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 Debussy [870531] · MS 2019 · 쪽지

2022-05-21 07: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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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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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밤에그의안해가층계에서굴러떨어지고――공연히내일일을글탄말라고 어느눈치빠른어른이 타일러놓셨다. 옳고말고다. 그는하루치씩만잔뜩산(生)다. 이런복음에곱신히그는벙어리(속지말라)처럼말(言)이없다. 잔뜩산다. 안해에게무엇을물어보리요? 그러니까안해는대답할일이생기지않고 따라서부부는식물처럼조용하다. 그러나식물은아니다. 아닐뿐아니라여간동물이아니다. 그래서그런지그는이귤궤짝만한방안에무슨연줄로언제부터이렇게있게되었는지도무지기억에없다. 오늘다음에오늘이있는것. 내일조금전에오늘이있는것. 이런것은영따지지않기로하고 그저얼마든지오늘오늘오늘오늘헐일없이눈가린마차말의동강난視야다. 눈을뜬다. 이번에는생시가보인다. 꿈에는생시를꿈꾸고생시에는꿈을꿈꾸고 어느것이나재미있다. 오후네시. 옮겨앉은아침――여기가아침이냐. 날마다다. 그러나물론그는한번씩한번씩이다.(어떤거대한母체가나를여기다갖다버렸나)――그저한없이게으른것――사람노릇을하는체대체어디얼마나기껏게으를수있나좀해보자――게으르자――그저한없이게으르자――시끄러워도그저모른체하고게으르기만하면다된다. 살고게으르고죽고――가로대사는것이라면떡먹기다. 하루가한시간도없는것이라고로서니무슨성화가생기나. 

 
또거미. 안해는꼭거미. 라고그는믿는다. 저것이어서도로환투를하여서거미형상을나타내었으면――그러나거미를총으로죽였다는이야기는들은일이없다. 보통발로밟아죽이는데신발신기는커녕일어나기도싫다. 그러니까마찬가지다. 이방에 그외에또생각하여보면――맥이뼈를디디는것이빤히보이고, 요밖으로내어놓는팔뚝이밴땡이처럼꼬스르하다――이방이그냥거민게다. 그는거미속에가넓적하게드러누워있는게다. 거미내음새다. 이후덥지근한내음새는 아하 거미내음새다. 이방안이거미노릇을하느라고풍기는흉악한내음새에틀림없다. 그래도그는안해가거미인것을잘알고있다. 가만둔다. 그리고기껏게을러서안해――人거미――로하여금육체의자리――(或, 틈)을주지않게한다. 

 
방밖에서안해는부시럭거린다. 내일아침보다너무일르고그렇다고오늘아침보다는너무늦은아침밥을짓는다. 예이덧문을닫는다. (敏활하게)방안에색종이로바른반닫이가없어진다. 반닫이는참보기싫다. 대체세간이싫다. 세간은어떻게하라는것인가. 왜오늘은있나. 오늘이있어서 반닫이를보아야되느냐. 어둬졌다. 계속하여게으르다. 오늘과반닫이가없어져라고. 그러나안해는깜짝놀란다. 덧문을닫는――남편――잠이나자는남편이덧문을닫았더니생각이많다. 오줌이마려운가――가려운가――아니저인물이왜잠을깨었나. 참신통한일은――어쩌다가저렇게사(生)는지――사는일이신통한일이라면또생각하여보면자는것은더신통한일이다. 어떻게저렇게자나? 저렇게도많이자나? 모든일이稀한한일이다. 남편. 어디서부터어디까지가부부람――남편――안해가아니라도그만안해이고마는고야. 그러나남편은안해에게무엇을하였느냐――담벼락이라고외풍이나가려주었더냐. 안해는생각하다보니까참무섭다는듯이――또정말이지무서웠겠지만――이닫은덧문을얼른열고늘들어도처음듣는것같은목소리로어디말을건네본다. 여보――오늘은크리스마스요――봄날같이따뜻(이것이원체틀린禍근이다)하니수염좀깎소. 

 
도무지그의머리에서그거미의어렵디어려운발들이사라지지않는데 들은크리스마스라는한마디말은참서늘하다. 그가어쩌다가그의안해와부부가되어버렸나. 안해가그를따라온것은사실이지만 왜따라왔나? 아니다. 와서왜가지않았나――그것은분명하다. 왜가지않았나 이것이분명하였을때――그들이부부노릇을한지일년반쯤된때――안해는갔다. 그는안해가왜갔나를알수없었다. 그까닭에도저히안해를찾을길이없었다. 그런데안해는있다. 이것은분명히왜갔는지모르게안해가가버릴징조에틀림없다. 즉 경험에의하면그렇다. 그는그렇다고왜안가는지를일부러몰라버릴수도없다. 그냥 안해가설사또간다고하더라도왜안오는지를잘알고있는그에게로불쑥돌아와주었으면하고바라기나한다. 

 
수염을깎고 첩첩이닫아버린番地에서나섰다. 딴은크리스마스가봄날같이따뜻하였다. 태양이그동안에퍽자란가도싶었다. 눈이부시고――또몸이까칫까칫도하고――땅은힘이들고――두꺼운벽이더덕더덕붙은빌딩을쳐다보는것은 보는것만으로도넉넉히숨이차다. 안해흰양말이고동색털양말로변한것――계절은房속에서묵는그에게겨우題目만을전하였다. 겨울――가을이가기도전에내닥친겨울에서 처음으로인사비슷이기침을하였다. 봄날같이따뜻한겨울날――필시이런날이세상에흔히있는공일날이나아닌지――그러나바람은뺨에도콧방울에도차다. 저렇게바쁘게씨근거리는 사람 무거운통 짐 구두 사냥개 야단치는소리 안열린들창 모든것이견딜수없이답답하다. 숨이막힌다. 어디로가볼까. (A取引店) (생각나는명함) (吳군) (자랑마라) (이십사일날월급이든가) 동행이라도있는듯이그는팔짱을내저으며싹둑싹둑썰어붙인것같이얄팍한A취인점담벼락을뺑뺑싸고돌다가 이속에는무엇이있나 공기? 사나운공기리라. 살을저미는――과연보통공기가아니었다. 눈에핏줄――새빨갛게달은전화――그의허섭수룩한몸은금시에타죽을것같았다. 吳는어느회전의자에병마개모양으로명쳐있었다. 꿈과같은일이다. 吳는장부를뒤져주소씨명을차곡차곡써내려가면서미남자인채로생동생동(살고)있었다. 調査部라는패가붙은방하나를독차지하고 방사벽에다가는빈틈없이方眼지에그린그림아닌그림을발라놓았다. 『저런걸많이연구하면대강은짐작이나스렷다』 『도통하면돈이돈같지않아지느니』 『돈같지않으면그럼방안지같은가』 『방안지?』 『그래도통은?』 『흐흠――나는도로그림이그리고싶어지데』 그러나吳는여위지않고는배기기어려웠던가싶다. 술――그럼 색? 吳는완전히吳자신을활활열어젖혀놓은모양이었다. 흡사그가吳앞에서세상앞에서나그자신을첩첩이닫고있듯이. 오냐 왜그러니 나는거미다. 연필처럼야위어가는것――피가지나가지않는혈관――생각하지않고도없어지지않는머리――칵막힌머리――코없는생각――거미거미속에서안나오는것――내다보지않는것――취하는것――정신없는것――房――버선처럼생긴방이었다. 안해였다. 거미라는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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