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4)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6143628
M에게 보내는 편지(二信)
M군! 하늘을 꾸짖고 땅을 눈흘긴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M군 M군! 어머니는 돌아가시었네. 세상에 나오신 지 오십년에 밝은 날 하루를 보시지 못하시고 이렇다는 불평의 말씀 한 마디도 못하여 보시고 그대로 이역(異域)의 차디찬 흙 속에 길이 잠드시고 말았네. 불효한 이 자식을 원망하시며 쓰라렸던 이 세상을 저주하시며 어머님의 외롭고 불쌍한 영혼은 얼마나 이 이역 하늘에 수없이 방황하실 것인가. 죽음! 과연 죽음이라는 것이 무엇이겠나 사람들은 얼마나 그 죽음을 무서워하며 얼마나 어렵게 알고 있나. 그러나 그 무서운 죽음, 그 어려운 죽음이라는 것이 마침내는 그렇게도 우습고 그렇게도 하잘 것 없이 쉬운 것이더란 말인가. 나는 이제 그 일상에 두려워하고 어렵게 여기던 죽음이라는 것이 사람이 나기보다도 사람이 살아가기보다도 그 어느 것보다도 가장 하잘것없고 가장 우스꽝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잘 알았네. 오십년 동안 기구한 목숨을 이어오시던 어머님이 하루아침에 그야말로 풀잎에 맺혔던 이슬과 같이 사라지고 마시는 것을 보니 인생이라는 것이 그다지도 허무(虛無)하더라는 것을 느낄 대로 느꼈네. M군! 살길을 찾아서 고향을 등지고 형제를 떨치고 친구를 버리고 이 곳으로 더듬거려 흘러온 나는 지금에 한 분밖에 아니 계시던 어머님을 잃었네 그려! 내가 지금 운명의 끊임없는 장난을 저주하면 무엇을 하며 나의 불효를 스스로 뉘우치며 한탄한들 무엇을 하며 무상한 인세에 향하여 소리지르며 외친들 그 또한 무엇하겠나!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모두가 허무일세. 우주(宇宙)에는 오직 이 허무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일세.
한 분 어머니를 마저 잃었으니 지금에 나는 문자(文字) 대로 아주 홀몸이 되고 말았네. 이제 내가 어디를 간들 무엇 내 몸을 비끌어매이는 것이 있겠으며 나의 걸어가는 길 위에 무엇 걸리적대일 것이 있겠나? 나는 일로부터 그날을 위한 그날의 생활 이러한 생활을 하여 가려고 하는 것일세. 왜? 인생에게는 다음 순간이 어찌 될지도 모르는 오직 눈앞에의 허무스러운 찰나(刹那)가 있을 따름일 터이니깐!
나는 지금에 한 사람의 훌륭한 숙련(熟練) 직공일세. 사회에 처하여 당당한 유직자(有職者)일세. 고향에 있을 때 조곰 배워둔 도포업(塗布業)이 이곳에 와서 끊어져 가던 나의 목숨을 이어 주네. 쓰여먹을 줄 어찌 알았겠나. 지금 나는 ××조선소(造船所) 건구도공부(建具塗工部)에 목줄을 매이고 있네. 급료 말인가 하루에 일원 오십전 한 달에 사십 오 원. 이 한 몸뚱이가 먹고 살기에는 너무나 많은 돈이 아니겠나. 나는 남는 돈을 저금이라도 하여 보려 하였으나 인생은 허무인데 그것 무엇 그럴 필요가 있나. 언제 죽을지 아는 이 몸이라고 아주 바로 저금을 다하고 그것 다 내게는 주제넘은 일일세. 나의 주린 창자를 채이고 남는 돈의 전부를 술과 그리고 도박으로 소비해 버리고 마는 것일세. 얻어도 술! 잃어도 술! 지금 나의 생활이 술과 도박이 없다 할진댄 그야말로 전혀 제로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
고향에도 봄이 왔겠지 아! 고향의 봄이 한없이 그리우네 그려! 골목골목이 「앵도지리―뻐찌」장사 다니고 개천 가에 달래장사 헤매이는 고향의 봄이 그립기 한이 없네그려. 초저녁 병문에 창자를 끊는 듯한 처량한 날라리소리, 젖빛 하늘에 떠도는 고향의 봄이 더욱 한없이 그리워 산 설고 물 설은 이 땅에도 봄은 찾아와서 지금 내가 몸을 의지하고 있는 이 움집들 다닥다닥 붙은 산비탈도 엷은 양광(陽光)에 씻기워 가며 종달새 노래에 기지개 펴고 있는 것일세 이 때에 나는 유쾌하게 일하고 있는 것일세. 이 세상을 괴롭게 구는 봄이 밖에 왔건마는 그것은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듯이 소리 높여 목청 놓아 노래 부르며 떠들며 어머님 근심도 집의 근심도 또 고향 근심도 아무것도 없이 유쾌하게 일하고 있는 것일세.
