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맥주 [1088100]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2-06-10 00:31:39
조회수 18,113

이제 우리는 안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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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 여러분!!!

6평 때문에 최근 몇 주 동안 바빴던 엄마게이에요.


오늘 시험 다들 무사히 치르셨나요?

저도 지금 목이랑 허리가 엄청 뻐근하긴 하지만

시험을 무사히 마치고 집에서 쉬고 있답니다.


오늘 아침 시험을 치러 가는 제 모습이

14년 전과는 많이 달라서, 서글프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했어요


우선, 제가 그렇게 시험 전날 연차를 쓰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병원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결국 야간당직까지 서고 시험을 치러 가게 되었거든요.

(다행히 한국사 시간에 꿀잠잤어요)


그것 때문에 속이 조금 상해 있었는데,

남편이 아침에 챙겨 준 도시락에 마음이 많이 녹았고

시험장에 도착했을 때 만난 반가운 후배들 얼굴에, 또 다시 정말 행복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가 어린 시절의 한 때를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보냈던 곳에

이렇게 성인이 되어서, 다시 오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해서

마음이 조금 아릿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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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시험을 준비하면서, 막판에 긴장을 많이 했었어요.

대입을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닌데, 

긴장했다는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후배들을 응원하는 제 마음가짐이 점점 진지해질수록,

그리고 저의 도전을 바라보는 제 모교 후배들 

(그리고 오르비에서 응원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의 시선이 느껴질 때마다

혹시나 그분들을 실망시키게 될까 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거든요.


비록 운이 좋아서, 성적은 평소 더프랑 크게 다르지 않게 받았지만,

오랜만의 현장응시를 통해서 학생분들이 말하는 ‘현장감’이 무엇인지도 오랜만에 체험해 보았고

또, 요 몇 년 사이에 수능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를 몸소 체감하면서

이런 경쟁에 내던져진 우리 나라 학생들이 가엾었어요.

대입을 목표로 하지 않는 저도 이렇게 긴장되는데,

인생이 걸린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떨릴까, 생각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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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의 도전은 끝났으니, 이제는 오르비를 떠나려고 해요 

하지만 떠나기 전에, 이 도전에 뿌듯한 결과가 있게 해 주신 

감사한 분들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닉언은 원칙적으로 안 되는 걸 알지만...

작별인사라고 생각하고 양해 부탁드릴게요..!!)


* 우선, 작년 수능 전날 오르비에 간단히 응원글 하나 남기고 가려던 저에게

 따뜻한 댓글과 쪽지를 주시면서 눌러앉게 해 주신 많은 분들... 

파랑**님, 우리 언니(누구 말하는지 아실 거에요), 연의**님 등등... 

쑥스러워서 모두 거명할 순 없지만 정말 감사드려요.^^

(혹시 거명되지 않아서 서운하신 분들은, 

댓글 남겨 주시면 오늘이든, 내일이든 꼭 인사드릴게요...^^)


* 수학 - 시간관리법에 대해 돌아보게 해 주시고, 

  삼도극 근사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해 주신 UR**님 감사드려요!

  이번 수학시험에서 "뇌절 온다"는 게 무슨 말인지 제대로 깨달았거든요.

  확실히 현장응시를 하니까, 집에서 풀면 별 거 아닐 계산도 자꾸 말리고 의심하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다행히 알려주신 대로 26문제 50분컷 - 을 목표로 달리고, 

  뇌절 오면 즉시 별표 치고 넘어가서 

   한 문제에서 말리면 다른 문제를 연쇄적으로 말리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했더니

  생각보다 많은 문제들을 건질 수 있었어요!

  계산이 말릴 때는, 잠깐 멈추고 다른 문제를 풀었다가 

  머리가 식으면 다시 돌아오는 것도 방법이구나 - 하는 걸 깨달았어요


* 영어 - 클로이 선생님께서 매일 올려주시는 꿀팁 요긴하게 잘 읽었어요! 

  프사 너무 이쁘셔요... (그런데 댓글은 맨날 깜빡... 죄송해요 선생님...ㅠㅠㅠ)

  그리고 목** 센세 어떻게 100점 맞으셨는지 그게 제일 궁금합니다...


* 물리학 - 슬*롭*님 너무 감사드립니다... 등가속도 문제만 보면 

  무지성으로다가 s=1/2at2 + v0t만 때려넣고 있었던 저였는데, 

  거의 심봉사 눈뜬 수준으로 만들어 주셨어요

  역학계, 전기력, 열역학, 전반사 같은 킬러 문항들은 말할 것도 없구요...


  (사실 과학탐구가 요 몇 년 사이에 이렇게 어려워졌는지를 전혀 몰랐어요. 

  그래서 그냥 제가 예전에 하던 것처럼 N제만 많이 풀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3월, 4월 교육청 모의고사 손풀이 하신 걸 보고, 그 간결함에 놀라서 

   - 아! 이제는 물리 푸는 방법이 완전히 바뀌었구나. 

   예전의 방법으로는 1등급은 받을 수 없겠구나.  -생각해서 파급효과 책을 사게 되었어요. 

   안타깝게도 올해판이 아니라 작년 판을 사게 되었지만... ㅠㅠㅠ)


* 생물학 - Do**님 칼럼 정말 많이 읽어보았구요. 

  유전자형 분석하는 template나, 정보량이 가장 많은 발문을 눈여겨보라는 조언, 

  30분 안에 다 풀 능지가 안되는 놈(ㅠㅠ)은 선지로부터 답을 역추적하라는 조언이 많이 와닿았어요!

  그리고 생물학에서도 (비킬러 문항을 많이 접해서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말 것) 

  & (킬러 문항을 많이 접해서 문제풀이의 시작점을 눈에 바를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돼서, 

  La Vida 기출문제집을 풀었어요. 이 책에 대해서는 제가 꼭 따로 후기를 남기고 싶어요. 

 아마도 그 후기글이 오르비에 제가 남기는 '찐막' 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12월에 처음 후배들 앞에서, '너희들이랑 함께 공부할게!'라고 약속할 때만 하더라도

수능이 이렇게 어려워졌는지를 전혀 몰랐어요.

아마 오르비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갈피를 못 잡고 포기했을 것 같아요.


오르비 덕분에,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것처럼 공부할 수 있었어요

이 고마움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 여기 오르비에 계시는 모든 분들이, 

원하시는 때에, 원하시는 꿈을 이루기를 바라요. ♡]


모두들, 정말 고마웠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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