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 인공지능과 정밀의료 시대의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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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한의학의 오래된 이미지 중 하나가 손목의 맥을 짚고, 침을 놓고, 탕약을 지어주는 것이다. 맥을 짚으며 전체적인 균형과 기혈의 순환을 평가하고, 침으로 막힌 부분의 순환을 돕고, 탕약으로 장부의 불균형한 부분을 조절한다. 이처럼 한의학은 우리 몸 전체의 균형(음양), 순환(기혈), 그리고 상호작용(상생상극)을 근본으로 하는 의학이다.
딱 아픈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몸 상태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체적인 인체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예를 들면, 열이 난다고 해서 열을 내려주는 한약(청열약)으로 바로 열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음허(陰虛)로 인한 허열(虛熱)에는 진액을 보충해주고, 실열(實熱)이 있는 경우에는 반대로 소변이나 대변으로 열을 배출해주는 방식으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여러 단계의 인체 내 상호작용을 고려해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것이다.
인체 시스템 전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식은 효과적이면서 부작용도 덜했기 때문에 한의학의 큰 장점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2015년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개인의 유전, 환경, 생활습관 등의 정보를 총망라해 보다 정확한 치료를 제공한다는 정밀의료계획(Precision Medicine Initiative·PMI)를 선언했고, 바로 그해 IBM에서는 '왓슨 헬스'라는 인공지능 헬스케어 서비스를 출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닥터앤서'라는 한국형 왓슨을 개발하는 대형 과제가 추진되고 있다. 데이터 기반 근거 구축에서 나아가 데이터 기반 시스템 구축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의학으로 돌아와 생각하면, 한의학이야말로 인체 시스템 전체에서 시작하는 학문인데, 한의학적 인체 시스템은 대중에게 설명하기에는 아직도 너무 추상적인 부분이 있다. 과거에 전체를 보지 못한다고 폄하했던 서양의학이 차곡차곡 데이터와 기술을 쌓아 올리는 사이에 시스템 의학이라는 부분에서도 따라잡힌 것만 같은 위기감이 느껴진다.
인공지능에는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구분이 없고 데이터가 있을 뿐이다. 서양의학에서 질병의 핵심 지표를 집중적으로 수집한다면, 한의학에서는 특정 질병과는 무관한 소화나 수면, 맥진과 복진 등으로 인체 전반의 생리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따라서 한의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보들을 수집하고 평가하는 노하우를 잘 활용하면, 서양의학보다 훨씬 적은 데이터를 활용해 한의학적 인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한의원에서 진료 시 기록하는 데이터는 수치보다 전문가들이 개별적으로 서술한 정보가 많아서 통합분석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의 강점을 잘 살려서 국민에게 더 신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혈 순환'이나 '오장육부의 상생상극'을 설명할 수 있다는 목표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마치 내비게이션이 여러 경로를 추천하지만, 각각의 경로마다 경비, 시간, 환승 유무 등의 추천하는 근거가 있고, 그중에서 사용자의 판단에 따라 최적의 경로를 선택하는 것처럼, 한의학도 환자의 상태를 최종적으로 진단하고 적절한 처방이나 경혈을 선택하는 것은 한의사의 전문적 식견에 따를지라도, 그 바탕에는 실제 데이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과 함께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2007년부터 한의임상정보은행(Korean medicine Data Center, KDC)를 구축해 현재까지 2만 7245명의 임상·유전체 정보를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한의학 데이터의 확장과 함께 한의 정밀의료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단순히 질병의 진단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이해하고 나에게 맞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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