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3)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6747612
7
밤이나 낮이나 그의 마음은 한없이 어두우리라. 그러나 유정(兪政)아! 너무 슬퍼 마라. 너에게는 따로 할 일이 있느니라.
이런 지비(紙碑)가 붙어 있는 책상 앞이 유정에게 있어서는 생사의 기로다. 이 칼날같이 선 한 지점에 그는 앉지도 서지도 못하면서 오직 내가 오기를 기다렸다고 울고 있다.
"각혈이 여전하십니까?"
"네― 그저 그날이 그날 같습니다."
"치질이 여전하십니까?"
"네― 그저 그날이 그날 같습니다."
안개 속을 헤매던 내가 불현듯이 나를 위하여는 마코――두 갑, 그를 위하여는 배 십 전어치를 , 사가지고 여기 유정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그의 유령 같은 풍모를 도회(韜晦)하기 위하여 장식된 무성한 화병에서까지 석탄산 내음새가 나는 것을 지각하였을 때는 나는 내가 무엇 하러 여기 왔나를 추억해 볼 기력조차도 없어진 뒤였다.
"신념을 빼앗긴 것은 건강이 없어진 것처럼 죽음의 꼬임을 받기 마치 쉬운 경우더군요."
"이상 형! 형은 오늘이야 그것을 빼앗기셨습니까! 인제 ―― 겨우 ―― 오늘이야 ―― 겨우 ―― 인제."
유정! 유정만 싫다지 않으면 나는 오늘 밤으로 치러 버리고 말 작정이었다. 한 개 요물에게 부상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이십칠 세를 일기로 하는 불우의 천재가 되기 위하여 죽는 것이다.
유정과 이상――이 신성불가침의 찬란한 정사(情死)――이 너무나 엄청난 거짓을 어떻게 다 주체를 할 작정인지.
"그렇지만 나는 임종할 때 유언까지도 거짓말을 해줄 결심입니다."
"이것 좀 보십시오."
하고 풀어헤치는 유정의 젖가슴은 초롱(草籠)보다도 앙상하다. 그 앙상한 가슴이 부풀었다 구겼다 하면서 단말마의 호흡이 서글프다.
"명일의 희망이 이글이글 끓습니다."
유정은 운다. 울 수 있는 외의 그는 온갖 표정을 다 망각하여 버렸기 때문이다. "유 형! 저는 내일 아침차로 동경 가겠습니다."
"......"
"또 뵈옵기 어려울걸요."
"......"
그를 찾은 것을 몇 번이고 후회하면서 나는 유정을 하직하였다. 거리는 늦었다. 방에서는 연이가 나 대신 내 밥상을 지키고 앉아서 아직도 수없이 지니고 있는 비밀을 만지작만지작하고 있었다. 내 손은 연이 뺨을 때리지는 않고 내일 아침을 위하여 짐을 꾸렸다.
"연이! 연이는 야웅의 천재요. 나는 오늘 불우의 천재라는 것이 되려다가 그나마도 못 되고 도로 돌아왔소. 이렇게 이렇게! 응?"
8
나는 버티다 못해 조그만 종잇조각에다 이렇게 적어 그놈에게 주었다.
"자네도 야웅의 천재인가? 암만해도 천재인가 싶으이. 나는 졌네. 이렇게 내가 먼저 지껄였다는 것부터가 패배를 의미하지."
일고 휘장(一高徽章)이다. HANDSOME BOY――해협 오전 2시의 망토를 두르고 내 곁에 가 버티고 앉아서 동(動)치 않기를 한 시간 (이상?) 나는 그 동안 풍선처럼 잠자코 있었다. 온갖 재주를 다 피워서 이 미목수려(眉目秀麗)한 천재로 하여금 먼저 입을 열도록 갈팡질팡했건만 급기야 나는 졌다. 지고 말았다.
"당신의 텁석부리는 말을 연상시키는구려. 그러면 말아! 다락 같은 말아! 귀하는 점잖기도 하다 마는 또 귀하는 왜 그리 슬퍼 보이오? 네?" (이놈은 무례한 놈이다.)
