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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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만해도 성을 안 낼 뿐만 아니라 누구를 대할 때든지 늘 좋은 낯으로 해야 쓰느니 하는 타입의 우수한 견본이 김기림이라.
좋은 낯을 하기는 해도 적이 비례(非禮)를 했다거나 끔찍이 못난 소리를 했다거나 하면 잠자코 속으로만 꿀꺽 업신여기고 그만두는 그러기 때문에 근시 안경을 쓴 위험 인물이 박태원이다.
업신여겨야 할 경우에 ‘이놈! 네까진 놈이 뭘 아느냐’라든가, 성을 내면 ‘여! 어디 덤벼 봐라’쯤 할 줄 아는, 하되, 그저 그럴 줄 알다 뿐이지 그만큼 해두고 주저앉는 파(派)에, 고만 이유로 코밑에 수염을 저축한 정지용이 있다.
모자를 홱 벗어던지고 두루마기도 마고자도 민첩하게 턱 벗어던지고 두 팔 훌떡 부르걷고 주먹으로는 적의 볼따구니를, 발길로는 적의 사타구니를 격파하고도 오히려 행유 여력에 엉덩방아를 찧고야 그치는 희유의 투사가 있으니 김유정이다.
누구든지 속지 말라. 이 시인 가운데 쌍벽과 소설가 중 쌍벽은 약속하고 분만된 듯이 교만하다. 이들이 무슨 경우에 어떤 얼굴을 했댔자 기실은 그 즐만(騭慢)에서 산출된 표정의 디포메이션 외의 아무것도 아니니까. 참 위험하기 짝이 없는 분들이라는 것이다.
이분들을 설복할 아무런 학설도 이 천하에는 없다. 이렇게들 또 고집이 세다. 나는 자고로 이렇게 교만하고 고집 센 예술가를 좋아한다. 큰 예술가는 그저 누구보다도 교만해야 한다는 일이 내 지론이다.
다행히 이 네 분은 서로들 친하다. 서로 친한 이분들과 친한 나 불초 이상이 보니까 여상(如上)의 성격의 순차적 차이가 있는 것은 재미있다. 이것은 혹 불행히 나 혼자의 재미에 그칠는지 우려되지만 그래도 좀 재미있어야 되겠다.
작품 이외의 이분들의 일을 적확히 묘파해서 써내 비교교우학을 결정적으로 여실히 하겠다는 비장한 복안이어늘, 소설을 쓸 작정이다. 네 분을 각각 주인으로 하는 네 편의 소설이다.
그런데 족보에 없는 비평가 김문집 선생이 내 소설에 59점이라는 좀 참담한 채점을 해놓으셨다. 59점이면 낙제다. 한 끗만 더 했더면…… 그러니까 서울말로 ‘낙제 첫찌’다. 나는 참 낙담했습니다. 다시는 소설을 안 쓸 작정입니다 는 즉 거짓말이고 …… , 이 경우에 내 어줍잖은 글이 네 분의 심사를 건드린다거나 읽는 이들의 조소를 산다거나 하지나 않을까 생각을 하니 아닌게 아니라 등허리가 꽤 서늘하다.
그렇거든 59점짜리가 그럼 그렇지 하고 그저 눌러 덮어 주어야겠고 뜻밖에 제법 되었거든 네 분이 선봉을 서서 김문집 선생께 좀 잘 말해 주셔서 부디 급제 좀 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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