어머님이 돌아가시던 그 움집은 나의 눈으로는 보기도 싫었네. 그리하여 나는 새로이 건너온 사람에게 그 움집을 넘기고 그곳에서 좀 뚝 떨어져서 새로이 움집을 하나 또 지었네. 그러나 그 새 움집 속에는 누구라 나의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겠나. 참으로 아무도 없는 것일세. 나는 일터에서 나오는 대로 밤이 깊도록 그대로 시가지(市街地)를 정신없이 헤매이다가 그야말로 잠을 자기 위하여 그 움집을 찾아들고 찾아들고 하는 것일세. 그러나 내가 거리 한모퉁이나 공원 벤치 위에서 밤새운 것도 한두 번이 아닌 것은 말할 것도 없네. 자네는 지금의 나의 찰나적으로 타락된 생활을 매도(罵倒)할는지도 모르겠네. 그러나 설사 자네가 나를 욕하고 꾸지람을 한다 하더라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일세. 지금 나의 심정(心情)의 참 깊은 속을 살펴 알 사람은 오직 나를 제하고 아무도 없는 것이니깐 원컨대 자네는 너무나 나를 책망 힐타만 말고서 이― 나의 기막힌 심정의 참 깊은 속을 조곰이라도 살피어 주기를 바라네.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도 벌써 두 주일이 넘었네 그려. 그 즉시로 자네에게 이 비참(悲慘)한 소식을 전하여 주려고도 하였으나 자네 역시 짐작할 일이겠지마는 도무지 착란(錯亂)된 나의 머리와 손끝으로는 도저히 한자를 그릴 수가 없었네. 그래서 이렇게 늦은 것도 늦은 것이겠으나 아직도 나의 그 극도로 착란(錯亂)되었던 머리는 완전히 진정(鎭靜)되지 못하였네. 요사이 나의 생활 현상 같아서야 사람이 사는 것이 무슨 의의(意義)가 있는 것이겠으며 또 사람이 살아야만 하겠다는 것도 무슨 까닭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 오직 모든 것이 우습게만 보이고 하잘 것 없이만 보이고 가치 없어만 보이고 순간에서 순간으로 옮기는 데에만 무엇이고 있다는 의의(意義)가 조곰이라도 있는 것인 듯하기만 하네. 나의 요즈음 생활은 나로서도 양심의 가책(苛責)을 전연 받지 않는 것도 아닐세. 그러나 지금의 나의 어두워진 가슴에 한 줄기 조고마한 빛깔이라도 돌아올 때까지는 이러한 생활을 계속하지 아니하면 아니되겠네. 설사 이 당분간(當分間)이라는 것이 나의 눈을 감는 전(前)순간까지를 가리키는 것이 된다 하더라도…….
어머님의 돌아가심에 대하여는 물론 영양부족(營養不足)으로 말미암아 몸의 극도의 쇠약과 도(度)에 넘치는 기한(飢寒)이 그 대부분의 원인이겠으나 그러나 그 직접 원인은 생전 못하여 보시던 장시간의 여행 끝에 극도로 몸과 마음의 흥분과 피로(疲勞)를 가져온 데다가 토질(土質)이 다른 물과 밥으로 말미암은 일종의 토질(土疾) 비슷한 병에 걸리신 데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네. 평소에 그다지 뛰어난 건강을 가지시었다고는 할 수 없었으나 별로 잔병 치레를 하지도 아니하며 계시던 어머님이 이번에 이렇게 한번에 힘없이 쓰러지실 줄은 참으로 꿈밖에도 생각 못하였던 바이야. 돌아가실 때에도 역시 아무 말도 아니 하시고 오직 자식 낳아 길러서 남같이 호강은 못 시키나마 뼈마디가 빠지도록 고생시킨 것이 다시 없이 미안하고 한이 된다는 말씀과 T를 못 보시며 돌아가시는 것이 또 한 가지 섭섭한 일이라는 말씀, 자네의 후정(厚情)을 감사하시는 말씀을 하실 따름이었었네. 그리고는 그다지 몸의 고민도 없이 고요히 잠들 듯이 눈을 감으시데. 참 허무한 그러나 생각하면 우선 눈물이 앞을 가리는 어머님의 임종(臨終)이었네. 어머님의 그 말들은 아직도 그 부처님 같은 어머니를 고생시킨 이 불효의 자식의 가슴을 에이는 것 같으며 내 일생 내가 눈 감을 순간까지 어찌 그때 그 말씀을 나의 기억에서 사라질 수가 있겠나!