"슬퍼? 응――슬플밖에――20세기를 생활하는데 19세기의 도덕성밖에는 없으니 나는 영원한 절름발이로다. 슬퍼야지 ―― 만일 슬프지 않다면――나는 억지로라도 슬퍼해야지――슬픈 포즈라도 해보여야지 ―― 왜 안 죽느냐고? 헤헹! 내게는 남에게 자살을 권유하는 버릇밖에 없다. 나는 안 죽지. 이따가 죽을 것만같이 그렇게 중속(衆俗)을 속여 주기만 하는 거야. 아― 그러나 인제는 다 틀렸다. 봐라. 내 팔. 피골이 상접. 아야아야. 웃어야 할 터인데 근육이 없다. 울려야 근육이 없다. 나는 형해(形骸)다. 나――라는 정체는 누가 잉크 짓는 약으로 지워 버렸다. 나는 오직 내――흔적일 따름이다."
NOVA의 웨이트리스 나미코는 아부라에(油繪)라는 재주를 가진 노라의 따님 코론타이의 누이동 생이시다. 미술가 나미코 씨와 극작가 Y군은 4차원 세계의 테마를 불란서 말로 회화한다.
불란서 말의 리듬은 C양의 언더 더 워치 강의처럼 애매하다. 나는 하도 답답해서 그만 울어 버리 기로 했다. 눈물이 좔좔 쏟아진다. 나미코가 나를 달랜다.
"너는 뭐냐? 나미코? 너는 엊저녁에 어떤 마치아이(待合)에서 방석을 베고 19분 동안――아니 아니 어떤 빌딩에서 아까 너는 걸상에 포개 앉았었느냐. 말해라――헤헤― 음벽정? N빌딩 바른편에서부터 둘째 S의 사무실? (아― 이 주책없는 이상아 동경에는 그런 것은 없습네.) 계집의 얼굴이란 다마네기다. 암만 벗기어 보려무나. 마지막에 아주 없어질지언정 정체는 안 내놓느니."
신주쿠의 오전 1시――나는 연애보다도 우선 담배를 피우고 싶었다.
9
12월 23일 아침 나는 진보초 누옥(陋屋) 속에서 공복으로 하여 발열하였다. 발열로 하여 기침하 면서 두 벌 편지는 받았다.
저를 진정으로 사랑하시거든 오늘로라도 돌아와 주십시오. 밤에도 자지 않고 저는 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정.
이 편지 받는 대로 곧 돌아오세요. 서울에서는 따뜻한 방과 당신의 사랑하는 연이가 기다리고 있 습니다. 연 서(書).
이날 저녁에 부질없는 향수를 꾸짖는 것처럼 C양은 나에게 백국(白菊) 한 송이를 주었느니라. 그러나, 오전 1시 신주쿠역 폼에서 비칠거리는 이상의 옷깃에 백국은 간데없다. 어느 장화가 짓밟았을까. 그러나――검정 외투에 조화를 단, 댄서――한 사람. 나는 이국종 강아지올시다. 그러면 당신께서는 또 무슨 방석과 걸상의 비밀을 그 농화장(濃化粧) 그늘에 지니고 계시나이까?
사람이――비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참 재산 없는 것보다도 더 가난하외다그려! 나를 좀 보시지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위치가 먼것도 있고 내성적으론 전액등록금이니..
-
나 작수 성적이면 목시 장학금 어느정도 될려나 궁금하다옹 0 0
97 97 2 97 97 (인문) 이다옹
-
(무서운 이야기) 08들은 요리조리 체인지 얄리얄리 얄라셩 0 0
이 노래가 나오는 그레이의 미술관이었나 애니를 모른다
-
타수가 계속바뀜 ㅋㅋ 땅훈햄 3타 ><
-
정병훈짤 좀 주세요 1 1
-
에이~ 0 1
하원한지 1시간 반 지났는데 8시간 뒤에 등원이라고? 구라 치지마 ㅋㅋㅋ
-
종강이란거 개야르렁띠하네 6 0
걍개기모찌야르야르얄라셩임
-
내 행동강령 4 1
문제를 모르겠다,헷갈린다 국어:제일 그럴싸한거 찍고 넘어간다 수학:무조건 넘긴다...
-
스블 26 27 차이 0 0
많나요? 작년껄로 들으면 강의랑 싱크 안맞나요?
-
먹으나마나인데
-
(재업)팔로우하거나 글 읽어볼 오르비언 추천 ㄱ 3 0
이따 늦은 밤에 재업 한번 더 하겠음--> 이 말대로 재업함 오르비 시작한 지 얼마...
-
제가 시험을 학원에서 봤는데 보통 고등학교에서 시험볼때 주는 평가원 성적표 종이로 나눠주나욥..?!
