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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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놀래어 T씨를 둘러쌌다. 그리고 떠들었다. 인사불성된 T씨의 어깨와 팔 사이로는 붉은 선혈이 옷 바깥으로 배어 흘러 떨어지고 있었다.
「이 사람 형님이 병원을 한답디다」
「어딘고? 누구 아는 사람 있나」
「내 알아― 어쨌든 메고들 갑시다」
폭양은 대지를 그대로 불살라 버릴 듯이 내리쪼이고 있었다. 목쉬인 지경 노래 와 목도 소리가 무르녹은 크낙한 공사장 한귀퉁이에서는 자그마한 소동이 일어났었다. 그러나 잠시 후에는 ‘그까짓 것이 다 무엇이냐’는 듯이 도로 전모양으로 돌아가 버렸다.
T씨는 거의 일주야 만에야 의식이 회복되었다. 상처는 그다지 큰 것이 아니었으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노라고 몹시 놀래인 것인 듯하였다. T씨의 아내는 곧 달려와서 마음껏 간호하였다. 그러나 업의 자태는 나타나지 아니하였다. 그가 T씨의 병실 문을 열었을 때 T씨 부부의 무슨 이야기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곧 그치어 버린 듯한 표정을 그는 읽을 수 있었다. T씨의 아내의 아래로 숙인 근심스러운 얼굴에는 ‘적빈’ 두 글자가 새긴 듯이 뚜렷이 나타나 있었다.
「T야! 상처는 대단치 않으니 편안히 누워 있어라. 다― 염려는 말고―」
「…………」
그는 자기 방에서 또 무엇인가 깊이 깊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생각하고 있는 자기조차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를 만큼 그의 두뇌는 혼란― 쇠약하였다.
「아―극도로 피곤한 인생이여!」
세상에 바치려는 자기의 ‘목’의 가는 곳―혹 이제는 이 목을 비록 세상이 받아라도 하여 주는 때가 돌아왔나 보다― 하는 생각도 떠올랐다. 험상스러운 손가락 사이에 낑기워 단조로운 곡선으로 피어 올라가고 있는 담배 연기와도 같이 그의 피곤해빠진 뇌수에서도 피비린내 나는 흑색의 연기가 엉기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오냐 만인을 위한 신이야 없을망정 자기 하나를 위한 신이 왜― 없겠느냐?」
그의 손은 책상 위의 신문을 집었다. 그리고 그의 눈은 무의식적으로 지면 위의 활자를 읽어 내려가고 있는 것이었다.
「교회당에 방화! 범인은 진실한 신자!」
그의 가슴에서는 맺히었던 화산이 소리없이 분화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는 아무 뜨거운 느낌도 느낄 수는 없었다. 다만 무엇인가 변형된 (혹은 사각형의) 태양적갈색의 광선을 방사하며 붕괴되어 가는 역사의 때아닌 여명을 고하는 것을 그는 볼 수 있는 것도 같았다―.
T씨는 저녁때 드디어 병원을 나서서 그의 집으로 돌아갔다. T씨의 아내만이 변명 못할 신세의 눈초리를 그에게 보여 주며 쓸쓸히 T씨의 인력거 뒤를 따라갔다. 그는 모든 것을 이해하여 버렸다.
「T야― T야―」
그는 그 뒤의 말을 이을 수 있는 단어(單語)를 찾아내일 수 없었다. T씨의 얼굴에는 전연 표정이 없었다. 그저 병원을 의식이 회복되자 형의 병원인 줄을 알은 다음에 있을 곳이 아니니까 나간다는 그것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비웃기도 하였고 욕하는 이까지도 있었다.
「그 형인지 무엇인지 전 구두쇤가 봅디다」
「이 염천 에 먹고 사는 것은 고사하고 하도 집에서 아무리 한대야 상처가 낫기는 좀 어려울걸!」
그의 귀는 이러한 말들에 귀머거리였다.
「그래 그렇게 내보내면 어떻게 사―노? 굶어죽지」
그 뒤로도 그의 발길이 T씨의 집 문지방을 아니 넘어선 날은 없었다. 또 수입의 삼분의 일을 여전히 T씨의 아내에게 전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는 아니하였다. 뿐만 아니라 다른 의사를 대이게 하여(그와 M군은 T씨로부터 거절하였으므로) 치료는 나날이 쾌유의 쪽으로 진척되어 가고 있었다.
수입의 삼분의 일이 무조건으로 T씨의 손으로 돌아가는 데 대하여 M군은 적지 않게 불평을 가졌었다. 그러나 물론 M군이 그러한 불평을 입밖에 내일 리는 없었다. 그가 또한 이러한 것을 눈치 못 채일 리는 없었다. 그러나 그 역시 어찌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어떤 때에는 이러한 것을 터놓고 M군의 앞에 하소하여 볼까도 한 적까지 있었으나 그러지 못한 채로 세월에게 질질 끌리어가고 있었다.
「다달이 나는 분명히 T의 아내에게 그것을 전하여 주었거늘! 그것이 다시 돌아오지 아니하기 시작한 지가 이미 오래거든― 그러면 분명히 T는 그것을 자기 손에 다달이 넣고 써왔을 것을― T의 태도는 너무 과하다― 극하다―」
그는 더 참을 수 없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더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아 넘기는 것이 그가 세상에 바치고자 하는 그의 참마음이라는 것을 깊이 자신하고 모든 유지되어 오던 현상을 게을리 아니할 뿐이랴. 한층 더 부지런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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