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y Lake [870531] · MS 2019 · 쪽지

2022-06-13 0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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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와 도깨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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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한 일주일 전에 날이 따뜻하길래 도깨비 새끼들은 오(五) 육(六)마리가 떼를 지어 인가 근처로 놀러 나왔더랍니다. 하루 온종일 재미있게 놀고 막 돌아가려 할 때에 마침 동리의 사냥개한테 붙들려 꼬리를 물리고 말았읍니다. 겨우 몸은 빠져 나왔으나 개한테 물린 꼬리가 반동강으로 툭 잘려졌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재조를 못 피게 되고 말았읍니다. 그뿐 아니라 동무들도 다 잊어버리고 혼자 떨어져서 할 수 없이 입때껏 그 산허리 숲속에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도깨비에겐 꼬리가 아주 소중한 물건입니다. 꼬리가 없으면 첫째 재조를 피일 수 없는 고로 먼 산 속에 있는 집에도 갈 수 없고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찾으러 나가려니 사냥개가 무섭습니다. 


날이 추우면 꼬리의 상처가 쑤시고 아프고ㅡ그래서 꼼짝 못하고 일주일 동안이나 숲속에 갇혀 있다가 마침 돌쇠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살려 달라고 뛰어 나온 것입니다. 


「제발 이번만 살려 주십시오.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읍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도깨비 새끼는 머리를 땅 속에 틀어박고 두 손으로 싹싹 빕니다. 


이야기를 듣고 자세히 보니까 과연 살이 바싹 빠지고 꼬리에는 아직도 상처가 생생하고 추위를 견디지 못해서 온몸을 바들 바들 떨고 있읍니다. 돌쇠는 그 정경을 보고 아무리 도깨비 새끼로 소니 ‥‥‥ 하는 측은한 생각이 나서 


「살려 주기야 어렵지 않다만은 대체 어떻게 해 달라는 말이냐」 


하고 물었읍니다. 


「돌쇠 아저씨의 황소는 참 훌륭한 소입니다. 그 황소 뱃속을 꼭 두 달 동안만 저에게 빌려 주십시오. 더두 싫습니다. 꼭 두 달입니다. 두 달만 지나면 날두 따뜻해지구 또 상처두 나을 테구 하니깐 그때는 제 맘대루 돌아다닐 수 있읍니다. 그 동안만 이 황소 뱃속에서 살두룩 해 주십시오. 절대루 거짓말 아닙니다. 거짓말을 해서 아저씨를 속이기커녕은 지가 이 소 뱃속에 들어가 있는 동안은 이 소를 지금버덤 열 갑절이나 기운이 세이게 해 드리겠읍니다. 그러니 제발 이번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이 말을 듣고 돌쇠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읍니다. 귀엽고 소중한 황소 뱃속에다 도깨비 새끼를 넣고 다닐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거절하면 도깨비 새끼는 필경 얼어 죽거나 굶어 죽고 말 것입니다. 아무리 도깨비라기로 그렇게 되는 것을 그대로 둘 수도 없고 또 소의 힘을 지금보다 십(十)배나 강하게 해 준다니 그리 해로운 일은 아닙니다. 


생각다 못해서 돌쇠는 그 소의 등을 두드리며「어떡허면 좋겠니」하고 물어보니까 소는 그 말귀를 알아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끄덕합니다. 


「그럼 너 허구 싶은대루 해라. 그러면 꼭 두 달 동안만이다」 


돌쇠는 도깨비 새끼를 보고 이렇게 다짐했읍니다. 


도깨비 새끼는 좋아라고 펄펄 뛰면서 백번 치사하고 깡창 뛰어서 황소 뱃속으로 들어가고 말았 읍니다. 


돌쇠는 껄껄 웃고 다시 소를 몰기 시작했읍니다. 그랬더니 참 놀라운 일입니다. 아까보다 십(十)배나 소는 걸음이 빨라져서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읍니다. 할 수 없이 소 등에 올라 탔더니 소는 연방 딸랑 딸랑 방울 소리를 내이며 순식간에 마을까지 뛰어 돌아왔읍니다. 


과연 도깨비 새끼가 말한 대로 돌쇠의 황소는 전보다 십(十)배나 힘이 세어졌던 것입니다. 그 이튿날부터는 장작을 산더미같이 실은 구루마라도 끄는지 마는지 줄곧 줄달음질을 쳐서 내뺍니다. 그전에는 하루 종일 걸리던 장터를 이튿날부터는 아무리 장작을 많이 실었어도 하루 세 번씩을 왕래했읍니다. 


돌쇠는 걸어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서 새로 구루마를 하나 사서 밤낮 그 위에 올라타고 다녔읍니다. 얘ㅡ이건 참 굉장하다‥‥‥ 하고 돌쇠는 하늘에나 오른 듯이 기뻐했읍니다. 따라서 전보다도 훨씬 더 소를 귀애하고 소중히 여기게 되었읍니다. 


자ㅡ이러고 보니 동리에서나 읍에서나 큰 야단입니다. 돌쇠의 황소가 산더미같이 장작을 싣고 하루에 장터를 세 번씩 왕래하는 것을 보고 모두 눈이 뚱그랬읍니다. 그중에는 어떻게 해서 그렇게 황소의 힘이 세어졌는지 부득부득 알려는 사람도 있고 또 달래는 대로 돈을 줄터이니 제발 팔아 달라고 청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돌쇠는 빙그레 웃기만 하고 대답도 하지 않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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