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아보니까 정신력, 멘탈이 진~짜 중요한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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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예전부터 칼럼에서 '체력'을 강조했었죠. 저는 체력을 무척 등한시하고 안좋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체력관리를 안해도 고3때는 어찌어찌 수능을 잘 쳤는데, 그대로 재수를 하니까 중간에 체력이 박살나서 과민성 대장 증후군도 걸리고, 불면증도 걸리면서 1년 공부한걸 내다 던져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나마 체력이라는 것은 눈에 어느정도 보입니다. 수업 시간에 계속 집중하는 사람, 낮잠을 너무 오래 자지 않고 계속 공부할 수 있는 사람, 몸이 꽤 다부지고 근육이 있는 사람, 매일 헬스나 걷기를 꾸준히 하는 사람 등. 체력이라는 요소는 어느 정도 보이고, 또 행동으로 쉽게 늘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요새 깨닫는 것은 체력보다도 더 눈에 잘 안보이는 '멘탈, 정신력'이 무척이나 중요한거 같더라구요. 그걸 요새 제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625 전쟁 사례를 짚어보면서 좀 설명해보겠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부터 무시무시한 공포심을 유발했습니다. 흔히 '하이브리드 전쟁'이라고 해서 단순한 군사 훈련으로 무력을 과시하는 것 외에도, 통신망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겁을 주었고 덩치보다 더 큰 위력을 뽐냈었죠)
조금이라도 고증에 충실한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는 '모랄빵'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여러분이 자주 접했을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최후의 마린 한명이 남더라도 끝까지 싸우다가 전사하잖아요? 그런데 실제 전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당장 100만 대군인데, 선봉에 간 10만이 깨끗이 전멸당했다? 그럼 우리 숫자가 아무리 많더라도 남은 90만은 크게 요동치게 마련입니다. 일단 처음 100만이 모여서 갔을때는 기세도 등등하고, 상대보다 많다는 심리적 우위로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붙어보니 그 거대한 군대가 추풍낙엽처럼 선두에서 무너지면, 후미도 심리적으로 큰 압박을 받습니다. 전투에서 이탈하기 시작하죠.
제가 즐기는, 스타크래프트보다 다소 복잡한 게임에서는 이런 '모랄(사기)'이 존재합니다. 만약 아군의 주요 지휘부가 큰 타격을 입거나, 전장에서 멀리 떨어져 버리거나, 아니면 아군 부대원의 다수가 상하면 후퇴를 감행한다던지, 게이머의 컨트롤에서 벗어나 버린다던지, 공격력을 비롯한 스탯이 확 떨어져 버립니다.
러시아는 초반에 우크라이나를 빠르게 잡아먹을 목적으로, 우크라이나군에 비해서 우위를 점한 여러 방면에서 강한 자극을 주었습니다. 곧 러시아군이 쳐들어올꺼다, 키이우(키에프)는 단숨에 점령당하고 지도자 젤렌스키는 사살 혹은 생포될 것이다. 군 지휘부는 극초반에 미사일 공격을 얻어맞고 마비가 될 것이다 등등.
옆에서 보는 저도 상당히 공포스러웠는데, 매우 이례적으로 이런 열세인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군은 매우 투철한 전투 의지를 유지했습니다. 물론 초반에는 전력의 엄청난 차이 때문에 밀려났지만, 사기가 떨어져서 부대가 이탈해버리거나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도망가거나 하질 않았습니다. 오히려 항복을 권유하는 러시아 대군을 향해 FUCK YOU를 날렸죠.
만약 우크라이나 군이 크게 동요하고, 러시아발 찌라시와 선전 선동에 넘어갔다면 러시아는 훨씬 더 적은 피해를 입으면서 전진했을 것이며, 아직도 러시아를 상대로 끈질기게 버티고 있는 주요 도시들은 함락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러시아군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군은 정신적으로 무너지질 않았습니다.
