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고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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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 사람들은 생각이 없는 걸까 생각이 없는 척하며 생각을 하는 걸까? 고등학교 때는 한국 교육 구조 특성상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수능 성적 올리기에 갈아넣어서 입결이 높은 대학, 학과를 간다는 사실에 그리 거부감은 없었다. 입결이 높은 대학, 학과는 입결이 높은 이유가 있을테고 아무래도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이 모인 환경을 접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모인 환경을 접했을 때보다 더 나은 경험들을 통해 더 나은 가치들을 얻을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아직 첫 학기 종강도 하지 않았지만 2달 간의 대학생활을 하며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내 만족과 달리 지금 학교에서 만나는 지금 학과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가 있었고 방황을 지속하는 사람도 있는 한편 본인의 현재 목표 달성을 위해 열정적인 하루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들을 통해 분명 나는 작년의 나에 비해 나아질 수 있는 무언가들을 얻었다고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치만 대학교 1학년이 되었다면 고등학교 때와는 상황이 달라지는 것 아닌가? 우리 학교는 최대 학점이 4.3인데 고등학교 때처럼 하루종일 공부해서 학점을 4.3으로 수렴시키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의치한수약이라 불리는 메디컬 계열과 공대, 이과대에 재학중인 사람들은 더욱 그렇고 문과의 경우 상경계열이든 비상경계열이든 로스쿨에 진학하여 변호사, 검사, 판사와 같은 길을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면 4.0 이상 정도, 조금 더 낮게 잡자면 3.7 이상 정도도 충분히 좋은 학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몇 년 전까지 보내던 삶에 비해 많은 시간이 생겼고 당장의 무언가에 대한 압박이 줄어든다. 그래서 나는 '내가 정말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와 '하고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 당장 무엇을 해야할지', '그것이 정말 내 삶에 의미가 있을지' 만약 하고싶은 일이 없다면 하고싶은 일을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와 하고싶은 일을 찾기 전까지 어떤 삶의 태도를 취하는 것이 스스로 옳다고 판단하는지와 같은 것들에 대해 고민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우울했는데, 내 나이대의 사람들, 나보다 1~2년 오래 산 사람들, 나보다 7~8년 오래 산 사람들, 나보다 11~13년 오래 산 사람들, 나보다 20년 오래 산 사람들, 나보다 30년 오래 산 사람들, 나보다 50년 오래 산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 해볼수록 무슨 일을 택하든 쉬운 길은 없으며 실제로 인생의 대한 고민을 통해 자기 신념을 갖고 성공한 사람들도 있는 반면 별 생각 없이 주어진 바에만 충실히 살다보니 남들이 말하는 성공한 삶을 살고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이와 맞물려 가속화되는 기후 위기와 사회문화적 분열, 지속될 펜데믹 상황들 등은 내게 꽤나 큰 좌절을 선물해줬다. 내가 투자한 시간들이 아깝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이런 생각들에 대한 고민이 유의미하지 않은가 하는 회의가 들기 시작하고 그저 기계처럼 대학에 오기 전까지 했던 것처럼 지식을 확장하는 데에는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로 '성실도를 측정한다'는 변명 하에 쓸 데 없는 일들을 해야하는가에 대해 드는 극도의 거부감을 줄이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을 뿐이다. 사실은 누구나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어도 홀로 고민하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당연히 내가 알지 못하는 개개인의 이야기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건 나이만 든 생각없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꼴이기에 그닥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경우의 수다. 내가 옳은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진 않다. 적어도 내가 이런 생각들을 갖고 살며 '이게 옳은가?'에 대한 해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을 가면 그 뒤에 뭐가 있을까? 남들이 말하는 좋은 대학을 가면, 대학에서 하는 공부들을 열심히 하면 그 뒤에 뭐가 있을까? 좋다는 직장에 취직하면 그 뒤에 뭐가 있을까? 그렇게 20대를 보내고 30대가 지나 40대를 보내고 50대가 되면 후회없는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때가서 삶의 본질적인 부분들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면 왜 조금이라도 시간이 많을 때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들 부정적 감정들을 이겨낼 수 있을까?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조금 더 많은 책을 읽고 조금 더 열심히 살다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이 질문들에 '그렇다'는 대답을 하기 힘들 것 같다. 이젠 나도 이런 고민할 시간에 정말 '재수해서 의대 가는 게 최고인가' 싶은 허탈함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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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깊이 공감되는 글이네요.. 앞으로 뭘하면서 살아야할지 모르겠는 상황만큼 절망적인 것이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