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기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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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의 실천
나는 닭도 보았다. 또 개도 보았다. 또 소 이야기도 들었다. 또 외국서 섬 그림도 보았다. 그러나 나는 너희들에게 이 행운의 열쇠를 빌려 주려고는 않는다. 내가 아니면(보아라 좀 오래 걸렸느냐) 이런 것을 만들어 놓을 수는 없다.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채 그냥 앉아 있기만 하는 것으로 어떻게 이렇게 힘이 드는지 모른다. 벽은 육중한데 외풍은 되고 천장은 여름 모자처럼 이 방의 감춘 것을 뚜껑 젖히고 고자질하겠다는 듯이 선뜻하다. 장판은 뼈가 저리게 하지 않으면 안절부절을 못하게 달른다. 반닫이에 바른 색종이는 눈으로 보는 폭탄이다.
그저께는 그그저께보다 여위고 어저께는 그저께보다 여위고 오늘은 어저께보다 여위고 내일은 오늘보다 여윌 터이고…… 나는 그럼 마지막에는 보숭보숭한 해골이 되고 말 것이다.
이 불쌍한 동물들에게 무슨 방법으로 죽을 먹이나. 나는 방탕한 장판 위에 넘어져서 한없는 ‘죄’를 섬겼다. ‘죄’…… 나는 시냇물 소리에서 가을을 들었다. 마개 뽑힌 가슴에 담을 무엇을 나는 찾았다. 그리고 스스로 달래었다. 가만 있으라고, 가만 있으라고…….
그러나 드디어 참다 못하여 가을비가 소조하게 내리는 어느 날 나는 화덕을 팔아서 냄비를 사고, 냄비를 팔아서 풍로를 사고, 냉장고를 팔아서 식칼을 사고, 유리 그릇을 팔아서 사기 그릇을 샀다.
처음으로 먹는 따뜻한 저녁 밥상을 낯설은 네 조각의 벽이 에워쌌다. 6원…… 6원어치를 완전히 다 살기 위하여 나는 방바닥에서 섣불리 일어서거나 하지는 않았다. 언제든지 가구와 같이 주저앉았거나 서가래처럼 드러누웠거나 하였다. 식을까봐 연거푸 군불을 땠고, 구들을 어디 흠씬 얼궈 보려고 중양(重陽)이 지난 철에 사날씩 검부러기 하나 아궁이에 안 넣었다.
나는 나의 친구들의 머리에서 나의 번지수를 지워 버렸다. 아니 나의 복장까지도 말갛게 지워 버렸다. 은근히 먹는 나의 조석이 게으르게 나은 육신에 만연하였다. 나의 영양의 찌꺼기가 나의 피부에 지저분한 수염을 낳았다. 나는 나의 독서를 뾰족하게 접어서 종이 비행기를 만든 다음 어린아이와 같이 나의 자기(自棄)를 태워서 죄다 날려 버렸다.
아무도 오지 말아 안 들일 터이다. 내 이름을 부르지 말라. 칠면조처럼 심술을 내기 쉽다. 나는 이 속에서 전부를 살라 버릴 작정이다. 이 속에서는 아픈 것도 거북한 것도 동에 닿지 않는 것도 아무 것도 없다. 그냥 쏟아지는 것 같은 기쁨이 즐거워할 뿐이다. 내 맨발이 값비싼 향수에 질컥질컥 젖었다.
한 달 ― 맹렬한 절뚝발이의 세월 ― 그동안에 나는 나의 성격의 서막을 닫아 버렸다.
두 달…… 발이 맞아 들어왔다.
호흡은 깨끼저고리처럼 찰싹 안팎이 달라붙었다. 탄도(彈道)를 잃지 않은 질풍이 가리키는 대로 곧잘 가는 황금과 같은 절정의 세월이었다. 그동안에 나는 나의 성격을 서랍 같은 그릇에다 담아 버렸다. 성격은 간 데 온 데가 없어졌다.
석 달…… 그러나 겨울이 왔다. 그러나 장판이 카스텔라 빛으로 타들어왔다. 얄팍한 요 한 겹을 통해서 올라오는 온기는 가히 비밀을 그을릴 만하다. 나는 마지막으로 나의 특징까지 내어 놓았다. 그리고 단 한 재주를 샀다. 송곳과 같은, 송곳 노릇밖에 못하는, 송곳만도 못한 재주를……. 과연 나는 녹슨 송곳 모양으로 멋도 없고 말라 버리기도 하였다.
혼자서 나쁜 짓을 해보고 싶다. 이렇게 어두컴컴한 방 안에 표본과 같이 혼자 단좌하여 창백한 얼굴로 나는 후회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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