게다가 의외로 우크라이나 군의 강력한 반격에 러시아 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격파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공유되자, 우크라이나는 '생각보다 할만 한 데?'라고 생각했고 곧 이어 무너지지 않는 우크라이나에게 서방의 전폭적인 군사, 물자 지원이 이루어지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오히려 러시아 군 내부에서 사기가 떨어져서 상관을 탱크로 밟아버린다던지, 보급이 부족해서 마트를 터는 기행을 보인다던지 추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졸전을 거듭하고 포로로 잡힌 러시아 장병들이 sns로 공유되고, 심지어 너무 어린 나이의 군인들은 러시아에 거주하는 자기 부모님이랑 통화하면서 울음을 터뜨리는 등 반대로 러시아 군의 사기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공세는 주춤거리기 시작합니다)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20319/112428558/1
625 전쟁 또한 비슷한 성격이었습니다. 극 초반에 우위를 점거하고 빠르게 서울을 점령하고 대한민국 국군을 포위 섬멸하려던 작전은, 강원도에서 매우 강력한 국군의 반격과 방어전에 소모되면서 진격이 늦어졌고, 덕분에 서울 방면을 지키던 병력들은 순차적으로 서울 -> 한강 -> 남쪽으로 넘어가면서 병력을 온존하고 시간을 끌었습니다.
그렇게 피말리는 지연전을 벌이는 동안 국제 사회는 북한의 불법적인 남침을 규탄하면서 대량의 무기와 군사 원조를 시작했고, 결국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방어선에서 북한군은 묶여버립니다.
당시 강력한 열세였던 국군은 화력이 부족함에도 매우 격렬하게 저항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만약 그 분들이 용기를 잃고 자리를 이탈했었다면 북한군은 더 빠르게 내려와서 국제적 지원이 당도하기도 전에 부산을 점령하고 공산화가 되었을 것입니다.
매우 강력한 적의 공세에도 침착하게 자신이 유리한 부분을 살려서 춘천 방면에서 지연전을 벌인 국군 덕분에 국군은 거대한 포위 섬멸을 당하지 않았으며, 김일성의 생각과 달리 전쟁은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정말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도 있다는 말처럼, 거대한 적의 압박에도 심리적으로 굴하지 않고 자신의 임무를 최선으로 수행한 국군 장병들 덕분에 우리가 지금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이겠죠. 만약 국군의 심리가 약하고 저항 의지가 적었다면, 북한군은 훨씬 더 쉽게 한국군을 요리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열세인 상황에서도 최대한 침착을 유지하고 자신이 거둘 수 있는 이점을 골라먹고 빠지면, 매우 강대한 전력의 열세에서도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이 다양한 전쟁을 통해 증명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숫자만 많고 전투 의지가 약한 군대는 매우 쉽게 허물어지고, 자기들끼리 깔아 뭉게서 피해가 생기는 등 추한 모습을 보입니다.
제가 요새 체력 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 이 세상에서 수능 이후에도 여러분의 멘탈과 심리를 흔들어 제끼는 상황은 많이 올 것입니다. 당장 저도 고등학생 때 멘탈이 굉장히 약해서, 시험기간에 엄마가 뭔가 지적하면 그대로 폭발하는 바람에 내신을 종종 망치곤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엄마를 원망했었는데, 지금은 제 자신의 약한 멘탈을 원망합니다. 만약 제가 멘탈이 튼튼했으면 엄마가 저한테 물리적 폭력을 가했더라도 침착을 유지하게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겠죠?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졌더라 하더라도 멘탈이 약하면 발휘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수능을 치고 나서도 큰 실수를 한다던지, 수능보다도 더 떨리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런 과정을 겪으니까 점점 이런 정신력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수능 만점자 인터뷰를 보면, 정말 학생들이 하나같이 침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많은 사람 앞에서 인터뷰를 한다는 것은 무언의 압박일텐데, 그럼에도 자신의 소신이나 공부 방법을 차근차근 잘 설명하는 인터뷰를 보니까 왜 만점자가 될 수 있었는지 잘 이해가 가더군요.
육체적인 손상은 자연적으로 잘 치유가 됩니다. 뼈가 부러지면 당장 병원에 가서 적당한 처치를 받고 시간만 좀 지나면 잘 났죠. 근데 정신적인 손상, 혹은 세뇌에 빠지면 정말 빠져나가고 회복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이비 종교들이 아직도 사람들의 약한 멘탈을 파고들어서 착취하고 번성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저보다 좀 더 나은 멘탈로, 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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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능당일날 전과목에서 평소보다 1~2등급씩 떨어졌는데, 멘탈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괜히 근대 프랑스군의 교리의 기반이 elan vital 이었던게 아니긴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