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와 도깨비(2)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7120272
지금부터 한 일주일 전에 날이 따뜻하길래 도깨비 새끼들은 오(五) 육(六)마리가 떼를 지어 인가 근처로 놀러 나왔더랍니다. 하루 온종일 재미있게 놀고 막 돌아가려 할 때에 마침 동리의 사냥개한테 붙들려 꼬리를 물리고 말았읍니다. 겨우 몸은 빠져 나왔으나 개한테 물린 꼬리가 반동강으로 툭 잘려졌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재조를 못 피게 되고 말았읍니다. 그뿐 아니라 동무들도 다 잊어버리고 혼자 떨어져서 할 수 없이 입때껏 그 산허리 숲속에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도깨비에겐 꼬리가 아주 소중한 물건입니다. 꼬리가 없으면 첫째 재조를 피일 수 없는 고로 먼 산 속에 있는 집에도 갈 수 없고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찾으러 나가려니 사냥개가 무섭습니다.
날이 추우면 꼬리의 상처가 쑤시고 아프고ㅡ그래서 꼼짝 못하고 일주일 동안이나 숲속에 갇혀 있다가 마침 돌쇠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살려 달라고 뛰어 나온 것입니다.
「제발 이번만 살려 주십시오.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읍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도깨비 새끼는 머리를 땅 속에 틀어박고 두 손으로 싹싹 빕니다.
이야기를 듣고 자세히 보니까 과연 살이 바싹 빠지고 꼬리에는 아직도 상처가 생생하고 추위를 견디지 못해서 온몸을 바들 바들 떨고 있읍니다. 돌쇠는 그 정경을 보고 아무리 도깨비 새끼로 소니 ‥‥‥ 하는 측은한 생각이 나서
「살려 주기야 어렵지 않다만은 대체 어떻게 해 달라는 말이냐」
하고 물었읍니다.
「돌쇠 아저씨의 황소는 참 훌륭한 소입니다. 그 황소 뱃속을 꼭 두 달 동안만 저에게 빌려 주십시오. 더두 싫습니다. 꼭 두 달입니다. 두 달만 지나면 날두 따뜻해지구 또 상처두 나을 테구 하니깐 그때는 제 맘대루 돌아다닐 수 있읍니다. 그 동안만 이 황소 뱃속에서 살두룩 해 주십시오. 절대루 거짓말 아닙니다. 거짓말을 해서 아저씨를 속이기커녕은 지가 이 소 뱃속에 들어가 있는 동안은 이 소를 지금버덤 열 갑절이나 기운이 세이게 해 드리겠읍니다. 그러니 제발 이번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이 말을 듣고 돌쇠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읍니다. 귀엽고 소중한 황소 뱃속에다 도깨비 새끼를 넣고 다닐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거절하면 도깨비 새끼는 필경 얼어 죽거나 굶어 죽고 말 것입니다. 아무리 도깨비라기로 그렇게 되는 것을 그대로 둘 수도 없고 또 소의 힘을 지금보다 십(十)배나 강하게 해 준다니 그리 해로운 일은 아닙니다.
생각다 못해서 돌쇠는 그 소의 등을 두드리며「어떡허면 좋겠니」하고 물어보니까 소는 그 말귀를 알아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끄덕합니다.
「그럼 너 허구 싶은대루 해라. 그러면 꼭 두 달 동안만이다」
돌쇠는 도깨비 새끼를 보고 이렇게 다짐했읍니다.
도깨비 새끼는 좋아라고 펄펄 뛰면서 백번 치사하고 깡창 뛰어서 황소 뱃속으로 들어가고 말았 읍니다.
돌쇠는 껄껄 웃고 다시 소를 몰기 시작했읍니다. 그랬더니 참 놀라운 일입니다. 아까보다 십(十)배나 소는 걸음이 빨라져서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읍니다. 할 수 없이 소 등에 올라 탔더니 소는 연방 딸랑 딸랑 방울 소리를 내이며 순식간에 마을까지 뛰어 돌아왔읍니다.
과연 도깨비 새끼가 말한 대로 돌쇠의 황소는 전보다 십(十)배나 힘이 세어졌던 것입니다. 그 이튿날부터는 장작을 산더미같이 실은 구루마라도 끄는지 마는지 줄곧 줄달음질을 쳐서 내뺍니다. 그전에는 하루 종일 걸리던 장터를 이튿날부터는 아무리 장작을 많이 실었어도 하루 세 번씩을 왕래했읍니다.
돌쇠는 걸어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서 새로 구루마를 하나 사서 밤낮 그 위에 올라타고 다녔읍니다. 얘ㅡ이건 참 굉장하다‥‥‥ 하고 돌쇠는 하늘에나 오른 듯이 기뻐했읍니다. 따라서 전보다도 훨씬 더 소를 귀애하고 소중히 여기게 되었읍니다.
