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색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5949300
한꺼번에 이처럼 많은 별을 본 적은 없다. 어쩐지 공포감마저 불러일으킨다. 달 없는 밤하늘은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귀기마저 서린 채 마치 커다란 음향의 소용돌이 속에 서 있는 느낌이다. 마을 사람들의 식후의 한담을 멀리 들으며 때때로 이 방대함에 공포를 느끼면서도 하늘을 바라보았다.
과연 이 한 몸은 광대한 우주에 비하면 티끌만한 가치도 없다. 그런데도 이 야망은 어떻게 된 것인가. 이 불안은 뭔가. 이 악에의 충동은 또 뭔가. 신은 이 순간에 있어서 건강체인 나의 앞에선 단연
무력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나는 그 신을 이길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신에 대해 저주의 마음 같은 것은 추호도 갖고 있지 않다. 신을 이기겠다는 의욕도 갖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나의 이 불안감은 끝없는 환희 속에서 신의 의지, 신의 제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 바윗덩이 같은 우울의 근거는 어디서 오는 것인지 전혀 불명이다. 그 원천이 내 자신의 내부에 있다면 나는 무엇 때문에 나 자신에 의해 고통을 받는 것일까? 그건 우스운 이야기다. 인간 세상이 온통 제멋대로인 것처럼 자꾸만 생각된다. 그것은 사실 신이 관여하는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기 한 몸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고 간섭받지 않는 완전한 자유를 지녔다. 자살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본다. 수단, 시기. 유서에 대한 것 등 세세히 냉정하게 생각하는 일에 몰두한다. 그러나 자살하려고 마음먹었다가 자살하지 않고 있는 것도 역시 자유다. 모든 곤란과 치욕을 견뎌내며 아랫배에 힘을 주고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세상의 많은 자살자들은 모두 자살하는 것의 자유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며 더 큰 고난과 치욕에도 불구하고 뻔뻔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더 많은 사람들은 자살하지 않는 것도 또한 자유라는 데 대한 인식을 얻은 사람들이다.
나는 지금 음침한 토막집 속에서 더러운 개와 닭과 돼지새끼가 우글우글 하는 마당가에 앉아서 별빛에 의지해 식사를 하고 있는 가난한 농사꾼 일가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이 사람들의 울울하고 기뻐할 줄 모르는 그리고 장난기 없는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가 없다. 왠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 어떤 그림자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저주가 내 자신의 몸에 내려지는 것 같애 견딜 수 없다.
이상하게도 그들은 자살하지 않는다. 자살하지 않는다. 그들이 마음속으로 자살을 생각하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들의 토인처럼 검게 탄 얼굴 모습을 일별하면 그들은 결코 단 한 번도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들은 내 생각에 의하면 자살하지 않는다는 것은 완전히 각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르는 것이라는 것을 전심전념 오로지 그것만을 계속 생각하지 않고 미처 다른 생각마저 할 여지가 없는 말하자면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나는 뭔가. 자살하는 일 자살하지 않는 일 등을 번갈아가며 생각하는 데 몰두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공연히 정신상태를 어지럽게 해서 그 때문에 몹시 비관하거나 실망하는 등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불행한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나의 일생은 끝나겠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산다는 것이 이 얼마나 불쾌와 고통의 연속인가 하는 것에 아연해질 수밖에 없다.
야색은 권태로운 경치를 한층더 권태롭고 흔연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방대한 공포의 광경ㆍ마저 내장한 채 버티고 있다. 이러한 우매한 자연에 대해서 나는 언제까지나 털끝만한 친밀감도 발견할 수 없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이원준 쌤 들으시는분들은 시험 풀 때 화살표 그려가면서 하시나요?
-
지가 말한거 다 반대로 하고있노ㅋ
-
⭐️틱톡라이트 기존회원 접속만 해도 3만원 즉시지급 1
⭐️틱톡라이트 기존회원 접속만 해도 3만원 즉시지급 기존회원 한정 이벤트 입니다!...
-
독서는 누가 더 잘 가르치시는 것 같으세요? 216이 독서는 김승리.정석민보다 더...
-
문학은 누가 더 잘가르치시는 것 같으세요?
-
오랜만에 오르비와서 글 보는데 2506 2509 이런거 보면 ㅈㄴ 이질감드네
-
한 달 넘게 매일 먹었는데 이거때매 졸린듯
-
ㅋㅋㅋ를 연타하지 못하는 습관이 생김
-
내 어린 시절아 어릴 땐 나이가 든다는 게 좋은 건 줄 알았어 어른이 되면 좋을 줄...
-
..
-
형이야 3
형은 9시에 자서 4시에 반에 일어났어
-
문제가 다 좋은거같아요 아님말구
-
편차 크긴한데 백97이상은 뜨련가…
-
23 수능 미적 원점수 100점이고 과외경험 15명이상입니다 안자는 사람들위해 잠깐 질문 받아요
-
이게 몇시야? 0
미쳤어
-
강민철 파이널 0
우기분 강이분 독서등등 강의 없이 풀어도되나여 그냥저냥 기출+사설섞인 문제...
-
공대가지 말로 상경갈걸 14
공대는 상당히 가성비가 좋지않은 듯 그냥 교차로 상경갈 것 싶기도 하고
-
sk계약인 고대가 더 높나요 저랑 1도 연관없는데 갑자기 궁금해짐
-
진짜 지금 이 상황에서 뭐를 어떻게 더 해야하는지 감이 잡혀요 반수로 7월부터...
-
난이도 평가 5
아직 평가원 기출 난이도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이 정도면 몇 번 문제 난이도인가요..??
-
2합 4 맞춰야 되는 최저러인데 탐구는 아예 버린 상태입니다 6평 기준 언매 1...
-
저렇게 똑똑하면 살 맛 날듯
-
히카 ebs 0
연계교재 반영되어잇나여
-
이제 임정환 리밋 3단원 개념 끝났습니다 수능때까지 개념만 파야 하나요? 목표는 4등급입니다
-
아니 그러게 누가 청포도 주고 선지에 광야랑 절정 주래? 이거 2개 준거면 그냥 맞추라는 거잖아
-
울고 싶다 1
수능끝나면울어야지 엉엉
-
불면증 ON 3
자다 깨서 접속
-
그러다가 한능검 깔짝 하고 졸리면 좀 자는거지
-
실력이 느는 듯..
-
꿀모 시즌2 2회 69점
-
개념부족인가.....
-
흠
-
시발 시험인데
-
기출 각 단원별 주요 문제들만 해서 빠르게 회독하고 싶은데 좋은 문제집이 있을까요??
-
적중예감 적생모 리트 하트 사만다 take-off 시즌별로 다 샀음 세상이 실모로 가득해
-
댓글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달아주면서 느낀 건데 그냥 진짜 잘 됐으면 좋겠어요 늘...
-
배고픈데
-
오르비 지우고 생활해야겠다... 공부가 집중이 안되는 듯 화욜 저녁에 봐용
-
님들은 의식적으로 쓰심? 전 매우 ㅇㅇ
-
이게 맞나
-
졸려죽겠다 1
밤낮 바꿔야하는데 곧 잠올듯
-
수학 실모 3페이지 한시간동안 쳐보고있는새끼는 처음이네
-
후
-
대화 오래 했네
-
하..
-
이게 맞나?
-
상계 지문 이거 왜 다 경제라 함? 9모 사회는 공정거래법 제외하고 RPM만 떼놓고...
-
ㅅㅂ
-
가사를 음미하면서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저는 " 완벽하지 않아 기쁜 걸 "...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