심찮게 듣는 ‘기자’들도 늘어났을 뿐더러,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예전만큼의 독점적 위치라고 할까요? 그런 느낌이 더 이상 아니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요즘도 조중동 지상파방송 등의 기자들은 좋은 학벌,좋은 성적을 가져야 들어갈 수 있는 인기직장이지만,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인 80 90년대의 기자의 위상은 어땠었는지 궁금합니다. 선생님 글을 보니까, 불현듯 국어강사 김동욱 선생님께서 수필 가르치다 하신 ‘과거 기자는 지금이랑 달랐어. 국회의원 최다 배출 직업 중 하나였을 정도니까. 그러니까 기자가 된다는건, 이너 서클 안에 들어간다는 소리였지.’ 이런 말씀이 생각나서요!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6/16 17:08 · MS 2017

    제가 답하기 조금 민감한 이야기입니다만...
    위상이 정말 다르다고 저는 봅니다. 더 이상 구체적으로 말하기에는...

  • No.99 Aaron Judge · 919199 · 22/06/16 17:56 · MS 2019 (수정됨)

    ...! 그렇군요...

    혹시 쪽지로라도..? 괜찮을까요 ㅜㅜ 제가 온오프라인 다 뒤져봐도 이쪽 종사하시는/하셨던 분이 없어서요...
    아 물론, 부담스러우시면 거절해주셔도 됩니다! 제가 잘 몰라서 진짜 민감한 파트 여쭤본거면..죄송하니까요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6/16 18:00 · MS 2017

    아닙니다, 그냥 옛날 자랑하는 것 같아서요.

    80년대 말, 90년대 초, 서울대 인문대 사회대에서 가장 가고 싶어하는 직장이 언론이었습니다. 그것과 지금을 비교하면...

  • No.99 Aaron Judge · 919199 · 22/06/16 18:06 · MS 2019 (수정됨)

    아하 ㅋㅋㅋㅋ 그런 느낌이었군요
    에이 뭘 그러시나요 ㅎㅎ
    평소에 겸손하셔서 그렇지 대단한 분이신걸요?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6/16 18:24 · MS 2017

    다 옛 이야기입니다. 예전 금송아지 얘기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된 사람 없습니다. 항상 평안하소서.

  • 오수오억 · 756136 · 23/07/30 05:07 · MS 2017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는 법이죠. (공학적 기술력)
    인문학적 감수성도 적절히 버무려야,
    스티브 잡스 같은 영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