나는 일로부터 자유로이 세상을 구경하며 그날 그날을 유쾌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것일세. 나의 장래를 생각할 것도, 불쌍히 돌아가신 어머님을 생각할 것도 다 없다고 생각하네. 그것은 왜? 그것은 차라리 나의 못박힌 가슴에 더없는 고통을 가져오는 것이니깐! 마음 가라앉는 대로 일간 또 자세한 말 그리운 말 적어 보내겠거니와 T는 지금에 어머님 세상 떠나가신 것도 모르고 그대로― 적빈(赤貧) 속에 쪼들리어 가며 허덕이겠지?! 또한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기 한이 없네. T에게는 곧 내가 직접 알려 줄 것이니 어머님의 세상 떠나신 데 대하여는 자네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주게. 자네의 정에 넘치는 글을 기다리고 아울러 자네의 더없는 건강을 빌며……. 친구 X로부터.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공대 주절먹인데 0 0
제발 보내줘 제발
-
숏컷 2 0
숏컷 풀만한가요? 아니면 그냥 유기하고 엔제만 풀까요
-
이태원 프리덤~ 4 0
밤에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길거리 점거하고 담배핌 술냄새 좆됨 이태원은 찐따가 갈 곳이 아니더라
-
내가 치면 11 0
뭘 치는지는 목적어를 안말하긴 했어
-
"6모가 커로" 6 1
곧 "수능이 커로"
-
오늘도 돌아온 극한의 인생고민 7 0
시원하게 당 빨아재끼기 위해 초코우유 VS 밀크티 빵은 기본 셋팅임
-
Ewc도 대진헬이네 ㅅㅂ 0 0
8강 한화 4강 AL 결승 젠지 or blg
-
금주금연 한달째임 1 0
몸이 건강해진 건 잘 모르겠음 체감 안 됨 근데 확실히 정신은 엄청 건강해짐
-
절정 모드를 사용하신다면 6 0
더 오래 "갈"수 있습니다
-
그래서 너네 나보다 롤 잘해? 5 2
나보다 탑레 높아?
-
올해는 따야지
-
김승리 현강 0 0
대치 대기 28번인데 이번달에 빠지나요?
-
나도 대깨설이어ㅛ는데 왜 의대왔냐면 17 3
설수리 졸업생이 다시 논술로 연치가는거보고 걍.. 무슨 생각이 들었게.. 서울대...
-
중약아 성약아 4 0
내가 버려서 미안해
-
특이점이 온다 3 0
ai랑 결혼하는 시대가 곧 올거다
-
근데 ㄹㅇ 5 5
보장되는 게 ^대학졸업장^ 하나인데 들어가는 순간 중산층인 한약수랑 겹치는 게 말이 안되긴 함
-
진짜 투데이의 벽은 7 0
정벽햄
-
내이상형 0 0
나좋아해주는사람 나를 좋아하는데 그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사람 좀 마음에 안들거나...
-
갑자기또서울대<--이새끼 ㅈ같네 36 10
진짜 구라안치고 희대의 스캠대학교임 시발 여기지망하는사람들 오면 존나후회한다...
-
보잉 X-32 0 0
-
내일 다이아2간다 1 1
인생은 브론즈2간다
-
지금 있긴해?
-
작년에 수능 시험지 나오고는 느낀게 문제들을 보아하니 26 생1은 공부하고 풀었어도...
-
본계 맞팔 4 2
15.57명
-
님들그거아세요 8 1
쿼티햄은 자기가 팔로우한 1698명의 이름을 다 기억한답니다... 부디조심하새요..
-
이상형 0 0
사실 딱히 없는거같음 첨봤을때 끌려야해 근데 학력은 중간정도였으면 너무낮으면...
-
덕코 사업을 한번 구상해봄 8 1
탈릅한 사람들 덕코 맡아두고 재릅하면 덕코에서 퍼센트 정하고 이자붙이고 돌려주는거임...
-
이상형 5 1
래전드기만차단
-
마지막에 대부호 2명이 암투 하다가 한명이 죽었어야 9 0
내가 개이득보는건데 참 아쉬워요
-
결국 공군을 써야 되나 8 1
토익 710 박고 카투사 못 썼음
-
역시 덕코는 장사꾼이 벌어 9 1
사업을 하라고 사업을
-
쿼햄 5 3
오르비 글 빨리 읽고 빨리 댓글다는 법 칼럼 써주셈
-
카투사 기원 7+2일차 0 1
-
아 불로소득 달달하죠 0 0
살짝 아쉽긴 한데
-
그리고 투투러들은 17 1
문제 퀄리티 따질 여유 없다 21~25년도 수특수완이라도 구해서 푸셈ㅋㅋㅋㅋ 나도...
-
‘할 수 있다’가 주는 영향력 7 5
꽤나 큰 힘이 된답니다.. 그냥 모든 순간에 “할 수 있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살면...
-
진짜 탐구는 하반기가 찐임 6 3
9평 탐구 커로였는데 수능에서 커하 찍음 물론 탐구 공부량이 국영수 합친 거보다 만ㅎ았음
-
난 이계정 쭉 가
-
더프잘봐서기분조음 2 0
100 88 88 47 48 !!!!! 영어는 15분 남았다고 뻐기다가 ㅇㅈㄹ난거라...
-
옯스타 만들었늠 6 0
easy2readmind
-
일어나일어나얼른일어나 4 0
-
관성에 이끌려서 계속하긴하는데 이게 수능때까지 유지될지는 아무도 모름....
-
모두가 같은 덕코 주고 10%씩 받죠?
-
침대랑 옷이랑 마찰되면 불쾌해 뭔가
-
축구하고싶다 2 0
3일전에했는데 또하고싶네
이건 누구의 글인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