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벅더벅 [1146018] · MS 2022 · 쪽지

2022-05-10 11:20:22
조회수 13,244

수능은 결국 Plan B를 누가 잘 연마하는지가 중요함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6598316

인강과 현강 등에서 배우는 다양한 도구정리와 스킬들로 문제를 깔끔하고빠르게 풀어내는 게 Plan A라면 


노가다를 하든 뭘 하든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주어진 시간 안에 문제의 답을 OMR카드에 적는 게 Plan B라고 생각함


모든 과목에서 적용되는 내용인데, 예를 들어 국어에서는 비문학을 읽는 상황을 생각할 수 있음. 


강사들이 제시하는 깔끔한 독해법으로 지문의 구조를 파악하고 내용을 완벽히 이해한 후 선지를 깔끔히 독파하며 푸는 것이 Plan A, 즉 이상적인 상황이지만


실제 수능장에서 비문학이 그렇게 깔끔히 읽힐 확률은 높지 않음. 오히려 무슨 말인지 전혀 들어오지도 않는 괴상한 지문에 멘탈 갈리다가 어버버하고 대충 찍고 넘길 가능성이 농후함.


이런 상황에서 Plan B는, '지문 자체'가 아니라 '대립되는 요소, 지문의 전체적인 맥락'을 우선적으로 보면서, 지문의 내용의 이해를 일정 부분 포기하고 내용 일치(팩트 체크) 측면에서만 문제를 푸는 것임 (김상훈 선생님의 접근법과 유사합니다)


당연히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면, 3점짜리 <보기> 문제는 틀리거나, 아예 손도 안 대고 넘겨야 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어떻게든 1점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중요하고, Plan B를 사용하면, 적어도 그 지문이 통째로 날아가는 불상사는 예방할 수 있음


이를 수능장에서 실천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평소에 맨날 보던 기출이나 익숙한 지문들만 보는 Plan A식 공부만 할 게 아니라, 낯선 지문과 실모, 그 중에서도 잘 읽히지 않는 지문들에 이를 적용해 보는 Plan B식 공부도병행해서 해 주어야 현장에서 유연히 써먹을 수 있음.


이런 이유로 나는 리트 기출도 1등급 이상이면 "뭔가를 배우는" 목적보다"미리 수능장에서의 뇌절을 간접체험하는" 목적으로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파이널 기간의 실모도 가급적 수능 직전까지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개인마다 다른 부분이니까...


수학에서 다른 예시를 들면, 이를테면 함수의 극값이나 변곡점을 파악하는 상황일 때, 현t 같은 강사분들이 알려 주는 스킬들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물론 훌륭한 스킬임) 미분해서 0이 되는 x값 찾고, 그 좌우의 부호를파악해 극값이 맞는지, 극대인지 극소인지 조사한다는 기초적인 개념을 망각하는 경우가 종종 보임


수능장에서 소위 극값을 파악하는 스킬을 깔끔히 쓰고 넘어갈 수 있다면 그게 베스트고 Plan A겠지만, 수능장에서의 긴장은 생각보다 시험에서 매우 큰 요소로 작용함. 얼마든지 '안 보일' 수 있음


그런 상황에서, 조금 계산을 돌아가더라도, 소위 말하는 "노가다"라고 불리는 방법이더라도 우직하게 극값을 찾을 수 있는 용기는 평소에 그런 방식의 훈련을 해 본 사람에게만 생김. Plan B도 계속해서 고려를 해 주어야 한다는 말


구체적인 문제의 예시를 보면,

작수 13번임.


소위 말하는, "원점을 지나는 직선"이라는 게 현장에서 깔끔히 보이면 좋은데, 나 같은 경우는 현장에서 긴장한 탓인지 그게 전혀 안 보였음


한 20~30초 정도 고민을 하다 이건 계산 치고 넘기는 게 더 빠르겠다 감이 와서 바로 계산 시작함.


평소에 이런 계산에 훈련되어 있다면, 저거 깡으로 계산만 해도 3분컷 내는 게 가능함. 그리고 수능장에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는, 평소에 저런 문제들을 만났을 때, 노가다라는 Plan B로 풀어 본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만 주어짐


평소 소위 "예쁜 방식"으로만 문제를 푸는 것에 집착한 사람도, 한 1~2분고민하다 차라리 계산 때리자는 생각을 하고 똑같이 노가다로 풀어도, 시간이 Plan B를 훈련한 사람에 비해 월등히 많이 걸릴 수밖에 없음. 그리고 요즘 수능 메타에서, 그런 시간 낭비는 곧장 점수 하락으로 이어짐.


탐구는 사람마다 선택과목이 다르니까 구체적인 예시를 들지는 않겠음


어쨌든 이것도 스킬에만 너무 매몰되지 말고 그걸 못 쓰는 경우에 어떻게 풀지를 훈련하라는 점에서는 위와 동일함


아마 최상위권 학생들은 별도로 언급해 주지 않아도 알아서 위처럼 잘 하고 있건데, 의외로 상위권 학생들 중에 위의 간단한 내용을 까먹고 공부 이상하게 하는 친구들이 종종 보여서 써 봤어요


평소에는 저렇게 싸가지없는 음슴체를 잘 안 쓰는데 처음에 음슴체를 썼다가 고치기 귀찮아서 끝까지 음슴체를 썼네요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