-
수학 적백 인원 예상 4 0
몇명 봄?
-
통합과학3을 추가해야 합니다 0 0
물회생지 기본적인거라도 다 때려박아야 ㅇㅇ
-
25학년도 4규s2 풀고있는데 0 0
중고나라에서 엄청 싸게 팔길래 사서 푸는데 26 27도 풀면 좋나요? 문제 겹치는거...
-
길고양이가 막 따라옴 0 0
귀여워서 멀리서 구경햇는데 나한테 옴 놀고 싶었지만 사람 손 타면 고양이한테...
-
내 우울증이 생각보다 심했구나 1 0
약 며칠 못먹으니까 체감 확되네 뭐지
-
수학 노베 추천부탁드려요 0 0
고2까지수학 모의고사가 30점대였는데 이번 겨울에 세젤쉬랑 미친기분 시작편을 풀어서...
-
나는 관상 안믿음 1 0
나 생긴건 적백 고정인데 아니양...
-
공부기록(72) 29 1
-
수능 행동강령 큰 의미없는 이유 10 1
ㅈㄴ 긴장 -> 문제 풀다 막힘 -> ㅅㅂ? -> 뇌정지 -> 행동강령 까먹음 ->...
-
21년 4월 16일 4 0
다시 돌아간다해도 내 선택은
-
초딩때 안경끼다가 고딩, 성인때 안경 안낀 사람들 7 0
이런분들은 고딩, 성인때 렌즈끼고 다닌거에요? 시력 자체가 저 몇년동안 좋아지지는 않았을듯한데
-
올리면품?
-
해설지도 열심히 쓰고 있으니 댓 ㄱㄱㄱ
-
이감 4-1 0 0
76점 개 ㅈ된줄 알았는데 등급컷 상태가?
-
오뿡이들 X지 ? 7 1
-
아니 진짜 버그같은데 4 0
지난주 금요일에 학원 갔다온 게 굉장히 어제일 같은데
-
시대 6평으로도 장학금 가능인가요? 13 0
만약 된다면 91 94 3 99 98로는 어림도 없겠죠?ㅠ
-
2년뒤 설표 프로필: 3 0
회원정보를 찾을 수 없습니다.
-
나는 아닌 것 같다
-
6모 수학 소신발언 5 0
더프 서프 였으면 욕 개처먹었을 듯
-
재수 0 0
수능 마지막이니까 아쉬워서 참가했는데 이젠 전적대 이상 못가면 너무 현타올듯 설대...
-
기숙학원 추천 0 0
현역이고 여름동안 기숙 들어가서 빡세게 공부하고싶은데요 썸머스쿨? 같이 그런거...
-
풀어볼까
-
6모때 점심을 집에 놔두고 감 0 0
어찌저찌 버티고 마지막 교시에 탐구 보고 있는데 배에서 무슨 천둥소리 크기로 계속...
-
어른이란 뭘까 4 0
어른스럽다는게 뭐일거같나요
-
내신반영이 타격이 큰긴 한데 6 1
재수를 못할 정도는 아닌듯 고려대 일부 전형 서 성 경희대 등등 메디컬+ 계약 있는...
-
왓? 우리 마소 개ㅈ밥다됐네 전 시총1위인데
-
회원에 의해 삭제된 게시물입니다.
-
진짜 1 0
후쿠오카 이자식은 아무리봐도 할게 없네 숙박비 생각하면 딱히 싼 것도 아니고
-
침대 위 너와 나 1 0
침대에서 오르비 하는데 모기가 귀 옆에서 바로 앵앵거림 와 소름돋음 ㅈㄴ 무서워 ㅠㅠ
-
근데 공대가면 뭐 배움? 3 2
공놀이 배움?
-
이해원 n제 1 0
이해원 n제 난이도 어느정도인가요? 선택 기하고 작수 3(80점) 이번 6모 1...
-
수학 문제 0 0
푸시는분 선착1 천덕
-
내신 7등급 후반 등장! 6 1
커리어하이 2.5
-
사문 N제 추천 2 0
시대북스에서 나르샤 살까 사만다 살까 고민입니다. 둘이 어떻게 다른건가요? 추천좀 해주세요
-
고1 내신 0 1
이제는 휴짓조각이 되어버림..
-
내신 올리는게 유행인가 4 1
내신 2점대<——-얘네가 찐고통임 수시정시 어느하나 놓을수가없음
고마워요
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