자ㅡ이러고 보니 동리에서나 읍에서나 큰 야단입니다. 돌쇠의 황소가 산더미같이 장작을 싣고 하루에 장터를 세 번씩 왕래하는 것을 보고 모두 눈이 뚱그랬읍니다. 그중에는 어떻게 해서 그렇게 황소의 힘이 세어졌는지 부득부득 알려는 사람도 있고 또 달래는 대로 돈을 줄터이니 제발 팔아 달라고 청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돌쇠는 빙그레 웃기만 하고 대답도 하지 않았읍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작수 2컷 3덮 76 4덮 68 입니다 뉴런 듣기 시작한지 얼마 안됐는데 n제도...
-
어둠의 방구석 반수쟁이 7 자발적 우진의 (별로 도움은 안되는) 노예 0
0423 오늘은 그저 그런 하루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대학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한...
-
안됩니다
-
그냥 '스'만 쓰면 다른분이 알아서 완성해준단걸 깨닫고 8
독포없는 자유로운 옯생활이 가능해졌다
-
러셀에서 나름 유명한 분이라고 하는데 후기가 하나도 없네요 들어보신 분 어떠셨는지...
-
무려 엔제도 천원 더 쌈ㄷㄷㄷ
-
독포 ㅇㅈ 9
이의신청 보낼려다가 말음ㅎㅎ;;
-
법대 만들고 법대 출신만 변호사시험 볼수 있게 ㅇㅇ
-
새삼대단해보이네...
-
독포가 뭐야 4
역시 이런 나 옯아싸.. 옯찐따..
-
하 할게 너무 많다
-
잘까 20
공부할까 잘래 잘자
-
ㅇㅇ
-
나기출 다담 수능기출미래 수특 풀었는데 또 기출보는 게 나을까요? 형태쌤 문법클리어...
-
오공완 ^^7 2
-
. 0
-
독포 ㅇㅈ 10
따흐흑
-
어떤 동물이랑 싸우실?
-
독포 ㅇㅈ 6
ㅇㅇ
-
품번 모음집을 올린다
-
운영자 욕하기
-
쪽지로 욕날라옴
-
"상대방이 극단적인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온건한 요청을 해야 한다" 정부도...
-
작수 1등급이긴 한데 낮은1이거든요 문학,언매는 딱맞는 커리 타고 있는데 독서는...
-
지거국 입결이 나왔습니다. 부산대 화공,경북대 혁신신약학과는 굉장히 높네요.
-
라운드걸 0
동그란년
-
영어 말고 한글이 써있는 뱃지를 달고 싶다
-
ㅇㅈ 10
유연웅니 후배 ㅇㅈ 중학교 고등학교 둘다 같이나옴 유연언니 재수 동국댄데 나 재수...
-
고2 수행 문제인데 선생님 풀이는 잘 이해가 안가서 노배라고 생각하시고 쉽게 설명부탁드려요 ㅠㅠㅠ
-
1. 뇌가 너무 의학뇌가 되었음. 의학 외의 공부는 무언가 어색함... 2. 영문법...
-
선넘질받 교환 11
ㄹㅇ다되니까 아무거나 질문해주세요
-
질받 1트 11
씻고 올게 댓글 달아놔... 없으면 찾아간다 진짜
-
여캐일러 투척 3
-
네이버처럼 전날 밤에 나옴?
-
[2025수특] 백석의 '북방에서 - 정현웅에게' 분석 및 관련 기출문제 0
안녕하세요, 남윤입니다! 2025학년도 EBS 문학 연계 대비 자료를 업로드...
-
국어수학에 비해서 강사 강의가 중요하지 않은 편임? n수생인데 제일 못하는 게...
-
집에 안들어가고 싶네
-
문학이랑 경제 같이 들어갖고 시험 전날 낮에 2시간정도만 자고 밤 샌채로...
-
신라대 광전자학과 인하공전 항공과 이런애들이 손들어가서 간곳이의전이고 그래도 토익...
-
이런...
-
중간고사 단 1개 11
시험공부는 전날부터 캬캬
-
유연누님도 오르비 했었다는데
-
예전에 에타에서 정시로 들어온 사람들 성적이 어느정도 되냐고 7
물어본 게시글이 있었어서 내 백분위 그대로 갔더니 대댓에 수학만못해요 ㄱㅇㅇ.....
-
선넘질 맞교환 23
너무 넘는건 지양 질문을 달면 답변과 함께 질문드림니다
-
서울대를 갈까 말까 할때는 가라 교재를 살까 말까 할때는 유빈이를 찾아라 고로시를...
-
맨날 때려부수는거만 듣다가 이런건 첨듣네요 좋습니다
-
선넘질받 0
아무나 보내줘요
-
5천덕 가지실 분?!! 11
선착순 1명!!
술술 읽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